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57)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46)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186,896
Today183
Yesterday311

<개콘>, 이래도 압력이 없었다 말할 수 있을까

 

KBS <개그콘서트>에 돌아온 민상토론은 그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유민상과 김대성이 함께 하던 리얼 사운드라는 코너의 주제로 검찰청에서 곰탕 먹는 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민상이 주제가 바뀌었다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전하자 곧바로 무대는 민상토론으로 재배치되었다. 송준근은 곧바로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그 사안을 토론 주제로 올렸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돌아온 민상토론의 풍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운동권 개그맨이 된 유민상은 좌측에 앉았고, 고향이 대구라며 대표적인 친박 개그맨이 된 김대성은 우측에 앉았다. 김대성이 먼저 유민상에게 최순실씨는 아시지 않냐?”고 묻고는 안다고 말하자 대뜸 누나 동생 하는 사이로 몰아붙여 그를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장난 하지마 죽는다 너라고 유민상이 으름장을 놓자 저거 보십시오. 저렇게 자기 권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라고 김대성이 다시금 몰아세웠다.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유민상의 극구 부인에 대해서도 김대성은 많이 들어본 이야긴데? 아 요즘 뉴스에 나오는 분들이랑 똑같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형 입을 다 맞춘 거야?”라고 되물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모든 정황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부인하는 그들에 대한 풍자를 이어갔다.

 

연설문을 유출하고 수정했다는 최순실 게이트의 내용도 그대로 패러디됐다. 대본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유민상에게 김대성이 지금 연설문을 뜯어 고치고 있습니다.”라고 묻는가 하면, 문고리 3인방이 아니라 4인방이었다고 몰아붙이자 김대성이 화가 나 대본을 집어던지자 유민상이 어이구 이 귀한 개콘 대본을 어디로 유출시키고 있습니까?”하고 되물었다. 마침 최순실 분장으로 뒷자리에 관객으로 앉아 있는 이수지가 그 대본을 주워 뜯어고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민상토론은 대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담기도 했다. 갑자기 시작한 맞춤범 퀴즈에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문구가 나오자 당황한 유민상이 왜 그래 진짜.. 이거 아니야...”라고 한 말에 토론을 진행하는 송준근은 아 이게 아니다? 그럼 이게 맞는 거다?”하며 박근혜 게이트라는 푯말을 들어 보였다. <개그콘서트>가 지금껏 했었던 풍자들 중 이처럼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겨냥한 풍자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몰아세워진 유민상이 자신이 아니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부인하자, 송준근이 한 명만 조사 받으면 된다? 그게 누굽니까? 설마?!”하고 외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모든 의문점이 대통령을 향해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조차 고압적인 모습을 보인 유병우 전 수석에 대한 풍자 역시 빠지지 않았다. 김대성이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요? 당신이 검찰이야?”라고 묻자 유민상이 그래? 당신이 검찰이야? 검찰에 가서 얘기하겠다잖아요? 자기는 검찰에 가도 저렇게 팔짱끼고 웃으면서 조사받을 수 있다..”고 김대성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김대성이 노려보는 시선을 보여줘 검찰에 출두할 때 기자들의 질문에 노려봤던 유병우 전 수석의 모습을 그대로 패러디해보였다.

 

마침표는 유민상이 왜 그래 진짜.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라는 말로 찍혔다. 그리고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진짜?”하고 물으며 마침 뒷좌석에 앉아 있던 최순실 분장을 한 이수지를 바라보고 그녀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장면은 현 사태를 압축해놓은 듯한 뉘앙스를 만들었다.

 

사실 <개그콘서트>에서 날선 현실 풍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꽤 이전부터 나왔었다. 그 날카로움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채운 건 유행어의 남발과 비하가 섞인 몸 개그의 연속 같은 것들이었다. <개그콘서트>가 힘이 빠진 건 바로 이런 현실이 코미디에 투영되지 않으면서 그저 표피적인 웃음에 머무르면서였고, 또한 이렇게 식상해진 코너들이 변화하지 않고 무한정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제기된 것이 외압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항상 외압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그랬을까.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지난 주부터 과감해지기 시작한 <개그콘서트>의 풍자는 어쩌면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압력은 존재했었다는 걸 반증해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에도 민상토론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계속됩니다.” 이렇게 민상토론은 끝을 맺었지만 앞으로도 <개그콘서트>는 계속 이런 풍자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간절히 바라게 된다. 본래 개그의 한 지평인 풍자가 <개그콘서트>의 현실 감각을 채워줄 수 있기를.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Posted by 더키앙

<뉴스룸>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건

 

JTBC <뉴스룸>이 시청률 9%(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요즘은 화제성 지수니 뭐니 해서 시청률의 의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지만, <뉴스룸>에 있어서 시청률은 중요하다. 어찌 보면 결국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를 열어놓고 박근혜 정부의 갖가지 전횡이 낱낱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이 시청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청률에는 단순한 수치적 기록이 아니라 그간 억눌려왔던 민심들과, 숨겨져 온 허수아비 정부에 대한 울분과, 이런 문제적 사안들을 쉬쉬해온 이들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이 드리워져 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이 열린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뉴스룸>의 행보를 보면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엄청난 국가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뉴스를 쥐고는 있지만 거대 권력 앞에서 제대로 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리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 행보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순차적으로 이어져 결국 지금의 드라마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 국가기밀 유출 증거 제시, 태블릿 PC가 최순실 소유라는 증거 제시,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이미 그녀의 부친인 최태민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술술 풀려나온 그녀의 수족처럼 움직였던 정관계 인사들과 그들의 압력으로 출연된 대기업의 자금들이 그녀의 측근에게 흘러들어간 정황들이 줄줄이 보도되었다. <뉴스룸>은 이미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통해 대부분의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이를 뉴스화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정부의 대응에 맞춰 맞대응하는 형식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사안처럼 보였던 연설문문제가 대응-맞대응을 거치면서 점점 거대한 사안으로 커질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국민들에게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극적인 효과를 만들었고, 그래서 더더욱 <뉴스룸> 앞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점차적으로 확대된 지지기반은 <뉴스룸>이 계속해서 더 구체적인 사안들을 보도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여타의 다른 방송사 뉴스들도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뉴스룸>의 시청률은 그래서 다른 어떤 프로그램의 그것보다 중요했다.

 

<뉴스룸>이 몇몇 증거들을 갖고도 사안의 중대함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이 뉴스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접근 방식 덕분이다. 그것은 상식에 기반 한 추론이다. 8일 보도된 우병우 전 수석, 최씨 의혹 모를 수 있나?’라는 아이템으로 채워진 팩트체크를 보면 <뉴스룸>이 가진 추론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잘 알 수 있다.

 

이 팩트체크에서는 검찰 앞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우병우 때문에 흘러나오는 전직 민정수석이 요새 검찰총장보다 더 세다는 이야기를 화제로 던지며 추론의 포문을 열었다. 먼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대통령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치라는 걸 조직도를 통해 설명한 후, 그 업무 중에는 대통령 측근 감찰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당연히 해야 할 그 일이 수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 수석이 이미 알고서도 묵인했으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청와대 민정수석도 사실상 허수아비였다고 추론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이다.

 

그러면서 뉴스는 여기에 마치 드라마의 한 대사 같은 뉘앙스를 담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지난 9<신동아>에 우 전 수석이 했던 인터뷰 기사 내용 중 여러 사건을 접해 세상 보는 눈이 다를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우 전 수석이 저는 세상에 도() 통한 사람이라고 할까요..”라고 답했다는 것. 앵커는 그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통. 그러니까 어떤 일에 통달했다는 얘기입니다. 도통함이 왜 하필 최순실 사건에서는 통하지 않았을까요?”

 

또 당시 인터뷰에서 권력의 생리를 보여준 <펀치>라는 드라마를 언급하는 기자에게 우 전 수석이 답했던 검찰총장도 2년짜리 권력이라고. 그게 지 자리고 지 거냐? 국민이나 대통령이 거기 잠시 앉아 있어라이런 거지, 지 권력이냐고요?”라고 했던 말에 대해서도 앵커는 짧게 한 마디를 붙인다. “이런 걸 부메랑이라고 하죠?”

 

정보를 순차적으로 보도하면서 상식적인 추론을 통해 그 문제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분석해주고, 때로는 촌철살인의 사이다 발언으로 속 시원함까지 안겨주는 뉴스라니.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을 서서히 지지기반으로 끌어 모으면서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 묻히지 않고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게 해준 <뉴스룸>의 드라마틱함은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 같은 <뉴스룸>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건 결코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되는 현실이 아닌가.

Posted by 더키앙

이 시대와 노무현 사이의 거리, <무현>의 슬픔과 위로

 

2000년 겨울 부산의 어느 거리. 차가운 날씨에도 거리 유세에 나선 노무현은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밀었다. 그 짧은 장면 하나만으로도 노무현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주머니에 넣었던 두 손이지만 다가오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두 손을 꼭 빼서 정중한 마음을 담았다.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부산. 시민들이 노무현을 반가워할 리 만무했다. 지역감정이 여전히 부추겨지는 선거 속에서 그는 마치 적진에 고립된 적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들이 적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섬겨야할 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사진출처:영화<무현>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이하 무현)>는 왜 하필 부산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노무현의 이야기를 담았을까. 그것은 이 영화가 노무현을 통해 진짜 실패가 무엇이고 진짜 성공이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무현은 당시 낙선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낙선 후 3년이 지나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것 역시 실패가 아니라고 영화는 말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젊은 세대들이 노무현이 했던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실천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현>이 담고 있는 건 노무현의 그런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이다. 당시 부산 거리 유세를 하다 지친 노무현이 한 다방에 들어와 여종업원에게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꼭 유세를 해야 하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가 그래도 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 얘기를 커다란 깨달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의 정치적 행보가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건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작은 민의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서 오히려 커다란 뜻을 읽어내는 진짜 정치다.

 

노무현의 전속 사진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생계를 위해 계속 청와대에 남아있기로 했을 때를 회고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모두가 배신자라고 그에게 손가락질 할 때 100명 중 단 한 사람, 노무현 대통령만이 자신을 지지해줬다는 것. 그 전속 사진사는 이제는 자신을 노무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매년 기일에 맞춰 사진을 찍으러 온다고 했다. 노무현은 정치적 노선이나 당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 바라봤다는 걸 이 사진사 이야기에서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포장마차에서 노무현을 그리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 때를 회고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 속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이들은 그 누가 뭘 하지도 않았는데 저마다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그대로 관객에게 전이된다. 거기서 느껴지는 슬픔이란 감성 팔이나 신파적 슬픔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역행이 2000년 노무현의 행보와 너무나 먼 거리에 있다는데서 느껴지는 슬픔이다. 당시 노무현이 연설에 앞서 고치고 또 고친 연설문이 이토록 진중한 울림을 주고 있는 현재가 아닌가.

 

절묘한 시기에 개봉된 <무현>은 그래서 깊은 상실감과 허탈감 그리고 심지어는 시대의 우울을 겪는 대중들에게는 슬픔과 동시에 깊은 위로와 위안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서민들에게 다가가 농담을 건네기도 하는 아이 같은 모습의 노무현. 그는 당시에도 이미 낙선을 예감하고 있었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는 집에 가서 엄마 아빠한테 2번이 좋다고 말하라는 농담에는 당장의 실패 앞에서 우리가 그럼에도 왜 기꺼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해준다. 당시 낙선 후 캠프 해단식에서 노무현이 말했듯이. “역사에서는 실패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길게 보면 정의가 승리한다.”

Posted by 더키앙

뉴스의 존재가치, 의혹에 대한 정당한 질문

 

사실 뉴스는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 이상 과거 같은 위치를 갖기는 힘들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뉴스의 속보성을 거의 가져가는 상황이고, 방송 기자들조차 시민들이 현장에서 모바일로 즉시 찍어 올리는 그 자료들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TV에서 뉴스의 무게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JTBC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그것은 뉴스 자체가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뉴스 역시 어떤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최근 최순실씨 관련 단독 보도를 연일 쏟아내며 그 어떤 방송 콘텐츠보다 화제의 중심에 오른 JTBC뉴스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시대에 뉴스의 새로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의 연설문 등이 사전에 유출되어 최순실씨에 의해 수정 보완되었다는 증거가 JTBC가 입수한 최씨의 PC를 통해 확인되면서 그간 여러 매체에서 의혹으로만 불거져왔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결국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그 관계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사과문의 내용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인정하는 수준이고, 그 문건 유출이 연설문 같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자료들인 것처럼 발표된 것에 대해 많은 매체들이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사과문이 발표되고 몇 시간 후 JTBC뉴스는 이 내용들을 뒤집는 또 다른 자료들을 단독 보도했다. 그것은 PC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출된 문건의 수준이 남북 간 접촉 기밀은 물론이고 외교, 경제 같은 중대한 사안들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들이었다. 사과문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JTBC뉴스는 이밖에도 이 PC자료들 속에 최순실씨가 정부 요직 인선에 관여했을 정황들은 물론이고, 보안으로 기자들에게까지 함구했다 나중에 SNS에 사진을 올려 알려진 박 대통령의 저도 휴가 사진의 미공개분까지 들어있어, 국정 운영의 중대사부터 시시콜콜한 사안들까지 최순실씨가 간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실 요즘 뉴스는 물론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같은 속 보이는 구성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정반대의 의미로서 국민들이 당연히 의문시하고 그래서 질문을 던질만한 국정운영에 있어서의 사안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선택적 눈치 보기를 하는 경우는 많아졌다. 결국 뉴스가 세상의 모든 소식들을 전할 수 없는 매체적 위치이기 때문에 결국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선택과 집중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할 것을 하는 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깎아먹는 일이다.

 

최근 JTBC 뉴스는 최순실씨 보도로 말 그대로 시청률 대박을 내고 있다. 244%(닐슨 코리아) 훌쩍 넘긴 시청률은 25일에는 그 두 배인 8%를 넘어섰다. 어떤 이들은 JTBC에서 뉴스가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달성하기 힘들었던 최고 시청률을 낼 수 있을 거라 예견하곤 한다. 뉴스가 저평가되는 시대에 JTBC 뉴스는 어떻게 한 방송사의 가장 뜨거운 킬러 콘텐츠가 된 것일까.

 

선택과 집중은 어쩔 수 없는 뉴스의 현실이다. 이것저것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담아내겠다는 듯한 태도는 이미 속보성에서 밀리고 있는 뉴스가 취하기에는 너무 무모한 일이고 그건 나아가서 너무 많이 쏟아지는 뉴스들 속에서 중요성에 따라 취사선택해야 하는, 어쩌면 작금의 뉴스가 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뉴스가 모든 걸 보도하던 시대는 끝났고 그건 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신 뉴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뉴스의 입장과 시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입장에 걸맞는 뉴스를 선택해 볼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집중할까 하는 건 이제 뉴스의 본질이 되었다. JTBC 뉴스의 선택과 집중에 대해 이처럼 대중적인 지지가 생겨나고 있는 건 그래서 뉴스의 시대는 저문 것이 아니라 변화한 것이란 걸 생각하게 만든다. JTBC 뉴스는 뉴스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