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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이지만 대체불가의 신 스틸러, 고규필

 

고규필이란 배우는 도대체 언제부터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된 걸까. 사실 그 역할이 작품의 중심에 서 있던 적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는 조연이거나 엑스트라에 가까웠다. 하지만 MBC 드라마 <검법남녀>를 통해 고규필은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어딘지 어눌하고 늘 당하는 입장에 서 있으며 뚱뚱한 몸집에 걸맞게 먹을 걸 찾는 <검법남녀>에서의 정성주라는 역할을 연기한 고규필은 절대 웃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백범(정재영)과 너무나 잘 어우러졌다. 백범이 주인공으로서의 긴장감과 진지함을 놓치지 않는다면, 정성주는 자칫 지나치게 빠져들 수 있는 긴장에 웃음을 더해 어떤 여유를 만들어주는 역할이었다.

 

특히 검시관이라는 직업에 별의 별 일을 다 시키는 백범 앞에서 구역질을 하기도 하고 괴로워하면서 억지로 일을 수행하는 정성주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게다가 먹는 걸 밝혀 항상 뭔가를 먹으려 할 때 백범이 “일하러 가자”고 해 못 먹게 되는 상황의 반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웃음의 코드가 되었다.

 

이렇게 독보적인 신 스틸러의 면면을 보여준 고규필에게 SBS 드라마 <열혈사제>는 확고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입에 항상 빵을 물고 다니는 이 요한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에서 참 많은 직업을 가진 인물이었다. 편의점 알바에서부터 기업인 시상식 뷔페 알바, 왕맛푸드 공장직원, 라이징문 클럽 서빙직원, 열정분식소 직원이 모두 그의 직업이었다. 다분히 만화적인 캐릭터였지만 고규필은 여기서도 신 스틸러다운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쏭삭, 장룡 같은 유독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았던 <열혈사제>에서 고규필이 연기한 요한은 단연 두드러졌고, 작품의 스토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었다.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면 언제든 짠하고 등장해 웃음을 주는 인물. 그걸 유쾌하게 납득시킨 건 다름 아닌 고규필이라는 배우의 독특한 개성 때문이었다.

 

고규필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시베리아 선발대>에도 합류해 예능에서도 신 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남길은 <열혈사제>에서 거의 짝패처럼 연기를 했던 고규필을 당연하다는 듯 그 선발대에 추천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금세 드러났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에서 표정 하나만으로도 웃음을 주는 존재가 바로 고규필였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선발대>는 그 특성상 화면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간간히 정차하는 공간에서 이국적인 러시아의 바깥 풍경들이 보이곤 하지만, 대부분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내부가 주 무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규필은 의외로 입맛이 까다로워 현지에서 산 소시지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잔뜩 인상을 쓰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줬다. 늘 배가 고프다며 먹을 찾는 모습이지만, 의외로 까다로운 입맛이 보여주는 반전 웃음.

 

사실 배우의 연기란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개성과 무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연기경력 27년 차인 고규필의 연기가 대중들에게 조금씩 각인되게 된 건, 늘 당하는 역할이면서도 투덜대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연들만 가득한 세상, 조연이지만 대체불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규필에게서 어쩌면 우리가 의외로 위로를 받고 있는 지도.(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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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16 11:44 ^^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규필 씨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작가님의 시선에서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위로받는 느낌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장풍’, ‘열혈사제’ 잇는 패러디 풍자 드라마

 

“매가 사람을 만든다.”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받다 죽을 뻔한 아들을 보고는 각성한 구대길(오대환)이 그 공장의 실소유주인 국회의원 양인태(전국환)를 불러놓고 그렇게 말한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영화 <킹스맨>의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의 패러디다. 매너를 매로 바꿔 말하고 양인태에게 주먹질을 하는 구대길의 모습은 그 캐릭터와 딱 떨어지며 통쾌한 웃음을 준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패러디 풍자에 푹 빠졌다. 구대길의 <킹스맨> 패러디는 그냥 등장한 게 아니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양인태가 동원한 ‘댓글조작’의 대가의 닉네임이 킹스맨이기 때문에 더해진 장면이기도 하다. <킹스맨> 패러디가 전면에 나와 있지만, 사실 이 드라마가 풍자하려는 건 그런 표피적인 것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댓글조작’ 사건이 그것이다. 그러고 보면 ‘킹스맨’은 ‘드루킹’ 사건에서 따온 닉네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최서라(송옥숙)라는 명성그룹 회장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각종 뉴스에서 보도되어 익숙한 갑질 사모님의 패러디를 선보인 바 있다. “내가 누군 줄 알아?”를 입에 달고 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 모습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본 사모님의 품격과는 전혀 달랐던 그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했다.

 

무엇보다 패러디 풍자가 흥미로운 건 양인태 의원이 실소유주로 있는 회사 선강 공장에 대해 “그래서 선강은 누구 겁니까”라고 묻는 대목이다. 이는 여러모로 MB 정부에 가장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유행처럼 번져나간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선강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세탁되어 양인태 의원의 정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MB 정부의 다스 논쟁을 소재로 뒤틀어낸 풍자다.

 

그러고 보면 양인태 의원의 각종 비리장부들이 전부 숨겨져 있는 상도빌딩 지하 ‘세탁실’을 ‘저수지’라 부르는 대목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 분’의 검은 돈을 추적하는 ‘악마 기자’ 주진우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담아낸 <저수지 게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주진우 기자는 파도 파도 까도 까도 끝없는 검은 돈의 연결고리를 추적한다.

 

이러한 패러디를 통한 현실 풍자는 여러모로 이 작품이 SBS <열혈사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열혈사제>도 갑갑한 현실과 제대로 서지 않은 사법 정의의 문제를 드라마로 가져와 통쾌한 판타지 카타르시스를 주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도 패러디는 드라마를 보게 만들고 화제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였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여기에 노동현실이라는 구체적 소재를 더함으로써 이러한 권력형 비리들이 노동자들의 현실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양인태 의원이 공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정치자금으로 세탁해 유용하고,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까지 동원해 선거운동에 투입시키는 비리를 저지르고, 그것은 제대로 관리 감독 되지 않는 공장이 심지어 폭발하게 되는 사고로까지 이어진다. 벌어들인 돈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복지를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엉뚱한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벌어지는 각종 안전사고들.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우리네 사회에 대한 날선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캐릭터들이 워낙 유쾌하게 구축되어 있고 그들이 벌이는 패러디들이 속 시원한 한 방을 주기 때문에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지만, 거기에는 남다른 현실인식이 번득인다. 아마도 이 부분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라는 드라마가 점점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청률 또한 끌어올린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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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풍’, 송옥숙의 실감나는 갑질 연기...어디서 봤더라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최서라(송옥숙) 회장은 툭하면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돌고래 아줌마’로도 통한다. 그런데 이런 장면 어디선가 많이 봤던 모습이다. 이른바 ‘회장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몇몇 사람들의 이른바 ‘갑질 영상’을 통해서다.

 

뉴스의 한 장면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이 인물은 그러나 이 드라마 속에서는 한없이 망가진다.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을 듯한 그 통쾌한 장면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점점 빠뜨린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대한 반응이 갈수록 뜨겁고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건 이러한 갑질 고구마 현실과 다른 을들의 사이다 판타지를 이 드라마가 시원하게 그려내고 있어서다.

 

이 드라마에서 발견하는 현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인물은 최서라만이 아니다. 그의 아들로 등장하는 양태수(이상이)가 그렇다. 다짜고짜 연봉이 얼마냐고 묻고는 맷값 운운하며 사무실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재벌2세. 결국 구속됐지만 형 집행 정지로 버젓이 풀려나고 그렇지만 향정신성 의약품 졸피뎀 같은 마약에 빠져 다시 구속을 반복하는 양태수의 면면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뉴스에서 익숙하다.

 

최서라 같은 인물이 양태수 같은 망나니에게 경영권을 통째로 물려주기 위해 불법 사찰을 통해 이사들을 좌지우지하는 장면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기도 하다. 재벌들의 2세 경영은 우리에게는 늘 벌어지는 일들이 아닌가. 하지만 양태수의 아버지이자 최서라의 남편인 양인태(전국환) 의원에 비하면 이들은 순진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앞뒤가 완전히 다른 그의 실체가 이제 다음 조진갑(김동욱)과 그 을들이 끄집어낼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제목에 담겨 있듯이 비뚤어진 노동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조장풍이라는 괴짜 공무원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판이 커지면서 갑질하는 대기업 회장과 재벌2세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확장되었다. 그러고 보면 조장풍으로도 불리는 이 인물의 이름을 ‘조진갑’이라고 지은 것 속에 이 드라마의 의도가 이미 들어있었다고 보인다. 갑질하는 이들을 ‘조지는’ 인물에 대한 사이다 이야기.

 

조진갑의 맹활약도 통쾌하지만 이들을 받쳐주는 든든한 제자 천덕구(김경남), 백부장(유수빈), 오대리(김시은) 같은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조진갑과 이혼했지만 어딘지 그 관계에서 달달함이 느껴지는 전 아내 주미란(박세영) 형사나 최서라의 개인비서로 정보를 캐기 위해 접근한 천덕구가 점점 사랑하게 되는 고말숙(설인아)도 볼수록 매력덩어리다. 게다가 조진갑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지만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우도하(류덕환)라는 인물은 너무 단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갑을 대결을 흥미롭게 변화시키는 캐릭터로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선명한 갑을 대결구도와 심지어 악역까지도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갑질 캐릭터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돈키호테들의 사이다 한 방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게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던 <열혈사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마치 <열혈사제>의 근로감독관 버전을 보는 듯한 통쾌한 전개가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갑질을 경험하고 있는 걸까. 드라마를 보는 우리의 통쾌함이 이토록 크게 느껴지는 걸 보면.(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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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에 가까운 ‘열혈사제’, 그럼에도 김남길에 빠져드는 건

옷자락 휘날리며 어느 컨테이너 박스의 문을 여는 김해일(김남길) 신부. 박스 안에는 그가 국정원 시절 사용하던 장비들이 있다. 사제복을 벗고 십자가 목걸이도 벗어놓은 김해일은 가죽점퍼를 입고 잘 빠진 오토바이를 타고는 황철범(고준)의 별장으로 달려간다. 이런 신부님의 멋진 모습과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황철범의 별장 앞에서 바야바 복장을 한 채 동태를 살피고 있는 구대영(김성균) 형사의 모습이다. 바야바 복장으로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이 신부님의 멋진 모습과 대비되면서 더더욱 웃음을 준다. 

이처럼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는 그 상황을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는 한 편의 시트콤 같다. 사제지만 형사보다 더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전직 요원 출신 사제와, 형사지만 어째 쫄보 중의 쫄보인 형사의 대비만 봐도 그렇다. 함께 별장에 잠입하는 과정에서 김해일이 갖가지 첨단 기기들을 꺼내 보이자 구대영이 “전자상가에 다녀오셨나 봐요”하는 대목도 그렇고, 갑자기 강석태(김형묵), 정동자(정영주), 박경선(이하늬)과 함께 돌아온 황철범 때문에 별장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김해일과 구대영의 모습도 그렇다. 

시트콤처럼 풍자적이고 과장되게 그려지기 때문에 그런 장면에서 긴장감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이 악의 무리들(?)의 행태들에 대한 분노 또한 크게 촉발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 드라마에서는 황철범이나 부패한 구담경찰서장 남석구(정인기) 같은 악당들마저 희화화되어 있다. 그래서 갖가지 폭력과 비리들을 저지르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어떤 현실적인 인물보다는 하나의 캐릭터 이미지다. 이들이 악을 공모할 때도 또 어떤 응징을 받을 때도 그래서 좀 더 편안한 웃음을 수반한다. 일종의 캐릭터 플레이처럼 보이는 것.

보통 어떤 비리와 그 비리를 캐고 진실을 밝히는 형사물 같은 장르물이 주는 감정은 긴장과 공포 혹은 반전을 통한 충격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열혈사제>는 캐릭터 플레이가 주는 웃음과 통쾌함이 주된 시청 감정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이 이야기가 어떤 구조를 갖고 있고, 그 안에 선과 악은 어떻게 대립해있으며 그래서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거라는 걸 다 알고 있다. 구담시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악의 세력들이 있고, 심지어 경찰과 검찰까지 거기 가담되어 있는 상황. 김해일이라는 신부 한 사람이 이들과 대적해 그 비리들을 깨쳐나가는 이야기.

너무 쉬운 구조로 되어있고, 사실상 이런 신부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것도 또 그 신부가 이런 거대한 비리와 맞서 정의를 구현해간다는 사실도 현실적이라고 믿는 시청자들은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열혈사제>에 시청자들이 빠져드는 부분이다. 시청자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이 비현실이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라도,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잠시 동안의 유쾌함과 통쾌함을 얻고 싶어한다. <열혈사제>가 모든 상황들을 시트콤화하고 캐릭터화해서 보여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건 뭘 말해주는 걸까. 한때 시청자들은 ‘개연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황당한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한가”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곤 했다.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하곤 했다. 하지만 믿기 힘든 사건들이 계속 터져 나오는 현실이 더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이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조차 그 참담한 현실을 애써 들여다보는 것이 힘겨운 지경에 이르렀다. 

시청자들은 이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꿰차고 있고, 그래서 어떤 사안이 터질 때마다 저건 결국 저렇게 될 거야라고 예감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김없이 예감대로 흘러가는 현실에 진저리친다. <열혈사제>는 그렇게 이미 뻔한 구도가 되어 있는 현실을 가져와 비현실적이고 과장되며 풍자적인 이야기로 현실과는 다른 통쾌함을 선사한다. 시트콤 같은 과장과 믿기 힘든 전개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이 멋진 사제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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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같은 장르물, 이건 ‘열혈사제’의 진화인가 퇴행인가

분명 장르물의 색깔을 지녔는데 어딘지 주말극 같다. 나쁜 놈들 때려잡는 전직 요원 출신의 신부. 동료애 하나만큼은 분명히 갖고 있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조폭들에게 휘둘리는 형사. 마음 한 구석에 살해당한 신부님을 외면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성공하고픈 욕망 때문에 흔들리는 검사. 이들이 정치인에서부터 경찰, 검찰, 조폭들까지 결탁해 구담시를 좌지우지하는 악의 카르텔과 대적해가는 이야기.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는 분명 액션이 더해진 장르물의 구조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된다기보다는 캐릭터 중심으로 자잘하고 일상적인 코미디에 더 집중하는 이 드라마는 어딘지 전형적인 주말극을 닮았다. 

시청률표를 보면 금토에 SBS가 새롭게 시간대를 마련해 들어온 이 드라마가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국시청률이 16.1%(닐슨 코리아)에 이르고, 특히 타깃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는 2049시청률 또한 9.4%를 달성하고 있다는 건 실구매층으로 여겨지는 젊은 세대들 또한 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딘지 변종이다. 지금껏 시청자들이 OCN이나 tvN 등에서 자주 봐왔던 장르물과는 너무나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OCN에서 방영됐던 <나쁜녀석들> 같은 드라마와 <열혈사제>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 <나쁜녀석들>이나 <열혈사제>나 그 이야기 설정과 구조만 보면 그리 다른 장르물은 아니다. 현실을 대변하는 악의 무리들이 존재하고(이들은 대부분 권력과 결탁해 있다), 검찰이나 경찰 같은 법집행기관은 부패해 있다. 그러니 더 ‘나쁜 놈들’이 나서 그들과 싸우거나, 참다못한 열혈신부가 나서 그들과 대적해나간다. 그리고 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비슷한 부류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팀을 이룬다. 

<나쁜녀석들>과 <열혈사제>는 이야기 구조는 비슷해도 장르물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나쁜녀석들>은 긴장감 넘치는 대결구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언제 어떤 반전이 생겨날지 알 수 없는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반면 <열혈사제>는 정반대다. 시청자들은 이미 이 전직 요원 출신의 신부와 지금은 악의 무리들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형사와 검사가 이 구담시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선량한 이들과 힘을 합쳐 결국은 정의를 세울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야기 전개도 전혀 빠르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동어반복적인 같은 상황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 드라마의 전제가 되는 이영준 신부(정동환) 살해사건은 일찌감치 벌어졌지만 아직 그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대신 악의 세력들과 결탁한 불량급식업체의 비리를 캐나가는 김해일(김남길) 신부의 이야기가 몇 회에 걸쳐 이어진다. 대신 이 드라마는 느린 전개 속에 자잘한 캐릭터 코미디를 채워 넣는다. 마치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우스꽝스런 장면들이 연출되고, 실제로 태국인 출신 노동자인 쏭삭(안창환)이나 배부르게 먹으면 놀라운 청력을 발휘하는 요한(고규필)이 보여주는 코믹한 캐릭터 플레이는 의외의 정감과 재미를 더해 넣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또 다른 의미의 ‘시간 순삭(순간삭제)’을 경험한다. 뭐 별 이야기도 아직 진행된 게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경험. 하지만 그건 긴장감 넘치는 전개 때문에 생겨나는 ‘시간 순삭’과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는 실제로 별로 전개되지 않지만 대신 깨알 같은 캐릭터들의 유머 코드들이 채워져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그런 의미에서의 ‘시간 순삭’이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봐야할까. 장르물이 지상파 주말극이라는 시간대를 공략하기 위해 시도된 새로운 의미의 진화일까. 아니면 본래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로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장르물의 퇴행일까.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지점에 서 있는 <열혈사제>지만 그 느린 전개에도 남다른 몰입감을 느끼며 젊은 시청자들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건 이런 장르의 변종이 그 안에 들어 있어서다. 

장르물은 이제 드라마의 중요한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들은 여전히 그 플랫폼이 지금껏 유지해온 색깔과 시청층들(신구세대를 모두 아우르려는)을 겨냥해 본격 장르물보다는 변종들을 시도해왔다. 멜로에 가족까지 더한 이른바 ‘복합장르물’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열혈사제>는 또 하나의 변종 장르물이라 여겨진다. 장르물이지만 주말극 같은 느슨함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어내고 있는.(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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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SBS가 <열혈사제>로 재개한 금요일밤 드라마 공략이 첫 회부터 성공적인 신호를 보냈다. 첫 회 시청률이 13.9%(닐슨 코리아). 최근 방영됐던 그 어떤 SBS 드라마들보다 좋은 첫 회 성적표다. 


<열혈사제>가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낸 건 과감한 편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마 덕분이다. 사실 SBS는 예전에도 금요일밤에 두 편을 연속해서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색깔은 장르물보다는 전통적인 가족드라마에 더 가까웠다. 시청률은 나와도 화제성이 별로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밤으로 편성된 <열혈사제>는 지금 트렌드에 맞는 장르물을 가져왔다.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휴일의 시작으로 보편적 시청층이 빠져나간다 여겨졌던 시간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해 보는 시청자들이 점점 늘면서 금요일밤은 오히려 뜨거워졌다. 이들 이른바 선택적 시청층들은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외의 장르물들에도 익숙하다. 그러니 이들을 공략해 금요일 밤에 들어온 장르물 <열혈사제>는 거기 딱 맞는 기획이었던 셈이다. 

<열혈사제>는 여기에 장르물 중에서도 보다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액션 스릴러와 코미디를 엮었다. 드라마 시작부터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제 김해일(김남길)이 사기 굿을 하는 일당들을 맨손으로 척척 때려눕히는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 김해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진 코미디 코드를 잡아낸다. “하나님이 너 때리래”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액션과 코미디가 어떻게 이 김해일이라는 사제 캐릭터에 녹아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일이 문제가 되어 김해일은 도망치듯 구담시로 오게 되고, 드라마는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폭들과 정치인 사이의 커넥션들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김해일과 이들이 어떻게 부딪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소개됐다. 한 명은 조폭들에게 두드려 맞고 홀딱 벗겨진 채 길거리에 내던져진 바보 형사 구대영(김성균)이고, 다른 한 명은 출세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욕망의 불꽃을 드러내는 검사 박경선(이하늬)이다. 

이들은 향후 열혈사제 김해일과 얽혀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갈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구대영과 박경선 두 인물이 모두 저마다의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대영은 형사에 걸맞지 않게 쫄보라는 것이고, 박경선은 욕망에 충실하다 못해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 두 사람이 김해일이라는 사제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할 거라는 점이다. 이 변화과정 또한 이 드라마가 보여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첫 회가 방영된 것뿐이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건 김남길과 이하늬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다. 김성균이야 본래부터 이런 코미디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배우다. 하지만 김남길과 이하늬는 최근 들어 코미디 연기가 점점 눈에 띈다. <명불허전>부터 영화 <기묘한 가족>까지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보이던 김남길은 과거 <선덕여왕>의 비담 역할에서 보였던 액션까지 엮어 <열혈사제>의 김해일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하늬는 <극한직업>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놀라운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더니, 이번 <열혈사제>에서는 이제 능청스럽기까지 보이는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해내고 있다. 김남길, 김성균과 함께 합을 이룰 이하늬의 연기 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의 호연에 힘입어 첫 회부터 확실하게 잡힌 캐릭터들은 향후 이 드라마가 만들어낼 심상찮은 성과를 예감하게 하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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