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멘토, 용감한 형제를 기대하는 이유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과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Rehab’을 부른 나경원 같은 존재는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에 확실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었다. <위탄2>의 이은미 멘토가 음정과 박자, 나쁜 습관을 지적하며 가창의 기술을 강조했다면, 나경원 같은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존재가 즐비한 이번 시즌에서는 멘토들 또한 가창의 기술보다는 그 독특한 그들만의 색깔과 개성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위대한탄생3'(사진출처:MBC)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나 특유의 그루브감, 끼, 혹은 아티스트적인 작곡 작사 능력으로 똘똘 뭉친 저마다의 개성들을 어찌 가창 기술 하나로 평가할 수 있을까. 두 말할 필요 없는 리틀 임재범 한동근이나 제2의 이문세라고 불린 제이슨 구라즈 구현모, 완벽한 하모니를 들려주었던 소울 슈프림, 심사위원을 울려버린 깊은 감정전달의 소유자 전하민 등등 그 다양성을 무기로 장착한 <위탄3>는 작금의 대중들이 요구하는 오디션의 최적치를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용감한 형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기대감이다. ‘Rehab’을 부른 나경원에게 심사위원들의 극찬이 쏟아졌을 때 그가 오히려 용감한 형제에게 그 평을 굳이 듣고자 청한 장면은 인상적이다. 왜 그는 굳이 용감한 형제의 반응을 들으려 했던 걸까. 이것은 나경원이 가진 음악적인 스타일이 용감한 형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위탄>이 갖고 있는 한계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서의 용감한 형제가 자리하고 있다.

 

<위탄>의 최대 약점은 결국 거기서 배출된 가수들이 실제 가요계에서 그다지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 시즌3를 하고 있지만 시즌1위 우승자였던 백청강의 소식은 좀체 들리지 않는다. 이태권이나 셰인, 조형우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2의 우승자인 구자명도 그렇고 에릭남, 장성재, 배수정도 좀체 가수 활동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가수를 꿈꾸던 그들이 드라마(50kg, 손진영)나 시트콤(구자명), 예능(데이비드 오, 권리세)에 나왔던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일단 오디션으로 뽑아놓기는 했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에 적합할 지는 몰라도 실제 가요계에는 어딘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백청강이나 손진영 같은 이들은 그 감동 스토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일조할 수는 있어도 실제 가요계에 적합하다 하기는 어렵다. 만일 이들이 <K팝스타> 같은 좀더 현실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은 과연 탑10에 올라갈 수 있었을까.

 

이렇게 뽑아놓은 참가자들이 가요계에 좀체 얼굴을 보이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을 멘토링한 멘토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위치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방시혁이나 용감한 형제 같은 실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에 거는 기대감이 생겨난다. <위탄3>에서 수많은 참가자들이 멘토로서 용감한 형제를 꼽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용감한 형제는 확실히 지금 시대의 대중들의 귀에 맞는 목소리와 끼의 소유자를 발굴해내고 또 실제 가요계에 그들을 키워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멘토다.

 

여기서 김태원 멘토와는 전혀 다른 용감한 형제의 존재감이 생겨난다. 김태원 멘토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감동과 재미를 주는 멘토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가 현재 가요계에 대중적으로 맞아 떨어지는(이것은 그저 대중성만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그의 음악세계는 물론 독보적이다) 음악적 감성을 갖고 있는 인물인지는 미지수다. 또한 그가 용감한 형제처럼 한 젊은 지망생을 진짜 프로로 키워낼 수 있는 지도 잘 알 수 없다. 냉혹하게 말하면 김태원 멘토가 늘 말하는 꿈이나 희망 같은 이야기들은 자칫 현실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때 ‘희망 고문’이 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거침없이 독설을 던져도 그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용감한 형제는 상황이 다르다. 그의 독설은 어찌 보면 냉정한 가요계와 대중들의 요구에 대한 일종의 예방주사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능성을 많이 가진 참가자들이 즐비한 <위탄3>에서 유독 용감한 형제가 주목되고 참가자들 역시 남다른 기대를 품게 되는 데는 그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안적인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위탄>도 막연한 꿈을 얘기하기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참가자들에게 건넬 때가 됐다.

<위탄3>, 리틀 임재범 탄생이 의미하는 것

 

단 몇 분의 등장이었지만 리틀 임재범 한동근의 파괴력은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부활을 예고하게 만들었다. 어딘지 강렬한 외모에 간질을 앓고 있다는 사연을 담담하고 밝게 밝힌 한동근은 바비킴의 ‘사랑 그 놈’을 부르며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오디션 무대였지만 이례적으로 김태원은 한동근에게 즉석에서 ‘데스페라도’를 불러보라고 사실상의 노래 신청(?)을 하기도 했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김태원은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을 찾고 있다며 그게 바로 그대라고 극찬했고, 용감한 형제는 ‘리틀 임재범’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그를 추켜세웠다. 그런 극찬에 대해 정작 한동근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멘토들의 진심어린 칭찬에 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치 황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시골청년 같은 순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고의 노래 퍼포먼스와 때 묻지 않은 순박함.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원석을 발굴해내는 오디션의 장은 아마추어의 태도를 보이지만 실력만큼은 기성 가수를 넘어서는 그 반전의 무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김태원의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그가 얼마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는 바로 한동근 같은 숨은 실력자들이 발견해내는 것이다. 소울 가득한 보이스의 매력을 보여주어 김태원으로부터 “<위대한 탄생>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극찬을 들은 이형은도 마찬가지다. 경북 영주에서 올라온 시골 소녀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픽시 로트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소울 가득한 반전을 보여주었다. 버스커버스커 김형태의 사촌형인 김보선 역시 보기와 다르게 자작곡 ‘뭐라고’를 불러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원석이 발견됐을 때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출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위탄> 시즌2는 시즌1에서 이미 드러난 형식을 반복함으로써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출연자들보다 정작 멘토들이 더 부각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출연자가 잘 부각되지 않고 ‘가르치는’ 멘토들만 보이니 프로그램이 너무 교조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위탄> 시즌2에 대한 대중들의 혹평은 그들이 보고 싶은 원석의 반전 무대는 차치하고 멘토들의 ‘가르침’에 집중되는 잘못된 연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런 점에서 <위탄3>의 변화는 꽤 적절해 보인다. 먼저 무대의 긴장감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40초 동안 서서히 닫혀버리는 ‘합격의 문’이라는 새로운 장치가 눈에 띈다. ‘합격의 문’은 그러나 단지 긴장감을 위한 목적만을 가진 게 아니다. 참가자의 노래에 대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 사이의 공감을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닫혀가는 문과 참가자의 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 그리고 그 문을 열거나 닫는 심사위원의 행위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멘토 구성과 멘토 각자가 가진 심사기준의 차이 역시 적절해 보인다. 김태원이 매력적인 보이스와 가능성을 찾는다면, 김연우는 좀 더 가창력(기술)을 바라보는 쪽이고, 뮤지컬 가수인 김소현이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용감한 형제는 끼와 스타성을 보는 식이다. 이렇게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딪침도 생기지만 바로 그 점이 <위탄3>만의 차별화된 오디션을 만들어준다. 김태원과 의견대립을 보이는 용감한 형제가 결국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김태원이 가능성을 본 참가자를 떨어뜨리는 모습은 그래서 향후 멘토제로 이어질 경연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물론 이제 첫 발일 뿐이다. 어쩌면 첫 회이기 때문에 주목받을 만한 참가자들을 전면에 배치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이어질 몇 회분의 오디션 무대가 지나야 <위탄3>의 가능성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 간 등장한 리틀 임재범 한동근이 남긴 여운은 <위탄3>가 제대로 첫 발을 잘 내디뎠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연 <위탄3>는 이 기대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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