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게 바이럴 마케팅이라면, 차트는 무슨 소용이 있나

닐로 사태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다. 밴드 칵스 멤버이자 EDM DJ로 활동 중인 숀의 신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지난 17일 새벽 1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다. 

곡도 생소한데다가 숀이라는 가수도 생소한 마당에 갑자기 음원차트 1위를 했다는 소식은, 차트를 민감하게 들여다보는 팬들이나 기획사로서는 의구심을 만들 수밖에 없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마마무 같은 신곡을 내놓기만 하면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아이돌들을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해당 아이돌 팬덤들이 먼저 음원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이상 현상’이 자꾸만 발생하자 이번에는 박진영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박진영은 자신의 SNS에 “최근 음원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들이 제기되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미 유관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를 의뢰한 회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썼다. 또 이 문제를 문광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조사 의뢰를 하고 결과에 따라서는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대형기획사들도 차트 순위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윤종신은 SNS를 통해 이런 사재기 의혹들이 계속 드러나는 차트가 가진 문제점을 꼬집었다.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는 것. 차트 순위 1위에만 집착하는 음악계의 풍토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종신은 실시간 차트와 TOP 100 전체 재생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그 차트는 ‘무취향적 재생 버튼’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당한 말이다. 그는 음원차트 TOP 100 전체 재생 버튼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이제는 사재기 문제가 불거지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바이럴 마케팅’이다. 숀의 기획사인 디씨톰 엔터테인먼트는 사재기나 조작, 불법적인 마케팅은 없었고, 페이스북을 이용해 노래를 소개시킨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것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음원 차트 1위라는 기록이 나오게 된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만일 이 이야기대로 바이럴 마케팅이 차트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상황이라면, 도대체 이 차트는 뭘 반영하는 것일까. 음원 차트는 대중들의 집중된 취향이나 트렌드를 반영해야 차트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이럴 마케팅에 의해 가능하다면 이 차트는 대중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상업적으로 접근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자인하는 게 아닐까.

이런 차트는 기획사들의 돈벌이에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듣고 픈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하나의 방해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꾸만 누군가 등을 떠미는 바람에 듣게 되는 음악. 그게 오래 갈 수 있을까. 이건 궁금적으로 차트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른바 개인 취향의 시대다. 대중들도 누가 들으니 나도 듣는다의 식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음원사이트들이 새롭게 정비를 해야 할 때다. 자꾸만 의혹이 제기된다는 건 차트가 삐걱대고 있다는 징후이니 말이다.(사진:디시톰엔터테인먼트)

‘무도’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들, 핵심은 진정성

유시민 작가, 송은이와 김생민, 윤종신 그리고 진선규. MBC 예능 <무한도전>은 어떤 기준으로 올해의 인물들로 이들을 선정했을까. 물론 저마다 분야도 다르고 역할들도 다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의 공통된 이유가 들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이들은 모두 단번에 어떤 성과를 거뒀다기보다는 그간의 세월들이 고스란히 쌓여져 그 과실로서 성과가 드러났던 인물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자신을 찾아온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유시민 작가가 들려준 한 마디 한 마디는 어째서 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고 또 충분히 그럴만한 한 해를 보냈는가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박명수의 갖가지 ‘명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99% 맞다”며 그것이 속으로는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놓지 못하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들이라고 유시민 작가는 짚어냈다. 

워낙 박학다식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것보다 유시민 작가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무한도전>을 통해 슬쩍 드러난 것처럼 눈높이를 맞추는 화법에 있다고 보인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의 의미 같은 걸 찾아내는 역시 작가적인 시각이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두 번째로 찾은 올해의 인물로서 송은이와 김생민 역시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 온 개그맨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단지 경제 개그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어서가 아니라 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거기 녹아있어 대중들에게 그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내놓는 경제적인 고민들에 대해서 역시 김생민은 예리한 분석을 내놓아 듣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김생민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보다는 자신의 경제 문제를 컨설팅하려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늘 리포터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왔던 김생민이 이제는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됐다는 유재석의 이야기는 그래서 모두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올해 ‘좋니’라는 곡으로 차트역주행의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낸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독특한 자신만의 음악 제작 및 유통 방식을 고집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무한도전>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마케팅비용이 제작비를 압도하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그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틀을 만들어 특유의 꾸준한 곡 발표로 넘어서려 했고 그 결실이 드디어 ‘좋니’라는 곡으로 만들어졌던 것. 한 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곡을 내놓고 그것이 쌓여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윤종신의 성과 역시 ‘진정성’으로 통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배우 진선규는 그 짧은 인터뷰만으로도 그가 왜 올해 영화배우들 중 그토록 빛나는 존재가 되었는가를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범죄도시>에서의 그 살벌한 카리스마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섬세하고 수줍고 배려 깊은 인물이었다. 일부러 만들어낸 코미디적인 상황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엉뚱한 질문에도 최대한 진지하고 사려 깊게 답하는 모습이 그랬다. 

특히 양세형이 진선규가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던 청심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앞으로 몇 알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냐고 얼토당토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가 꿈처럼 준비해 놓은 ‘세 알’을 언급하며 내놓은 소망은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 그때를 위해 한 알, 와이프가 육아 때문에 쉬고 있지만 저처럼 시상식 자리에 왔을 때 한 알, 마지막 한 알은 정말 머나먼 꿈이지만, 칸이나 할리우드에 가게 된다면 그때 한 알 먹지 않을까..”

그는 또 “듣고 싶은 질문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이 아닌 친구와 동료들을 생각하는 답변을 내놔 그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친구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싶다”며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고민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던 것. 그는 자신의 성취의 공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돌렸다. 

<무한도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들에 시청자들이 모두 공감하게 된 건 그것이 그들이 지금껏 살아온 성실한 삶의 시간들로 채워져 있어서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뛰어왔고 그걸 대중들은 알고 기꺼이 호응을 해주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무언가에 성실하게 노력해온 이들이 더 많이 박수 받을 수 있기를 <무한도전>은 이 상을 통해 기원하는 듯 했다.(사진:MBC)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음악 이젠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싱어 송 라이터들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낼까. 어쩌면 KBS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이런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질문이 가진 효용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그건 제작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음악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늘 결과물로만 접했던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사진출처:KBS)'

그런데 제작과정이 싱어 송 라이터들마다 다 다르다. 특히 양분되는 건 이른바 20세기 소년들이었던 윤종신과 정재형의 제작방식과 21세기 소년들인 그레이와 후이의 제작방식이다. 윤종신과 정재형은 물론 디지털 피아노를 활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창작에 있어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반면, 그레이와 후이는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랜드 피아노를 치며 작곡하는 정재형의 작업 풍경과 비트를 먼저 쪼개 넣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어 뚝딱 만들어내는 그레이의 방식은 그래서 음악 작업 환경이 최근 몇 년 간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마다의 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은 분명이 있다. 정재형의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들이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면, 그레이의 디지털 방식으로 나온 곡은 훨씬 트렌디하다.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에서도 흥미로운 차이점을 보인다. 윤종신은 곡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인생작이라는 영화 <길>을 보며 그 감성적인 영감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정재형은 곡을 완성하기 위해 양양으로 가 서핑에 몸을 얹으며 영감을 받는다. 반면 그레이는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후이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 장면이 주는 느낌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이런 저마다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곡들은 그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정재형의 곡이 아날로그적 피아노의 우아함을 담아 세련된 발라드의 느낌이 얹어졌다면, 그레이의 곡은 어딘지 힘을 쭉 뺐지만 세련된 힙합의 맛이 물씬 묻어난다. 후이의 곡이 아이돌 특유의 다이내믹함을 매력으로 갖고 있다면 윤종신의 곡은 1990년대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찌질한 남성의 감성이 담긴다. 

사실 많은 음악예능들이 지겹게 느껴지는 건 그 프로그램의 형식과 구성이 이미 시청자들의 눈에 익어서다. 대충 우리는 그 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에 스토리를 구성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러니 거의 오디션의 틀을 반복하는 음악예능이 제 아무리 맛있는 상을 차려내도 물릴 수밖에.

하지만 음악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기존의 음악예능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것은 노래가 새로워서가 아니라 노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새롭게 해주기 때문에 생겨나는 재미다. 

너무 많은 음원들이 쏟아져 나와서 그런지 우리들의 귀를 스쳐가는 노래들은 그렇게 나왔다 사라지기 일쑤다. 그 음원들에 특별한 애착이 없다면 아무리 좋아도 귀에 달라붙지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는 너무 많은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와도 애착 없이 바라보면 시큰둥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프로듀스101>처럼 아예 그들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봐야 비로소 달리 보이게 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그런 점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시청자들을 동참하게 해 그 음악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솔로보다 하모니, 이게 진짜 ‘팬텀싱어’지

무엇이 이토록 큰 감동을 줬을까. JTBC <팬텀싱어2> 트리오 대결에서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은 스스로 자신들을 최약체팀이라고 불렀다. 다른 트리오팀들이 연습하는 걸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감은 뚝뚝 떨어졌다. 게다가 선곡해간 곡을 사전에 들어본 프로듀서들은 “분발하셔야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윤종신과 김문정은 무대가 시작되기 전, 사실 이 팀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하지만 막상 이들이 고심 끝에 선택한 Mark Vincent의 ‘Look Inside’를 부르자 프로듀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이 그간 봐왔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고음과 중음과 저음이 절로 잘 배합되어 내는 하모니는 모두를 깊은 감동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노래의 메시지는 그들의 심정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프로듀서들은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쳤고 극찬이 이어졌다. 윤종신은 특히 세 사람의 “합심된 노력”이 빛난 무대였다고 했고, 윤상은 그 어떤 무대들보다 “각자의 컨디션이 최고였다”고 평했다. 김문정은 “트리오의 표본을 보여주셨다”고 했으며 마이클 리는 “이 무대밖에 없다”는 그런 모습이 큰 감동을 줬다고 했다. 

도대체 이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약점들을 극복하고 어떻게 이런 놀라운 하모니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약점들이 저마다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종신 프로듀서의 말대로 <팬텀싱어>는 솔로를 뽐내는 무대가 아니라 하모니를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약점은 들려주지 않아도 되고 강점을 잘 하면 된다는 것. 그는 제아무리 뛰어난 싱어도 모두를 다 잘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 사실이었다. 우리가 <팬텀싱어>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의 실체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잘 하는 사람이 잘 부르는 노래에서 무슨 더 큰 감동이 있을까. 그것은 그저 “잘 부른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혼자 부를 때 약점이 분명했던 인물이 하모니로 팀을 이뤄 서로 부족한 면들을 채워주고 잘 하는 면들을 부각시켜 최고의 노래를 들려줄 때 그걸 보는 우리들도 어떤 위안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서는 잘 안 되는 것들도 함께 하니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발견하게 된 것.

그것은 우리가 굳이 혼자 부르지 않고 합창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혼자 충분히 다 잘해낼 수 있는데 왜 굳이 함께 부르겠는가. 그리고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건 겸손이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더 큰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깨달음. <팬텀싱어2>의 최약체팀으로 불리던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이 보여준 건 그저 좋은 무대만이 아니었다. 그 작은 무대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이 여타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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