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취소하라는 나영석 PD, 이런 유튜버 처음이야

 

“사랑한다면 취소하세요.”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서 나영석 PD는 구독 취소를 호소했다. 그가 앉아 있는 책상 위에는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면 구글이 보내주는 골드버튼이 놓여져 있었다. 나영석 PD는 “보통 몇 주가 걸리는데 100만 돌파하자마자 골드버튼이 도착했다”며 “아예 준비해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괘씸해(?) 했다.

 

지난 9월 20일 tvN에서 첫 방송된 <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기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정규편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짧은 방송분량을 보여줬다. 거의 시작했다 바로 끝나는 수준. 대신 나영석 PD는 그 전편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역발상 방송을 시도했다. 보통은 유튜브를 통해 짧게 방송을 하고 그걸 모아 본방을 하는 방식의 정반대 흐름을 시도한 것. 이것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잘 보여주는 실험적인 시도였다.

 

문제는 첫 방송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나영석 PD가 비현실적인 공약을 걸었던 것.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경우 은지원, 이수근을 달나라에 보내겠다고 한 약속이 사단이 되었다. 실제로 구독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자 나영석 PD는 11월 20일 긴급 라이브 방송을 열었다. 기막히게도 그 방송이 내건 캠페인은 “사랑한다면 취소하세요”다. 세상에 구독 취소하라는 방송을 할 줄이야.

 

나영석 PD는 알아보니 달나라 가는 비용이 1인 당 4천억 원이 소요되고, 이수근과 은지원이 가게 되면 8천억 원이 든다고 했다. tvN을 담보 잡혀도 빌릴 수 없는 금액이란다. 나영석 PD는 구독 취소 방송을 통해 왜 취소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진지하게 내세움으로써 큰 웃음을 줬다. 심지어 구독 취소를 하지 않아 달나라에 가게 되면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국부유출’이란다. 유튜브 구독 취소가 국부유출을 막는 거라니 도대체 이런 황당한 상황이 있을까.

 

게다가 구독 취소를 하려면 공약을 걸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에 나영석 PD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자, 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신효정 PD는 “선배 입조심 하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조심스럽게 나영석 PD가 오히려 구독 취소 해주는 걸로 원하는 공약을 올려 달라 했고, 기상천외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1박2일> 시절 시도하려 했다 못간 남극을 다시 가라는 공약이 나왔고, 채널 십오야 구독을 취소하고 대신 펭수를 구독하라고 나영석 PD가 독려하자 펭수와 함께 남극을 가라는 공약도 나왔다. 삭발을 하라는 공약에도 나영석 PD는 “그게 뭐 어렵나요?”하고 선선히 받아들였다.

 

나영석 PD가 웬만한 예능인들보다 더 웃음을 준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보니 그의 탁월한 상황 활용 능력이 새삼 도드라진다. 사실 그 누가 달나라에 진짜로 갈 거라 믿을 것인가. 하지만 그 상황을 진지하게 끌어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마도 유튜브에서 구독취소로 웃기는 유튜버는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한다면 취소하세요’ 캠페인은 효과가 있어 방송 직후 구독자 수가 일순 90만 명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100만 명을 돌파했다. 결국 이 공약을 진짜로 해야 하는가의 여부는 시한인 22일 밤 11시에 결정된다. 과연 구독 취소 캠페인은 효과를 볼 것인가. 이미 충분히 재밌었던 필자는 물론 취소 버튼을 눌렀지만.(사진:tvN)

‘신서유기7’, 마치 과거 ‘1박2일’을 보는 듯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다? 그런 분들에게 tvN <신서유기>만큼 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있을까. 언젠가부터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만이 아닌 의미나 정보를 더하기 시작한 건 물론 반가운 일이다. 예능이 웃음을 넘어서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걸 앞장서서 해온 인물이 다름 아닌 나영석 PD다. 그런데 나영석 PD가 대놓고 의미를 떠나 그저 웃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프로그램이 바로 <신서유기>다.

 

이번 <신서유기7>은 ‘홈커밍’이라고 부제가 붙여진 채 국내에서 촬영되었다. 그간 해외로 나가던 프로그램이 국내를 선택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실 <신서유기>는 지금껏 방송되어온 걸 보면 굳이 해외로 갈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특정 공간이 중요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물론 이국적인 곳에서 그 곳의 음식이나 특정 장소의 풍광을 더하는 건 ‘서유기’에서 따온 프로그램의 이름에 걸맞은 것이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런 여행보다는 게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미로운 건 국내에서 하는데도 해외에서 하는 것과 별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이 방송에서 하는 내용도 사실 지난 시즌들과 비교해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 벌칙처럼 하는 분장 콘셉트가 도입 부분에 들어가고, 특정 장소에서 기거하며 계속 게임을 이어간다. 그 게임의 종류도 익숙한 것들이다. 시그널 음악 맞추기 게임이나 자신이 뽑은 물건을 들키지 않고 숨기는 것으로 아침 식사가 걸린 게임이 그렇다. 또 고깔을 쓰고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귀에 헤드셋을 쓰고 설명하는 입모양으로 제시된 단어를 맞추는 게임 등등.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도 그 익숙함 속에 의외로 터져 나오는 상황들이 큰 웃음을 준다. 아침식사를 두고 벌이는 나나매점의 퀴즈에서 벌칙으로 마늘을 먹게 된 은지원이 은근슬쩍 마늘을 뱉는 장면 같은 게 그렇고, 고깔 쓰고 공을 차 골인시키는 미션에서 이수근이 ‘인간문화재’ 같은 동작을 선보이는 대목이 그러하며, 헤드셋을 쓰고 하는 퀴즈에서 의외로 문제를 잘 맞추는 은지원이 그렇다.

 

형식이나 게임 방식, 또 게임의 종류 등등이 모두 익숙한데다, 특히 국내에서 하다 보니 <신서유기7>은 마치 과거 <1박2일> 초창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강호동과 이수근 그리고 은지원이 한 프레임에 들어가고, 그들이 하는 게임이 그 때의 복불복을 떠올리게 한다. 저녁 식사 복불복, 침구세트를 두고 벌이는 복불복에서 영락없는 <1박2일>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신서유기7>은 그래서 마치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뉴트로 예능을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 때는 예능이 웃음만을 위한 무한한 노력으로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잠시 깔깔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 그것이 예능이 가진 유일한 의미였던 시절이다. <신서유기7>의 익숙한 게임과 상황들 속에서 별 생각 없이 깔깔 웃다 어딘가 과거의 추억이 떠오르게 되는 건 어쩌면 이번 시즌이 국내를 촬영지로 선택하면서 가졌던 의도가 아닐까 싶다.(사진:tvN)

‘아간세’, 유튜브 본방의 예고편 같았던 5분 방송

 

5분짜리 정규편성. tvN 예능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단 5분짜리 분량으로 정규편성을 얻었다. <삼시세끼> 산촌편이 끝나고 이어지는 <아일랜드 간 세끼>의 정확한 프로그램명은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다. 방송 분량은 짧은데 제목은 길다.

 

이렇게 길어진 제목은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말해주면서 동시에 그 성격도 드러내준다. tvN <강식당3>에서 강호동이 <신서유기 외전>을 <삼시세끼> 뒤에 매주 5분씩 붙여 내보내자는 말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신서유기6>에서 게임으로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상품으로 얻게 되면서 현실화됐다.

 

그러니 이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이수근이 방송 초입에 말했듯, <신서유기>, <삼시세끼>는 물론이고 <강식당> 등의 프로그램들의 색깔이 더해진 프로그램이다. 이수근과 은지원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신서유기>의 형식을 가져가지만 5분이라는 분량은 이 방송의 실체가 사실상 전체 분량이 방영되는 유튜브 본방의 예고편 같은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시작부터 5분이라는 분량을 강조하고 5분 후에 끝난다는 그 상황 자체가 묘한 웃음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서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 ‘채널나나나’를 개설한 나영석 PD는 방송 첫 방에 맞춰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초보 유튜버의 어색함이 가득한 그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지금의 방송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만만찮다는 걸 드러냈다. TV를 켜놓고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본방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유튜브 반응을 체크하며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자꾸만 그 방송 속 TV의 볼륨을 높여달라는 요구에 당혹스러워했다.

 

집에서 TV를 켜놓고 유튜브 방송을 봐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온 댓글들을 읽은 나영석 PD는 “TV가 없다”는 분들이 많다며 놀라워했다. 즉 젊은 세대들은 TV보다는 모바일이나 태블릿PC 등으로 본다는 것. 나영석 PD는 우리의 일이 이렇게 암울하다며 우리도 이쪽(유튜브)으로 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가 TV와 노트북 사이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그래서 꽤 상징적인 풍경처럼 보였다. 그건 지금 방송 환경이 TV에서 인터넷,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 그 중간에 놓인 현역 PD의 고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초보 유튜버인 나영석 PD는 100만 구독자를 넘기면 은지원과 이수근을 ‘달나라 여행’ 시켜주겠다는 얼토당토않은 공약까지 얼떨결에 내걸기도 했다.

 

이어진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유튜브 방송은 이 인터넷 방송만이 할 수 있는 특징들을 온전히 담았다. 이를 테면 아시아나 비즈니스를 탄 은지원과 이수근의 대놓고 하는 ‘언박싱’ 방송이 그렇다. 노골적인 PPL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유튜브에서는 하나의 방송 트렌드인 ‘언박싱’으로 이들은 아시아나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의 체험을 상세하게 전해주었다.

 

최근 들어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한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예능 PD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에 가장 앞장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예능 PD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기존 방송사의 틀에 맞춘 프로그램들만 제작하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바뀐 트렌드에 한참 뒤쳐질 수밖에 없고 결국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시청자들의 이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5분짜리 예고편 같은 내용이 TV로 방영되고 사실상 본방은 유튜브에서 방영되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이 역전된 미디어의 상황을 표징하는 사건처럼 보인다. 김태호 PD도 또 백종원 같은 스타 방송인도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 하면 지금의 대중들을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 나영석 PD도 그 고민과 실험을 더하고 있다는 건 우리네 대중문화에서 어떤 미디어가 결국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사진:tvN)

‘자연스럽게’, 취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작은 영

 

MBN 예능 <자연스럽게>는 여러모로 KBS <1박2일>을 이끌다 MBN으로 이적한 유일용 PD의 면면이 느껴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적한 시골집에 대한 로망은 아마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던 <1박2일>을 통해 꿈꿔왔던 세계가 아니었을까. 물론 <1박2일>과 <자연스럽게>는 여행과 정착이라는 완전히 다른 지향점이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에 은지원과 김종민이 출연해 한 집에서 살며 티격태격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은 그 부분만 잘라내 보면 <1박2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런데 정착의 관점으로 보면 떠오르는 프로그램은 <삼시세끼>다. 어쨌든 시골살이가 가진 의외의 즐거움들을 발견한다는 건 비슷한 관전 포인트이고, 무엇보다 자연의 녹음을 바라보는 일이나, 도시에서는 듣지 못했던 자연의 소리들을 듣는 ASMR에 가까운 방송의 특징도 유사하다. 하지만 <삼시세끼>와 <자연스럽게>는 그 취지에 있어서 조금 결을 달리 한다. 즉 <자연스럽게>는 시골집 체험 이전에 점점 비어가는 시골 마을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제해 좀 더 사회적인 이슈를 담았다는 점이다.

 

실제 시골 마을에서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버려 흉가가 되어가는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 곳에 내려가 사는 연예인들을 보여준다는 건 좋은 취지다. 살기 위해 도시로 떠나고 있지만, 도시에 사는 이들은 그런 자연 속의 삶이 정반대로 판타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여나 이 프로그램이 텅 비어가는 시골 마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물론 현재 방영되고 있는 정착지인 구례가 프로그램에 수혜를 입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자연스럽게>는 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그것은 자연으로 대변되는 시골에서의 삶을 표피적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시골의 삶은 자연과 더불어 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겁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장을 보는 일도 쉽지 않고, 옛날 집은 운치는 있지만 또한 그만한 불편함도 존재한다.

 

<삼시세끼> 산촌편에서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은 그 한적한 시골의 자연을 보고는 “너무 좋다”고 말하지만, 곧이어 밥을 해먹기 위해서는 직접 화덕을 만들고 장작으로 불을 때야하고, 밭에서 작물들을 직접 수확해서 요리를 해야 하는 ‘노동 집약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게다가 나영석 PD는 마치 머슴 부리는 마름처럼 감자를 캐서 박스에 담으면 도매가로 구매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그러니 이들은 이 곳에서 그저 놀고 자연을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 힘겨운 노동이 오히려 이들을 힐링시킨다. 밥에 생열무를 넣고 고추장만 넣어 썩썩 비벼도 꿀맛이 되는 것. 불편하고 힘들어도 즐거운 시골살이의 가치가 이런 지점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연스럽게>가 시골집을 완전히 리모델링해서 마치 숲속에 자리한 현대식 펜션처럼 꾸며놓은 건 애초부터 시골살이를 그저 로망으로만 바라본 제작진의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런 곳에서 시골살이가 진솔하게 나올 리가 없다. 심지어 그 시골집에 가기 위해 갑자기 세운상가를 들려 오락실 게임기를 사가는 은지원과 김종민의 모습은 ‘시골체험’이 아닌 펜션으로 여행가는 이들의 그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가 애매해진다. 제목처럼 집도 자연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시골집 자체가 갖는 어떤 가치를 조명하지도 않는다. 마치 자연이 살아있는 시골에 돈 좀 있는 사람이라면 집을 하나 사서 리모델링해서 살아보라는 얘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시골의 이런 변화는 바람직한 것일까. 그건 자칫 시골사람들의 삶이 가진 가치를 들여다보는 게 아닌, 도시인들의 또 다른 욕망만을 부추기는 일은 아닐까.(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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