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종영 아쉬움 채우는 <치인트>의 달콤 살벌 멜로

 

tvN 드라마의 쾌속질주는 어디까지일까. <응답하라1988>이 끝난 빈 자리를 <치즈 인 더 트랩>이 채워주고 있다. 시청률이 6%(TNMS)를 넘어섰다. 화제성은 시청률 체감 그 이상이다. <응답하라1988>의 택이(박보검)와 정환(류준열)의 멜로가 보여줬던 화제와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면 <치즈 인 더 트랩>유정 선배(박해진)’가 다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치즈 인 더 트랩>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뜨거워지고 있는 그 진원지에 유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다. ‘로맨스릴러라는 독특한 퓨전을 주창하고 있는 것처럼 유정은 달콤함과 살벌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그는 마치 사이코패스 같다. 연애 숙맥인 홍설(김고은)이 그의 미소에 빠져들다가도 그 미소 이면에 있는 차가움에 흠칫 놀라는 건 유정이 얼마나 이 양극단을 오가는 독특한 인물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자신이 장학금을 탄 것이 사실은 유정이 양보한 것이란 걸 알게 된 홍설은 혼란스럽다. 사귀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은 마치 유정이 애초부처 홍설에게 접근한 것만 같은 섬칫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그 장학금을 양보하기 위해 조교의 약점을 두고 유정이 거래를 했다는 사실은 홍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마치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 이용할 것 같은 살벌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정은 이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죄책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투다. 홍설이 휴학하는 게 싫어서 그렇게 했다는 얘기에는 심지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게 뭐가 잘못 됐냐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칼로 자르듯 이성적인 모습으로만 보이는 유정에게서는 감정이나 감성 같은 것이 순간순간 배제되는 차가움이 묻어난다. 바로 그것이 홍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친구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자 살뜰히도 챙기는 유정의 모습에 홍설은 든든함을 느낀다. 친구가 탈진해 쓰러지려 하자 병실을 구해주고 지쳐 잠든 홍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서는 그의 따뜻하고 자상한 면들이 드러난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유정은 그래서 어찌 보면 밀당의 천재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그 안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아픔이나 상처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살벌할 정도로 이성적인 유정이 술 취한 홍설을 보호하기 위해 질 나쁜 선배와 맞서는 장면은 그래서 이 인물에 대한 기묘한 감정이 뒤섞인다. 그것은 어찌 보면 너무 섬뜩한 행동이지만 위험한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날 때는 통쾌하게도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다면 유정의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이중적인 성격은 그가 겪었거나 혹은 겪고 있는 비틀어진 현실 때문에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어쨌든 혼란스러울 정도로 홍설을 쥐락펴락하는 이 유정이라는 캐릭터는 똑같이 시청자들을 홍설의 마음으로 몰입시키고 있다. 그 밀고 당기는 멜로가 신선하게 다가오면서도 왜 그럴까에 대한 미스테리한 궁금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치즈 인 더 트랩>가 앞으로도 이어질 고공행보를 예측하게 되는 이유다



지상파 프리미엄은 옛말, 새로움에 시청자는 끌린다

 

18.8%(닐슨 코리아). 요즘 지상파에서도 이런 시청률은 드물다. tvN <응답하라1988>이 낸 성적표는 이 드라마가 거의 신드롬에 가까웠다는 걸 말해준다. 엔딩에 대한 논란이 불거져 나왔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해놓은 공적까지 지워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드라마의 신드롬이 지상파 드라마들에 시사 하는 바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지상파 월화드라마의 성적을 보자. 웰메이드 사극 SBS <육룡이 나르샤>15.8% 시청률에 머물고 있고, MBC <화려한 유혹>12.7%의 시청률이다. KBS <무림학교>는 처참하다. 겨우 4%에 머무는 이 드라마는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길한 예측이 나온다. 수목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16.4%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KBS <장사의 신-객주>11.4%에 머물고 있고 MBC <달콤살벌 패밀리>4%라는 창피한 성적을 남기고 종영했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빠지는 건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에서 18.8%의 시청률을 낸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이 단지 시청 패턴의 변화로 인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일 뿐일까. 지상파 드라마가 갖고 있는 내부적인 요인 또한 분명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응답하라1988>이 대단히 새로운 소재나 내용을 다룬 것도 아니다. 복고 콘셉트에 80년대를 소재로 한 가족드라마가 이 드라마의 정체다. 하지만 <응답하라1988>이 그리고 있는 가족드라마는 지상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길이가 그렇다. 지상파의 가족드라마는 기본이 50부작이 되기 일쑤다. 그러니 매 회의 드라마 밀도가 높을 리가 없다. 그저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이 나와 갈등을 겪고 그것이 풀어지는 과정을 지겹도록 반복하는 게 지상파 가족드라마다.

 

이런 지상파 가족드라마에 정환(류준열)이나 택이(박보검), 덕선(혜리), 선우(고경표) 같은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가 존재할 리가 만무다. 물론 성동일이나 이일화, 라미란이나 김성균, 최무성이나 김선영 같은 중년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은 <응답하라1988>이 갖고 있는 캐릭터의 디테일과 참신함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예능판에서 일해왔던 제작진들은 인물 하나하나의 매력을 먼저 탄탄하게 세워놓는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조금 약하다고 해도 그 느낌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20부작이 짧은 건 아니지만 지상파 가족드라마들과 비교해보면 그 압축도가 압도적이었던 건 분명하다. 게다가 이 20부작은 한 회씩 따로 떼어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각 회가 저마다의 주제로 완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20개의 단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것은 지상파 드라마들이 연속극형태로 시청률을 견인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구성 방식이다. 물론 <응답하라1988>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걸 잘 모르더라도 한 편을 그냥 보는 게 그리 힘들지 않은 드라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보다가 중간에 몇 회를 빼먹은 시청자들도 이어서 볼 수 있고, 아예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한번쯤 볼까 생각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유입장벽을 낮춰준다. <응답하라1988>의 시청률이 갈수록 쌓이게 된 건 이런 구성 방식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 역시 그 구성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지만.

 

이제 지상파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지상파 프리미엄은 옛말이 되고 있다는 걸. <응답하라1988>은 마치 그걸 상징이라도 하듯 신드롬을 낸 드라마가 되었다. 이 신드롬이 말해주는 건 극명하다.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훨씬 참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참신함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제작방식과 드라마의 형식 등에서 나온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배워야할 부분이다



최고였던 <응팔>, 남편 찾기는 결국 독이 됐다

 

도대체 왜 이런 아쉬운 결말을 맺게 된 것일까. tvN <응답하라 1988>18회까지 모두가 최고의 드라마라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가족드라마로서 최근 몇 년 동안 <응답하라 1988>만큼의 성취를 보여준 드라마는 없었다. 지상파의 가족드라마들과 비교해보라. 늘 비슷비슷한 패턴에 묶여 어딘지 식상해지거나, 패턴을 벗어나려 자극적인 갈등만을 보여주는 막장이거나. 그것이 작금의 지상파 가족드라마의 현실이 아니던가.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응답하라 1988>은 지금까지 안이하게 제작되어 왔던 가족드라마도 다른 방식으로 다른 스토리텔링으로 엮으면 참신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80년대의 추억과 감성, 가족 이기주의가 아니라 이웃 가족들이 한 가족처럼 지내는 공동체적인 정, 부모 자식 간에 세대 갈등보다는 소통을 보여주었던 것이 <응답하라 1988>이라는 가족드라마였다. 어딘지 가족드라마라고 하면 식상해 보이는 느낌들을 이 드라마는 경쾌한 구성과 연출로 세련되게 만들었다.

 

이것은 <응답하라 1988>이 평균시청률 17.6%(닐슨 코리아)라는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낼 수 있었던 이유였다. 가족드라마답게 중년 시청층에서부터 젊은 세대들까지 저마다의 소구점들을 찾을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응답하라 1988>이었기 때문이다. 성동일과 김성균, 최무성, 류재명으로 대변되는 아버지 세대를 위한 헌사가 있었고, 라미란과 이일화, 김선영으로 대변되는 어머니 세대를 위한 헌사도 있었으며, 당대를 살았던 청춘들을 통해 지금의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기적 같은 시청률과 화제성이 가능했을 게다.

 

하지만 재미 요소로서 빼놓을 수 없다던 남편 찾기는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다. 애초에 신원호 PD<응답하라 1988>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껏 <응답하라> 시리즈가 빼놓지 않고 해왔던 남편 찾기콘셉트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재미 요소라고는 해도 이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환(류준열)과 택이(박보검)를 사이에 두고 어느 쪽이 덕선(혜리)의 남편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과열 양상을 보일 정도로 뜨거워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드라마 초반부터 정환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어차피라는 표현 속에는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일찌감치 덕선의 미래 남편으로 그를 점찍게 했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택이가 점점 전면으로 나오면서 멜로의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혹남택(혹시 남편은 택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나중에는 어남택(어쩌면 남편은 택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혹시어쩌면이라는 표현 속에는 택이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환이 미래 남편이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한 주를 쉬고 돌아온 19회에서 결국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물론 사람의 관계란 알 수 없는 것이고 어떻게 변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의 관계란 그렇게 마음대로 변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작품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응답하라 1988>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새드엔딩으로 갈 것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그동안 가슴앓이를 줄곧 해온 정환이 그 주인공이 아니고, 늘 보살핌을 받았던 택이가 주인공이라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가족드라마로서의 <응답하라 1988>은 더할 나위 없는 드라마로서 해피엔딩을 보여줬다. 하지만 멜로드라마로서의 <응답하라 1988>은 아쉬움이 남는 새드엔딩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택이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일 수 있으나, 줄곧 시청자들의 감정 선은 정환에게 맞춰줘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정환이 왜 그렇게 선선히 물러났는가에 대한 이유라도 밝혀주길 바라던 시청자들은 그것조차 사라진 마지막회에서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1988>. 어쩌다 이런 아쉬운 결말에 이른 것일까.



혜리, 대책 없는 순수함 리얼함으로 살아난 까닭

 

도대체 혜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녀를 만났던 여러 기자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이야기는 순수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 순수함이란 어떤 순수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마치 아기 같은 백지 상태의 순수함이라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듣자 비로소 납득이 됐다. 혜리가 예능에서는 물론이고 드라마에까지 진출해 이렇게 괜찮은 연기를 보여준 이유가.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물론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백지상태라는 건 거꾸로 말하면 모든 것이 가능성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것이 생각이 없는 것에서 비롯된 백지상태가 아니라 아기 같은 순수함에서 나오는 백지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것은 예능이든 드라마든 새로운 캐릭터를 끄집어내고픈 역량 있는 PD나 작가에게는 보물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공력이 쌓여 어떤 자의식이 생긴 출연자는 연기력이 있을지는 모르나 인물 그대로의 진정성이 전달되기는 오히려 쉽지 않다.

 

tvN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혜리)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기보다는 혜리 속에서 끄집어내진 캐릭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덕선은 말괄량이이고 털털하기 그지없으며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려 하지도 않는다. 웃을 때는 심지어 바보 같이 웃고, 울 때는 아이처럼 흐느낀다. 자신만 주워온 아이처럼 취급받는다며 가족들 앞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때 보면 그것이 바로 혜리의 아이 같은 순수함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할머니의 부음을 듣고 펑펑 울 때 보면 덕선은 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그냥 대놓고 슬픔 속에 자신을 던져놓기 때문에 사인이 돌아와도 거기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아마도 그녀는 진짜로 슬펐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해진다. 캐릭터를 위해 만들어진 연기가 아니라 진짜 슬프고 진짜 즐거운 얼굴을 내민다는 것. 백지상태의 연기자가 연기에 때가 묻은 연기자보다 나을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은 거기에 있다.

 

드라마 말미에 이르러 도대체 누가 덕선의 남편이 될 것인가가 이토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이유도 잘 들여다보면 혜리의 이 순진무구한 얼굴덕분이다. 도대체 덕선이 누구에게 마음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처음에는 정환(류준열)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그가 내내 차갑게 대하자(속내와 달리) 서운해진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택(박보검)이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누굴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 그 표현은 여전히 말괄량이 여자사람 친구처럼 털털하기 그지없다. 전혀 남편감으로 생각되지 않는 동룡(이동휘)을 대하는 것과 정환, 택이를 대하는 것에 그리 차이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니 종을 잡을 수 있겠는가. 아마 그녀 스스로도 마지막 신을 찍을 때까지는 누구와 엮어질지 모를 것이다.

 

이 대책 없는 순수함은 예능에서 잔뼈가 굵은 신원호 PD나 이우정 작가에게는 지금의 콘텐츠들이 요구하는 리얼함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장점이었을 게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나 <삼시세끼>에서 초대하는 게스트들의 면면을 보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베테랑 연기자들일 수 있겠지만 예능에서는 백지상태인 이들이 특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 리얼하니까.

 

그러고 보면 MBC <진짜사나이>에서 단 몇 초간의 앙탈애교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얻은 것이 그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그런 모습은 연기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온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혜리는 도저히 군대라는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백지 같은 순수함을 아무 생각 없이 드러냈던 것뿐이다.

 

중요한 건 이런 모습을 포착해주고 그것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PD의 눈이다. 신원호 PD는 아마도 혜리를 캐스팅하면서 그녀가 그대로 덕선이라는 걸 예감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진정성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 게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함과 리얼함.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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