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와 이효리가 더 반짝이는 건

“되게 신기하지 오빠. 계속 보고 있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반짝이지? 나도 오빠가 계속 봐주면 더 반짝인다.” 불을 끄자 하늘을 가득 메운 별천지를 올려다보며 이효리는 이상순에게 그렇게 말한다. 자신이 사는 밤하늘 저 위로 저토록 많은 별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발견했다는 듯, 이효리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다. 그 순간 그녀는 문득 깨달았을 것이다. 누군가 반짝 반짝 빛나는 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를 응시하고 있어서라는 걸.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직원으로(?) 오게 된 아이유는 모든 것이 낯설다. 16살에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친구도 많지 않고 쉴 때도 주로 집에 있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 민박집에 온 김해의 동년배 손님들의 살가움에 반색한다. 이효리가 말했듯 자신은 새벽 2시에 전화해 집에 데려다줘 라고 말할 친구가 없다고 했다. 그건 아마 아이유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그래서일까. 서먹함을 특유의 발랄함으로 뚫고 들어오는 김해 친구들에 그녀는 즐거워진다. 며칠 더 묵으며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한다. TV 속에서만 보던 아이유를 친구의 시선으로 응시해주니 그녀가 새롭게 반짝인다. 

물론 <효리네 민박>은 아이유에게는 일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일 속에서 그녀는 오히려 많은 걸 얻는 느낌이다. 활동을 하며 정신없이 바빴을 그녀는 이 민박집에서의 2주간이 잠시 간의 정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민박집에 오자마자 장을 보러 나간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덕분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된 아이유는 멍 때리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그건 아마도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샐러리맨들에게도 공감 가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주는 달콤함이란.

아이유는 특기가 ‘멍 때리기’라고 했다. 그래서 자주 정지화면이 되어 멍한 상태로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가 많다. 그런 그녀에게 이효리는 이상순과 잘 맞을 거라고 말한다. 그 역시 멍 때리기 선수라고. 그러자 이상순은 자신이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렇게 가끔 ‘뇌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고. 아마도 아이유의 ‘멍 때리기’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활동들 속에서 스스로 찾아낸 회복법이 아니었을까. 

<효리네 민박>은 사실 대단할 것 없는 민박집의 풍경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그 곳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사건 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카메라들을 대놓고 들여다보니 그 대단할 것 없는 집 구석구석,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부터 말, 표정 하나하나, 하다못해 같이 거주하는 반려견, 반려묘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특별하게 반짝거린다. 이효리가 말하는 응시와 반짝거림을 <효리네 민박>은 그 장면들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응시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저 아이유가 간간히 스스로를 위해 하는 ‘정지 상태’가 필요하다. 그렇게 멈춰선 지점에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통에 발견하지 못했던 ‘반짝거림’을 드러내준다. 이효리는 서울 살이의 그 고단함을 훌쩍 벗어나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느꼈을 것이다. 정지와 응시가 바꿔버리는 진짜 삶의 향기와 소리들을.

<효리네 민박>이 비춰주는 이효리와 아이유의 모습은 우리가 화려한 무대에서 봐왔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눈이 부신 조명들에 비춰진 그녀들의 모습은 화려해보이지만 그것만이 진짜 드러나는 그녀들의 진가가 아니다. 오히려 이 빛을 꺼버린 자연 상태 그대로에 잠시 멈춰서 보여지는 그녀들의 모습이 더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얼마나 내 바로 옆에 있는 바라보기만 해도 반짝일 많은 존재들을 응시하지 못하고 있나.

‘효리네 민박’, 이효리가 궁금했는데 이상순이 보이네

“오빠 하루에 20번만 불러. 하루에 200번은 부르는 거 같아.” 오빠 오빠 하며 부르고 무언가를 시키는 이효리에게 이상순은 허허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이효리의 이상순을 부르는 모습은 거의 습관적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습관이 이상순도 그리 싫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녀가 자신을 부르고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거나, 호응을 원하거나 하는 그 모든 것들에서조차 어떤 행복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효리네민박(사진출처:JTBC)'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효리네 민박>이 시작 전부터 주목을 끌게 했던 건 다름 아닌 이효리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무대에 서면 섹시 아이콘이지만 예능에서는 그 누구보다 털털한 모습을 보여왔던 이효리. 하지만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도시인들과는 사뭇 거리가 먼 친자연적이고 채우기보다는 비워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는 소식은, 그 삶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답답하고 복잡하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으니.

실제로 <효리네 민박>이 본격적인 민박을 시작하기 전 보여준 이효리와 이상순의 삶은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설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도 느껴지는 건 그들의 현실적인 삶이었다. 누군가는 힘든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하다못해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야 한다. 제아무리 신혼이라도 현실은 일상적 노동을 요구한다. 신혼 때만 해도 꿀 떨어지는 시간들로 그 노동들은 잘 보이지 않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 그런 것들이 몸은 물론 마음도 지치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에서 보인 건 이효리만큼 그녀를 자유롭게 살아가게 밑그림을 그려 넣는 이상순이라는 남편이었다. 새벽 같이 요가를 배우러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아침을 챙기고, 둘이 살며 해야 할 힘든 집안일들을 나서서 하며, 돌아온 아내가 부족한 수면을 낮잠으로 채울 때 그녀가 깨기를 기다리며 일을 한다. 아침 메뉴로 준비할 옥돔김밥을 함께 미리 만들어보고 그녀가 애써 만든 음식을 그렇게 대단히 맛있지는 않아도 맛있게 먹으며 호응해준다. 입만 열면 “오빠”를 부르는 게 거의 습관화되어 있는 이효리가 말해주는 건 그 부름에 언제나 호응해준 이상순의 일상이다.

민박집 오픈 하루 전, 부부는 다른 민박집도 찾아가보고 손님들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해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들. 그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가 깔리자 부부는 새삼 자연과 음악이 주는 ‘순간의 행복’을 느낀다. 새삼 그 날 하루 그들이 너무 많은 일들을 했다는 게 느껴진다. 이상순은 “너는 아침 일찍 요가까지 했잖아”라며 아내를 챙기고, 아내는 “오빠는 운전했잖아”라며 남편을 챙긴다. 아마도 이런 ‘순간의 행복’과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 하나만으로도 부부가 느끼는 하루의 피로는 쉽게 날아가지 않을까. 

남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효리. <효리네 민박>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시작했지만, 거기서 새삼 발견한 건 그녀의 남편 이상순이라는 존재였다. 사실 삶을 다르게 만드는 건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다. 제주라는 남다른 풍경 속에서 남다른 삶을 산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순간의 행복’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우리의 삶을 다르게 해준다. 200번을 불러도 허허 웃으며 받아주는 이상순에게서 발견한 건 바로 그것이었다.

이효리 제대로 활용 못한 <매직아이>에 남는 아쉬움

 

SBS <매직아이>가 쓸쓸한 종영을 맞았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3.3%. 마지막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다. 이효리, 문소리, 김구라, 문희준. 마지막까지 남은 MC들이지만 사실상 <매직아이>의 메인은 이효리라고 할 수 있다. <해피투게더><패밀리가 떴다> 등을 통해 이효리는 자기만의 예능 지분을 확실히 갖고 있는 인물. 그러니 <매직아이> 메인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연 <매직아이>가 이효리를 그만큼 잘 활용했는가는 미지수다.

 

'매직아이(사진출처:SBS)'

사실 유재석처럼 모든 걸 잘 하는 MC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각자 잘 하는 영역이 있는 것이고, 또 역할이 있는 법이다. 이효리를 세워놓고 제일 먼저 무거운 시사 문제 같은 것을 끄집어낸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보인다. <매직아이>의 첫 번째 실수는 그 첫 단추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오히려 이효리라는 캐릭터를 좀 더 공고히 해줄 수 있는 아이템부터 시작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점이다.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이 전반부에 그리고 김구라가 후반부에 짧게 들어가는 초반 <매직아이>의 구성은 집중력만 흩어놓았다. 그래서 후반부를 떼어내 김구라를 전반부 멤버들과 함께 섞어 놓은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김구라와 이효리의 조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해피투게더><패밀리가 떴다>로 이효리와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던 유재석을 떠올려 보라. 그는 먼저 이효리라는 트렌드 리더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아옹다옹하는 상생의 관계를 구축해보여주지 않았던가.

 

최근 <무한도전>에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라는 특집 아이템으로 유재석과 정형돈이 제주도를 찾아가 소길댁 이효리를 만나는 에피소드는 그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만들어준다. 먼저 유재석은 이효리를 찾아가는 길에 과거에 성격 있던이효리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자꾸 강조했다. 하지만 이효리를 만난 유재석은 라면을 끓여준다는 얘기 한 마디로 그녀의 캐릭터를 다시 뒤집었다. 요정에서 섹시아이콘으로 그리고 까칠한 예능 대모를 거쳐 마더 테레사(?)가 됐다는 것.

 

왜 이렇게 따뜻해졌지?”하는 얘기에 이효리는 여기서 살다보니 그런 것 같다그래서 요즘 예능이 잘 안 된다고 재치 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유재석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이효리를 김혜자 선배님 같다고 말했고, <무한도전>은 그런 그녀를 어미새로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 유재석과 정형돈에게 이효리는 “(남편에게) 표현방식을 다시 배웠다고 했고, 남편 이상순은 제주도 오고 나서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은 아마도 이효리의 진짜 변한 모습일 것이다.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바로 그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생활로 달라진 이효리를 먼저 전제하고 프로그램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이효리는 조금씩 과거의 예능감을 편안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엔딩은 누가 하냐는 질문으로 조금씩 센 언니의 이미지를 보이더니 약속해줘를 노래하면서 끼를 폭발하자 유재석은 옛날 효리로 돌아왔다며 즐거워했다. 그러자 이효리 역시 나 서울 가고 싶어. 나 콩 베기 싫어라며 명콤비로서의 상황극을 즉석에서 만들어 보여줬다.

 

이미 지나가버린 아쉬움이지만 <매직아이>의 접근방식은 <무한도전>처럼 과거와는 달라진 캐릭터로서의 소길댁 이효리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조금씩 새로운 영역을 넓혀나갔다면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이효리의 부자연스러움은 없었을 거라는 점이다. 문소리와 홍진경을 엮어 그저 센 언니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달라진 이효리에게서 여전히 끄집어내려 한 점은 첫 단추부터 엇나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이효리는 마지막 멘트로 다음에 또 어떤 프로로 만나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만일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효리를 만나게 된다면 <매직아이>와는 다른 접근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프로그램도 살리고 또 이효리의 매력도 백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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