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2' 우리도 이상순·효리와 막걸리 한 잔 나누고 싶다

비 내리는 날의 감각과 감성들이 깨어나는 것만 같다. 폭설이 내렸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날,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의 감성과 감각들도 촉촉해졌다. 손님들이 모두 놀러 나간 후,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된 이효리와 이상순이 빗속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장면은 여느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들려오는 빗방울이 데크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에, 그 톡톡 터지는 그림 같은 정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뜨끈한 물속에서 고즈넉한 우산 안에 들어간 두 사람이 일깨워주는 감각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욕탕의 따뜻함과 빗방울의 시원함, 그리고 조용할 때야 비로소 들리는 빗소리들과 한적할 때야 비로소 보이는 빗방울들이 온 몸의 감각을 깨우는 그런 느낌들이 비 오는 <효리네 민박2>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비가 오면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이효리가 굳이 이상순이 품을 들여 애써 펴 놓은 우산 바깥으로 나와 비를 온몸으로 맞는 건 그래서일 게다. 촉촉이 내리는 빗물과 어우러지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 그래서 문득 너무 애쓰며 버텨왔던 어떠한 노력들도 그다지 불필요해지는 느낌. 이효리가 말하는 ‘자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비가 오면 본래 소리는 더 낮게 깔리고 더 잘 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에서 어디 그런 낮은 빗소리가 들려올 틈이 있을까. 하지만 갑자기 흥이 난 임윤아가 핑클의 ‘블루레인’을 부르는 소리는 아주 작게 불러도 이층까지 들려온다. 그 노래를 이효리가 함께 부르다가 결국 옥주현까지 전화로 연결해 맞춰가는 하모니가 그 어떤 공연보다 기분 좋게 다가오는 건 노래 자체 때문이 아니라 비 오는 날의 어떤 설렘 같은 게 거기 더해져 있어서다. 비, 추억이 깃든 노래,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 같은.

어둑어둑해지는 민박집으로 하나 둘 비를 피해 둥지로 돌아온 새들처럼, 저마다의 먹거리 한 가지씩을 가져온 손님들이 그걸 한 상에 늘어놓고 풍족한 저녁을 함께 하는 모습도 그 어느 때보다 정겹다. 민박객 중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크게 많은 일을 한 것 같지 않아도 저런 곳이라면 마음이 한없이 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서 놓고 온 많은 일들을 잠시 모두 잊어버린 채 그 집과 사람들이 깨워내는 감각과 감성들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 들어 자연이 주는 감각과 감성들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TV를 볼 때이다. 관찰카메라의 시대에 더더욱 정교해진 카메라들은 도시 생활을 하며 느끼지 못하고 잊고 있던 많은 소리들과 장면들을 속속들이 포착해 보여준다. 차 소리에 귀먹고 불야성 같은 도시의 빛에 눈먼 우리들의 감각을 아이러니하게도 관찰카메라가 잡아낸 소리와 장면들로 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들 때문에 오히려 비 오는 날이 더 기다려지는 요즘, 비 오는 어느 날 제주도의 한 집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은 그래서 남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효리네 민박2>를 보다 저들이 비가 오니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이제 한 번쯤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돌리고픈 마음이 드는 것도.(사진:JTBC)

‘효리네 민박2’, 이효리의 무엇이 주변을 빛나게 할까

신기할 정도로 빛난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 직원으로 합류한 임윤아는 물론이고, 단기 직원으로 합류했다 떠난 박보검도 이상할 정도로 더 빛나는 느낌이다. 물론 타고난 외모를 가진 소녀시대 멤버로서도, 또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배우로서도 주목받았던 그들지만 <효리네 민박2>는 지금껏 그들이 해왔던 색깔에 새로운 색깔 하나씩을 더 채워 넣어준 듯 새로운 매력들이 빛난다. 

임윤아의 <효리네 민박2> 합류 소식은 불안한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건 아무래도 톱 아이돌 걸 그룹의 얼굴이었으며, 연기자로서도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는 그의 다소 화려한 모습이 <효리네 민박2> 특유의 소탈함과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을 임윤아는 효리네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여 주인공처럼 머리를 질끈 묶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주방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며 어디로도 차를 타고 나갈 때면 나서서 운전대를 잡는 그 모습은 우리가 그간 임윤아의 반쪽만을 보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이상순이 서울에 일을 보러갔을 때 그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준 것도 임윤아였다. 몸살기가 있는 이효리를 일찍 쉬게 하고 박보검과 손님들을 척척 챙기는 임윤아는 우리가 그간의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당차고 어찌 보면 기댈 수 있을 만큼 의지가 가는 그런 인물. 그래서 이상순 대신 단기 직원으로 들어왔던 박보검도 임윤아에게 의지하는 면이 있었고, 이효리는 아예 대놓고 “이젠 윤아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윤아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어떤 의지가 가는 신뢰감의 매력을 또 하나의 색깔로 채워 넣었다면, 박보검은 훈훈한 외모만큼 싹싹하고 배려 깊은 모습으로 이효리, 이상순은 물론이고 손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새로운 색깔을 얻었다. 현실감 없는 완벽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먹방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먹는 걸 즐기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힘든 허드렛일을 나서서 챙긴다. 이효리의 눈에 하트가 생기고 그 모습에 이상순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단지 그가 잘 생겨서만이 아니다. 그만큼 보여지는 따뜻한 인성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서다. 

떠나는 마당에 이별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탐조부자와 예비신혼부부에게 일일이 문자로 아쉬움을 전하고, 마지막까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박보검에게 이효리가 “보검아 사랑해”라고 외친 건 물론 농담이 섞인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떠나고 난 후 그 부재에 느껴지는 커다란 빈자리는 그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도대체 <효리네 민박2>의 무엇이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시즌1의 아이유도 더 빛나게 만드는 걸까. 그것은 어찌 보면 <효리네 민박2>의 편안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일상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들은 저 TV 속에서 내려와 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고 그러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들의 진면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효리네 민박2>가 가진 매력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효리가 가진 특별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제주도 자연에 폭 파묻혀 지내는 그 일상의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그의 삶이 바로 이 프로그램 전체를 채워 넣는 공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그 속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가 남다른 호감을 갖게 만든다. 직원이든 손님이든, 유독 더 빛나게 보이는 이유, 그건 마치 폭설이 지나고 나오는 햇살처럼 존재들을 비춰주는 이효리가 거기 있어서다.(사진:JTBC)

제주·음악·따뜻한 사람들, ‘효리네2’가 주는 위로들

도대체 무엇이 특별한 걸까.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가 보여주는 일상들은 이제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다. 마치 그 민박집을 여러 차례 다녀온 것처럼, 만일 지금 그 곳에 간다면 부엌에 있는 부침가루도 찾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효리네 민박2>의 일상들은 이제 특별한 볼거리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리네 민박2>에 계속해서 시선이 집중되는 건 왜일까. 

거기에는 평범하지만 이제 일주일을 끝내는 시간에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잔잔한 위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이효리와 임윤아가 산책으로 나간 곽지 해수욕장은 아름다운 하늘빛과 바다색깔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안에서 이효리와 임윤아가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고, 마치 소녀들처럼 노래하며 웃는 모습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기분은 좋아진다.

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이상순과 박보검이 개들을 데리고 나선 산책길에서는 은근히 오고가는 두 사람의 형제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연실 이상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박보검과, 은근슬쩍 사진을 같이 찍자고 제안하는 이상순에게서는 서로를 생각하는 남다른 마음 같은 것이 드러난다. 어찌 보면 그저 잠깐 산책을 나오는 것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런 잠깐의 여유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산책이 남다른 편안함을 주는 이유다.

제주가 주는 풍광 속에서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로를 준다면, 음악은 <효리네 민박2>를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시즌1에서 아이유와 이효리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듣던 ‘밤편지’가 하나의 그림 같은 기억으로 자리한다면, 작업실에 처음 들어간 박보검이 이상순과 즉흥적으로 피아노와 기타 선율을 맞춰내는 그 순간 또한 한 때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임윤아가 남긴 흑백사진처럼.

그리고 이어진 손님들과의 ‘마피아 게임’. 며칠 전만 해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게임 한 판을 통해 웃고 떠들고 감정을 드러내며 가까워진다. 별 것도 아닌 게임이지만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친밀함이 거기에는 있다. 어찌 보면 친밀해지고 싶어 유치해보일 수 있는 게임을 빙자하는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까워지고픈 마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게임의 승패보다 더 즐거운 한 때를 만드는 것이다. 

<효리네 민박2>는 이제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다. 물론 겨울에 찍은 것이라 초반 분량을 가득 채웠던 폭설과 고립의 정경들이 특별한 느낌을 줬고, 새로 온 직원으로 임윤아와 박보검의 밝고 맑은 모습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기분 좋게 해줬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별한 것들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제 시청자들은 <효리네 민박2>를 보다 내 집 같은 편안함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효리도 이상순도,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집안 가득한 동물친구들과 새로운 손님들도 모두가 편안한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이 계속 이 자그마한 민박집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건 왜일까. 어쩌면 우리는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닌 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그런 위로면 충분하다는 것.(사진:JTBC)

이상순과 이효리 빈자리 채워주는 든든한 윤아·보검

며칠 째 끝이 없을 것처럼 쏟아지던 폭설은 박보검이 도착한 후 거짓말처럼 멈추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그리고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제주로 바뀌었다. 이효리가 “너와 함께 햇살이 왔어”라고 한 말이 그저 농담처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박보검이 특유의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을 땐 ‘설레게 그렇게 웃지 말라’는 이효리의 말처럼 눈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니.

JTBC <효리네 민박>에 박보검이 잠깐 서울로 일하러 간 이상순의 빈자리에 들어오자 먼저 왔던 임윤아도 새롭게 보인다. 사실 이 정도로 잘 할까 싶었지만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대충 이야기해도 척척 알아듣고, 손님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이상순이 비운 자리에서 임윤아는 더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상순도 쉽지 않았던 이층 화장실 막힌 변기를 인터넷에서 그 해결방법을 본 적 있다며 의외의 과학적인(?) 방식으로 쉽게 뚫어버린다. 감기 기운이 있어 밀크티를 해먹으려다 넘쳐버리는 바람에 인덕션에 묻은 음식 흔적을 꼼꼼하게도 세제를 써가며 지워내고, 노래를 틀고 싶지만 와이파이 스피커 연결을 몰라 하는 박보검과 이효리 대신 문제를 해결해 노래를 틀게 해준다. 

임윤아는 효리네 민박집의 선임 직원(?)답게 새로 도착해 낯선 박보검에게 청소하는 법, 세탁기 돌리는 법을 세심하게 알려주고, 박보검은 임윤아가 시키는 것이면 뭐든 ‘오케이’를 외치며 열성적으로 일한다. 서울에 일하러 가는 이상순을 공항까지 바래다주고 마트에서 저녁에 먹을 월남쌈 재료를 사와 임윤아와 나란히 서서 재료를 다듬는 모습은 그래서 훈훈하고 또한 든든하다.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는 박보검이 끝없이 월남쌈을 싸서 맛있는 먹는 모습도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음식을 두고 잘 먹는 것만큼 보기 좋은 일이 있을까. 곱상해 보이는 외모지만 먹성은 야성미가 넘쳐나는 이 소년은 그래서 함께 둘러 먹는 저녁 시간을 포만감 있게 만들어준다. 외출에서 돌아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며 쌈 하나씩 싸서 건네는 건 그래서 기분 좋은 특급 서비스가 된다. 

사실 효리네 민박집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척척 해결해주는 인물은 바로 이상순이었다. 그러니 서울로 일하러 간 그 빈자리가 없을 수 없다. 그 빈자리를 특히 크게 느끼는 듯, 이효리는 감기가 들었다. 폭설이 쏟아질 때 고립된 손님들을 위해 잘 먹이고 또 재밌게 해주려 노력했던 끝에 온 몸살이었다. 그가 혼자 작업실에서 누워 있을 때 유난히 이상순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효리가 쉬는 동안 그 자리를 척척박사 임윤아가 채워주고, 이상순이 서울 가 있는 그 시간 박보검이 함께 하는 효리네는 어딘지 든든하고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야외활동을 하고 온 손님들을 위해 온천물을 채우고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노는 박보검과, 손님들과의 카드게임에서 의외의 승부욕을 보임으로써 분위기를 한층 띄워주는 임윤아가 있어 효리네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날씨가 제아무리 화창하게 풀려도 유쾌한 사람만큼 밝음을 줄 수 있을까. 폭설이 쏟아져 고립됐을 때도 이효리가 주는 그 밝음으로 효리네는 늘 명랑할 수 있었다. 이제 이상순과 이효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밝음을 주는 임윤아와 박보검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진다. 효리네가 밝아진 건 그저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겨울을 깨치고 나온 봄 같은 청춘들 덕분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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