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의 무한질주, 직격탄 맞은 동시간대 프로그램들

 

이걸 어떻게 이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첫 방에 12.5%(닐슨 코리아) 시청률이 나왔을 때부터 TV조선 <미스터트롯>의 고공행진은 예고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스트롯> 열풍의 후광을 그대로 가져온 데다, 막강한 실력자들은 물론이고 장르와 세대를 넘나드는 끼가 넘치는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회에 17%를 간단히 넘기고 4회 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낸 <미스터트롯>이 1:1 데스매치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게임은 끝났다 싶었다. 결국 5회에 무려 25.7%라는 역대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런 상승세라면 비지상파는 물론이고 지상파까지 통틀어 최근에는 거의 나오기 어려운 시청률 30%도 경신할 가능성이 충분해졌다.

 

<미스터트롯>이 데스매치에서 최고의 몰입도를 끌어내고 있다는 건 그 경쟁자들의 면면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예를 들어 10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창법에 노련하게까지 보이는 노래실력을 선보이는 남승민과 ‘트로트 영재’라는 수식어가 틀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에서부터 한이 묻어나는 13살 정동원의 데스매치가 그렇다.

 

형 동생하며 지내던 두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제대로 칼을 뽑아 들고 한 판 벌이는 트로트 대결은 어른들의 대결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깔끔하게 노래를 소화해내는 남승민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 무대를 순식간에 압도해버리는 정동원의 감정표현과 몰입은 마스터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이러니 이 팽팽한 긴장감이 주는 몰입감이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동굴저음으로 첫 음에 관객들을 사로잡아버리는 류지광이 만만찮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지만, 우승후보로 지목된 임영웅이 정통 트로트 창법으로 부르는 ‘일편단심 민들레야’에 압도당하는 장면이 그렇고, 비트박스와 트로트를 결합해 화려한 무대로 시선을 끌어 모은 미스터붐박스의 무대를 에어로빅 댄스를 직접 하면서 노래해 한껏 흥을 끌어낸 신인선이 지워버리는 장면도 그렇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의 매력이 돋보이면서도 동시에 정통 트로트의 맛을 잃지 않는 구성이 데스매치의 대결구도로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무엇보다 지난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이미 팬층을 확보한 출연자들의 대결은 시청자들을 더 집중하게 만든다. 마스터들이 누구에게 표를 줘야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시청자들도 고민되는 지점이 만들어진다는 건 <미스터트롯>의 놀라운 시청률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스터트롯>은 이런 무한질주가 끝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마지막에 본선 진이었던 장민호와 예선 진이었던 김호중의 대결을 슬쩍 예고로 올렸다. 최고의 데스매치가 다음 주에 이어진다는 걸 알리고 있는 것. 다음 주 <미스터트롯>이 또 한 번 시청률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스터트롯>의 이런 질주는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들에게는 직격탄이 되었다. 공익적 내용으로 호응을 얻으며 한때 8%까지 올랐던 <맛남의 광장>은 6%대까지 떨어졌고, 새로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포레스트>는 7%에서 5%까지 시청률이 떨어졌으며 tvN 수목드라마 <머니게임>도 1% 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목요일밤을 완벽하게 평정하고 있는 <미스터트롯>의 저력과 여파는 과연 어디까지 갈까. 다음 주가 궁금해진다.(사진:TV조선)

‘놀면 뭐하니? 뽕포유’, 유재석도 놀라워하는 유산슬의 행보라니

 

김태호 PD를 만난 유재석은 먼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물론 그건 나쁜 의미의 한숨이 아니라,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신의 행보가 유산슬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김태호 PD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한숨이다. 그 자리에서 김태호 PD는 역시 예상 밖의 제안을 한다. 이번엔 SBS <영재발굴단>이란다. 지난 KBS <아침마당> 출연에 이어서.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는 유재석이 헛웃음을 지을 정도로 예측 불가의 전개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속에서 박토벤 박현우가 일찌감치 “자넨 영재야”라고 했던 그 말이 떠오르는 와중에 <영재발굴단> 작가가 김태호 PD에게 보낸 메시지 속에는 트로트 영재 정동원군의 단독콘서트에 출연해달라는 간곡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투병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무대에 서는 자리인 만큼 정동원군이 좋아하는 유산슬이 함께 무대에 서면 좋을 것 같다는 것.

 

유재석의 헛웃음은 정동원군의 사연을 들으면서 진중해졌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픈 그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김태호 PD는 그런 유재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콘서트 당일에 있는 KBS <해피투게더4>에 양해를 구해 녹화시간을 당긴 후 정동원군의 콘서트 무대에 함께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재석의 유산슬로서의 행보는 이제 지방행사와 홍보 등으로 본격화됐다. 만남의 광장에서 일일 매니저로 김도일, 조세호와 함께 지방행사를 하게 된 유산슬은 중간 중간 미리 준비되어진(아마도 김태호 PD가 사전에 깔아놓은 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망향휴게소에서는 트로트 선배들인 전여진과 이병철을 만나 화장실 앞 홍보를 했고, 구례5일장에 들러 박상철과 함께 흥 넘치는 시장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리모델링 재개관 행사에 참여해 아이들로 이뤄진 합창단과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출구’를 함께 부르는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일정 속에서 돋보인 건 지방행사 특유의 흥 많은 분들의 참여였다. 망향휴게소에서 만난 어르신은 모자를 벗었다 썼다 반복하며 민머리를 보여주는 특유의 춤동작으로 연예인들조차 빵빵 터지게 만들었고, 구례5일장에서는 쉬지 않고 춤을 추는 흥 많은 어르신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기적의 도서관에서는 순수한 그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유산슬과의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었다.

 

이 즈음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이라는 캐릭터의 파괴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동일인이지만, 유느님이라 일컬어져 온 유재석의 캐릭터에 트로트 신인 유산슬이 얹어지며 생겨난 확장성은 그 스스로도 놀랄 정도다. 그가 어떤 특정한 상황에 들어가 자신이 왜 이런 걸 하고 있지 하며 보여주는 그 헛웃음 속에는 유산슬이 만들어내는 확장의 힘이 담겨져 있다.

 

유산슬의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새로운 캐릭터를 입히자 유재석의 가능성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한없이 커져나간다. 물론 이를 잘 받아 자기만의 캐릭터로 만드는 유재석의 능력이 전제된 것이지만, 그런 세계를 열어 놓은 김태호 PD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자신이 어쩌다 하게 된 새로운 캐릭터와 그 행보들에 스스로도 놀라는 상황이라니.(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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