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미션 선정 과정만으로도 대박

 

<무한도전>은 올해 어떤 도전들을 할까. 아마도 시청자들이라면 여기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느 것보다 클 것이다. 10년을 해온 도전의 시간들이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템 찾기도 쉽지 않을 터. <무한도전> ‘행운의 편지는 이것을 역발상했다. ‘행운의 편지라는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올해의 도전 아이템을 끄집어냈던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제 제작진이 던지는 미션을 출연자들이 도전하는 형태는 과거만큼 재밌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그 강제성 때문에 출연자가 시도하는 도전 자체에 진정성이 느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작년부터 선택한 것은 아이템 자체를 출연자들이 계획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같은 아이템은 박명수와 정준하의 머리에서 나와 실제로 대박을 만들었다.

 

<무한도전> ‘행운의 편지특집은 이 아이템 개발 방식을 살짝 틀어놓았다. 작년의 아이템 개발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었다면 행운의 편지특집을 통한 아이템 개발은 당사자는 하기 싫어하겠지만 누군가 했으면 하는 것을 적어 넣는 것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타인이 했으면 하는 것을 제시하도록 하자 더 센 아이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박 아이템은 작년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로 힙합에 입문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도전이다. 결국 하하의 편지 배달 성공으로 정준하는 <쇼 미 더 머니>에 도전하게 됐다. 이미 <쇼 미 더 머니> 제작진의 환영 의사가 나온 상황이니 올해 이 힙합 오디션에서 정준하의 모습을 보는 건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미션 재벌이 된 정준하는 이 밖에도 유재석의 편지로 북극곰 아빠가 되는 극한 노동 미션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 타기박명수의 몸종 되기의 미션까지 부여받게 됐다. 박명수는 정준하의 편지 배달로 폭포수 밑에서 자연인 되기미션을 하게 됐고 유재석은 광희의 편지 배달로 엑소와의 콜라보 무대를 올해 도전하게 됐다. 김태호 PD가 편지 아이템들만 보고도 올해의 ‘5대 기획이라고 얘기했을 만큼, 모두가 기대되는 아이템들이다.

 

흥미로운 건 <무한도전>이 이 새 아이템 개발을 하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재미있는 도전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자신이 미션을 부여받지 않기 위해 도저히 도달하기 어려운 고층빌딩이나 수족관, 암벽등반장 같은 곳에 우체통을 설치하는 과정이나, 그 곳에 편지를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출연자들의 모습 자체가 하나의 재밋거리가 될 수 있었다는 것. 미션을 선정하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미션으로 만들어낸 건 발상의 전환이다.

 

타인을 힘들게 하기 위한 무한 이기주의(?)’는 웃음을 주었지만 거기에는 더불어 다른 출연자를 배려하는 마음도 묻어났다. 즉 힘겨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고통이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광희가 그 어려운 암벽 등반장을 올라가 유재석이 달아놓은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장면이 짠하게 감동을 주었던 건 그래서다. 이로써 유재석은 엑소와의 콜라보 무대를 올해의 미션으로 부여받게 되었다.

 

행운의 편지 특집으로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올해 치러야할 몇 가지 도전들을 갖게 됐다. 물론 그것이 정준하에게 집중되어 그의 특집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아이템 개발은 <무한도전>의 또 다른 진화로 보인다. <무한도전> 행운의 편지로 시작된 신년의 미션들은 올해도 꿀잼을 예고하고 있다



화성의 이미지까지 바꿔놓은 <무도>의 마션

 

화성에 사시는 분이 맞습니까?” 화성(?) 탐사에 나선 MBC <무한도전>. 유재석의 질문에 화성에서 사시는 한 주민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는 우주복(비슷한)을 입고 있는 상황. 진짜 화성인 척 하는 상황극은 화성 주민과의 만남에서 화성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재미를 만들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버스에 올라탄 하하와 심형탁 그리고 광희는 승객들 옆 자리에 앉아 화성에 대해 묻기도 했다. 화성은 어떤 곳이냐고 묻자 한 아저씨는 지구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짜 상황극이지만 맞춰준 것이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화성에 대한 애정을 담아냈던 것.

 

이미 우주특집이라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됐던 상황극이었다. 그것이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질 상황극이라는 것은. 영화 <마션>을 패러디한 이 병맛 상황극 속에서 유재석과 박명수 그리고 정준하는 한 노인정을 찾아가 어르신들과 민화투를 치는 기막힌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10원짜리 민화투에 자꾸만 지던 유재석이 점점 화투에 몰입하고, 한 아주머니가 헬멧을 쓰며 관심을 보이자 우주복의 장갑과 산소통을 팔아 자금(?)을 얻는 장면은 큰 웃음을 주었다.

 

특히 산소통을 두고 벌이는 흥정은 압권이었다. 500원에 팔려는 유재석과 100원에 달라는 아저씨. 결국 200원에 낙찰(?)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아저씨와 부부로 보이는 아주머니 사이의 실랑이가 또 다른 웃음을 만들었다. 200원에 사자는 아주머니에게 이미 100원에 얘기됐다는 아저씨를 보며 유재석은 상황극 속에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무한도전> 우주특집은 전반부는 화성이라고 속여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터에 내려놓고, 그 곳에 세워진 기지에서 우주 적응 훈련을 하는 상황극이었다. 무중력 적응을 한다며 트램펄린을 뛰어 도넛을 입으로 먹는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편집되어 마치 진짜 무중력 상태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거기서 나오는 그 리얼한 표정과 리액션들은 온전히 웃음의 몫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화성 탐사로 나선 멤버들이 화성의 축사를 들여다보고 학교를 찾아 아이들을 보며 화성인이라고 기겁하는 모습들은 병맛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주민들에게 접근해 천연덕스럽게 지구에서 탐사 온 지구인이라며 벌이는 장면은 <무한도전>의 상황극 클래스를 잘 보여줬다. 무수히 많은 상황극들을 보여줬지만 심지어 화성 가서(진짜 화성인 척 하며) 민화투를 치는 상황극이라니.

 

<무한도전>이 벌인 상황극이지만 이 우주특집은 그간 화성에 덧씌워져 있던 이미지를 상당부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화성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이미지가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특집이 보여준 화성의 이미지는 유쾌한 상황극으로 인해 한껏 밝아진 느낌이다. <무한도전>의 이번 우주특집이 의도치 않게 거둔 또 하나의 성과다



<무한도전> 역대급 추격전, 또 하나의 레전드 탄생

 

<무한도전> ‘공개수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추격전이 아닌가 하고 생각됐던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나 전혀 다른 역대급 추격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독특한 상황 설정에서 비롯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공개수배는 마치 비슷한 제목의 범인 추적 대국민 프로그램처럼 기획되었다. 실제 부산의 형사들이 추격전에 투입되었고,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자신들을 체포하려는 이들 형사들로부터 탈주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부산이라는 실제 공간과 그곳의 형사가 투입됐고 게다가 부산 시내 곳곳에서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시민들은 가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그러니 여기에 갖가지 죄목으로 쫓기는 범인이 된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니라면 이건 마치 미국의 <캅스> 같은 경찰이 실제 범죄현장을 덮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처럼 보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투입되면서 이 리얼리티쇼는 절묘하게도 가상의 상황극과 엮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추격전이 가진 긴박감과 동시에 웃음까지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실제 형사들이 본부의 지원을 받으며 <무한도전> 멤버들을 추격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발했고, 한편 그렇게 쫓기는 멤버들이 보여주는 리액션들은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형사들에 의해 붙잡힌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만찮은 저항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잡혔다가 몰래 도망친 박명수나 정준하에 대해 형사들도 혀를 찼다. 물론 그건 실제 수갑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들이 그간 여러차례의 추격전을 통해 얻게된 노하우가 빛을 발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역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누구보다 비상한 두뇌와 단단한 체력과 순발력으로 형사들의 추격을 물리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나갔다. 역대급이었던 건 방공호로 마련되어 있던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이었다. 마치 미로처럼 생긴 그 특별한 공간은 이번 추격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역시 추격전에도 또 웃음에도 베테랑이었다.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아 옛 해사고에 휴대폰을 찾으러 간 유재석은 들려오는 음산한 벨소리에 여러 차례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며 이거 공포특집이야라고 말해 보는 이들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광희는 의외로 추격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소심한 성격은 추격전에서는 주도면밀함으로 드러났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좁은 공간에 숨어 형사가 지나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반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괜찮았다 여겨지는 건 이것이 예능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웃음과 긴박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공적으로도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점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본 부산시민들이 몰려들어 팬심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그 과정을 프로그램은 시민의 제보로 편집해 넣었다. 즉 시민의 제보 하나가 범인 검거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이 프로젝트가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부산이라는 공간과 특유의 부산사투리가 이 추격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 많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특유의 부산사투리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최적이었다.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시작했던 게 <무한도전>의 추격전이다. 하지만 이번 공개수배는 이 추격전이 하나의 리얼 상황처럼 특정 현실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역대급이다. 리얼과 가상이 적절히 조화되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나들며, 게다가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더한 이번 공개수배는 그래서 또 하나의 추격전 레전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무도> 없었으면 어쩔 뻔, 아이템 하나로 MBC 꿈틀

 

<무한도전> 없으면 어쩔 뻔 했나. MBC가 어떤 위기를 겪을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물론 프로그램마다 편차가 있지만 MBC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과거만큼 좋지 않다. 방송국의 본분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는 외면 받은 지 오래고, 한때는 드라마왕국이라고도 불렸지만 드라마도 막장으로 점철되어 비난 받기 일쑤다. 교양국이 아예 사라져버림으로써 한때 눈물시리즈 같은 명 다큐멘터리로 대변되던 MBC가 더 이상 아니라고 대중들은 판단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나마 살아있는 게 예능이다. MBC 예능국이 지금껏 해왔던 전통 덕분인지 지금도 새로운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프로그램에서부터 <복면가왕>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는 곳이 그나마 MBC 예능이다. 여타의 지상파 예능보다 MBC 예능은 확실히 독보적인 면이 있다.

 

그 중심에 <무한도전>이 있다고들 말한다. 거기서부터 뻗어 나온 유전자가 다른 프로그램들의 도화선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하고, 그 선도적인 입장에 대한 자부심이 MBC 예능 PD들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고도 말한다. 사실 <무한도전>MBC만의 예능이 아니다. 전 방송에서 크던 작던 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지 않은 예능이 있을까.

 

<무한도전>이 이른바 자선경매쇼로 자신들의 시간을 기부하겠다고 나서자 MBC가 들썩들썩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지난 번 박명수의 웃음 사망꾼사건(?)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는 웃음 상조(?)’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상황. 기습적으로 500만원에 정준하를 낙찰해버리고 퇴장해버리는 장면은 <무한도전>에도 재미를 만들었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과연 정준하 역시 웃음 사망꾼의 처지가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린 실버 고향이 좋다>는 사실 어르신들이 챙겨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그램. 하지만 광희가 230만원에 낙찰되어 방어잡이에 나선다는 이야기에 급 관심을 갖게 된 프로그램이 됐다. 이미 자선경매쇼에서도 모두가 기피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던 것처럼 그것이 극한알바와 다를 바 없는 고생문을 예고하기 있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된 건 유재석이 무려 2천만 원에 <내 딸 금사월> 팀에 낙찰됐다나는 점이다. 유재석이 13역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이 드라마에 그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에 대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막장드라마라는 이미지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유재석은 바로 이 점을 유쾌하게 뒤집을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막장의 틀을 잘 활용해 오히려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한도전>의 자선경매쇼는 그 자체로 보면 MBC 전체 프로그램에 엄청난 홍보효과를 안긴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낙찰되지는 않았지만 경매에 참여했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나 교양 프로그램들이 이 경매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그 존재를 알리는 데는 이미 충분한 효과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 하나의 존재감이 방송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 정도다. 이번 경매쇼는 MBC<무한도전>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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