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사과, 약속,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치들을 망칠건가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 내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억울한 분들의 기도를 들으소서.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을 물리쳐주소서.’ 윤복희가 SNS에 남긴 짧은 글 하나는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한 줄에 담겨진 빨갱이’, ‘사탄같은 단어들이 앞부분에 들어간 기도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함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물론 이 글에는 현 시국에 광화문 광장에 모인 촛불집회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빨갱이라는 표현과 세력이라는 단어가 붙어 우리들이 어쩔 수 없이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그간 그런 어처구니없는 표현으로 매도되던 우리 사회의 많은 양심의 목소리다. 박정희 독재 시절의 반복. 빨갱이와 종북이란 표현은 독재 장기 집권을 위한 카드로 늘 내세워졌던 것들이다.

 

그래도 한 때 우리는 그녀가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라는 노래를 들으며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여러분이라는 곡이 주던 감흥은 단 한 줄의 글 속에 담겨진 빨갱이사탄이라는 표현들로 훌쩍 날아가 버렸다. 그녀가 말한 등불은 누구를 위한 등불이었을까.

 

논란이 거세지면서 윤복희 측은 이 SNS 글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국민들을 위한 기도의 글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SNS를 통해 올라오는 비판 글들에 대한 답글을 통해 자신도 촛불을 들었었다는 이야기까지 달았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윤복희는 기도의 글이었다는 해명을 번복했다. 윤복희 SNS를 통해 직접 촛불을 들고 나온 우리를 얼마받고 나온 사람들이라는 글에 그 사람을 사탄이라 말했고 빨갱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그대로 믿자면 기도가 아닌 저주였던 것.

 

하지만 아쉽게도 어설픈 변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여태껏 극우 보수 집권세력을 옹호하는 사람을 빨갱이라는 표현으로 비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200만 촛불을 든 현명한 대중과 그들을 지지하는 96%의 국민들을 너무 쉽게 생각한 변명에 끊임없는 거짓말로 일관하고 말 바꾸기를 취미로 아는 누구를 닮았다는 조소어린 반응까지 나온다. 더구나 2016년에 1970년대나 어울릴 법한 빨갱이라는 저급한 표현이라니.

 

언어는 안타깝게도 때론 오염된다. 기도라는 표현은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진 단어인가. 그런데 거기에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을 물리쳐주소서같은 문장이 덧붙여지면서 기도라는 표현은 주문 같은 저주로 전락한다. 그 글이 특정 사안을 지칭해서가 아니라 그 표현의 오염이 대중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는 근원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3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담화문이 발표될 때마다 민심은 더 들끓었다. 왜 그랬을까. ‘사과라는 표현에 적절한 담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사과라고 말하지만 실제 내용들은 다른 의도들을 품고 있었다. 우리에게 사과라는 표현 또한 오염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한 사과 담화문을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의 조사 요구에 과연 성실히 임했던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밝혔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이야기에 대한 약속은 과연 지키고 있는가. ‘약속이라는 표현 또한 오염되었다.

 

윤복희의 SNS 글과 말 바꾸기, 그리고 어설픈 변명이 남긴 파장은 영향력 있는 사람의 어떤 말이나 글 하나가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표현이 표현으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에게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건 이미 빨갱이종북같은 표현들로 싸잡아 매도됐던 많은 분들을 통해 확인됐던 일들이다. 기도, 사과, 약속.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치들을 망칠 건가. 지금도 진실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착한 국민들의 좋은 가치들은 지켜져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추운 날씨에도 한 마음으로 광화문 광장에 나온 착한 국민들의 좋은 가치들

시국이 말해준다, 숨어있는 그들과 당당한 이들

 

최순득(최순실 언니)씨가 유명한 연예인 축구단이 있어요, 회오리 축구단이라고. 여기를 다니면서 밥을 사줍니다. 그래서 연예계 자락을 쫙 만들어놔요.” “국제 행사에 최순실 씨하고 오랫동안 친분이 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그 가수가 국제 행사에서 생뚱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되어서 노래를 부릅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이야기는 곧바로 이른바 최순실 라인 연예인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됐다.

 

사진출처:이준 SNS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몇몇 가수들과 기획사 대표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를 덧붙였고 이에 대해 지목된 가수 몇몇은 사실이 아니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른바 최순실 연예인논란이 불거졌고 바로 이어서 이번에는 최순득 연예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24일자 동아일보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 매년 김장철에 서울 강남의 자택으로 유명 연예인들을 초대해 김치 값 명목으로 현금봉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모임에 참석한 연예인들은 중년 여배우부터 이제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30대 연예인까지 다양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의 조카로 알려진 장시호의 인맥 역시 화제가 되면서 이른바 장시호 연예인 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그 인맥에는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운동선수, 연예인들까지 광범위했다는 것. 이번에 구속된 차은택 역시 장시호 연예인 인맥 중 하나였다고 한다. 3주 전 폐쇄된 장시호의 SNS에는 그녀의 연예인 인맥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남겨 있었는데, 23일 뉴시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거기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 가수 A씨와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혼성그룹 멤버 B, 영화배우 C, 방송인 D씨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방송인으로도 활동하던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은 장씨와 오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존재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과 관심이 집중되는 건 그것이 결국 특혜로 이어졌다는 의심 때문이다. 이처럼 그들과 함께 한 연예인들이 이번 게이트가 터지자 숨죽이고 있는 반면, 당당하게 촛불을 들고 이번 사태의 규탄에 앞장서는 연예인들도 있다. 이들의 할 말은 하고, 할 행동은 하는 모습은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해주기도 한다.

 

영화 <아수라> 팬 단체 관람회에 참석해 팬들의 요청에 따라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친 정우성은, 한때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말라. 그들이 지은 것이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써왔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 그 역할을 연기했던 하지원은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에서 의연하게 이 영화의 캐릭터인 한제인은 쓰지 말아 달라고 센스있는 당부의 목소리를 남겼다.

 

촛불 집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촛불을 지지하는 인증샷을 올린 연예인들도 있다. 신현준, 김동완, 허지웅, 이준, 유아인, 이기우-이청아 커플, 남보라, 치타, 솔비, 김효진 등등. 그들은 촛불을 들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각자 소신 발언도 남기는 등 이번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건 항상 대중들과 함께 한다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그 소신 행동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어떤 시국을 만나면 드러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번 시국에서 누군가는 AB씨로 일컬어지며 저 모자이크 뒤편으로 숨게 됐지만, 누군가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밀고 대중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이 대중문화의 기수로서 연예인들의 바람직한 모습인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다

<썰전>은 풍자도 격이 다르다

 

최순실씨가요 해도 해도 너무한 게 간섭 안한 곳이 없어요. 되게 바빴어.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었어. 여기저기 먹어야 되지, 간섭해야지 인사도 해야 되지. 그리고 원수도 갚아야지. 연설문도 고쳐야 되지. 천도제도 지내야 되지.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했나 몰라. 딸 말도 태워야지.” “아 그리고 무당 찾아가서 굿도 해야지.”

 

'썰전(사진출처:JTBC)'

JTBC <썰전>에서 최순실이 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유시민이 해도 해도 너무했다며 그 사안들을 줄줄이 늘어놓자 전원책 변호사도 한 마디씩 끼워 넣으며 빠진 걸 채워 넣어준다. 사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것. 하지만 뉴스로 이런 사안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그러면서도 당사자들은 부인을 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마치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유시민과 전원책은 시원스런 이야기를 던져준다. <썰전>의 유시민과 전원책 변호사는 그래서 일종에 국민의 대변인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런 사안들은 <뉴스룸>을 통해 공식적인 보도의 형태로 방영된 것들이다. 하지만 그 공식 보도에 빠져 있는 한 조각은 그걸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이다. <썰전>이 이번 사태에 즈음해 그 존재의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낸 게 바로 이 지점이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 그 답답한 속을 대신해 낱낱이 풀어보겠다는 것.

 

지난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이 100만 명이 아니라 26만 명이라고 발표한 경찰청의 집계에 대해서 바로 그 경찰청의 기준을 들어 계산을 하나하나 해보고 왔다 간 시민까지 계산하면 100만 명이 맞다고 굳이 꼼꼼히 따지는 건 그것이 바로 지금 국민들이 갖고 있는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낼 수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 계산 방식을 상세히 설명한 후 경찰청에서 자기 기준에 따라 제대로 했는지 구글맵이랑 항공사진 가지고 잘 판독해 보라고!” 일갈했다. 거기에 전원책은 이번 주에는 수능시험을 끝낸 고3 학생들까지 포함해 비가 오거나 영하 5도가 되지 않는 한 100만 명이 또 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리처방 논란이 불거진 김영재 의원과 차움 병원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유시민은 논리적인 접근으로 왜 국민이 그런 의심을 하게 됐는가를 분석해주었다. 프로포폴투약에서 전부 사용되지 않고 반납되어야 할 약물이 빼돌려지는 일이 잦았고 이 두 병원이 특히 이 향정신성의약품 관련해서 문제가 많은 병원이었다는 걸 알려준 후,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실은 관계가 없는 거여야 되는데. 항간의 의혹이에요. 최순실씨 일가가 출입을 자주 했던 병원이고, 대통령이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게 아니냐는 억측, 추측, 소문들이 번져 있는 거예요.”

 

<썰전>의 이야기들이 뉴스와는 다른 시원시원함을 담고 있는 건 사안에 대한 이야기에서 마치 보통 사람들이 하는 목소리로 이어지는 풍자가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차은택 두 사람은 학력을 포장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수준을 과시하기 위해서 만드는 회사 이름마다 이름의 해석이 안 되는 ‘The Playground communications’ 이거 뭘 의미하는 겁니까? 운동장에서 통신하자는 겁니까?” 전원책이 이렇게 쓴 소리를 던지자 유시민이 슬쩍 한 마디를 덧붙인다. “측근들의 놀이터. 그게 청와대를 의미하는 거예요.” 그러자 전원책이 아 그게 그런 깊은 뜻이!”라며 갑자기 개그계의 김병조 선생님의 유행어로 자신의 심경을 얘기한다. “나가 놀아라앙- 정말 그러고 싶어.”

 

전원책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장관해줘요 하면 장관해주고, 청와대 교문수석 해줘요 하면 교문수석 해주고, KT 임원 해줘요 하면 임원 해주고, 대사 해줘요 하면 대사 시켜주고...” 그러면서 자신이 몸통이라는 말을 안 좋아하는데 할 얘기는 해야겠다며 말한다. “계속 이런 결과가 나오면 이 전체 게이트는 박근혜 게이트고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내일 내가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가더라도 이 말을 해야 되요.”

 

새누리당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역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한 감정을 두 사람은 풍자로 풀어냈다. “누런 황태나 버쩍 마른 북어나 퍼등퍼등 살아있는 생태나 명태인 것은 똑같습니다. 그 인간들이 그 인간들이라는 얘기에요.”라고 전원책 변호사가 일갈하자, 유시민은 그래도 생태와 코다리는 맛이 좀 다르기는 하죠.”라고 말했고 그러면서 어느 걸 더 좋아하냐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썰전>의 풍자는 웃지 못할 현 시국에 사이다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미 국민들의 마음은 지난 광화문 집회의 1백만 촛불로 전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커녕 부인하고 심지어 그 순수한 촛불의 마음을 왜곡시키는 발언들까지 나오는 시대착오를 보며 국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혹자들은 지금의 시국을 우울증에 걸린 듯한 나날이라고 표현한다. 만일 지금 같은 고구마 시국에 <썰전> 같은 사이다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웃찾사>도 빠질 수 없다, 민심 담은 풍자 개그

 

대통령이 인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제 아무리 친하다고 사적인 감정으로 청와대를 마음대로 출입을 시켜 인마? 그건 절대 안 되는 거여. 그거는.” 아마도 마침 채널을 돌렸는데 이 대사를 듣게 됐다면 SBS <웃찾사>가 현 시국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줄 알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건 내 친구는 대통령이라는 한 코너에서 청와대 구경 좀 하자는 친구 김진곤의 말에 대통령 역할인 최국이 안된다며 던진 대사일 뿐이다.

 

'웃찾사(사진출처:SBS)'

물론 이런 콩트 설정을 통해 이 코너가 풍자하려는 이야기는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에둘러 풍자한 것. 신랄한 풍자는 계속 이어진다. 게이트볼 구장 지으려는데 돈이 모자란다며 사장님들한테 돈 좀 모아서 도와달라는 김진곤의 말에 최국은 또 발끈한다.

 

아주 큰일 날 소리하고 있어 지금. 대통령이 어떻게 대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해가지고 게이트볼 구장을 만들어 이 자식아. 그건 대통령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여 인마. 세상에 그런 대통령이 어딨어?” 최순실이 나서서 대기업들을 상대로 엄청난 자금을 모았던 현 정황이 결국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뉘앙스가 이 대사 속에는 담겨져 있다.

 

게다가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0만 촛불의 이야기가 역시 개그의 소재가 된다. 같이 온 친구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소개하면서 김진곤은 그가 광화문 옆에서 양초를 판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쩍 던져 넣는 수십 만 개가 팔린댜. 이래도 되나 싶게 팔린댜.”라는 대사 속에는 은근한 촛불에 대한 지지가 담겨 있다.

 

피날레는 최국이 자신의 심정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채워진다. 김범수의 지나간다를 개사해 최국은 마치 지금 현재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하듯 노래한다.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상황의 끝을.” 그리고 노래 너무 못부른다는 친구의 한 마디에 빼놓을 수 없는 국민 유행어를 덧붙인다. “음치란다. 이러려고 내가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드네?”

 

살점이라는 코너는 영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하면서 현 시국의 문제를 풍자로 담아냈다. 김구라 흉내를 내는 박종욱의 진행으로 이어진 이 코너에서 황현희는 한국인이 뽑은 100선의 영화를 이야기 하며 시류를 반영해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가씨><말 타는 아가씨>, <미녀는 괴로워><그녀는 괴로워><검사외전><검사 외저래>로 바꿔야 된다는 것. 그저 말장난 개그처럼 보이는 내용들도 시국이 담기자 더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바뀐다.

 

황현희와 함께 나온 김정환은 영화를 소개한다면서 시국을 환기시키는 기묘한 방식의 풍자 개그를 던진다. <킹스스피치>왕인데 연설을 잘 못해 그래서 얘가 연설하는 걸 도와주고 고쳐주는내용이라고 하고, 애니메이션 <라푼젤>공주가 성 안에 갇혀 있어요. 외부랑 단절되어 있어요. 유일하게 왔다 갔다하는 게 마녀예요라고 설명한다. 또 영화 속 명대사라며 <테이큰>에서는 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딸만은 건드리지 마라.”라는 대사를 또 <광해>에서는 뭐라구요? 왕이 두 명이라구요?”라는 대사를 소개한다. 짐짓 본인은 모른 척 하지만 이를 듣는 박종욱과 황현희가 이건 안 된다며 화들짝 놀라는 장면들이 관객들을 빵빵 터트린다.

 

사실 <웃찾사>의 이런 풍자개그는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이를테면 <LTE뉴스>가 그렇고, <뿌리 없는 나무>, <역사 속 그날> 같은 코너들이 그렇다. <내 친구는 대통령> 같은 코너 역시 훨씬 이전에 만들어졌다 내려진 것이지만 이번 시국에 맞춰 부활했다. <LTE뉴스>도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의 시국이 워낙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코너들까지 되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방식은 <개그콘서트> 역시 시도해볼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때 꽤 많았던 현실 공감과 직설적인 시사 풍자 코너들이 부활한다면 그간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졌던 <개그콘서트> 역시 어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한번쯤 참고해볼만한 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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