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새로운 그의 발견은 늘 즐겁다

 

이쯤 되면 예능계의 신의 한수라고 불러도 되겠다. 사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희열은 그다지 대중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윤도현의 러브레터><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빠지면서 생겼던 정치적 외압 논란 때문인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대한 기대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희열은 자기만의 독특한 유머코드로 그 시간대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온전히 채워주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사진출처:KBS)'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조금씩 영역을 넓히던 유희열은 신동엽이 만들어낸 19금 트렌드와 어울리며 tvN <SNL코리아>에 고정 크루로 합류했다. 이때도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다. 과거 장진 감독의 거침없는 시사 정치 토크로 기억되던 위캔드 업데이트19금 코드로 좀 더 말랑말랑하게 바뀔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서도 유희열은 독보적인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냈다. 그 날의 호스트와 마치 연애라도 하듯 밀고 당기는 그만의 토크 방식은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그런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세워준 건 <K팝스타3>였다. SM, YG, JYP라는 3대 기획사가 참여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안테나뮤직이라는 유희열의 브랜드를 빠져버린 SM 대신 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K팝스타3>의 신의 한수는 유희열이었다고 PD마저 술회했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거대 기획사의 오디션을 연상케 하는 <K팝스타>의 부정적 이미지를 그는 다양한 음악 중심의 오디션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제 tvN <꽃보다 청춘>에 합류한 유희열은 리얼리티쇼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떠난 청춘여행에서 유희열은 여행의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늘 혼자 여행 계획을 세우고 앞장서서 여행을 인도하는 그는 위로는 형인 윤상을 든든히 지지하고아래로는 동생인 이적을 살뜰히 챙기는 인물이다. 혼성 도미토리에서도 별 이물감 없이 잘 지내는 그는 여행에 있어서도 최고의 적응력을 보여준다. 자신이 먹던 음료수를 잘 모르는 현지인에게 불쑥 내밀고 마셔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오픈된 마인드를 보여주었다.

 

유희열이 놀라운 것은 그가 지금껏 같은 모습만 반복해서 보여준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면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음악인이자 진행자로서의 입지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세우고 콩트 코미디에 대한 가능성마저 <SNL코리아>에서 만들어낸 유희열은 <K팝스타3>를 통해 음악 제작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리고 <꽃보다 청춘>을 통해 진짜 리얼한 민낯의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그는 리얼리티쇼에도 자기만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유희열의 이러한 도전정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보통 연예인들이라면 자기가 세워놓은 이미지를 반복 재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유희열은 늘 시청자들에게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그가 토크에 능하니 그쪽으로만 하고 싶어할 거라 여기지만, 사실은 토크가 아닌 콩트 같은 몸으로 보여주는 예능에 대한 욕구도 상당하다는 것. 이것은 마인드의 문제지만 분명 유희열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다.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 그것은 유희열 자신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그를 계속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새로운 그의 발견은 늘 즐겁다.

 

게스트가 묻힌다고? 그것이 <비정상회담>의 묘미다

 

요즘 대세로 불리는 조세호지만 <비정상회담>에 게스트로 출연한 그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터키 대표인 에네스 카야가 한국의 조직문화의 장단점에 대해 열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때 조세호는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이었다. 회식자리 상황극에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나선 조세호가 보여준 반전 춤 실력도 가나 대표 샘 오취리가 나서 의외의 춤 실력을 보여주자 잊혀져 버렸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조세호가 주목된 시간은 엉뚱하게도 춤을 추다 장운동이 과도하게 됐다며 중간에 화장실을 갔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도 그런 조세호에 대해 메인 MC들이나 외국인 대표들이 그걸 언급해주는 모습은 없었다. 만일 지상파의 토크쇼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자리를 비웠다 다시 온 조세호에 대한 토크가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에서 그런 건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한국대표가 아니라 외국인대표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메인 MC들인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얘기하는 걸 시청자들이 그리 바라지 않는다는 걸 셀프 디스 코드로 언급해 웃음을 주었다. 메인 MC가 이 정도니 게스트는 오죽할까. 한국대표로 출연한 게스트지만 조세호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건 처음 소개를 할 때뿐이었다. 이것은 조세호뿐만 아니라 이국주가 나왔을 때도 신해철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항간에서는 <비정상회담>의 게스트 활용법이 잘못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성 토크쇼들의 틀로 <비정상회담>이라는 새로운 토크쇼를 재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비정상회담>에서 게스트는 그 날의 화두를 던져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리고 가끔 우리의 입장을 게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메인 MC들도 똑같이 갖고 있기 때문에 게스트가 상대적으로 잘 보일 수가 없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의 게스트가 가진 한계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직까지 이 토크쇼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적응을 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존 토크쇼들을 보면 게스트가 나와 자신의 신변잡기를 늘어놓고 때로는 개인기를 선보이는 것이 하나의 공식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지금의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인가를 미지수다. 이미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이 되고 있는 지상파 토크쇼에 식상해하고 있다.

 

<비정상회담>이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해 4% 시청률에 육박하고 동시간대 지상파 토크쇼들과의 경쟁에 돌입하게 된 그 원동력이 사실 거기에 있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 신변잡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의 회식문화를 외국인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또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문화에 대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토론을 벌이는 장면에 시간을 더 할애한다. 메인 MC들은 사실상 이들의 이야기에 효과적인 추임새를 넣거나 리액션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비정상회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대표 게스트들은 어떤 자세로 이 토크쇼에 임해야할까. 일단 스스로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그리고 그저 한국 대표로 거기 앉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외국인 출연자들이 얘기하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며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전형적인 토론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비정상회담>의 다른 게스트 활용법은 여타의 지상파 토크쇼들이 참조할만한 일이다. 일단 연예인이 게스트로 섭외되면 거기서 나올 수 있는 방송분량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정해진다. 하지만 이런 기대치 정도로는 무언가 의외의 이야기를 바라는 지금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시청자들은 한 사람의 인생사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와 의견을 원한다.

 

다양화된 사회는 온리 원(Only one)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것은 연예인처럼 과거 온리 원의 입장에 늘 있던 이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시선의 변화다. 하지만 많은 사람 중의 하나라는 인식의 변화는 우리의 소통방식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비정상회담>은 그러한 달라진 소통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게스트가 묻힌다고? <비정상회담>은 오히려 그걸 즐기는 토크쇼다. 그리고 이것이 온리 원으로 출연하는 게스트에 대해 집착하는 여타의 토크쇼들과 다른 점이다.

 

미남들의 수다 <비정상회담>, 연예인 토크보다 낫네

 

JTBC에서 새로 시작한 토크쇼 <비정상회담>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2회 만에 2%에 육박하는 시청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참신한 형식이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간에 방영된 SBS <힐링캠프>는 지상파라는 플랫폼 우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4%대까지 추락했다. 항간에는 이제 연예인 신변잡기 토크쇼는 식상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토크쇼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들 말한다. 주중 11시대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던 토크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재석이 이끌던 <놀러와>가 폐지되었고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역시 폐지되었다. 이 양대 스타 MC가 현재 출연하고 있는 <해피투게더><별바라기> 역시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에 있어서도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토크쇼가 고개를 숙인 이유는 물론 토크쇼라는 형식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말을 중심으로 하는 소통은, 요즘의 리얼리티 카메라 시대에 진정성의 면에서나 영상적인 측면에서나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태생적인 한계만이 이유일까. 그렇지 않다. 토크쇼는 최근 생긴 트렌드가 아니고 오랜 세월을 버텨냈던 방송의 고전적인 형식이다. 중요한 건 형식 자체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진화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JTBC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내놓은 일련의 토크쇼들은 토크쇼의 추락이 태생적인 형식의 한계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썰전>, <마녀사냥> 그리고 최근 시작한 <비정상회담>이 그 새로운 토크쇼들이다. <썰전>은 토크쇼의 지평을 정치와 비평 분야로까지 넓혔고, <마녀사냥>19금 연애 토크쇼의 새장을 열었으며 <비정상회담>은 해외 각국의 청년들을 출연시킨 글로벌 토크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최근 시작한 <비정상회담>은 그 형식과 기획면에서 토크쇼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토크쇼가 <비정상회담>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녀들의 수다>가 그런 시도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미녀가 아닌 미남들을 출연시킨 부분은 이 토크쇼의 괜찮은 차별화라고 여겨진다. <미녀들의 수다>가 문화 다양성을 알려주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불편하게 여겨졌던 건 미녀라는 출연자들 구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었다. 때로는 마치 성 상품화하는 듯한 느낌에 논란이 생긴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미남들(?)이 출연하면서 이런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는 사라져버렸다. 또한 이들이 함께 모여 나누는 대화의 주제 역시 훨씬 과감해졌다. 혼전동거를 소재로 심지어 자신들의 동거 경험을 커밍아웃하는 이야기는 <미녀들의 수다>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좀체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이것은 비지상파로서 JTBC가 갖는 플랫폼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소재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마녀사냥>이나 <썰전> 역시 그 형식의 참신함과 도발성은 지상파가 다룰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썰전>의 정치 토크는 그렇다 치고 예능심판자같은 코너는 지상파 3사를 모두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바깥에 있는 종편이나 케이블 같은 방송사들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형식이다. <마녀사냥>19금 토크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지상파에서 시도하려 했다가 불편함만 잔뜩 양산했던 <화신>이나 <매직아이> 파일럿은 그 단적인 사례다. <비정상회담>에서도 새로운 형식 위에 파격적인 토크 주제를 얹을 수 있는 건 그것이 종편이라는 틈새 플랫폼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이 아닌 여러 나라의 외국인청년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예인 토크쇼의 신변잡기에 지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것은 또한 토크쇼의 경제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비정상회담> 같은 토크쇼는 초호화 게스트 섭외에 열을 올릴 필요가 거의 없다. 그만큼 비용 대비 효과도 좋다는 얘기다.

 

지상파 토크쇼의 추락. 이것은 어쩌면 지상파가 가진 역설적인 한계인지도 모른다. 한때는 적은 비용으로 그만한 효과를 거둔 효자상품이었던 토크쇼는 이제 종편이나 케이블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뒷북치듯 따라 하기 바쁜 지상파 토크쇼들의 태만 역시 그 이유로 지목된다. 위기의식을 좀 더 느낀다면 지금처럼 여전히 연예인 신변잡기만 늘어놓는 토크쇼를 반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SBS 토크쇼와 교양예능의 추락, 해법은 없나

 

 

'심장이 뛴다(사진출처:SBS)'

교양과 예능을 결합하는 획기적인 조직 운용을 통해 SBS 예능 프로그램은 한 때 확고한 자기 색깔을 만들어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대표상품이었던 <정글의 법칙><>이 승승장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SBS 예능 프로그램의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반적인 시청률 추락은 물론이고 화제성면에서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이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전만도 불투명한 상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됐고 그 해법은 없는 걸까.

 

폐지된 <>, <심장이 뛴다>, 힘 빠진 <도시의 법칙>

교양과 예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SBS 예능의 대표상품으로 <>은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폐지되게 되었다. <정글의 법칙>은 그나마 현재 유일하게 남은 SBS 예능의 자존심이다. 많이 추락한 시청률이지만 그래도 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은 뉴질랜드편 이후 생겨난 리얼리티 논란의 여파는 여전히 커서 예전만큼의 화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게임적인 스토리텔링을 넣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의 어떤 전기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김병만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김병만이 지금껏 보여주었던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김병만은 이미 정글 생존의 전문가처럼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상태다. 여기서 인위적인 변화를 갖게 된다면 자칫 진정성이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 때 참신한 시도로 여겨졌던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이제는 조금 식상해진 트렌드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정글의 법칙>의 연장선으로 <도시의 법칙>이 만들어졌지만 무언가 탐구하는 듯한 그 다큐적인 접근방식은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예능도 다큐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심장이 뛴다>의 폐지는 교양과 예능의 결합이 어디서부터 문제를 발생시키는가를 잘 보여준다. 즉 취지와 의미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예능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교양과 예능을 결합했다고 해도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예능으로서 다가오는 면이 있게 마련이다. 좋은 취지만큼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양의 무언가를 가르치는 듯한 캠페인적인 느낌이 강조될 때 예능은 상당부분 재미를 잃을 위험성이 있다.

 

<룸메이트><런닝맨>, 고개 숙인 주말 예능

<일요일의 좋다>의 시청률은 6.5%로 지상파 방송 3사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는 분위기다. 20132월만 해도 16%를 넘긴 적이 있었고, 2014년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 시청률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5월 들어 7%로 떨어진 시청률은 이제 6%까지 급락하고 있다. 이 시점은 <K팝스타3>가 끝나고 <룸메이트>가 시작하는 지점이다. <런닝맨>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한 데다 <룸메이트>가 그다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홈 쉐어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기치로 내걸고 나온 <룸메이트>는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들의 연애 프로그램 같은 분위기로 변질되기도 했고, 지나친 제작진의 개입으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게 되면서 관찰카메라인지 아니면 한 집에서 벌어지는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쇼인지 분간이 가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홈 쉐어라는 신개념 주거문화에 대한 기획의도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재미를 만들려는 과욕이 부른 결과다.

 

<런닝맨>의 추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 때 이 예능은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게임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률과 별개로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서서히 시청률을 의식하게 된 <런닝맨>이 새로운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도전하지 않고 게스트를 바꿔가며 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화제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아예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력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요일이 좋다>의 시청률 하락은 지상파 3사의 예능 경쟁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SBS로서는 더욱 아프다. 사실 주말 예능에서만이라도 어떤 승기를 잡고 있으면 전체 예능에 대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아예 주말 경쟁에서 배제된 느낌은 SBS 예능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룸메이트><런닝맨>이든 본래 갖고 있던 기획의도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시청률에 목매다보면 시청률도 잃고 자칫 SBS 주말예능의 이미지 자체가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 앞으로 돌아올 <K팝스타4>가 기대주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간 주말 예능의 명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힐링캠프><매직아이>, 토크쇼의 추락

<힐링캠프>는 간신히 6%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브라질 월드컵 특집 때는 무려 3.7%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경규가 MC로 있다고 해도 <이경규가 간다>를 자꾸만 고집해서 굳이 브라질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힐링이라는 트렌드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특히 <힐링캠프>힐링이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출연자(특히 논란 연예인)를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로 그 기획의도에 이미 흠결이 생긴 바 있다. 게다가 이경규라는 MC의 주목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프로그램을 존속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새로 시작한 <매직아이> 역시 이효리가 출연하는 신개념 토크쇼로 기치를 내걸었지만 그저 기 센 여자들의 수다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청률은 고작 3.9%. 신규 예능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해도 너무 낮은 시청률이다. 이런 문제는 사실 기 센 여자들의 수다라는 기획에서부터 예상된 부분이기도 하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사실상 그다지 챙겨 보고픈 내용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제 진짜 예능이다. 이것은 단지 스튜디오를 나와 카페 같은 공간에서 토크쇼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저들의 수다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몸으로 체득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감대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토크쇼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밖에도 SBS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노후되어 거의 화제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를테면 <붕어빵>이나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이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은 설혹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온다고 해도 광고에 있어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SBS 예능은 전체적인 새로운 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예능과 교양을 과감히 섞는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그만한 변화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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