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의 <진짜사나이> 폐지 촉구가 공정하려면

 

허지웅이 JTBC <썰전>을 통해 군대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는 <진짜 사나이>는 폐지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진짜 재밌게 봤다그래서 더 확고하게 생각한 게 <진짜사나이>는 폐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썰전(사진출처:JTBC)'

그가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한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거론한 것은 그만큼 우리네 군대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에둘러 드러내는 일이다. 그는 우리 군대가 정말 엉망진창이라며 그런 실체를 희석시키고 대한민국 군대를 예능화시킨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있는 내 자신을 보는 게 못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가진 이미지 세탁의 방식에 문제제기를 했다. 군 장병들은 엄격한 피해자임에 분명한데, “이 사람들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는 식으로 예능이 보여주는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기자로서 충분히 제기할만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벌어진 일련의 군 사태는 우리 군대가 거의 막장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가져올만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굉장한 화제를 이끌면서 이런 사안들마저 삼켜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허지웅의 문제제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가 다른 프로그램도 아닌 <썰전>을 통해서 나왔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미지 세탁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리게 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썰전>이기 때문이다. 강용석 변호사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은 법적인 문제가 끝났다고 하지만, ‘이미지 세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강용석 변호사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건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물론 강용석 변호사는 거듭 사과의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말에 대해서 대중들은 여전히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잘못에 대해 말을 할뿐, 자숙의 시간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용석 변호사를 계속 출연시키고 있는 <썰전>이 보여주고 있는 건, 잘못된 일을 해도 방송이 재미를 통해 그 이미지를 덮어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자인하는 일이다. 현재 <진짜사나이>가 갖고 있는 이미지 세탁의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지 세탁은 허지웅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출연자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그가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은 그의 의도가 전혀 아니라도 그 자체로 강용석 변호사의 잘못을 상쇄시키는 역할로 작용한다.

 

<썰전>의 한계는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즉 무언가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비판하려고 해도 스스로의 정통성이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허지웅은 바른 소리를 했지만 그런 소리를 하는 와중에도 <썰전>이 그 이야기마저 누군가의 이미지 세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디션? 스타? 대학문화 실종도 문제다

 

MBC 대학가요제는 결국 폐지를 결정했다. 작년 폐지 이야기가 나왔다가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의 반발이 있었고 그래서 올해 다시 재개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었다. 하지만 최종 폐지 결정이 내려진 데는 더 이상 대학가요제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학가요제(사진출처:MBC)'

알다시피 오디션 트렌드는 기존 가요제를 구식의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같은 가요제가 가수의 등용문이 되었던 시절은 이미 지나버렸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요제 출신 스타가 배출되지 못했던 현실은 이러한 변화를 잘 말해준다.

 

기존 가요제가 구식이 되어버린 이유는 오디션 트렌드로 가수의 탄생과정이 결과 자체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가요제는 마지막 무대에서 기량을 선보이고 심사위원이 상을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오디션이 일반 대중들의 참여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는 사뭇 폐쇄적인 방식이다. 결과에만 집중하는 가요제의 구태의연한 형식이 달라진 대중들의 욕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

 

물론 이런 형식의 문제는 언제든 가요제가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오디션 트렌드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대학생들만의 가요제라는 틀은 어딘지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준다. 대학을 들어가건 못 들어가건 노래 잘하고 음악 잘 만드는 지망생들은 넘쳐난다. 그러니 대학생들만의 가요제는 저들만의 성을 쌓고 있는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과거 대학가요제가 대중들에게 주목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이라는 선망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런 지성인들이 벌이는 음악의 향연이라는 점이 어떤 특별한 정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을 보라. 대학이 과연 선망의 대상인가. 대학은 취업을 위한 치열한 전장터가 되어 있다. 대학이 사회의 변화에 선봉적인 역할을 하던 시대도 이미 지나버렸다. 청춘의 도전과 낭만? 그런 게 지금 대학이라는 이름에서 떠오르는가.

 

대학생이라는 특권적 위치에 대해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어쩌면 대학가요제가 존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문화가 점점 실종되어가고 대학을 특권으로 바라보기를 원치 않는(정서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대중들에게 대학가요제는 저들만의 리그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결국 대중들이 참여할 수 없는 가요제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대학가요제 폐지는 물론 아련한 향수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이제는 대학가요제 폐지를 두고 방송사의 공영성을 운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대학가요제가 없어서 가수 지망생들의 등용문이 사라지는가. 그게 아니라면 대학가요제가 없어서 대학문화가 실종되는가. 가수 지망생들의 등용문은 오디션쪽이 훨씬 넓어졌고 더 효과적인 방식이 되었다. 대학문화? 대학가요제 살린다고 생겨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가요제의 폐지는 그래서 시대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을 말해주지만 동시에 대학이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시대가 이제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대학이 지성인의 공간이 아닌 미래의 스펙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대학생들만의 축제란 대중들에게는 위화감만을 줄 뿐이다.

이것은 <>이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제

 

결국 SBS 예능 프로그램 <>은 폐지가 결정됐다. 예상된 결과이고 또 당연한 결과다. 이미 고인이 발생한 예능 프로그램을 웃으면서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 폐지 결정으로 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이 들춰낸 문제는 <>의 문제라기보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폐지되었다고 해도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없다면 제2의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짝(사진출처:SBS)'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출연자들(특히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대하다. <헬스키친>의 요리사 지망생은 이 프로그램의 독설가 고든 램지의 혹독한 비평을 받은 후 권총 자살했다. 미팅 버라이어티쇼 <베첼러>의 지아 알만드 역시 자살을 선택했고, 복싱 리얼리티쇼 <콘텐더> 출연자도 자살한 사례가 있다. 이런 일들은 근 10년 동안 리얼리티쇼가 방송 트렌드로 이어지면서 생겨난 무수한 사례 중 하나다.

 

<>은 이제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리얼리티를 표방한 국내의 프로그램들은 점점 더 강도 높은 환경 속으로 출연자들을 밀어 넣고 있다. <정글의 법칙>의 변화는 이런 리얼리티쇼의 강도에 대한 대중들의 체감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과거에는 그저 정글에서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생존 게임을 해야 덜 밋밋하게 여겨질 판이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 출연자들을 투입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들이 유격훈련을 하고 내무반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강도가 지금은 그다지 강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헨리 같은 군대 무식자를 투입하는 건 이렇게 약해진 강도를 군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출연자를 통해서 벌충하려는 목적도 들어있다. 물론 <정글의 법칙>이나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인데다가 여러 안전요원 등을 통해 다각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육체적인 위험이 눈으로 포착되는 프로그램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프로그램에 있을 가망성이 높다. 일반인들의 사생활이 가감 없이 노출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해당 출연자를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은 그것이 심지어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과의 연결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잠재적인 위험을 갖는다.

 

<안녕하세요><화성인> 같은 프로그램에서 때로는 과도한 비정상 혹은 논란이 될 만한 인물들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는 그 위험성이 노출되는 순간이다. 이럴 때마다 대중들의 질타가 이어지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은 그 때 뿐, 어떠한 새로운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계속 방송을 강행하곤 한다. 이럴 경우 이런 논란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또 다른 극단적인 결과가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의 폐지는 당연한 일이고 또 올바른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산재한 모든 문제가 끝난 건 아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일 지도 모른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그것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길이라고 얘기되는 요즘,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흐름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지금에라도 사전에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가망이 높은 프로그램은 아예 정신적인 치료나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카운셀러가 상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폐지되었다고 끝난 건 없다. 이제 시작이다.

<남격> 폐지 논의, 과연 소재고갈 탓일까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4년여 만에 폐지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에서부터 마라톤, 그리고 하모니 같은 초창기 <남격>이 보여주었던 참신한 기획들과 호평을 떠올려보면 어쩌다 이렇게 초라한 처지에 몰리게 되었는가가 의아할 정도다. 항간에는 소재 고갈과 시청률 저조가 그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폐지 논의의 원인일까.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지난 주 있었던 윤형빈 혼수 논란은 어찌 보면 현재 <남격>이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멤버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동료들이 선물을 하는 것은 그다지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사적인 일이 공적인 방송을 통해 나가게 될 때는 거기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하하의 결혼에 즈음해 했던 축의금 콘셉트의 특집에서 막판에 기부라는 선택을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한 공적 기능이 없다면 왜 시청자들이 그들만의 사적인 일들을 굳이 봐야한단 말인가. 게다가 혼수 물품으로 몇 백만 원 운운하는 것은 예능의 주요 시청자라고 할 수 있는 서민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과 다르지 않다. 윤형빈 혼수 논란은 그래서 그것을 방송 소재로 하겠다고 결정한 제작진의 실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남격>이 대중들과의 공감대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남격>이 초창기 그토록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 중년의 아저씨들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되는 몸이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춤을 배우려 했고, 술 담배와 스트레스에 찌들어 관리하지 못했던 몸을 관리하려 했으며, 젊은 시절 갖고 있었으나 어느새 현실 때문에 지워버린 꿈에 다시 도전해보기도 했다. 그들의 도전은 중년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공감대를 주었다. 심지어 귀여운 아저씨들의 이미지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저씨 예능의 가장 큰 도전은 그 아저씨 이미지에 대해 대중들이 갖기 마련인 호불호에서 생겨난다. 즉 아저씨가 진짜 아저씨처럼 보일 때, 매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초창기 <남격>은 무언가 아저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 이 위험성을 상쇄시켰지만, 차츰 언젠가부터 이 도전의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아저씨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아저씨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남격> 합창단을 무려 3년에 걸쳐 했던 것은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첫 번째 합창단 이야기에 물론 엄청난 관심을 받았지만 그것을 매년 반복하는 것은 어딘지 <남격>의 매너리즘처럼 보였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남격>의 부제를 떠올려 보면 합창단 콘셉트가 이렇게 반복할 만큼 어울리는 소재인가 의구심이 생겨난다. 결국 ‘죽기 전에 해야 할’이라는 절박감을 똑같은 아이템을 반복함으로써 날려버린 결과가 생긴 셈이다.

 

무언가 굵직한 아이템들이 시도되지 않고 그저 소소한 아이템에 머물게 될 때 <남격>의 아저씨들은 그래도 여전히 아이 같고 순수하며 열정만은 청춘인 그 매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이렇게 없냐’는 네티즌의 비판적인 시선은 그래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하나의 배수진처럼 치고 마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비장함이 살아있을 때 <남격>은 제 빛을 발할 수 있다.

 

<남격>의 폐지 논의는 그간의 흐름들을 볼 때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있다. 즉 <남격>이 포착해 놓은 중년 아저씨들이라는 훌륭한 세대적 포인트가 못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혹시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 자격 있는 아저씨들의 때론 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고 때론 여전히 귀엽게까지 다가오는 그 매력을 볼 수 있는 <남격>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일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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