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버스킹 전 ‘비긴어게인3’의 서울 버스킹의 효과

 

아주머니가 요리를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퇴근길에 앉아 소주를 기울이며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가는 포장마차. 구석에 앉은 김필과 하림이 주섬주섬 기타와 우쿠렐레를 꺼내놓고 조율을 하기 시작한다. 버스킹 경험이 많은 하림이 말했듯, 조율하는 악기 소리만으로도 거기 앉아 있던 사람들의 귀가 쫑긋 세워진다. 설마... 여기서 노래를? 하고 생각할 즈음 김필이 조용히 부르는 고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그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에 빠져든다.

 

JTBC <비긴어게인3>가 해외 버스킹을 가기 전 갖게 된 서울 버스킹의 풍경은 이 프로그램만이 연출할 수 있는 특유의 감성들이 더 생생하게 전해졌다. 낯선 타국이 아니라 우리가 걷고 지나치던 서울의 거리들이다. 김필과 하림이 앉아 소주를 기울이는 포장마차는 그 공간이 주는 퇴근길의 정서가 묻어나오고, 거기서 부리는 김필과 하림의 노래는 그 정서를 따뜻하고 촉촉하게 쓰다듬는다.

 

점심시간 후 다소 노곤함이 밀려오는 회사 사무실이 주는 피곤함에 갑자기 게릴라처럼 찾아든 헨리와 수현의 노래 선물은 반쯤 감긴 눈을 화들짝 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덕수궁 돌담길 한 편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임헌일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르는 박정현의 ‘빈센트’는 또 어떻고. 무심코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박정현의 사랑스러운 목소리에 홀린 듯 사람들은 멈춰서 노래에 빠져든다. 아마도 오디세우스가 경험한 세이렌의 마력이 그렇지 않았을까.

 

그렇게 저마다 다른 공간에서 버스킹을 한 이들은 삼성역 앞에서 모여 완전체 ‘패밀리 밴드’의 버스킹을 들려줬다. ‘길가다 계 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저마다의 개성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그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된 행인들이 아마도 시청자들은 부러워질 지경이었을 게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쾌한 모습으로만 봐서 그의 음악을 잘 듣지 못했던 이들은 헨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아티스트인가를 그 자리에서 발견했을 테고, 천상의 목소리라는 게 어울리는 박정현의 명불허전 보컬과, 한없이 귀엽지만 음악적인 성숙미가 느껴지는 수현.

 

게다가 새로 합류한 김필은 음색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목소리를 들려줬고, 임헌일의 기타는 뒤편으로 물러나 있으면서도 음악 구석구석을 꽉 채우는 놀라운 소리를 들려줬다. 물론 길거리 버스킹의 색깔을 다양한 악기 연주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보여주는 ‘하부지’ 하림도 빼놓을 수 없을 게다.

 

사실 <비긴어게인>이 시즌2까지 방영되면서 여러 차례 대중들은 그런 귀호강 버스킹을 국내에서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보인 바 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번 시즌을 위해 이태리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은하고자 시도한 버스킹이지만, 그 자체로도 또 하나의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좋을 만큼 무더운 여름밤을 촉촉한 감성으로 채워준 시간이었다.

 

게다가 이 서울 버스킹은 앞으로 이태리에서 그 이국적 풍경 속에서 펼쳐질 버스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도 충분했다. 박정현은 또 어떤 노래로 낯선 외국인들의 발길을 멈출까. 헨리와 수현은 또 얼마나 멋진 무대와 즐거운 오누이 케미를 선사할까. 새로 합류한 김필의 노래와 임헌일의 연주까지. 앞으로 금요일 밤마다 펼쳐질 버스킹의 ‘귀르가즘’이 실로 기대되게 만든 예고편이 아닐 수 없었다.(사진:JTBC)

못친소 초대에 응한 스타들의 세가지 이유

 

발상의 전환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아마도 수많은 외모 순위를 뽑는 대회와 코너들이 있었겠지만 못생긴 순위를 뽑는 ‘축제’는 없었을 게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의 형식을 패러디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못친소)’ 특집은 <무한도전> 특유의 역발상이 돋보였다. 세상에 외모 순위를 뽑는 형식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기획이라니.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그 얼굴로 살아오느라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 노고를 치하하고자 우리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못친소> 초대장에는 이 기획이 가진 특별함이 숨겨져 있다. "바로 그날! 당시의 외모가 얼마나 소중하고 매력적인지 빛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못생겼다는 외모적 기준을 넘어서 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가를 축제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것.

 

실제로 초대장을 받고 <못친소> 특집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그 특별한 개성과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무도> 멤버들은 물론이고, 김제동, 김영철, 고창석, 이적, 윤종신과 하림, 조정치의 신치림, 김범수, 김C, 데프콘, 권오중이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이 ‘하위 2%’의 축제에 초대된 것을 의아하게 여기면서 그걸 부정하고, 자신이 거기 초대된 누군가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사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초대된 자리에 선뜻 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초대에 응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게다. 그 하나는 그들이 모두 <무도>의 멤버들과 절친이라는 사실이다. 초대장도 없이 유재석이 옵션(?)으로 초대한 김제동과 김영철은 그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친근함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못친소> 특집은 하나의 설정으로 <무도> 멤버와 절친들이 모여 특별한 즐거움을 만드는 자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이들이 모두 <무도>가 가진 특유의 풍자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초대받은 그들은 마치 <개그콘서트> ‘여배우들’ 코너의 박지선이 말하듯 저마다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하는 것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 그들은 이 코너가 그 자체로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상위 2%의 잘 생긴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풍자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여기 초대된 이들의 자신감이다. 잘 생긴 외모는 아니어도 저마다 확실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들은 <못친소> 특집이 규정하는 ‘못생겼다’는 평가 자체를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정상의 위치에 까지 오른 그들이 아닌가.

 

외모 지상주의에서 낙오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만의 하위 2% 축제를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위 2%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것 때문에 <무도>라는 누구든 출연하기를 원하는 그런 프로그램(정말 아무나 출연하기 어려운)에 나와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외모’라는 기준이 점점 희석되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외모를 떠나서(그렇다고 그들이 결코 못생겼다는 얘긴 아니지만) 우리에게 노래와 연기와 웃음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들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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