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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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친소 특집, '무도'만이 가능한 역발상

D.H.Jung 2012. 11. 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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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친소 초대에 응한 스타들의 세가지 이유

 

발상의 전환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아마도 수많은 외모 순위를 뽑는 대회와 코너들이 있었겠지만 못생긴 순위를 뽑는 ‘축제’는 없었을 게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의 형식을 패러디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못친소)’ 특집은 <무한도전> 특유의 역발상이 돋보였다. 세상에 외모 순위를 뽑는 형식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기획이라니.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그 얼굴로 살아오느라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 노고를 치하하고자 우리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못친소> 초대장에는 이 기획이 가진 특별함이 숨겨져 있다. "바로 그날! 당시의 외모가 얼마나 소중하고 매력적인지 빛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못생겼다는 외모적 기준을 넘어서 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가를 축제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것.

 

실제로 초대장을 받고 <못친소> 특집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그 특별한 개성과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무도> 멤버들은 물론이고, 김제동, 김영철, 고창석, 이적, 윤종신과 하림, 조정치의 신치림, 김범수, 김C, 데프콘, 권오중이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이 ‘하위 2%’의 축제에 초대된 것을 의아하게 여기면서 그걸 부정하고, 자신이 거기 초대된 누군가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사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초대된 자리에 선뜻 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초대에 응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게다. 그 하나는 그들이 모두 <무도>의 멤버들과 절친이라는 사실이다. 초대장도 없이 유재석이 옵션(?)으로 초대한 김제동과 김영철은 그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친근함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못친소> 특집은 하나의 설정으로 <무도> 멤버와 절친들이 모여 특별한 즐거움을 만드는 자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이들이 모두 <무도>가 가진 특유의 풍자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초대받은 그들은 마치 <개그콘서트> ‘여배우들’ 코너의 박지선이 말하듯 저마다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하는 것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 그들은 이 코너가 그 자체로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상위 2%의 잘 생긴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풍자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여기 초대된 이들의 자신감이다. 잘 생긴 외모는 아니어도 저마다 확실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들은 <못친소> 특집이 규정하는 ‘못생겼다’는 평가 자체를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정상의 위치에 까지 오른 그들이 아닌가.

 

외모 지상주의에서 낙오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만의 하위 2% 축제를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위 2%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것 때문에 <무도>라는 누구든 출연하기를 원하는 그런 프로그램(정말 아무나 출연하기 어려운)에 나와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외모’라는 기준이 점점 희석되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외모를 떠나서(그렇다고 그들이 결코 못생겼다는 얘긴 아니지만) 우리에게 노래와 연기와 웃음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들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