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 한국 로케이션 매력 돋보였지만, 디테일한 고증 아쉽다

버터플라이

“미국 말투 없애려고 애 많이 썼구만. 이제 한두 마디는 제법 그럴 듯 하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버터플라이>에서 은주(김태희)의 엄마(이일화)는 데이비드 정(대니얼 대 킴)이 하는 어색한 한국말에 그렇게 말한다. 그 장면은 캐디스 조직에 쫓기던 데이비드 정과 은주 그리고 그들의 딸 민희(김나윤)와 레베카(레이나 하디스티)가 은주의 아버지 김두태(성동일)의 집을 찾아와 그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그 대사처럼 데이비드 정은 <버터플라이>에서 어색한 한국말을 종종 섞어 영어와 함께 쓴다.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말이 어색한 건 당연하다. 그리고 작중 인물인 데이비드 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어색함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함께 식사하는 장면 자체가 과연 한국적인가 하는 점이다. 거대한 공장 같은 곳에 테이블을 놓고 앉아 닭백숙에 ‘건배’를 하며 술을 나누는 장면은 어딘가 어색하다. 

 

도피 중이니 그런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식사를 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굳이 친정을 찾아가 부모를 만나는 장면에서 그런 공간이어야 했을까 싶다. 데이비드 정을 바라보는 친정 식구들의 탐탁찮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을 드러내는 곳이라면 이보다는 좀 더 한국적인 가족의 공간이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넓은 공장에서 이들이 만나는 설정을 넣은 건, ‘비공식 여권’을 얻으려는 데이비드 정 가족의 요청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어색한 한국어로 운송업을 하냐며 ‘밀수’를 얘기하는 레베카의 대사는 그냥 들어간 게 아니다. 

 

<버터플라이>는 대니얼 대 킴이 제작하고 주연까지 맡은 작품으로 한국에서 올로케이션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대구’, ‘부산’, ‘포항’ 같은 부제들만 봐도 <버터플라이>가 얼마나 한국을 진심으로 담으려 했는가가 느껴진다. 액션 스파이물이지만 제목과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과 먹방(?)을 보면 외국인이 찍은 한국기행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시작부터 노래방이 등장하고 서울의 지하철 곳곳이 추격전의 배경이 된다. 

 

하지만 도슨 상원의원과 캐디스의 수장 주노가 만나 한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먹는 장면은 <버터플라이>가 한국문화를 보여주는 어색함을 잘 드러낸다. 굳이 ‘존슨탕’이라고 불렸던 부대찌개의 어원까지 설명하며 음식을 떠주는데 그들은 진정으로 부대찌개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도슨은 한 숟갈 먹고 매운지 연거푸 물을 마시고, 주노는 아예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이럴 거면 굳이 두 사람이 부대찌개를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버터플라이>는 의도적으로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를 담으려는 노력을 보이지만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오히려 어색해진다. 포항의 시장에서 데이비드 정과 레베카가 녹두전을 먹으며 불쇼를 하는 광경을 보는 장면도 그렇다. 녹두전에 불을 붙이는 게 자연스러운가. 2회에 등장한 휴게소 화장실에서 한글로 쓰인 ‘아기귀저기 교환대’라는 표지판은 <버터플라이>의 한국문화 고증과 검수에 대한 노력이 너무나 표피적이었다는 걸 잘 드러낸다. 

 

물론 대니얼 대 킴의 한국에 대한 진심은 의심할 수 없겠으나, 작품에는 그것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느낌이 역력하다. 그래서 <버터플라이>는 데이비드 정과 레베카의 장면들보다 악역 킬러인 건(김지훈)의 모습이 더 인상적으로 보인다. 그의 모습들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악역 연기나 액션 연기도 도드라져 보인다. 데이비드의 조력자 최영식(박해수)와 대결을 벌여 제거하는 장면이나, 일가족을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들도 폭발적인 긴장감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버터플라이>는 그래서 엉뚱하게도 악역으로 등장한 김지훈이라는 배우가 전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처럼 보인다. 그 많은 로케이션과 액션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갖가지 한국음식들이 등장하지만 거기에 한국적인 정서가 얹어져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아서 김태희나 성동일, 이일화 같은 베테랑 배우들조차 어색한 느낌이 든다. 다만 악역으로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느낌이 더해진 김지훈만이 이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버터플라이>의 한국에 대한 선의는 진심이다. 하지만 그 진심이 실제로 보이기 위해서는 그만한 한국문화에 대한 고증과 검수가 필요하다. 실제로 글로벌 OTT 순위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서 아마존 프라임의 TV 시리즈 4위에 올라 있는 <버터플라이>의 전 세계 스트리밍 지도 분포를 보면 북미와 남미, 유럽, 아시아에 걸쳐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한국을 로케이션하는 무수한 작품들이 나올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버터플라이>의 시행착오는 그런 점에서는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 시행착오를 통해 좀 더 진짜 한국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런 시행착오가 고쳐지지 않으면 그건 자칫 한국문화를 전유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국 로케이션에는 그에 따르는 한국문화 고증과 검수에 대한 투자가 따라야 그만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 : 아마존프라임 시리즈 '버터플라이')

'정법', 정글이라는 이색적 볼거리보다 현실적 생존 정보가 낫다

 

SBS 예능 <정글의 법칙>이 세 달 만에 돌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촬영이 전면 중단되면서 휴지기에 들어갔던 <정글의 법칙>이었다. 결국 해외가 아닌 국내로 방향을 틀었고, 바다와 섬과 산으로 둘러싸인 국내의 오지들이 그 대상지가 됐다. 김병만은 늘 멀리서 보기만 했던 그 오지들 속으로 들어가 직접 그 곳을 경험하는 건 다른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 곳에서의 생존을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선택한 대안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국내 생존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해외보다 훨씬 나은 점들이 많았다. 먼저 초반 콘셉트를 '재난 생존'이라는 미션을 부여하고, 그걸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일종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삼았다는 점이 그렇다.

 

사실 <정글의 법칙>은 초창기에 정글에서의 생존과 공존이라는 의미를 기치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던 프로그램이었다. 베어 그릴스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과는 사뭇 다른, 김병만을 족장으로 하는 가족적인 협업을 통해 정글에서 생존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 있게 그려졌다. 또 초창기에는 원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한 공존의 모색을 담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의미와 가치들이 리얼리티 논란으로 인해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정글의 법칙>은 의미보다는 재미 쪽으로 흐른 면이 있다. 즉 '와일드 라이프'를 체험하고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듯 정글을 즐기는 면들을 담았던 것.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대왕조개' 논란처럼 자연을 대상화했다는 지점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사실 해법은 없어 보였다. 해외의 정글에 들어가 그들의 생존기를 보는 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고 점점 시청자들이 왜 그걸 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프로그램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글의 법칙>의 국내 생존기는 이색적 볼거리가 아니라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정보들을 담았다. 사전 인터뷰를 하던 출연자들이 갑자기 비상재난상황을 맞이하고 그래서 헬기에 태워져 배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다시 목적지인 무인도로 들어가 겪게 되는 생존기. 김병만은 사전에 '재난 생존'에 대한 교육을 일주일간 받음으로써 이 곳에 떨어진 출연자들의 가이드 역할을 해줬다.

 

줄만 잡아당기면 순식간에 펴지는 요트와 그 안에 들어있는 생존키트를 활용하는 법은 물론이고, 물을 얻기 위해 민물이 흐르는 곳 옆을 파서 솟아오르는 물을 자연 정화해 먹는 법을 알려주고 또 팀을 나눠 식량을 찾는 과정들이 소개됐다. 그 과정들은 낯선 정글에서의 생존이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처럼 보이던 것과는 달리, 바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실감을 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보'다. 사실 베어 그릴스가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그 다소 자극적인 설정과 내용들이 허용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실제 '생존 방법'을 알려준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의미도 재미도 아니라면 실질적인 '정보'야말로 <정글의 법칙> 역시 더더욱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김병만은 그간 무수히 많은 정글을 경험하고 원주민들의 생존법을 배웠다는 점에서 이제 충분히 '생존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재미와 웃음의 요소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다소 진지할 수밖에 없는 생존기 자체를 재미화 하기보다는 출연진의 구성을 통해 그 케미가 주는 재미를 더하는 방식이 더해졌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글로벌 스포츠스타다운 오누이 케미로 등장해 의외로 박찬호가 박세리에 의지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고, 허재와 허훈 부자는 요령피우는 아버지와 고생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주며 또 박미선과 이봉원이 정글에서 때 아닌 <부부의 세계>를 만드는 케미도 빼놓을 수 없는 웃음의 포인트다.

 

<정글의 법칙>은 2011년부터 약 9년 넘게 전 세계의 오지와 정글을 찾아다녔다. 물론 고정적인 팬층이 분명하게 세워져 있지만, 초창기처럼 뜨거운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에서는 벗어나 있는 게 사실이다. 이즈음에 코로나19로 인해 대안적으로 선택한 '국내 생존기'는 어쩌면 <정글의 법칙>에 새로운 힘을 부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가까이 있는 생존상황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줌으로써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충분히 만족시킨다면 말이다.(사진:SBS)

‘스페인 하숙’, 어째서 이 소소함에 우리는 빠져들었을까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했잖아요.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서 완전 배부른 상태에서 노래를 들었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시원한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밖에 보이는 창문에는 파란 하늘이 보이고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일해야 되고 공부해야 되고 빨리 자리 잡아야 되고... 여기는 그냥 그런 것도 없이 매일 걸으면서 한 끼 먹고 이런 게 되게 행복하잖아요. 걷고 밥 먹는 것만으로도 내가 행복한 사람인데 근데 왜 이렇게 한국에서 풍족하고 좋은데서 살았으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tvN 예능 <스페인 하숙>이 만난 어느 젊은 순례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한국에서의 삶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행복이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매일 걷고 한 끼 먹고 하는 일이 행복이라는 걸 순례길을 걸으며 깨닫게 되었고,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그토록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공부해야만 했던 한국에서의 삶을 낯설게 느끼고 있었다.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다른 순례자는 그의 말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을 찾으면 최소한 불행해지지는 않겠죠.” 그 역시 고민이 있어 이 긴 여행을 떠나온 것이었고, 지금도 그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냥 회사 다니고 있었는데.. 그냥 그냥 살 것 같은 그런 기분..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나온 여행인데 그 정도로는 답이 명확하게 나온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갖고 있는 걸 놓으면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 결단만으로도 그는 벌써 해답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순례자는 도대체 ‘가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얘기했다. “저는 갖고 있는 게 되게 사실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많았고 그리고 제가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 건 하나도 가진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여기 올 때는 사실은 처음에는 도피였어요. 걸으면서 잊고 싶었어요. 돌아갈 때쯤이면 뭐 하나라도 해결책이 나오겠지. 근데 제가 여기 온 다음에 제가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데 두 개 정도 일은 잘 풀렸어요. 근데 어제 한 개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나는 여기에 대해서 아무 것도 관여한 일이 없었는데...”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늘 손아귀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행복은 그 쥐고 있는 것에 비례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그걸 쥐고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이 그걸 쥐고 있지 않으면 행복이란 파랑새는 날아가 버릴 것처럼. 하지만 순례자가 말하듯 그건 착각일 뿐이었다. 자신이 없이도 될 일을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쥐고 있다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당신을 쥐고 있는 지도.

 

다시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순례자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데 저는 매일 매일이 스트레스인거에요. 누구 잘되는 사람 보는 것도 힘들고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는데.. 내 두 발로 걷고 숨 쉬고 숙소 도착해서 빨래만 해도 행복하잖아요. 밥 먹고 이러는 게 행복하다는 게...”

 

그렇다. <스페인 하숙>이 열흘 간의 알베르게를 통해 보여주려 한 건 바로 이들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것처럼 ‘행복의 소소함’이 아니었을까. 때론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지만 때론 단 한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하지만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며 매일 일어나 청소하고 요리를 준비한다. 그저 한 끼 식사이고 하룻밤의 잠자리지만, 그 한 끼 식사와 하룻밤의 잠자리는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잊지 못할 행복이 된다. 그러니 그 한 끼와 하룻밤은 심지어 숭고한 어떤 일이다.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하루 종일 준비하고 준비하는 그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편안해진 것은 대단한 것도 아닌 그 소소함을 위한 노력들이 진정한 행복의 실체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마지막 날 단 한 명의 손님도 오지 않자 이들은 마치 손님이 오는 것처럼 몰래카메라를 하거나 상황극을 만들며 허허 웃는다. 그리고 함께 둘러 앉아 손님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을 먹는다. 손님이 많이 오거나 적게 오거나 그리 행복의 크기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밥 한 끼의 따뜻함에 누군가의 기분 좋은 농담에 웃는 것이 어쩌면 우리네 삶과 행복의 실체라고 <스페인 하숙>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스페인 하숙>에 빠져들었던 바로 그 소소함과 위대함이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실체라고.(사진:tvN)

방탄소년단이 2년 반 동안 찾은 자신, BTS 그 자체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다. 방탄소년단의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의 타이틀곡 ‘IDOL’에는 이례적으로 국악 장단과 ‘얼쑤’, ‘지화자’ 같은 추임새가 들어갔다. 그래서 처음 들으면 신나는 EDM과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곡’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이상하게도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움이 묻어난다. 그건 국악 장단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런 느낌이다.

이제 최단기간 뮤비 몇 천만 뷰 돌파나 전 음원 차트 점령 같은 기록들은 그리 놀랍지도 않은 결과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이번에는 어떤 새로움을 갖고 왔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놀라움이 더 크다. 그런 점에서 보면 2년 반 동안 이어진 LOVE YOURSELF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의 타이틀곡인 ‘IDOL’은 그간의 고민에 대한 해답처럼 다가온다. 결론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들 자신, BTS라는 게 그 해답이다.

EDM에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음악을 가져왔고 거기에 국악을 접목하고 방탄소년단 특유의 거침없는 랩 스타일이 더해졌지만, 그 어느 하나가 튀지 않고 잘 어우러져 있는데다, 이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방탄소년단 스타일이라는 걸 잘 말해주는 곡이 바로 이 ‘IDOL’이다. 글로벌과 로컬이 이어지고, 랩과 댄스, 국악이 접목되는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축제의 한 마당. 방탄소년단은 어느새 이 곳과 저 끝을 연결하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완결해내고 있다. 

K팝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 자신들만의 음악 스타일을 추구하고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했고,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음원 발표와 함께 전 세계가 들썩이게 되는 글로벌 뮤지션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국내보다 해외의 반응이 더 뜨거워서인지 그 정체성이 K팝이 아닌 그냥 팝의 장르가 아니냐는 일부 시선들에 대해 ‘IDOL’은 자신들의 문화적 DNA가 다름 아닌 한국이라는 걸 국악과의 접목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You can call me artist, You can call me idol,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I don’t care-”로 시작하는 곡의 도입부분이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정의해준다. ‘artist’든 ‘idol’이든 ‘I don’t care’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 세 구절의 절묘한 랩 라임이 그들의 음악 스타일까지를 말해준다. 후렴구로 붙여진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에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가 더해지는 부분도 재미있다. 그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영어와 우리식의 국악 추임새가 기묘하게 엮어져 흥을 돋는 지점이다. 

뮤직비디오는 이 곡이 말하려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정체성을 영상으로도 담아냈다. 디지털 세계로 구현된 가상의 공간, 테이블에 앉아있는 방탄소년단 저 뒤로 마치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붉고 큰 태양과 기린의 모습들이 뒤섞이고, 방탄소년단의 아이돌스러운 춤사위 뒤로 어떤 아티스트가 그려놓은 듯한 그림들이 펼쳐진다. 가장 흥겨운 부분으로 들어가서는 역시 사이버 세계의 이미지로 구현된 한국식 정자 속에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팬들로 어우러지며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뮤직비디오의 백미는 후반부에 방탄소년단이 여러 군중들과 함께 군무를 추는 대목이다. 화려한 색감으로 치렁치렁 머리카락처럼 움직이는 그 색감 앞에서 한 명씩 노래 부르던 장면들은 그 머리카락 같은 색감의 형체가 봉산탈춤의 사자 형상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그 일사분란하면서도 자유로워 보이는 흔들림은 마치 방탄소년단과 군중들이 함께 군무를 추며 축제를 벌이는 그 장면처럼 화려한 색감으로 어우러진다. 제 각각의 문화적 코드들과 색깔들이 하나로 묶여지는 축제의 현장을 영상으로 구현해낸 것. 

‘IDOL’은 메시지와 음악과 영상이 모두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어 보여주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은 나라의 작은 아이돌 그룹이 이렇게 넓고 다양한 문화적 코드들을 그 품에 넉넉히 담아 한바탕 축제의 마당을 펼쳐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이돌이라 불리든 아티스트라 불리든 무슨 상관일까. 이제 방탄소년단이라고 하는 그들만의 장르가 만들어졌으니.(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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