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해, <아수라> 작대기와 <혼술남녀> 학원장 사이

 

사실 <SNL코리아>에 김원해가 크루로 들어왔을 때 그가 누구인지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얼굴이지만 그리 주목된 적은 없는 단역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SNL코리아>에서 워낙 코믹한 연기를 잘 소화해내는 그를 보면서 아마도 시청자들은 코미디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을 게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하지만 김원해는 아주 조금씩 자신이 연기자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영화 <명량>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배설 장군 역할을 잘도 소화해냈고, <해적>이나 <타짜2>에서도 조금씩 그만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시그널>에서 그가 맡았던 김계철 경사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배우 김원해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잠재력은 영화 <아수라>에서 드디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이 영화의 도입 부분에 들어가 있는 김원해가 연기한 작대기라는 인물은 영화 전체의 어둡고 처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마약에 취한 채,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꿈틀대는 벌레 같은 이미지의 작대기라는 인물을 김원해는 거의 온 몸을 던져 연기했다.

 

스스로 머리를 밀어버리고 게슴츠레한 눈빛에 비리 형사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막판에 몰리자 그 형사에게 도리어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은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잔상으로 남았다. 이 김원해가 <SNL코리아>의 그 김원해와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 우리가 그동안 김원해의 진가를 잘 몰랐었다는 걸 그는 <아수라>를 통해 보여줬다.

 

그의 놀라운 연기의 폭은 현재 방영되고 있는 tvN <혼술남녀>에서 그가 연기하고 있는 학원장 역할을 통해서도 보여진다. 그는 스타 강사인 진정석(하석진) 앞에서는 비굴하게 아부를 하는 인물이지만, 실적이 별로 없는 강사들에게는 당장 짐 쌀 준비나 하고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갑질 학원장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처세에 밝은 학원장에게서는 인간적인 냄새도 물씬 풍긴다.

 

10시만 되면 알람이 울리고 회식을 하다가도 어김없이 일어나는 민진웅에게 와이프에게 그렇게 쩔쩔 매는 이유가 뭐냐며 지청구를 날리던 김원해는 그의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고 그것이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해온 어머니를 찾아간 것이었다는 걸 알고는 그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그는 강사 위에 있는 학원장이고 그래서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그들의 입장을 자신의 일처럼 이해하는 인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김원해가 갖고 있는 서민적인 이미지는 그래서 그가 다채로운 연기의 폭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관되게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들이다. <아수라>에서 그가 작대기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 섬뜩함 속에서도 또 <혼술남녀>의 학원장의 잔소리 속에서도 어떤 따뜻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대부분의 신스틸러들이 그러하듯이 어떤 상황, 어떤 색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 그만의 독특함을 새겨 넣는 배우. 이것이 그간 우리가 잘 몰랐던 김원해라는 배우의 진가다

<혼술남녀>, 혼술 즐기는 그들의 속사정

 

나는 혼술이 좋다로 시작하는 <혼술남녀>. 하지만 이 내레이션을 하는 진정석(하석진)은 진정 혼술이 좋은 것일까. 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을 들으며 퀄리티 있는 안주에 혼술을 한다. 그 모습은 그가 말하듯 오롯이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처럼 보인다. 그래서 옆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를 보고는 술 맛 떨어진다며 투덜댄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런데 이 진정석이라는 캐릭터가 반복해서 나는 혼술이 좋다고 얘기할수록 점점 기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건 마치 혼자 마시는 술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려 애쓰는 모습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진짜로 혼자 술 마시는 걸 즐기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진정석의 이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부어라 마셔라에 폭탄주를 돌리는 우리네 폭력적인 회식문화, 술 문화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진정석의 혼술은 그 자체가 하나의 로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업무상 마셔야 하는 회식 같은 술자리인 경우의 이야기다. 사적으로 친구나 동료 그리고 애인과 한 잔 마시는 술이 어찌 퀄리티 떨어지는술 자리가 될까.

 

그래서 진정석의 혼술은 조금은 쓸쓸한 느낌을 준다. 오죽 사는 게 복잡하고 관계의 피곤을 느끼면 혼술을 즐길까 싶고, 그러다 보니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도 함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됐나 싶은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네 사회생활의 현실을 술에 빗대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즉 사회의 관계라는 것이 너무 피곤해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게 된 현대인들의 이야기. 그래서 그 관계가 복잡해지는 걸 피하기 위해 업무로서만 선을 그어 놓고 대하는 사람들. 진정석이 박하나(박하선)를 이것저것 챙겨주면서도 종합반 관리 차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그래서 단지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마음을 쓰는 이른바 츤데레로만 보이진 않는다. 거기에는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속내를 표현하지 못하고 사무적으로 대하게 된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어른거린다.

 

혼술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얼마나 관계에서 엇나가 있는가는 이 드라마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들의 이야기 속에도 투영되어 있다. 어떻게든 시험에 붙어 이 학원가를 빨리 뜨고 싶어 하는 정채연은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매몰차게 떨쳐낸다. 그래서 상심한 한 남자가 그녀의 몰카를 찍어 고동넷에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정채연은 그 몰카범이 예전에 자신이 밀어냈던 기범이라고 오해한다. 결국 진범이 잡히지만 정채연은 그간 숨기고 있었던 두려움의 긴장감이 풀어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들의 오해는 끝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에 들어가 혼술을 한다. 참으로 쓸쓸한 풍경이 아닌가.

 

<혼술남녀>는 매회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혼술을 하는 장면을 병렬적으로 보여준다. 혼술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매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담겨진 우리가 사는 현실의 쓸쓸함 같은 것이 거기에는 묻어나 있다. 학원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번 성대모사를 준비해오며 웃음을 주는 민진웅 같은 인물은 밤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문병 가는 사실을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술 한 잔을 마시며 그 마음을 달랠 뿐이다.

 

진정석이 이끄는 종합반이라는 틀은 그래서 흥미롭다. 혼술을 마시며 혼자 사는 삶을 지향하던 그가 종합반이라는 함께 팀을 이뤄야하는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 종합반에 자신이 가능성이 있다며 넣어준 박하나는 어쩌면 혼술을 해왔던 그가 함께 마실 수 있는 대상으로의 가능성을 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종합반 관리가 아니라 좋아하는 여자 관리 아닌가요?”라는 박하나의 말에 그토록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서는 그래서 마치 진심을 들킨 자의 과한 반응이 읽혀진다.

 

혼술? 물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혼술남녀>가 보여주듯이 그들만의 속사정들도 들어가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쓸쓸함을 혼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혼술남녀>는 그래서 웃기지만 짠하다. 진정석이 박하나의 저돌적인 순수함에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기대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기획 포인트 많은 <혼술남녀>, 그래서 메시지는?

 

tvN <혼술남녀>의 박하나(박하선)노그래라 불린다. 노량진 학원가에 들어온 장그래라는 의미다. 그녀가 공무원 수험생들을 위한 이 학원가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저 <미생>의 장그래처럼 짠하다. 자신을 종합반에 넣어준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가능성을 보고넣어줬다고 하자, 무얼 시킬 때마다 가능성 있는 제가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달고 말한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녀를 노그래라는 캐릭터로 세운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미생>이 그러했듯이 직업의 세계에서 힘겨운 현실을 살아내는 주인공을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래야 보통의 샐러리맨들의 공감대가 커질 테니까. 게다가 그를 이끌어주는 상대로 진정석이라는 돈 잘 벌고 스펙 좋고 잘 나가는 남자를 세워둔 것도 일에서는 물론이고 사랑에 있어서도 어떤 판타지를 제공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혼술남녀>에는 또 하나의 기획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라는 최근 나홀로족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새로운 나홀로 문화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작 부분에 항상 진정석이 혼술을 하며 왜 자신이 혼술을 하고 그게 왜 좋은지에 대한 내레이션이 들어간다.

 

또한 이 드라마에는 학원 강사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의 세계만이 아니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공부만이 살길인 그 현실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학원 강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공통의 주제의식 같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혼술남녀>는 여러 가지 트렌디한 요소들을 한 드라마 곳곳에 세워두었다. 물론 드라마가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들을 던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어지지 않으면 너무 산만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혼술남녀>는 그런 점에서 보면 샐러리맨의 힘겨운 현실을 넣고 있지만 그것이 <미생>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고, ‘혼술문화를 담고 있지만 그 나홀로 문화가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가 드라마의 메시지로서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취준생들의 이야기 역시 하나의 에피소드로 등장할 뿐, 전체 이야기의 맥락으로 묶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건 멜로뿐이다. 결국 박하나와 진정석이 일로 엮어지다가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그것은 아마도 혼술하던 진정석이 박하나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 그런 그림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은 애초에 혼술이라는 새로운 나홀로 문화를 제시할 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그림은 아닐 것이다. 진정석이라는 혼술하는 캐릭터가 어딘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이라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이 바라는 이야기다.

 

<혼술남녀>에서 학원강사 민진웅은 학생들을 위해 항상 새로운 패러디를 준비한다. <베테랑>의 유아인을 흉내 내기도 하고,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를 따라 하기도 하며 심지어 <곡성>의 황정민과 김환희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뜬금없이 등장해 패러디하는 모습은 우습다. 그런 깨알 웃음은 드라마에서도 중요하고 그래서 민진웅이라는 배우는 이 드라마의 미친 존재감으로 세워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하나하나의 재미들이 어떤 주제의식이나 맥락으로 엮어지지 않을 때 드라마의 힘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술남녀>의 잔 펀치들은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 자잘한 이야기들이 주는 잔재미들 역시 많다. 하지만 지금 <혼술남녀>에 필요한 것은 그런 잔 펀치, 잔재미가 아니다. 그런 잔재미들을 깔아놓고 그저 멜로로 엮어 놓기에는 그 소재들이 가진 무게가 작지 않다. 샐러리맨들과 취준생의 현실이 그렇고 그들이 어쩌다 혼술을 하게 됐는가 하는 그 문화적인 이유들이 그렇다. <혼술남녀>에는 잔 펀치만큼 묵직한 한 방이 절실하다

<혼술남녀> 박하선못생김을 연기하려 작정했나

 

지금껏 박하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아예 작정하고 망가지는 모습이다. tvN <혼술남녀>에서 박하선이 연기하는 박하나는 노그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노량진 장그래의 준말. 노량진 학원가의 스타강사인 진정석(하석진)이 붙인 별명이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학원판으로 <미생>을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혼술남녀>에서 박하나는 저 장그래가 그랬던 것처럼 치열한 학원가의 신출내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서 알바를 하다 아예 강사로 주저앉았고 그 학원이 망하자 선배언니의 소개로 노량진에 입성했다. 어찌 보면 순수한 이 박하나에게 노량진이라는 세계는 단지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곳이다.

 

선배언니인 황진이(황우슬혜)는 강의보다 몸매를 더 드러내는 것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민진웅은 <베테랑>의 유아인, <내부자들>의 이병헌을 흉내내가며 마치 개그 프로그램에나 어울릴 법한 강의로 학생들을 끌어 모은다.

 

입만 열면 고 퀄리티를 달고 사는 고쓰(고 퀄리티 쓰레기) 진정석은 스타강사답게 불필요한 것 다 필요 없고 100%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만 가르쳐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을 줄 세운다. 노그래 박하나에게 진정석은 그래서 <미생>의 장그래를 챙겨줬던 오상식 과장 같은 존재다. 그래서 진정석이 박하나를 자신의 종합반에 넣어준 것이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그녀는 어떤 희망 같은 걸 가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학원가를 배경으로 한 <미생>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혼술즉 혼자 술을 마시는 새로운 세태를 포착해낸 드라마다. 즉 학원가에서의 <미생> 같은 치열함은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이라는 지점으로 귀결된다. 그 곳에서 진정석은 혼자 술을 마시고 박하나는 막내답게 회식에서 현란한 폭탄주 제조 실력을 선보이며 기꺼이 망가진다.

 

학원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한 발 물러나 술에 취한 박하나는 혼자 술을 마시는 진정석의 영역을 술기운으로 침범한다. 그녀는 혼자 술 마시는 걸 청승맞다고 할 정도로 혼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성격이 쓰레기라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 마시는 술은 어찌 보면 그가 하루를 버텨내는 그만의 생존방식(자기힐링을 통한)으로도 보인다.

 

그 모든 것이 정돈된(그는 심지어 혈중 알코올 농도까지 체크하며 술을 마신다) 진정석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캐릭터인 박하나라는 존재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남녀 관계와 직장 관계를 담아내는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다. 박하나가 학원에서 민망할 정도로 박대당하고, 남녀 관계로서의 진정석 앞에서 한없이 오그라들면서도 술기운을 빌어 그의 완벽하게 정돈된 세계를 침범하는 건 그녀의 어리숙하고 자존감 바닥인 캐릭터 덕분이다.

 

박하선은 지금껏 다른 작품에서 보여 왔던 단아하고 단정한 모습을 아예 버리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박하나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되어 한껏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망가짐을 넘어서 못생김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연기변신은 성공적이다. 그녀가 그간 갖고 있던 이미지를 확실히 무너뜨리고 있고, 그 과거의 이미지가 그녀의 발에 채우고 있던 족쇄를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연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분야가 코미디라고 했다. 그 이유는 코미디가 단지 웃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어떤 진정성 같은 걸 담고 있을 때 희비극의 쓸쓸함이나 슬픔 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혼술남녀>는 적어도 박하선이라는 배우에게는 그래서 하나의 전기가 되어줄만한 작품이다. 망가지는 모습은 한없이 우습지만 그 이면에 남는 짠함은 그녀가 분명 진정한 코미디 연기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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