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쓸데없어 보여도 신기하게 재밌는 

왜 ‘인문학 어벤저스’라 불렀는지 그 이유를 알아차리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버스에 올라타 목적지인 통영으로 가는 길, 무얼 먹을까 생각하던 중 무심히 나온 장어탕 이야기에 황교익은 장어의 종류들을 줄줄이 설명한다. 민물장어부터 바닷장어 나아가 사실은 장어과가 아니라는 꼼장어까지 우리가 그다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자잘한 지식들이 쏟아진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여기에 유시민은 장어가 왜 양식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산란을 하기 위해 바다로 돌아가는 장어에게 추적기를 달아도 심해로 들어가면 신호가 잡히지 않아 그 이후의 과정들이 ‘신비’에 가려져 있다는 ‘신기한’ 장어의 생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유희열이 오늘은 꼭 장어를 먹어야겠다고 말하자, 김영하가 불쑥 끼어들어 그 고생을 해서 겨우겨우 살아 돌아온 애들을 꼭 먹어야겠냐는 감성적인 유머를 덧붙인다. 

한편 강연 일정이 있어 저녁 자리에 겨우 합류한 정재승 박사에게는 과학적인 궁금증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장어를 먹으면 정력에 좋다는 것이 과학적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근거 없다”고 선을 긋자, 황교익이 ‘플라세보 효과’는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정력은 그렇게 함부로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해 빵 터지게 만들었다.

장어 하나만을 갖고도 이처럼 다채로운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각각 자기 분야가 확실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취향도 제각각이다. 같은 소재를 갖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점심을 먹는데도 저마다 취향이 달라, 황교익은 자신이 자주 가던 단골집을 찾았고, 유시민과 유희열은 자신들의 촉을 따라서 걷다가 문득 걸린 집에서 맛난 한 상 차림을 즐겼다. 한편 김영하는 바닷가 마을에 가면 짬뽕을 먹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놀라운 해물 비주얼을 갖춘 특제 짬뽕을 챙겨먹었다. 

그들이 간 통영이라는 곳도 마찬가지다. 황교익은 충렬사를 찾아 거기 세워진 백석 시비를 읽으며 백석의 연정을 공감하고, 유시민은 역시 작가답게 거북선 안내문을 읽으면서도 잘못된 문장들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한편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찾아간 김영하는 소설가 선배를 대하는 후배의 살뜰한 마음을 담았다. 

각각 자신들만의 세계가 확실하고, 여행을 해도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렇게 낮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은 그 짧은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이나 생각한 것들을 줄줄이 풀어내는 즐거운 수다 시간을 갖는다. 각자 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저마다의 생각들이 저녁 시간에 한데 어우러지는 그 느낌이 주는 풍족함이라니.

사실 우리가 생활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보면 이런 수다는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것이 본래 생활의 차원을 살짝 넘어서 있어 마치 쓸데없어 보이고 그래서 우리가 자주 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들의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된다. 사고의 확장이랄까. 혹은 사고의 전환이랄까. 생활 속에 매몰되어서는 나오기 어려운 생각과 이야기들이 거기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역시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건 이처럼 각각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일이다. 유시민 작가는 나영석 PD가 함께 하자고 했을 때 항상 모니터링을 해주는 아내에게 의향을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온 이야기가 나영석 PD라면 항상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었다는 것.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이런 인문학 어벤저스의 조합은 나영석 PD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 아니었을까.

황교익 주장 100% 맞지만, 쿡방 효용성 분명 있어

 

연일 설탕 논쟁이다. <SBS스페셜>이 작정하고 설탕전쟁이란 아이템으로 그 이슈를 던졌다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그 전면에 섰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설탕을 마구 사용하는 쿡방들에게 따가운 일침을 날렸다. “백종원을 디스하는 것이 아니다. 설탕 처발라서 팔든 먹든, 그건 자유다. 욕할 것도 없다. 문제는 방송이다. 아무 음식에나 설탕 처바르면서 괜찮다고 방송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따지는 것이다. 그놈의 시청률 잡는다고 언론의 공공성까지 내팽개치지는 마시라, 제발.”

 


'SBS스페셜(사진출처:SBS)'

백종원이 설탕 논쟁의 전면에 서게 된 것은 한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설탕을 넣는 장면을 설탕 폭포라는 CG와 함께 보여주면서 그에게 설탕을 많이 쓴다는 이미지가 생기면서다. 사실 요리에 설탕을 사용하는 건 백종원만이 아니다. 많은 쿡방들에서 셰프들이 설탕을 요리에 사용한다. 다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이 부분을 과장되게 보여주면서 심지어 백종원을 캐릭터화해 웃음의 코드로까지 활용한 건 분명 방송의 잘못이다. 설탕은 맛을 위해 엄마의 밥상에도 들어간다. 다만 그렇게 과잉된 장면들로 연출해 설탕을 마구 사용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방송이 호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황교익이 짚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SNS에 이미 밝힌 대로 백종원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개념 없는 방송이 저지르고 있는 해악을 지목한 것이다. 백종원 스스로도 이에 대해 수차례 해명한 바 있다. 자신이 설탕을 쓰는 건 맞지만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방송 때문에 이런 이미지에 큰 부담을 갖게 됐다는 건 <집밥 백선생>을 통해서 이미 드러났다. 그는 <집밥 백선생>에서 이제 정량을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비율을 얘기하고 그것도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입맛에 맞추라고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원하면 넣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 넣어도 된다고 말한다.

 

<집밥 백선생2>에서 냉이를 갖고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가 가능하다는 걸 여러 차례 이야기를 통해 밝혔다. 즉 아무 것도 없다면 냉이와 된장만으로도 냉이 된장찌개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고, 그래도 맛을 내려면 파, 마늘 정도의 양념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더 맛있게 끓이려면 멸치 같은 걸로 육수를 만들면 된다고 덧붙였다. 즉 가장 기본에서부터 단계별로 여러 가지 요리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아마도 백종원이 요리를 할 때 설탕을 쓰는 건 자신의 입맛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음식점 체인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대중적으로 맞추다보니 설탕을 쓰게 됐을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외식업체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그래서 사먹기보다는 스스로 해먹는 편이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면으로 보면 <집밥 백선생>처럼 지금까지 요리를 안해먹던 아저씨들까지 요리를 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가진 효용성은 더 클 수 있다.

 

중요한 건 황교익이 짚어낸 것처럼 방송이 가져야할 공공성에 대한 자세다. 물론 방송은 요리에까지 재미요소를 집어넣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라면스프를 마법의 가루라고 얘기하면서 요리에 마구 집어넣어 먹으며 황홀해하는 모습을 잡는 장면들이다. 물론 그 상황은 우습다. 하지만 이렇게 예능이기 때문에 웃음을 추구하는 면이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건강에 해로운 것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방송이 호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설탕 논쟁이 있다고 해도 대중들은 <집밥 백선생> 같은 요리 프로그램을 볼 것이고 그것이 효용성이 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어떤 면에서는 요리라는 성역을 깨버리고 주방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를 만드는 면까지 잊지 않은가. 그러니 방송은 좀더 조심할 필요가 있고 시청자들도 그 쿡방의 레시피들이 정답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 성 싶다. 결국 자기 요리는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 먹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SBS스페셜>, 우리가 몰랐던 천일염의 실체

 

예전에 저는 천일염을 저나트륨 소금이고 미네랄이 많고 자연의 조건에 맞춰진 소금이라고 썼습니다. 그 때 제 글을 읽었던 분들한테 저는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SBS스페셜>에 출연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공개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과거 자신이 썼던 천일염에 대한 글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황교익은 왜 모두가 좋다고 믿고 있던 천일염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들고 나온 것일까.

 


'SBS스페셜(사진출처:SBS)'

천일염. 우리가 너무나 많이 신문지상을 통해 봐왔던 이 소금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 신화적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이 자연의 합작품이 천일염이라는 식의 보도들은 천일염에 막연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선물처럼 여겨지게 한다는 것. 여기에 갖가지 연구기관들의 연구발표는 천일염이 세계 최고의 미네랄 함량을 가진 세계 제일의 소금이라는 근거를 세워준다.

 

게다가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이라는 수식어는 마치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란 인식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정제염이 전기분해같은 인위적인 조작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흑색선전까지 더해지니 천일염이 아니면 마치 진짜 소금이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은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SBS스페셜>이 그 포장을 떼어내고 본 천일염의 실체는 소비자들이 공분을 일으킬만한 것이었다.

 

천일염이 청정갯벌이 아니라 청정갯벌을 죽인 땅에서 생산된다는 황교익의 지적은 염전에 깔리는 두꺼운 비닐장판으로 확인되었다. 가소제를 넣지 않은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바뀌어 친환경 장판이라고 말하곤 있지만 그것 역시 직사광선에 분해되고 결국은 소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을 통해 확인되었다. 국내 최고의 천일염전으로 불리는 신안의 염전에서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장판을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판 바닥에서 떨어진 이물질이 소금에서도 그대로 발견되었다.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건 날조된 것이었다. 천일염은 1907년 일본이 대만의 기술을 들여서 조선 땅에 이식한 소금 제조방식이었던 것. 하지만 대만에서조차 천일염보다는 정제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대만의 치구염전에서 나오는 건 공업용 소금이고 그것은 세척 공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식용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네 천일염이 과거 공업용의 기준을 그대로 따라고 있어 제대로 된 위생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네 전통방식의 소금이란 천일염이 아니라 갯벌을 모아 농축된 소금물을 끓여 만든 자염이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사료에도 남아있는 이 자염은 그러나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금이다. 그 빈자리를 천일염이 마치 우리의 전통소금인 양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교익은 일본이 이식한 천일염은 주로 화학 산업용으로 쓰이는 값싼 천일염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먹을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 천일염을 최고의 소금으로 받아들이게 됐을까.

 

그것은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만들어낸 날조된 신화가 아니었을까. 재래식 화장실이 옆에 놓여져 있고 그 옆에는 인부들이 신는 장화들이 걸려있고 염전에는 못에서 나오는 녹물이 흘러들어가는 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그것도 장판을 깔고 그 위를 긁어 모아내는 소금을 어떻게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비교 연구한 자료는 시료 채취 방법이 명쾌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밝혀졌다. 즉 천일염은 염전에서 직접 채취한 걸 썼지만 정제염은 시중에 나온 상품을 시료로 썼다는 것. 오래 놔두면 미네랄 성분이 급격히 줄어드는 건 천일염이나 정제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런 잘못된 시료 채취 방법을 통해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정제염의 몇 배라는 식의 발표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

 

결국 천일염의 신화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탄생하고 미디어와 연구기관에 의해 부풀려졌다는 게 <SBS스페셜>이 말하려는 내용이다. 소금의 문제는 우리가 거의 매일 섭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국민건강을 책임져야할 국가기관들이 오히려 정치적 논리에 의해 비위생적이고 그 효능도 믿을 수 없는 천일염의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황교익은 뒤늦게나마 천일염의 실체를 알게 됐고 그래서 자신이 과거에 썼던 글에 대해 사과했다. 이것은 지금 미디어들이 해야 할 일이고, 정부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 성격상 단번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덮고 간다는 것은 또 하나의 안전 불감증이 아닐까



토크쇼가 배워야할 이연복, 최현석, 황교익의 토크 맛

 

저희 집 홍보나 그런 것에 관련된 건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요.” tvN <수요미식회>에서 이연복 대가는 대놓고 자신의 음식점 홍보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것. 이연복 대가가 얼마나 손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가가 그 말 속에는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런 홍보의 유혹을 거부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수요미식회(사진출처:tvN)'

토크쇼만 틀면 보이는 것이 홍보.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와 뮤지컬과 새로 내놓은 음원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토크보다 홍보가 우선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MBC <라디오스타> 같은 경우에는 아예 대놓고 짧게 홍보 시간을 주기도 한다. 물론 나머지를 홍보가 아닌 토크로 채우기 위해서다. 그러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복 대가가 짬뽕을 주제로 그것도 문 닫기 전 가야할 식당리스트를 공개하는 방송분에서 자신의 음식점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대단한 소신이다.

 

이연복은 대신 짬뽕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화된 조리법에 대한 이야기들로 자신의 분량을 채웠다. 식당 리스트를 얘기할 때도 특별한 코멘트를 달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의 토크를 덧붙였다. 맛있긴 하지만 오래도록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이 좀 이상하게 느꼈다는 식의 이야기. 즉 전문적인 자신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토크쇼 특유의 재미에 오히려 집중하는 모습. 실로 연예인 토크쇼들이 배워야할 자세가 아닐까.

 

최현석 셰프는 허세캐릭터로 유명한 만큼 토크쇼에서도 그 캐릭터를 통한 특유의 웃음을 만들었다. 이연복이 자신의 음식점 홍보를 안 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최현석 셰프는 스테이크 특집을 하면 자신의 음식점을 알리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연복 셰프가 겸손과 소신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최현석 셰프는 솔직함의 매력이 돋보였다. 그는 심지어 민감한 MSG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가게에서는 쓰지 않지만 자신은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MC가 중식을 잘 모르는 최현석 셰프에게 짬뽕 전문점은 있는데 왜 짜장면 전문점은 없느냐고 짓궂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뭐라 얘기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은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답해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셰프라고 해서 음식관련 모든 분야에 대해 해박할 필요는 없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얘기하는 것. 최현석 셰프의 솔직함 역시 여타의 토크쇼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또한 토크쇼에서 중요한 건 할 말은 하는그 토크쇼만의 소신 있는 발언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수요미식회>에서 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전국 5대 짬뽕에 대해 그저 동네에서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짬뽕이라고 말했다. 한 블로거가 올린 내용을 신문이 받아 기사화하면서 생겨난 5대 짬뽕의 신화에 대해 사실 그리 대단한 맛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준 것.

 

황교익이 보여주는 토크쇼의 이 직설은 프로그램을 엣지 있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린 것으로 소신대로 드러내는 토크야말로 막연한 환상이나 정보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이연복, 최현석과 늘 그 자리에 앉아 해박한 미식의 세계를 알려주는 황교익. 이들은 여타의 토크쇼들과는 다른 <수요미식회>의 묘미가 어디서 나오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홍보 같은 잡스런 맛을 빼버리고, 특유의 감칠맛을 살리며 때로는 지켜야할 소신 있는 맛을 고집하는 토크쇼. 토크쇼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맛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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