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어쩌다 장편의 늪에 빠졌을까

 

도대체 한때는 드라마공화국이라고까지 불리던 MBC드라마는 어째서 최근 들어 화제가 잘 되지 않는 걸까. 월화드라마로 자리한 <몬스터>는 총 50부작의 대작이지만 지금 시청률은 10% 정도에 머물고 있다. 화제성은 거의 제로나 마찬가지다. 이런 장편의 경우 40부가 넘어가면 어떤 식으로든 화제가 되기 마련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몬스터>는 지금 시청자들에게는 방영되고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한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W(사진출처:MBC)'

주말 드라마로 이병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옥중화>20%의 적지 않은 시청률을 내고 있지만 본래 이 시간대에 MBC 주말드라마가 심지어 막장 논란이 일어나곤 하는 자극적인 드라마들을 연달아 세우면서 늘 20% 이상의 시청률을 냈던 걸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그리 높다고도 할 수 없는 시청률이다. 게다가 <옥중화>는 극성이 셀 수밖에 없는 사극이 아닌가. 문제는 이 드라마 역시 그리 화제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보는 이들은 있지만 그만큼 열성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나마 MBC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건 수목드라마로 포진한 <W>. 이 드라마는 최근의 MBC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게 도발적인 시도를 하고 있고 또한 그만한 성취를 거두고 있다. 심지어 지상파 드라마 같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래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W>MBC만의 성과라기보다는 지상파 드라마 전체의 성과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하지만 <W>의 성취가 MBC 드라마가 현재 처한 위기를 모두 상쇄시켜주는 건 아니다. <W>를 제외하고 나면 장편으로 포진된 MBC드라마들의 침체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벌어지게 된 것일까. 막장 논란이 벌어졌어도 한때 시청률과 화제성 만큼은 확실히 챙겨가곤 했던 MBC가 최근에는 시청률에 있어서도 또 화제성에 있어서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장편의 한계. 사실 MBC가 이렇게 장편을 월화에 또 주말에 배치하게 된 건 그것이 시청률을 가져가는데 있어 유리했기 때문이다. 과거 <주몽> 시절을 떠올려보라. 거의 1년에 가깝게 MBC가 월화극의 지존으로 자리한 바 있고, 경쟁사들의 드라마들이 소리 소문 없이 묻히기 일쑤였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몬스터>를 보면 장편이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할 때 오히려 굉장히 버거운 덩치가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 때 흥행보증수표처럼 여겨졌던 이병훈 감독의 사극 <옥중화> 역시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는 건 장편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고, 그래서 시청자들도 새로운 이야기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당연히 화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일 <옥중화>50부작이 아닌 16부작이나 20부작 정도로 압축했다고 생각해보라. 훨씬 더 속도감 있고 밀도 있는 이야기전개가 가능했지 않았을까.

 

MBC가 그간 주말에 세워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헤게모니를 잡았던 주말드라마들 역시 장편의 늪에 빠져 있다. 새로움이 없고 늘 비슷한 코드들을 약간 다른 소재 속에서 반복하다 보니 찾아보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화제성도 빠지게 되었다. 그게 그거 같은 드라마들로 시청자들에게 여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장편의 가장 큰 한계는 새로운 제작진이 투입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결국 드라마는 젊은 PD들의 참신한 시도들이 계속 실험될 수 있는 장 위에서 어떤 발전적인 양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장편이 이렇게 월화, 주말에 포진되고 나면 거의 반년 넘게 몇몇 제작진에게만 일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장편의 늪이 오래 지속되면 신진 PD들의 발굴은 점점 요원한 일이 되어버린다.

 

장편이 시청률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방송사의 드라마 전체에는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잘 될 때는 좋을지 몰라도 잘 되지 않으면 그 덩치 때문에 폐해도 몇 배로 생겨난다. MBC드라마가 과거 같은 드라마 공화국이 되기를 원한다면 앞으로라도 장편보다는 미니시리즈를 통한 새로운 실험에 과감해져야 하지 않을까. <W>가 그나마 보여주고 있는 성과를 주목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W>의 너무 많은 설명들,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MBC 수목드라마 <W>는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부딪치고 겹치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껏 드라마에서 좀체 다루지 않았던 설정들이기 때문에 낯설지만 동시에 참신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웹툰 속 주인공인 강철(이종석)이 현실 속 인물인 오연주(한효주)와 사건으로 서로 엮어지며, 강철과 진범의 팽팽한 대결 구도 속에서 피어나는 현실과 가상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W(사진출처:MBC)'

<W>는 판타지 설정이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떤 법칙 같은 것들이 세워졌다. 이를테면 웹툰 속에서 현실로 나가려면 어떤 충격적인 엔딩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오연주는 맥락 없이 강철의 뺨을 때리고 갑자기 키스를 하기도 한다.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는 처음에는 웹툰을 그리는 모니터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차츰 인물들이 각성하며 세계를 넘나드는 설정으로 바뀐다. 또한 웹툰의 인물들은 그 존재의미를 잃어버리면 조금씩 사라져간다.

 

이런 법칙들은 나름 이해가 가는 것들이다. 그건 시청자들이 생각하기에 웹툰 속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름의 개연성은 그래서 <W>라는 황당할 수 있는 판타지 설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들이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이 불가능한 상황을 이어주는 힘을 발휘한다. 두 사람이 이어지는 걸 보고픈 시청자들의 욕망은 심지어 개연성의 부족 또한 채워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선은 있다. 즉 새로운 설정들이 계속 해서 생겨나기 시작하면 제 아무리 판타지 설정이라고 해도 작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갑자기 각성한 범인이 이 세계를 그린 작가인 오성무(김의성)의 얼굴을 빼앗아 방송국에서 총기난사사건을 벌이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너무 개연성에 있어서 튀는 장면처럼 보인다. 오성무의 눈 코 입 없는 얼굴은 섬뜩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점에서는 이야기가 너무 나간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단 사건이 마구 터지고 그 후를 수습하고 나름의 개연성을 이어붙이는 건 그래서 강철의 몫이 되었다. 오연주와 이 모든 상황을 되돌리려 하는 그는 진범을 잡으려던 시도가 어긋나게 된 것에 대해 그녀에게 장황하게 설명한다. 사실 진범과 오성무가 과거 빌딩 옥상에서 마주하게 됐을 때 오성무가 살기 위해 진범에게 강철을 죽이면 주인공이 되게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 그런데 이 사실을 강철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강철은 또한 현실세계에서 웹툰 세계로 넘어가는 방법도 스스로 깨닫는다. 웹툰에서 각성해 현실로 넘어왔으니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이제 현실과 웹툰을 마음대로 오가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은 끊임없이 강철의 입을 통해서 설명된다. 그는 오연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녀가 없을 때는 내레이션을 통해 상황을 설명한다.

 

<W>는 그래서 지금 강철의 설명으로 시작해 설명으로 끝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리고 그 설명은 다름 아닌 작가의 설명이나 마찬가지다. <W>라는 세계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주인공인 강철이 그 상황들을 납득시키려 끊임없이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 이러다 보니 <W>는 너무 자의적인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W>의 이런 맥락 없지만 흥미진진한 세계가 주는 감흥은 그 신선한 시도에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상황과 그걸 연실 설명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자칫 극적 긴장감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약점이 되고 있다

수목극, 여주인공 3인의 성패를 가른 건

 

과연 누구의 선택이 옳았을까. 지상파3사의 수목극 대전의 중심에는 33색의 여주인공들이 있다.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 MBC <W>의 한효주, SBS <질투의 화신>의 공효진이 그들이다. 같은 장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세 드라마가 모두 갖고 있는 멜로 속에서 이 세 명의 인물들은 너무나 다르다. 다른 만큼 반응도 제각각. 세 인물들은 어떤 매력과 한계를 갖고 있을까.

 

'W(사진출처:MBC)'

먼저 KBS <함부로 애틋하게>는 무거운 멜로와 복수극을 보여주고 있어 수지가 연기하는 노을이라는 캐릭터는 하루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벌써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 세상의 을의 아픔과 고통을 거의 모두 껴안고 있는 듯한 캐릭터. 가난하고 부모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사채 빚에 쫓기며 사랑하는 남자 또한 불치병에 거려 이제 곧 그녀를 떠나게 된다.

 

노을이란 캐릭터가 이처럼 세상의 거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염치없는 세상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몰염치한 세상은 없는 이들을 더욱 힘겹게 만들어놓고 그들끼리만 잘 살아간다. 노을에 대한 연민과 그녀를 그렇게 만든 어른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들이 꾸미는 그들만의 복수는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녀를 가장 밑바닥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이유.

 

하지만 너무 힘든 현실 때문인지 이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사이다 전개와 캐릭터를 요구할 정도로 답답한 현실이지만, 노을이란 캐릭터는 그 답답함에 고구마를 더해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수지의 연기는 괜찮은 편이지만, 수지가 가진 풋풋한 이미지를 이 드라마가 전혀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이건 이 캐릭터를 선택한 수지라는 배우에게도 그리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MBC <W>의 한효주가 연기하는 오연주라는 캐릭터는 수지와는 상반되게 엉뚱발랄하다. 이렇게 된 건 웹툰과 현실을 오가는 이 드라마의 독특한 설정 때문이다. 어찌 보면 너무 황당한 설정이기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가 지나치게 진지해지면 자칫 우스워질 수 있다. 그러니 오연주라는 캐릭터는 조금은 과장된 모습으로 때로는 웃음을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야 그 비현실적인 느낌이 코미디적 설정을 통해 조금은 상쇄되기 때문이다.

 

오연주의 엉뚱발랄함은 이미 <동이> 같은 사극에서 한효주가 보였던 연기 이미지지만 이번 <W>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강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점점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에 몰입하고 그 세계에 빠져들면서 코믹 이미지는 진지해지는 면모를 띄게 된다. 한효주로서는 이러한 다양한 이미지들을 연기하게 만드는 오연주라는 캐릭터가 꽤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게다가 이런 엉뚱발랄한 캐릭터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코믹함과 장르적 긴장감 게다가 멜로까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면이 있다.

 

새로 시작해 수목드라마 대전에 뛰어든 SBS <질투의 화신>의 공효진이 연기하는 표나리라는 인물은 조금은 전형적인 느낌을 주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녀는 예뻤다> 이후, 일터에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려는 여주인공에 대한 열광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 <질투의 화신>은 방송국 내에서 천대받고 세상에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상캐스터 표나리라는 여성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평범해보여도 의뢰로 강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 설정이지만 표나리를 연기하는 공효진의 이미지는 어딘가 과거 드라마에서 봤던 듯한 느낌을 준다. 여전히 공블리라 불리는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는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너무 비슷한 캐릭터로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은 대중들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공효진의 한 방이 기대되는 캐릭터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나온 수목극의 양상을 통해 보면 드라마의 인기와 배우들의 선택은 비례관계를 보이고 있다. 즉 괜찮은 연기변신을 보여준 한효주의 선택이 가장 탁월해 보이며, 전형적이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공효진이 그 다음, 안타깝게도 지금의 트렌드와는 잘 어울리지 않고 또 본연의 풋풋한 매력도 드러내지 못한 수지의 선택이 그 마지막이다. 물론 드라마야 취향이니 보는 시청자들에 따라 그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아슬아슬한 <W>, 든든한 이종석-한효주 멜로

 

이건 마치 달리고 있는 자전거 같다. 멈추면 넘어진다. 그러니 쉬지 않고 패달을 밟아야 한다. MBC 수목드라마 <W>가 처한 입장이다. <W>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정신없을 정도의 속도로 전개되는 그 힘에 의해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개연성과 맥락을 지켜나가는 것이 드라마에 대한 작가와 시청자들 사이의 룰이지만, 이 작품은 웹툰이라는 설정으로 이 룰을 비켜나간다. 그래서 사실상 어떤 이야기든 그것이 뜬금없더라도 갑자기 집어넣을 수 있다.

 

'W(사진출처:MBC)'

웹툰을 그린 오성무 작가(김의성)가 만화 속 주인공인 강철(이종석)과 이 모든 걸 되돌리고 해피엔딩을 만들려하지만 갑자기 각성한 진범이 오성무의 얼굴을 빼앗고 그를 오히려 자신의 아바타이자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설정은 일반적인 드라마에서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된다. 또 그렇게 작가와 작중 악역인 진범이 역전되어 작품 속 악당이 작가를 움직여 웹툰의 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그래서 뜬금없이 강철의 일가족 살해사건 현장에 마치 강철이 아버지와 다툼을 벌이다 모두를 죽이게 한 것처럼 대사를 끼워 넣어 그를 진범으로 몰아버리는 것도 이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그건 웹툰의 세계이고, 웹툰이란 외부에서 작가가 어떻게 그려 넣는가에 따라 달리지는 피조물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W>의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 낯선 드라마의 낯설고 맥락 없는 이야기 전개를 계속 바라보는 시청자는 어느 허구의 비등점 이상에 도달하게 되면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작가가 원하면 언제든 이야기를 바꿀 수 있는 개연성과 맥락의 룰이 사라져버린 너무나 자의적인 세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성무가 자신의 얼굴을 진범에게 빼앗기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너무 인위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W>는 강했다. 그 자의적이고 맥락 없으며 인위적인 이야기임에도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멜로다. <W>에서 벌어지는 총기난사사건이나 추격전, 진범과 강철이 벌이는 대결과 그 사이에서 오연주(한효주)가 강철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들 같은 황당한 사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그 밑바닥에는 이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멜로 판타지가 있었다는 것.

 

진범이 강철을 살인자로 몰아세우고 그 웹툰의 세계를 지배하려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이 빠져들게 되는 건 그 강철 옆을 마치 수호천사처럼 배회하는 오연주가 그와 함께 이 난관을 넘어서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힘겨운 싸움 속에서 서로 가까워졌다 잊혀졌다 다시 나타나 사랑이 이어지는 그 멜로 판타지에 몰입되게 된다. 그것은 개연성의 법칙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게 되고 행복하게 되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지는 추동력이다.

 

시작부터 마구 패달을 밟아 어느 곳으로든 달려가기 시작한 <W>는 그래서 개연성 없이 달려가는 세계의 공허함을, 패달을 계속 밟았으면 하는(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그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채워나간다. 시청자들은 조금 맥락이 없어도, 또 황당해 보여도 갑자기 오연주가 나타나서라도 강철을 구하고, 또 그들의 사랑이 이뤄지고 진범이 처단되어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란다. 그 오연주와 강철 사이에 만들어진 강력한 멜로 판타지는 그래서 어느 곳으로 튀든 이 <W>라는 자전거가 계속 패달을 밟아줬으면 하는 욕망을 만들어낸다. <W>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아슬아슬하지만 그 빈 부분을 오연주와 강철의 멜로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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