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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논란드라마, 누가 더 많이 욕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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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욕하면서 봤던 드라마

욕하는 것만큼 쉬운 비평이 없다고 한다. 흠을 잡아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2006년 시청률 상위의 드라마들은 대부분 욕을 먹었다는 것. 그것은 분명 그럴만한 소지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쩌면 욕을 먹는다는 건 그만한 기대감이 컸다는 반증은 아니었을까. 올 가장 화제가 된 SBS‘하늘이시여’, KBS‘소문난 칠공주’, MBC‘주몽’을 예로 들어, 많은 욕을 먹었으나 시청률은 높았던 드라마들의 논쟁점과 완성도, 중독성 등을 체크해보자. 혹 욕에 가려져 보지 못한 미덕을 발견하게 될지 누가 아는가. 어쩌면 시청률과 욕의 상관관계가 밝혀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늘이시여’, 논란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다
지난 12월13일 민주언론시민연합에 의해 올해의 나쁜 방송으로 꼽힌 SBS ‘하늘이시여’는 논란드라마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본때를 보여준 드라마. 방영되기 전부터 자신의 친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는 시어머니와 호적 상 외삼촌을 사랑하는 조카의 관계 설정으로 ‘패륜 드라마 논란’을 일으켰다. 이영희 PD는 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친 피붙이와 같이 키운 아들을 실제 친 피붙이인 딸과 결혼시키는 이 딜레마가 이 작품이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다”라고 덧붙여 사실상 논란드라마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해 9월10일 13.5%의 시청률로 시작한 ‘하늘이시여’는 2회부터 ‘분장사 비하 발언’으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이후 배득(박해미 분)의 악녀 열연으로 조금씩 시청률을 높여간다. 11월 통산 18.4%의 안정된 시청률을 확보한 ‘하늘이시여’는 10회 연장 방영을 결정한다. 이것이 첫 번째 연장이다. 그리고 1월 특정 운동기구의 특징과 사용방법 등을 무려 5회에 걸쳐 방영하는 간접광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는다. 또한 어릴 때 헤어졌던 친딸을 나중에 며느리로 삼는다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일본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84년작 단편소설 ‘어머니의 편지’와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에 휩싸인다.

이러한 논란에 힘입어(?) 1월 21.5%의 시청률을 확보한 ‘하늘이시여’는 2월 25.4% 시청률을 기록하며 75회로 연장을 결정한다. 두 번째 연장이다. 드디어 3월 28.8%의 시청률로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이 드라마는 4월에 다시 81회로 연장을 결정한다. 세 번째 연장. 그 와중에도 논란은 계속되어 치위생사 비하발언이 불거진다. 5월에 30%대를 넘긴 ‘하늘이시여’는 다시 4회 연장을 결정하고, 6월에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청장이 직접 출연해서 불거진 ‘국정 홍보 논란’이 벌어진다. 드라마가 종반으로 향하면서 친딸을 며느리 삼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홍파(임채무 분)와 영선(한혜숙 분)의 결혼 등으로 논란은 더 커져갔다. 여기에 무리한 설정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죽음으로(홍파의 처 은지와 배득의 친구 소피아) 이른바 살생부 논란이 이어졌다. 이로써 7월에 40.2%의 시청률로 ‘하늘이시여’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란 오명을 남기고 종영했다.

제2의 ‘하늘이시여’, ‘소문난 칠공주’
4월에 시작된 ‘소문난 칠공주’는 시청률 50%를 넘긴 ‘바람은 불어도’(1996), ‘애정의 조건’(2004), ‘장밋빛 인생’(2005)등에서 성공을 보여준 문영남 작가를 내세워 주말 볼만한 가족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놨다. 그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단 한 달만에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소문난 칠공주’는 5월 드디어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덕칠(김혜선 분)의 자극적인 애정신 묘사가 나오더니, 급기야 임신한 딸을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 방영된 것이다. 바로 그 다음주에는 덕칠의 바람피는 장면을 목격한 남편 구수한(이대연 분)이 덕칠의 뺨을 때리는 장면과 이혼만은 안 된다며 덕칠이 자신의 손으로 자기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송됐다. 여기에도 모자라 덕칠 앞에서 구수한이 룸살롱 접대부들을 끌어안은 채 덕칠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이 정도 되면 주말 온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앉아 볼 수 있는 드라마는 포기한 것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계속 올라 7월 29%를 넘어 8월 33.6%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소문난 칠공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놓는다. 겁탈장면이 무분별하게 방송되는가 하면, 설칠이 친딸이 아니라는 출생의 비밀이 노출되면서(친부의 죽음이 나양팔과 관련이 있지만)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원수라고 표현하고 분노하는 대목이 나와 억지스럽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월에 여타의 논란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30회 연장방영(총 80회)을 발표했고, 특정 제품의 간접광고로 권고조치를 받았다. 9월에 특히 논란을 많이 일으킨 인물은 셋째딸 미칠(최정원 분). 그녀와 시댁의 트러블이 자극적으로 방영되며 시청률을 35%대로 높였다. 이제 거의 포기하면서 관성으로 보게 되는 이 중독적 드라마는 한동안 이혼이나 여성비하 문제를 드러내며 40%대 고지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12월에 들어 미칠의 이혼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김해숙 분)가 “사위자식 개자식”이라는 대사를 내보네 막말논란을 일으켰다. 이로써 제2의 ‘하늘이시여’라는 명성(?)을 얻은 ‘소문난 칠공주’는 ‘주몽’의 시청률을 위협하며 순항(?)중이다.

완성도에 대한 논란, ‘주몽’
위 두 편의 드라마가 주로 억지설정이나 자극적인 진행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면 ‘주몽’의 논란이 위치한 지점은 이것들과는 다르다. ‘주몽’은 주로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었던 점으로 미루어 높아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생긴 논란으로 보는 게 옳다.

‘주몽’이 처음 직면한 문제는 역사고증 논란이었다. 등장인물의 의상이 중국풍이며, 건축물도 조선시대 양식이고 고조선이 한나라의 철기문명에 멸망했다는 드라마 도입부 설정은 거짓이며, 주몽과 소서노, 예씨 부인의 삼각관계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 등 퓨전사극이 가진 논란거리에 휩싸인 것이다. 그러나 ‘주몽’은 5월 첫방영에서부터 7월 말까지 단숨에 3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소금산 에피소드’에서 실망한 누리꾼들은 8월 부영이 중도하차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9월에 들어 함량미달 전투신 스케일 논란이 고개를 쳐들었다. 주몽이 이끄는 별동대의 스케일이 고작 십수 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300억 드라마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그리고 40%대의 장벽을 맞은 ‘주몽’은 ‘주몽없는 주몽’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그 고지를 가볍게 넘어선다. 이 즈음 방송시간을 10분씩 더 잡아 광고수익을 높였다는 방송시간 편법운용 논란이 불거졌다.

그리고 10월에 들어서 여타의 논란드라마처럼 ‘주몽’도 슬슬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다. 이미 45%대의 시청률을 확보한 상태였다. 완성도에 대한 비판 여론도 깊어져 중순에는 ‘주몽은 납치 전문 판타지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11월은 한달 내내 연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최완규 작가의 연장불가 발언, 송일국의 연장 불가 선언, 그러나 약 2주도 되지 않아 송일국과 최완규의 연장 수용으로 이어지면서, 12월1일 송일국 20회 연장 최종 합의로 연장은 결정되었다. 포커스를 송일국의 입에 맞춤으로서 시청자들의 의견은 교묘하게 무시되었다. 그리고 12월에 들어 이른바 ‘신물3종세트’논란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사극으로서의 주몽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욕과 시청률과 완성도의 함수관계
위의 세 드라마를 하나로 싸잡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논란의 포인트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주몽’의 경우, 시청자들의 더 높은 완성도에 대한 주문으로 논란을 이해할 수 있지만, ‘소문난 칠공주’의 경우에는 기대감보다는 극중 자극적 설정들에 대한 혐오감 내지 분노가 논란의 이유였다. 여기에 ‘하늘이시여’는 이러한 드라마 내적인 논란은 물론이고 외적인 논란까지 덧씌워 논란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당연히 욕을 많이 먹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이 보고 관심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층위는 존재한다. 그것은 의도성의 문제다. ‘주몽’은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레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두 드라마는 애초부터 의도했다는 혐의가 짙다. 그것은 최초 설정 자체부터 논란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드라마들을 모두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소재와 설정과 주제가 비정상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면을 빼놓고 보면, ‘하늘이시여’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네 가족관계가 가지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혈연의 끈끈함을 이 드라마는 정곡으로 찌르고 있다. 반면 ‘소문난 칠공주’는 완성도 면에서 여러모로 떨어진다. 이 주말극이 일일극의 느낌을 주는 것은 그때그때 임기웅변적인 사건 전개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한편 ‘주몽’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더 높은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당연히 욕 또는 시청률은 완성도와 별 관계가 없다. 다만 욕이나 시청률이 관계가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중독성이다. 이 세 드라마는 모두 고른 중독성을 갖고 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나쁘다 판단되어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드라마가 확보하려는 궁극적인 것은 바로 이 중독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청률과 완성도는 마치 비례하는 것처럼 오인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률과 비례하는 건 중독성이다.

◆ 논란일지
하늘이시여
2005  9월10일 : 첫 방영
  9월11일 : 분장사 비하 발언
10월23일 : 배득의 이해할 수 없는 신데렐라 괴롭히기
11월16일 : 10회 연장 결정
2006   1월4일 : 간접광고로 방송위원회로 부터 법정제재
  1월19일 :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 표절 의혹
  2월27일 : 75회로 연장결정
  4월11일 : 81회로 연장결정
  4월24일 : 치위생사 비하발언
  5월20일 : 4회 연장결정
  6월5일 : 행정도시 홍보 논란
  6월17일 : 소피아의 죽음으로 살생부 논란
12월13일 :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나쁜 방송 선정

소문난 칠공주
2006   4월1일 : 첫 방영
  5월22일 : 자극적 애정신 묘사/ 임산부 논란
  5월27일 : 룸살롱 시퀀스 논란
  8월2일 : 겁탈장면 방송
  8월13일 : 설칠의 키워준 부모 원수 발언 논란
  9월5일 : 80회로 연장결정
     9월 : 방송위, 마루제품을 간접광고로 권고조치
  9월25일 : 미칠의 시댁 트러블 설정 논란
12월10일 : 사위자식 개자식, 막말 논란

주몽
2006   5월1일 : 역사고증 논란 시작
  5월15일 : 첫 방영
  5월31일 : 방송시간 연장 논란(10분 더)
  7월25일 : 소금산 에피소드 논란
  8월7일 : 부영 중도하차 논란
  9월5일 : 함량미달 전투신 스케일 논란
  9월6일 : 예소야 송지효 캐스팅 논란
  9월13일 : 주몽 없는 주몽 논란
  9월18일 : 소탄등에 대한 고증 논란
  9월26일 : 방송시간 편법운용으로 광고이익 증가 논란
  10월9일 : 연장성 논란 시작
10월17일 : 납치 전문 판타지 드라마 논란
11월12일 : 최완규 연장 불가
11월15일 : 송일국 연장불가
11월27일 : 송일국 연장 수용
11월28일 : 최완규 연장 수용
  12월1일 : 송일국 20회 연장 최종 합의
  12월5일 : 신물3종세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