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의 연기력, '개콘'을 살린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고뢔?!"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금은 과장되게 질러대는 김준현의 이 대사는 대본에 어떻게 적혀 있을까. 대본에는 그저 "그래?"라고만 적혀 있다. 그런데 그 평이한 되물음이 김준현의 입을 거친 후,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 발휘된 것일까. 그것은 연기력이다.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김준호 같은)이 있는 반면, 개인기를 장기로 하는 개그맨(이승윤 같은)이 있고, 아이디어가 좋은 개그맨(최효종 같은)이 있는 반면, 얼굴이 무기(?)인 개그맨(박지선 같은)도 있다. 그런데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개그맨은 누구일까.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대본이 있어도 '살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김준현은 연기를 잘 하는 개그맨이다. 그가 지금껏 들어간 코너의 면면을 보면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는 메인을 맡기보다는 메인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의 존재감이 가장 먼저 보였던 'DJ변의 별볼일 없는 밤에' 코너에서 그는 변기수를 보조해 영화광고 패러디 원맨쇼 역할로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보조 정도로 생각됐지만 차츰 김준현의 광고 성우 역할이 더 화제가 되는 상황이 되자 분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9시쯤 뉴스' 코너에서도 김준현은 개콘유치원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 역할로 주목받았다. 어린이 같은 얼굴로 어른 세계를 풍자하며 분노하는 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100% 이상 그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생활의 발견'에서 우연히 남녀 간의 대화에 끼어들게 되는 주로 취객 역할로 투입된 건 김병만의 추천이 있어서였다. 현재 '생활의 발견'은 어느덧 초반 송준근 신보라가 이끌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김준현의 끼어들기 개그로 중심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에 군당국자 역할로 그가 들어간 것은 이 코너의 메인인 김원효의 연기를 좀 더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서수민PD의 제안으로 들어간 김준현은 역시 이 코너에서도 확실한 자기 영역을 만들어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하고 '비대위'의 관료주의를 꼬집지만, 정작 자신은 상황 파악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군 당국자의 역할은 긴장감을 만들었다고 일시에 풀어내는 김준현의 연기력이 그만큼 돋보이는 코너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네가지'에서 김준현은 뚱뚱한 사람 역할을 맡았다. '네 가지'는 못생긴 사람, 좀스러운 사람, 뚱뚱한 사람, 잘 생기기만 한 사람이 각각 나와 발언대에 올라 자신들에 대한 오해를 토로하는 코너다. 이 코너에서 김준현은 벌써부터 "누굴 돼지로 아나-"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뚱뚱하고 땀을 줄줄 흘리는 그 모습으로 엉뚱하게 오해받는 역할은 김준현이라는 개그맨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그 연기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김준현이 지금껏 해온 개그 코너에서의 역할을 보면 결코 주인공으로 나선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조 역할로 시작해서 결과적으로는 주목받는 역할이 된 건 그 특유의 성실성과 연기력 때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즉 이제 김준현은 다른 개그맨들이 코너를 짜도 거기에 '꽂아주고 싶은' 개그맨이라는 얘기다. 그가 코너를 살려주는 '개그콘서트'의 연기담당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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