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이 얼마나 통쾌한 복수 방법인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는 두 가지 뉘앙스로 읽힌다. 그 첫째는 이제 더 이상 착한 남자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고, 둘째는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유일한 착한 남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주인공 강마루(송중기) 역시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그는 세상에 유일한 착한 남자일까, 아니면 세상에 더 이상 착한 남자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일까.
'착한남자'(사진출처:KBS)
캐릭터가 착하든 착하지 않든 그것은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드러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왜 이 드라마는 ‘착한’이라는 선(善)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악한 세상에 대항하기 위함일 게다. 강마루가 나쁜 여자 한재희(박시연)에게 던지는 대사 속에는 그 세상에 대한 증오가 읽힌다.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거긴 어떤 세상입니까? 사모님께서 사시는 거긴 대체 어떤 세상이길래 멀쩡한 사람을 굽신거리게 하고 주눅 들게 하고 이성을 잃게 하고 사람이길 포기하게 하고...”
하지만 이 악한 세상은 화려함으로 유혹한다.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겠어요? 얼마나 눈부시고 꿈을 꾸는 것처럼 화려하고 숨이 막힐 듯 근사한지. 내가 설명해주면 상상조차 할 수 있겠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한재희는 이 곳에서 “오래 있고 싶다”고 했다. “꿈을 꾸는 거면 죽을 때까지 깨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 오게 하고는 재벌 회장의 아내를 몰아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한재희를 강마루는 복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다만 그는 한재희를 다시 되찾아오려 한다. “누나가 못 내려 오겠다면 내가 거기로 올라갈께... 세상에 폐 그만 끼치고 내가 데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즉 강마루의 복수의 칼끝은 한재희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세상에 있지 한재희에게 있지 않다. 마치 대마왕에게 잡혀간 니나를 구하려 달려드는 폴처럼 그는 지금 그 악한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중이다.
그런데 이 강마루가 한재희를 구출해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세상이 악한 것은 오로지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그 세상을 대표하는 인물이 서회장(김영철)이고, 그의 부인인 한재희는 그 세상에 눈 멀어가는 인물이며, 그의 딸인 서은기(문채원)는 그로 인해 상처를 입는 인물이다. 강마루는 아버지 때문에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한 서은기를 사랑에 빠뜨림으로써 녹여낸다. 그리고 그 사랑은 한재희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다. 한재희는 강마루와 서은기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 졸이고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강마루의 복수방식,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인 셈이다. 이것이 복수가 되는 것은 성공과 욕망을 위해 저당 잡힌 자신의 삶이나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다시 끄집어내게 함으로써 자신의 화려한 성공이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착한남자>의 중심인물들은 성공에 대한 욕망과 진정한 행복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한 캐릭터들이다. 강마루는 사랑을 위해 의사 가운을 벗었다. 성공을 포기한 것이다. 반면 한재희는 욕망을 위해 사랑과 행복을 버렸다. 서은기는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며, 박재길(이광수) 역시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착취하는 아버지를 거부하고 집을 나온 재벌2세다.
수많은 사랑과 욕망을 다룬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착한남자>가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 대결방식이 상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욕망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사랑을 통해 찾게 해준다는 그 복수방식.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착한남자>는 그래서 멜로를 통해 풀어낸 복수극이기도 하다. 칼과 암투가 보이지 않아도 더 치열하게 느껴지는 건 마음을 썩둑 잘라내는 그 섬뜩한 멜로의 칼날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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