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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무엇이 김수현 작가 명성에 흠집을 만드나

D.H.Jung 2012. 10. 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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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 작품은 최고지만 왜?

 

국민 작가, 언어의 마술사, 흥행 보증수표, 한국 드라마의 산 증인 등등... 김수현 작가를 수식하는 말들은 실로 엄청나다. 사실이 그렇다. 김수현 작가만큼 그 오랜 세월을 끊임없이 현역작가로서(그것도 최고의 작가로) 살아낸 이는 없다. 그것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태와 단절 없이 호흡하면서 화제작과 문제작을 써낸 작가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 필모그래피는 우리네 드라마사를 관통하는 면면이 있다. 우리는 그 작품들을 통해 우리 드라마의 변화와 함께 우리네 사회의 변화상도 읽어낼 수 있다. 그 정도다. 김수현 작가란 존재는.

 

 

'무자식 상팔자'(사진출처:JTBC)

그런데 최근 들어 김수현 작가가 갖게 된 이미지는 이와는 사뭇 상반된다. 때로는 지나치게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때로는 좀체 대중들과 소통되지 않는 이미지로 그녀는 소비된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 안 좋은 것은 ‘돈의 이미지’다. 작품으로서의 드라마 또한 상업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돈 문제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능력 있는 작가가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드라마 작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작가들이 이만큼 대우를 받는 것도 다 김수현 작가 같은 거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의 새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의 집필료가 회당 1억 원이라는 사실에 대해 대중들은 그다지 고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다. 실로 1억 원이라는 고료는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회당 5,6천만 원 정도를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배는 되는 고료다. 총 30부작이니 드라마 한 편을 쓰고 30억을 버는 셈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측은 여기에 대해 뛰어난 대본의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지도, 쪽대본 없는 원고 집필 등을 들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사의 쾌척과 그럴만한 능력과 흥행력의 김수현 작가라는 등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드라마 제작 현실과 관련이 있다. 대중들은 이미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첨예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톱클래스 배우가 회당 몇 천만 원씩 받아가고, 작가가 어마어마한 집필료를 받아가는 다른 한편에서는 정작 일을 해주고도 돈도 못 받는 스텝들이 있고,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도 세금 떼고 3,4만원을 받아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단역들이 있다.

 

김수현 작가가 받아가는 엄청난 고료는 다른 한편으로는,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생활고에 허덕이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스러지는 수많은 신인작가들의 어려움과 무관할 수 없다. 드라마라는 제작현실이 제로섬 게임처럼 누군가 너무 많이 가져가면(돈이든 일이든) 누군가는 굶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많은 대중들은 김수현 작가처럼 국민작가라는 호칭을 받는 우리네 드라마계의 어른이라면 거기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한다. 물론 이것은 기대일 뿐 강요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지만.

 

‘종편’에 대한 대중정서가 겹쳐지면서 JTBC에서 방영하는 <무자식 상팔자>를 쓰는 김수현 작가의 이미지는 더 나빠졌다. 국민작가이고 누구나 그녀의 작품을 기대하는, 그래서 존경하고 싶은 그런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이런 이미지가 생기게 됐을까. 이 시대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했던가. 소통에 실패하면 심지어 제아무리 좋은 작품도 먹히지 않는 게 작금의 대중정서가 보이는 새로운 양상이다. 좀 더 드라마계의 거목다운 모습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