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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선물', '쓰리데이즈', 당장은 무모해보이지만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3. 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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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던진 SBS드라마의 승부수, 그 의미

     

    SBS 드라마가 제대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껏 월화수목 드라마에서는 좀체 보기 힘들었던 본격 장르물을 연달아 라인 업시킨 것. <신의 선물-14>은 스릴러에 타임슬립이 덧붙여진 드라마이고 <쓰리데이즈>는 추리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액션 스릴러다.

     

    '신의 선물 14일''쓰리데이즈'(사진출처:SBS)

    미드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우리도 이런 드라마를?”하며 반색할 만하다. 흔히들 장르라고 하면 정해진 문법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네 장르드라마는 일종의 변칙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응급남녀> 같은 의학드라마를 해도 멜로가 빠지지 않고 가족이 빠지지 않는다. 아니 이 드라마는 사실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학드라마가 아니라 멜로, 즉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복합 장르 드라마도 일단 메인은 멜로다. 화제가 됐던 <상속자들>도 그렇고 심지어 <감격시대> 같은 남자들의 드라마에서도 멜로는 빠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장르물들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멜로드라마는 우리네 드라마의 근간이자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된 데는 장르 드라마의 시도를 통해 얻게 된 일종의 타협의 결과다. 한때 <하얀거탑>이 나왔을 때 대중들은 멜로 없이도 재밌다는 얘기를 꺼내며 이른바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시청률로 옮겨지지 못했다. 멜로 없이 본격 장르물로 달린 <하얀거탑>은 그래서 호평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 학습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이후에 나온 장르물들은 여지없이 멜로와 가족을 끼워 넣었다. 한 때는 가운 입고 연애만 한다는 무늬만 의학드라마에 대한 비판으로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생겼지만 막상 장르물이 시도된 이후에는 역시 멜로를 넣어야장사가 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알고 보니 멜로였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세련됨을 보장하는 적당한 장르물과 드라마에 빠지게 해주는 익숙한 멜로의 교집합을 오히려 즐기는 시청자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과 사정을 두고 보면 <신의 선물-14>이나 <쓰리데이즈>를 월화수목에 배치한 것은 시청률면에 있어서는 무모해 보인다. 이들 본격 장르물은 기존 드라마 시청 패턴과는 사뭇 다른 관전 포인트를 요망하기 때문이다. 이 두 드라마가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 같다고 여겨지는 것은 기존 우리네 드라마 시청 패턴의 독특함을 말해준다. 극장과 집이라는 공간의 차이 때문에 드라마는 확실히 영화만큼 몰입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본격 장르물이 가진 이야기의 촘촘함은 시청자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패턴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이것은 기존 지상파들의 방영 패턴이 수동적인 본방사수에서 점점 선택적 시청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IPTV나 티빙 같은 모바일 시청은 직접 선택해서 원하는 시간에 본다는 점에서 몰입도가 훨씬 높다. 물론 극장이라는 몰입을 극대화한 공간을 가진 영화만큼의 몰입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저 채널 돌리다 무심코 세워두고 보는 시청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는 안방극장이 점점 시스템화되어가는 추세다. 점점 대형TV가 일반화되어가는 건 이런 변화를 잘 말해준다.

     

    콘텐츠의 수용패턴은 전적으로 시청자들의 기호나 취향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디어 환경에 의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 변화 속도를 보면 이제 TV 시청 패턴이 바뀔 날도 머지않았고 이미 이 변화는 시작되었다. 다만 미디어 변화에 맞지 않는 시청률 추산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신의 선물-14>이나 <쓰리데이즈>의 시청률은 당연히 낮다. 이들 콘텐츠가 과거의 시청패턴을 반영하는 현재의 시청률 추산 시스템에서 좋은 시청률을 내는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도 IPTV와 다운로드를 포함한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맞는 시청률 추산을 다시 내본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당면한 시청률이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는 마당에 이런 시도가 결코 쉬울 리 없다. 하지만 향후 이 본격 장르물에 대해 SBS 드라마가 던진 승부수는 분명 시청률 그 이상의 기대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에서 <쓰리데이즈>의 인터넷 방영 판권이 사상 최고치의 가격으로 판매되었다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해 달라지고 있는 방영 패턴의 징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누가 새로운 콘텐츠를 먼저 시도하느냐는 문제는 그래서 향후의 방송사 콘텐츠 헤게모니 전쟁에도 중요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시청률에 목매 과거에 기대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어떤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이미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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