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미생'의 몰입감, 임시완과 이성민 덕분이다 본문
<미생>, 웹툰 캐릭터를 살려낸 임시완과 이성민
tvN <미생>의 승승장구가 심상찮다. 3회만에 3% 시청률을 넘어섰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다. 간만에 괜찮은 드라마를 만났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 좀 나온다는 지상파 드라마들은 막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고, 괜찮다 싶은 드라마들도 시청률 난항으로 흐지부지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드라마는 JTBC <밀회>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미생(사진출처:tvN)'
<미생>의 몰입을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그래(임시완)와 오과장(이성민)이라는 두 캐릭터의 힘이다. 장그래는 ‘열심히 해도 스펙 없어 잘 안 되는’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청춘들을 대변한다. 남 못잖은 열정과 노력을 보이지만 스펙 없는 그에게 돌아오는 건 늘 ‘노력이 부족하다’는 자책이다. 흔히들 ‘삼포세대’로까지 얘기되는 요즘의 청춘이지만 그래도 장그래는 이름처럼 긍정적이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보는 이들을 짠하게 만든다.
반면 오과장은 바로 그 윗세대로서의 조직을 이끄는 팀장 역할이다. 장그래가 사회 초년생으로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것과 달리 오과장은 이런 저런 위기상황을 겪고 넘어온 백전노장. 하지만 이 팀장의 위치가 장그래보다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으로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조직원을 살리기 위해 싫은 상사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까지 한다. 조직원이 저지른 실수는 자신의 책임이다.
장그래와 오과장은 그 서 있는 사회적 위치가 다르지만 그들이 겪는 일은 결코 다르지 않다. 그것을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PT에 인간적으로는 싫지만 어쨌든 팀이 된 한석율(변요환)과 함께 해나가야 하는 장그래의 상황과, 부하직원을 살리기 위해 싫어도 전무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오과장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이야기다. 오과장은 ‘태풍’의 비유를 한다. 태풍은 주변을 파괴할 정도의 힘을 발휘하지만 그 중심은 고요하다는 것. 장그래가 한석율과 부딪치지 말고 오히려 그 중심으로 들어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 얘기는 똑같이 오과장에게 되돌려진다. 그 역시 어쨌든 전무와 함께 살아나가야 한다.
싫어도 함께 살아내야 하고, 싫어도 그 싫은 사람에게조차 물건을 팔아야 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많은 이들이 사회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려 안간힘을 쓰지만 사회생활의 어려움은 바로 그 ‘함께 함’에 있다. 이 아이러니가 <미생>의 PT 장면들을 탄생시킨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콜라보레이션 미션처럼 보이는 이 시퀀스는 경쟁자지만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결국은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 해준다.
장그래라는 젊은 세대에 대한 공감이 있다면 오과장이라는 그 윗세대의 공감이 있다. 그리고 그 두 세대는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들여다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바로 서로 위치도 다르고 또 그래서 부딪침을 만드는 듯한 이 두 세대가 어떤 공감대를 만들어낼 때 그것은 시청자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현실은 어쩌면 이 두 세대가 서로를 배려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그래와 오과장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들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바라보면 저런 인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두근대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고 무작정 맨 몸으로 부딪치는 장그래를 응원하게 되고 그런 장그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오과장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함께 버티고 있는 원인터내셔널이라는 살벌한 현실 속에서 장그래와 오과장의 세대를 넘은 팀워크를 자꾸만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니 어쩌면 약간은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 이 두 인물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임시완과 이성민의 연기는 <미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두 사람만이 아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한석율 역할의 변요환이나 김동식 대리 역할의 김대명, 진짜 회사원처럼 느껴지는 오과장의 입사동기 고과장 역할의 류태호 같은 연기자들의 호연은 만화 속 인물들을 현실로 꿈틀대게 만들어낸다. 그들이 있어 <미생>의 생생함과 몰입감은 가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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