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만으론 힘겨워진 환경, PD 찾는 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연일 화제다. 유재석이라는 대어를 낚으면서다. 여기에 노홍철과 김용만과의 계약 사실까지 이어지면서 항간에는 MBC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FNC로 헤쳐모이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지금껏 특정 기획사에 소속되어 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표격인 유재석이 먼저 움직였다는 건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만일 FNC로 <무한도전>의 나머지 출연자들, 정준하, 하하, 박명수가 합류하게 된다면 그 힘은 실로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함께 모여 다른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 기획사 소속인 아이돌 그룹 같은 시너지를 만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레발(?)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김태호 PD 같은 훌륭한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건 콘텐츠 위에서다. <무한도전>이 10년 째 승승장구하면서도 여전히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었던 데는 김태호 PD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김태호 PD는 출연자들의 일상까지도 관리해나가는 일종의 매니저 역할까지가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훌륭한 제작자가 전제되지 않는 스타 MC들이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는 SM C&C다. SM C&C는 강호동이라는 대어를 잡아 놓고도 그 효과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1박2일>에서 같이 활약했던 이수근이 합류했지만 그 역시 불법 도박 혐의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SM C&C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예능인은 신동엽과 전현무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활약하는 건 그들의 주 종목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개인 기량이 중요한 분야이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결국 강호동과 이수근이 어떤 숨통으로서 찾은 것도 나영석 PD다. 나영석 PD가 준비하고 있는 <신서유기>는 과거 <1박2일>의 멤버들이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을 전제로 깔고 있다. <서유기>의 내러티브를 차용해 바닥에서부터 ‘인간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FNC가 유재석과 <무한도전> 멤버들을 품는 것이나, SM C&C가 일찌감치 강호동 같은 스타 MC를 끌어들인 것은 지금의 변화하는 콘텐츠 시장을 두고 볼 때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이제 기획사들은 스타들만 갖고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들을 다양한 형태로 얹을 수 있는 콘텐츠를 이들 기획사들이 직접 제작하고 나선 건 그래서다.
최근 이 흐름은 지상파의 PD들까지 기획사들이 스카우트하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예체능>, <두근두근 인도>를 연출했던 이예지 PD가 SM C&C로 이적한 건 단적인 사례다. 이제 스타만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PD들이 기획사에서는 그만큼 절실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콘텐츠는 이제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기성 플랫폼에 맞출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나영석 PD가 <신서유기>를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것이 그간 물의를 빚은 이수근 같은 출연자에게 그나마 편한 무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플랫폼과 상관없이 콘텐츠만 좋다면 어디든 세워질 수 있고 또 상품으로 가공될 수 있는 현 콘텐츠 시장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플랫폼 시대는 저물고 콘텐츠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간 홀로 지내던 유재석이나 <무한도전> 멤버들이 FNC에 합류하는 건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홀로 서서 방송사에 목매는 존재들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혹은 인터넷이든 상관없이 송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역시 필요한 건 훌륭한 PD다. 아무리 유재석이라도 김태호 PD 없는 그를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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