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탐정', 최진혁보다 더 좀비 같은 인간군상이라니
이른바 서구에서 시작된 '좀비 장르'에서 좀비들은 '박멸의 대상'이다. 코로나19처럼 단 하나의 좀비가 존재해도 순식간에 세상은 좀비 떼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니 마지막 하나까지 제거해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KBS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의 좀비 김무영(최진혁)은 그런 좀비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미 죽었다 살아나 좀비가 되었지만 스스로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먹는 좀비의 본능을 억누르고 어떻게든 인간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왜 죽게 됐는가를 궁금해 한다.
반면 생존을 위해 맡은 사건의뢰에서 단식원에 들어간 강고은(박선영)의 딸 김윤주(권영은)를 구해내기 위해 그 곳에 들어간 김무영은 그 곳에서 은밀히 벌어지고 있는 모종의 일들을 알게 된다. 겉보기엔 단식원이지만 사실은 사이비 종교단체인 그 곳에서는 신도들을 끌어들여 돈을 갈취해가고 있었다.
김무영이 목격하고 경악한 사이비 종교단체의 광적인 집회 장면은 이 드라마가 담으려는 블랙코미디적 풍자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 신도들은 말 그대로 좀비 떼들 같다. 이성을 잃은 채 사이비 종교 앞에 무릎 꿇고 광적으로 흥분하는 풍경이라니. 그 좀비 떼들 같은 인간 군상을 보며 진짜 좀비 김무영이 경악하는 장면은 그래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발각된 김무영이 도망치고, 그를 뒤쫓는 무리들 역시 좀비 떼와 벌이는 추격전을 연상케 한다. 인간이 도망치고 좀비 떼가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좀비가 도망치고 인간 떼들이 추격하는 광경은 <좀비탐정>이 일부러 역전시켜 놓은 좀비와 인간의 관계가 가진 의도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좀비탐정>은 그래서 약자가 되어버린 좀비의 시선으로 살벌한 인간세상의 비정함을 담아내려 한다. 이 좀비의 시선으로 보면 다이어트에 집착해 단식원에 들어가는 일들이 이상하게 보이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이 세상의 차가움이 낯설게 느껴진다. 곱창집 앞에서 곱창을 얻어먹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춤을 추는 김무영의 몸짓은 그래서 우스우면서도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인간이 인간을 살해하는 세상이다. 그가 쓰고 있는 이름의 장본인인 김무영 탐정은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살해됐다. 그리고 그 역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좀비탐정은 너무나 배가 고파 눈이 돌아버린 후 자칫 자신이 사람들을 해할까를 걱정한다.
살아있지만 죽은 존재가 바로 '좀비'다. 그런데 <좀비탐정>의 김무영은 죽었지만 살아 있는 존재다. 반면 이 드라마 속에는 사이비 교단 속 인간군상들처럼 진짜 살아는 있지만 죽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과연 누가 진짜 좀비인가. 이 드라마가 빵빵 터지는 블랙코미디 풍자에 담아낸 날선 질문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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