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18 어게인' 윤상현의 꼰대 갱생 판타지가 주는 특별한 감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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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게인' 윤상현의 꼰대 갱생 판타지가 주는 특별한 감흥

D.H.Jung 2020. 10. 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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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게인', 이도현 판타지가 제공하는 공감의 실체

 

'이혼 직전 18년 전 리즈시절로 돌아간 남편의 이야기'. JTBC 월화드라마 <18 어게인>의 이 짤막한 소개 글은 이 드라마가 KBS <고백부부>나 tvN <아는 와이프> 같은 과거로 돌아가 벌어진 복고풍의 판타지가 아닐까 오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18 어게인>은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과거의 젊었던 몸으로 돌아간 홍대영(윤상현)이 고우영(이도현)이라는 이름을 빌어 현재를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복고풍의 판타지는 추억을 자극하지만, 과거의 몸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이야기는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현재를 달리 살아가게 한다. 그래서 젊은 몸으로 돌아간 고우영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건 자신의 자식들인 홍시아(노정의)와 홍시우(려운)와 그가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살았던 세월들이다.

 

입만 열면 '라떼는'을 꺼내며 꼰대의 전형적인 설교를 늘어놓던 홍대영과는 그 속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던 홍시아와 홍시우는 젊은 몸으로 돌아가 고우영이라는 친구로 다가가자 마음을 열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농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홍시우는 사실 농구에 대한 꿈이 있다는 걸 고우영에게 털어놓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고 있던 홍시아 역시 부모가 자신들 때문에 불행했고 그래서 이혼까지 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아픔을 털어놓는다.

 

어른으로 다가가서 철벽을 치던 아이들은 이제 친구로 다가가자 소통을 하게 되고, 뒤늦게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알고 난 고우영은 그들을 남모르게 도우려 한다. 스트레스로 쓰러진 홍시아를 업고 한숨에 응급실까지 내달리고,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며 농구의 꿈도 접고 있던 홍시우가 그 괴롭힘에서 벗어나 농구를 다시 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그건 어른으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찬가지로 고우영은 아내 정다정(김하늘)에게 자신이 소홀했고, 필요할 때는 늘 없었던 자신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젊어진 몸이 되어 아들 시우의 친구가 된 고우영은 그런 정다정을 옆에서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는 깨닫는다.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대단한 성공이나 엄청난 이벤트가 아니라 아주 소소하고 소박한 것들을 해주는 것이란 걸. 그래서 친구로 찾아간 정다정의 집에서 깜박이는 현관 전등을 갈아주고, 설거지를 해주며, 아내가 좋아했던 곶감을 놓아준다.

 

한편 어린 나이에 쌍둥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버려 꿈을 피우지 못했던 정다정은 계속 해서 아나운서의 꿈을 꾸고 결국 JBC의 아나운서 블라인드 공채에 합격한다. 하지만 뒤늦게 아이의 엄마라는 게 밝혀지고 또 결국 홍대영과 이혼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그것이 대단한 약점인 양 핍박받는 처지가 된다. 홍대영이 젊은 몸으로 돌아가 자신의 꼰대 같았던 세월을 후회하고 되돌아본다면, 정다정은 아나운서가 되고도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또 이혼했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 그런 정다정을 홍대영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그의 옆을 맴돌며 그를 보호하고 때론 위로해준다.

 

<18 어게인>은 홍대영이 18년 전의 몸으로 돌아가 고우영이 되어 살게 되는 판타지를 담고 있지만, 그 판타지를 통해 우리네 삶을 반추하게 만든다. 과연 아이들과 친구처럼 제대로 소통해왔을까를 되새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마음을 썼던가를 떠올리게 한다. 또 나이로 인해 차별받는 현실을 보게 만들고, 세대로 나뉘어 단절된 소통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이 드라마의 장르적 색채지만, <18 어게인>은 의외로 뭉클한 순간들과 진한 여운 같은 게 느껴지는 드라마다. 이미 나이든 어른이지만 젊은 몸을 갖게 됐다는 그 교차점이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색다른 관점들이 거기 들어 있어서다. 고우영이 아이와 아내 그리고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건 이 새로운 관점이 주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일 게다.(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