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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람스', 이런 적폐들 때문에 청춘들이 불행하다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10. 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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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람스', 아름다운 클래식? 추한 적폐들과 힘겨운 청춘들

     

    어째서 이 청춘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클래식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었을까.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아름다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의 선율이 흐르는 드라마지만, 그걸 연주하는 청춘들을 둘러싼 현실들은 보기 불편할 정도다. 교수라고 부르기조차 꺼려지는 이들은 선생이 아니라 적폐다. 학생들 위에 군림해 실력도 없으면서 젊은 청춘들의 열정과 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적폐들.

     

    은근히 대학원 제자 운운하면서 사실은 체임버를 꾸리는 일을 시켜 먹는 이수경(백지원) 교수 때문에 채송아(박은빈)는 갖은 잔심부름까지 마다치 않았다. 대전까지 가서 중고거래로 교수의 브로치까지 사다줘야 하는 일도 꾹 눌러 참으며 감수했다. 단원들에게 티켓을 판매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이수경 교수가 원치 않는 단원을 잘라내는 일도 대신했다. 하지만 당연히 체임버 단원의 일원이라 생각했던 채송아가 사실은 그저 '총무'였다는 걸 직접 이수경 교수에게 듣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건 아니라는 걸. 결국 그는 그 일을 그만 하겠다고 말했고 이수경 교수는 그런 선택이 채송아에게는 대단한 실수가 된다고 으름장을 논다.

     

    이정경(박지현) 역시 송정희(길해연) 교수의 제자 양지원(고소현)의 레슨을 도와줬다는 사실 때문에 버려졌다. 송정희 교수와 알력이 있던 이수경 교수가 그 사실을 폭로했고, 결국 분노한 송정희 교수는 이정경에게 대놓고 '실패자'라는 막말과 함께 그를 버렸다. 이런 사정은 박준영(김민재)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를 지도하는 유태진(주석태) 교수가 그의 연주를 자신의 이름으로 온라인에 올려놓고 있었던 것.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을 소재로 이를 은유해 멜로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지만, 갈수록 이 클래식업계의 '불편한 현실'을 끄집어내고 있다. 이렇게 된 건 이 아름다운 클래식을 선택한 청춘들이 어쩌다 그 자체를 좋아하지 못하고 또 좋아할 수 없게 되었는가를 담으면서다. 채송아는 뒤늦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탓에 늘 꼴찌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무시당하고, 박준영은 가난해 재단의 도움을 음으로 양으로 받으면서 피아노 연주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되어버린다. 부유하게 자란 이정경 역시 사고로 사망한 엄마의 그늘 아래서 바이올린 연주가 더 이상 즐거울 수 없었다. 어려서는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갈수록 평범해진 자신에게 가해지는 외부의 시선들 앞에서.

     

    클래식이라는 소재를 통한 평범한 청춘 멜로로 여겼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제 사회극으로의 면모까지를 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클래식이라는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게만 보이던 세계가 사실은 경쟁사회와 스펙사회 그리고 부조리한 조직문화 같은 적폐적 현실 속에서 결코 아름답게만 볼 수 없다는 걸 이 드라마가 드러내고 있어서다.

     

    물론 이런 사회극적 요소들은 드라마를 그저 달달하고 설레는 마음을 즐길 수 없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애초부터 그리려던 청춘멜로와 엇박자를 낸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이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는 '꿈'과 '사랑'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할 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꿈에 대한 이야기가 클래식의 현실을 가져와 사회극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빈부와 스펙의 현실이 드리워진 청춘멜로의 풍경을 그려낸다.

     

    결국 무언가(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걸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일이 어째서 청춘들에게 이토록 어려워졌는가를 드라마는 꼬집고 있다. 채송아와 박준영 그리고 한현호와 이정경의 음악과 사랑의 변주가 절절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건 이 순수한 청춘들 앞에 놓인 암담한 현실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고 그 현실을 만들어내는 적폐들이 있어 이 청춘들이 아프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 청춘들의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그저 달달한 청춘 멜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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