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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놀면', 존 레전드와 이문세가 한 방송에 등장하자 생겨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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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글로벌과 복고가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확장

 

사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겨울노래 구출작전'은 이전에 했었던 싹쓰리나 환불원정대 같은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소박한(?) 편이다. 어떤 면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가 강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잠시 쉬어가는 아이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소박함 속에도 '특별함'은 존재했다. 물론 에일리와 김범수의 듣기만 해도 힐링되는 노래와 하모니가 주는 즐거움이나, 오랜만에 돌아온 윤종신의 감성 가득한 열창의 무대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었지만, '겨울노래 구출작전'의 백미는 존 레전드 같은 월드 클래스 아티스트와 오랜만에 옛 감성에 푹 빠뜨린 우리의 레전드 이문세의 무대였다. 

 

유재석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존 레전드의 'Bring me love'가 요즘 최애곡으로 여기에 푹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 계기가 됐다. 제작진에게 직접 연락을 해온 존 레전드는 유재석이 자신의 곡을 좋아한다고 말한 영상을 봤다며 그 곡을 유재석은 물론이고 한국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로써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월드 클래스 존 레전드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유재석"이라 말하며 한국의 팬과 유재석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만들어졌다. 존 레전드는 "사랑해요"라고 말하고는 직접 피아노를 치며 'Bring me love'를 불렀고, 노래 끝에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최근 들어 K콘텐츠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이제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에 존 레전드 같은 인물이 방송에 등장하는 풍경은 이례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세상은 점점 지구촌화되어가고 있고, 또한 우리네 콘텐츠들에 대해 해외에서 느끼는 친밀함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존 레전드는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존 레전드의 <놀면 뭐하니?> 출연이 공간적으로 확장되고 연결된 지금의 문화 환경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어진 이문세의 무대는 시간적으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문화 환경을 잘 드러내준다. 이문세가 이 무대에서 부른 1985년 발표된 이문세의 3집 앨범에 수록된 '그대와 영원히', '소녀' 같은 곡들은 벌써 35년이 지난 현재를 그 때의 시간대와 연결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단출한 기타 연주 하나에 이문세의 목소리만 얹어 부른 1991년 발표됐던 7집에 수록된 '옛 사랑'은 마치 그 시간대를 천천히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또 유재석과 함께 하모니를 맞춰 부른 '소녀'가 주는 아련한 감성이나, 공식 무대가 다 끝나고 스텝들을 위해 선물처럼 전한 '붉은 노을'이 주는 감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놀면 뭐하니?>의 겨울노래 구출작전은 그래서 다음으로 이어질 '카놀라유' 프로젝트로 가는 길 잠시 간의 휴식처럼 등장했지만, 그 안에 들어온 존 레전드와 이문세의 무대는 우리가 현재 들어와 있는 시간과 공간이 확장된 문화의 색다른 지대를 확인하게 해준 면이 있다. 공간적인 확장을 보여주는 글로벌과 시간적 확장을 보여주는 복고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일까. <놀면 뭐하니?>가 올해 걸어갈 새로운 길들은 더더욱 큰 기대를 만든다. 그것은 어쩌면 이미 이 프로그램이 열고 있는 이러한 확장된 시공간 속에서 펼쳐질 수도 있을 테니.(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