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시지프스' 박신혜·조승우의 하드캐리, 도대체 이 세계관은 뭘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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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 박신혜·조승우의 하드캐리, 도대체 이 세계관은 뭘까

D.H.Jung 2021. 2. 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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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 디스토피아 미래에서 온 박신혜, 조승우와 세계를 구할까

 

'하나의 세계, 두 개의 미래.' JTBC 10주년 특별기획 <시지프스>에 대해 포스터의 문구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미래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있고 그런 결과는 현재에서 비롯된 어떤 일이 원인이다. 그래서 미래에 아버지로부터 전사로 키워진 서해(박신혜)는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 온다. 현재는 하나의 세계지만, 이 곳에서 벌어질 어떤 일들의 결과에 따라 미래는 둘로 나눠질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삶이 유지되거나 망하거나.

 

<시지프스>가 그리고 있는 세계관은 그리 색다른 건 아니다. 이미 이런 미래에서 온 전사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현재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터미네이터>나 <백 투 더 퓨처> 같은 영화가 다뤘던 세계관이다. 미래에서 온 전사는 그래서 그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한태술(조승우)을 지켜내려 한다.

 

천재 과학자이자 '퀀텀앤타임'의 회장인 한태술은 비행기 사고를 통해 알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무언가 비행기에 부딪쳐 생긴 그 사고에서 그 날아온 영상을 돌려보다 슈트케이스와 함께 10년 전 사망한 형 한태산(허준석)을 보게 된 것. 과학적인 분석으로 떨어진 슈트케이스를 찾아낸 한태술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이 형의 것들이고, 낡은 필름카메라에 들어 있는 필름을 인화한 사진이 놀랍게도 그 날과 이틀 뒤에 있을 컨퍼런스 사진이라는 걸 발견한다.

 

또한 슈트케이스를 찾아낸 한태술 앞에는 모종의 두 집단이 나타난다. 하나는 출입국 외국인청이라는 정부 기관처럼 보이는 단속국이고, 다른 하나는 슈트케이스를 열었을 때 그 안에 들어있는 구형 2G폰으로 걸려온 남자 박사장(성동일)이 이끄는 모종의 집단이다. 단속국은 저 미래에서 온 서해 같은 '밀입국자'를 색출 단속하는 기관처럼 보이고, 박사장은 그 밀입국자들을 돕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태술은 아마도 단속국과 박사장의 집단 사이에서 도망치면서 동시에 형 한태산에게 벌어진 일을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서해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한태술에게 닥쳐오는 위험들을 막아내며 그와 동행할 테고.

 

<시지프스>는 그 세계관을 완전히 펼쳐 놓지 않은 상황이라,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아직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다만 특이한 건 우리네 드라마에서도 이제 이런 SF 장르를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무엇보다 '세계관'을 그리는 드라마가 나오게 됐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제작비의 한계 때문에 지금껏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소재들을 이제는 다루게 됐다는 점이 <시지프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다만 아직 드러난 이야기만으로 보면 그 세계관이 그리 독창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서해가 <터미네이터>의 한 인물처럼 보인다면, 한태술은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떠오른다. 물론 단속국이나 박사장이 이끄는 집단 같은 설정은 향후 이 세계관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비행기 추락을 막기 위해 고공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들과 단속국의 추격을 맨몸으로 부딪치며 도주하는 장면들 속에서 조승우와 박신혜의 하드캐리는 빛난다. 아직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세계관 속에서도 <시지프스>를 계속 따라가며 보게 만드는 힘은 이들의 몰입감을 주는 연기 덕분이다. 하지만 <시지프스>가 앞으로 펼쳐나갈 세계관 자체의 매력적인 동력이 따라줘야 향후에도 이런 힘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보다 본격적으로 펼쳐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다.(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