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뜨강', 온달 캐릭터 입고 성장하는 나인우
"내가 널 속였어. 널 이용하려고 네 마음도 삶도 훔쳤어."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평강(김소현)은 온달(나인우)을 찾아와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건 아마도 처음 온달에게 접근한 평강의 진짜 속셈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온달을 찾아와 그 속내를 털어놓는다는 건, 이용하려 접근했던 그의 마음이 진심으로 바뀌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온달 역시 평강의 그런 속셈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기꺼이 이용당하려 했던 것. 그래서 평강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니. 알면서도 함께 했으면 속은 게 아냐." 온달은 평강에게 그가 자신이 선택한 '운명'이라고 한다. 절벽 위에서 서로 대련을 벌이며 나누는 대화와 결국 평강을 그 넉넉한 가슴에 안기게 하며 "내 각시, 내 사람"이라 말하는 온달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온달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하게 된 건 평강 덕분이다. 평강이 귀신골에 나타나 온달에게 무술과 병법을 가르치고 대업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드는 과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의 설화 속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평강이 온달을 성장시키며 진짜 배우자로서 맞이하게 되는 사적인 이야기처럼 그려지지만, 동시에 그가 귀신골 사람들을 본래의 모습이었던 순노부 사람들로 성장시키고 복권시키는 이야기와 병치된다.
온달의 성장과 순노부 사람들의 성장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 놓은 건 그래서 설화의 재해석이면서 역사가 어떻게 민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설화가 되는가에 대한 단초 또한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런데 더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 설화를 재해석해 그려낸 퓨전사극 속 온달의 성장담이, 그를 연기하는 나인우라는 배우의 성장담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지점이다.
사실 나인우는 <달이 뜨는 강>이 갑작스레 맞이하게 된 지수 학교폭력 논란의 위기 속에 대체되어 투입된 배우다. 그다지 눈에 띄는 작품으로 주목받은 적이 별로 없는 나인우가 그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에게 그는 무명배우에 가까웠다. 그리고 실제로 별로 두드러지지 않은(이전 작품의 이미지가 별로 없는) 나인우는 거의 백지상태로 온달이라는 캐릭터를 입게 됐다.
온달이 대업 같은 꿈을 꾸기보다는 귀신골에서 조용히 살아가기를 원했던 인물이고, 그래서 다분히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나인우라는 백지상태의 배우와 잘 어우러진 면이 있다. 하지만 평강 역할을 하는 김소현이 든든하게 액션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연기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온달의 성장과 더불어 나인우라는 배우도 성장하고 있다. 이제 제법 액션에서도 테가 나오고, 멜로 장면에서도 절절하고 달달한 눈빛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평강이 온달을 진짜 배우자로 맞이해 이들이 진짜 부부가 되고, 갑작스레 북주와의 전쟁은 온달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낼 것으로 보인다. <달이 뜨는 강>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 제목에 담긴 건 평강과 온달이라는 이름을 차용해 평강이라는 강이 있어 온달이라는 달이 뜬다는 의미지만, 이제 김소현이라는 강이 있어 나인우라는 달이 뜬다는 의미로도 다가오고 있어서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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