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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오! 주인님', 이민기와 나나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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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인님', 정통 로코를 통해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위로의 정체

 

한비수(이민기)는 뭐든 완벽하게 정렬, 정리, 정돈되어 있어야만 하는 인물이다. 집에 들어온 그는 빨래집게를 가지런히 줄맞추고, 널브러져 있는 신발을 정돈하고, 열려 있는 서랍을 닫고, 보조작가가 볼일을 보며 살짝 열어 놓은 문을 닫는다. 물을 마시기 위해 열어 본 냉장고 안은 각을 맞춰 생수병들이 정렬되어 있고, 찬장에 살짝 열려 있는 문을 닫자 보조작가가 "저 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말에 "완전히 닫혀 있어야 쓸 데 없는 걸 안 봐"라고 말한다.

 

MBC 새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에서 한비수는 그런 인물이다. 완벽주의자. 유명한 드라마작가지만, 그 완벽주의가 주변인들을 힘들게 만든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자기 기준에 맞춰야 하고, 배우가 대본을 토씨 하나 고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모든 걸 자기 기준 안에 정돈시켜야 하고, 그래서 외부의 틈입을 허락지 않는 인물. 이 완벽히 '닫힌' 인물에게 연인이 있을 턱이 없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로코(로맨틱 코미디)의 뻔해 보이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지만, <오! 주인님>의 한비수는 그것이 단지 멜로를 위한 설정으로 탄생한 캐릭터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가 그런 완벽주의 성향을 갖게 된 건 다름 아닌 아버지가 외도를 하는 걸 우연히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게 되면서다. "완전히 닫혀 있어야 쓸 데 없는 걸 안 봐"라고 하는 그가 한 말은 서랍이나 찬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는 마음이 닫혀 있다. 그 쓸 데 없는 걸 본 후로.

 

오주인(나나)는 잘 나가는 로코퀸 배우다. 그는 마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오드리 햅번을 연상시키는 CF와 드라마 속 여신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비춰지고 있지만, 실상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간 엄마를 부양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가 꿈꾸는 건 오로지 하나. 예전에 아버지가 죽기 전 가족이 함께 살았던 한옥을 사서 엄마랑 같이 살아보는 것이다. 그러니 잘 나가는 로코퀸으로 보이지만, 그 역시 자기 삶을 제대로 살아온 인물은 아니다.

 

<오! 주인님>은 어쩌다 이 두 인물이 한 집에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로코의 틀을 가져온다. 한비수와 함께 살고픈 엄마가 그 집을 아들 모르게 오주인에게 팔게 되고, 그래서 그 집에서 살게 된 오주인과 한비수 사이에 벌어지는 '집 쟁탈전(?)'이 첫 회부터 예고됐다. 아마도 완벽주의에 결벽증까지 갖고 있는 한비수는 그 집이 아니면 살기 힘들고, 집필 또한 어려워 그 집을 고집할 것이고, 오주인은 이름에 떡하니 설정된 것처럼 그 집 주인으로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작가와 그에게 세 번이나 캐스팅을 까인 잘 나가는 로코퀸이 이제 집을 두고는 그 상황이 역전된다. 즉 오주인이 집주인이 되고, 한비수는 그 집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애원해야 될 처지가 되는 것. 그래서 <오! 주인님>은 이 관계의 역전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그 사이에 벌어질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멜로적 상황들이 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로맨틱 코미디가 달달한 멜로 그 이상의 어떤 훈훈한 사람냄새를 풍기고 있는 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삶의 주인'이라는 메시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닫아버린 채 누군가의 틈입을 허용하지 않는 한비수가 마치 모든 게 정돈되어 있지만 그 누구도 그 안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는 그 한옥집을 닮았다면, 이제 그 안에 들어오게 된 오주인은 과연 그 집을 또 한비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오주인은 이름처럼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로맨틱 코미디의 웃음과 달달함과 더불어 훈훈한 힐링과 위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