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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엔 있고 TV엔 없다, 웹 예능 전성시대
    동그란 세상 2021. 7. 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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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예능의 특별함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제는 웹 예능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유튜브는 물론이고 카카오TV 그리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점점 주력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고, 다양한 웹 예능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피식대학

    나영석 PD의 도전, 이젠 OTT 전략이 됐다

    2015년 첫 시즌을 방영한 나영석 PD와 신효정 PD가 공동 연출한 <신서유기>는 네이버TV를 통해 방영된 웹 예능이었다. 1인 미디어들이 등장하고, 플랫폼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웹으로 옮겨가는 시대의 변화를 읽었던 나영석 PD의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이 웹 예능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신서유기> 특유의 게임, 여행이 접목된 웃음은 웹의 성격에도 잘 어우러졌다. 지상파나 케이블 예능들이 어떤 공적인 요소들(재미만이 아닌 의미 같은)을 요구하던 것과 달리 웹에서는 그저 순전히 포복절도의 재미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걸 간파한 것이 <신서유기>의 시작이었다. 

     

    그 후로 <신서유기>는 시즌2에 웹에서 보여준 후 방송에 편성되었고 시즌3부터는 tvN에서 정규편성되어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잦은 편성 변경은 초창기 이 웹 예능의 시도가 화제는 됐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결과 때문이었다. 다행히 정규편성된 시즌3가 성공을 거뒀고 그 후 <강식당>, <아이슬란드 간 세끼> 같은 스핀오프 프로그램도 시도되었다. 나영석 사단은 네이버TV에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 채널 십오야를 세웠다. 처음에는 나영석 사단이 만드는 정규 방송들의 예고나 미방영분 혹은 편집판을 내보내는 플랫폼처럼 시작했지만 구독자수가 급증하면서 ‘달나라 공약’ 해프닝 같은 일들이 엄청난 화제가 됐다. 정해진 기간 안에 100만 구독자가 넘으면 이수근과 은지원을 달나라로 보내주겠다는 공약을 걸었다가 실제 100만 구독자가 넘자 나영석 PD가 구독자들에게 ‘구독 취소’를 애원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웹 예능이 점점 화제가 되면서 tvN 플랫폼을 오히려 웹 예능의 홍보창구처럼 활용하는 역전현상도 일어났다. 즉 <신서유기> 멤버들을 통해 런칭한 스핀오프 프로그램들인 <삼시네세끼>, <나홀로 이식당>, <라끼남>,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마포 멋쟁이>, <출장 십오야> 같은 웹 예능들은 tvN 정규방송에 짧게 편집되어 소개됐는데, 이건 일종의 웹 예능 홍보영상처럼 활용된 것이었다. 이렇게 단 몇 년 사이에 웹 예능의 위상은 정규 방송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다. 게다가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새로운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등장하면서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OTT들의 오리지널 예능 경쟁도 치열해졌다. 티빙에서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신서유기 스프링캠프>는 그간 나영석 사단이 시도해온 일련 웹 예능들이 이제는 OTT의 전략적 프로그램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준다. 

     

    지상파의 한계를 뛰어넘은 웹 예능의 저력

    <신서유기>가 처음 네이버TV에서 방영됐을 때 웹 예능이 기성 플랫폼의 콘텐츠와 확연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걸 가장 잘 드러내준 건, 상품명을 나열하는 게임이었다. 기성 플랫폼에서는 할 수 없어 지워지거나 삐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품명들이 ‘속 시원하게’ 출연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게임은 웹이어서 가능한 표현이나 소재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 유튜브로 채널 십오야를 열고나서는 시청률이 아닌 ‘구독’ 관점의 예능들은 팬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드러냈다. 그래서 간간히 소식도 알리고, 때론 ‘얼토당토한 공약’으로 해프닝도 만들어내면서 구독자가 늘어났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라는 새로운 인식도 생겨났다. 특히 웹 예능은 웹의 특성상 짧은 분량으로 나누어진다는 점에서 그 특성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놀라운 건 ‘구독’ 개념으로 묶여진 구독자들의 막강한 팬심이다. 스스로 채널을 선택한 찐팬들은, 기성 플랫폼 시청자들보다 더 유대감이 높았다. 

     

    이런 특성들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을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전성기를 마련한 대표적인 사례가 ‘피식대학’이다. KBS <개그콘서트>와 SBS <웃찾사>의 개그맨 3인이 결성해 유튜브에 만든 이 채널은 ‘한사랑 산악회’, ‘B대면 데이트’, ‘05학번이즈백’ 같은 상황극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 지상파에서 하던 무대개그처럼 캐릭터가 강조된 개그코드를 갖고 있지만, 이들 콘텐츠들은 실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여주는 즉석 상황극이라는 점이 달랐다. 특히 지상파가 아니라는 점에서 표현이나 소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식대학은 구독자들이라는 찐팬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특정 콘텐츠들의 상황극과 캐릭터는 그래서 무대 개그와는 달리 하나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여졌고, 이 가상의 캐릭터 놀이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관은 실제 현실로 걸어 나와 소비되는 확장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B대면 데이트’에서 이호창이라는 재벌3세가 ‘시가총액 500조원의 코스피 1위 기업’인 김갑생할머니김의 미래전략실본부장으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성경식품과 협업해 내놓은 ‘김갑생할머니김’이 3시간만에 완판되는 일이 벌어진 것. 이른바 ‘믹스버스(Mixverse : Universe+Mix)’ 굿즈는 이제 웹 예능이 만들어내는 세계관들과 협업하며 구독자들의 또 다른 즐거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웹 예능, 레거시 미디어 예능을 압도하는 이유

    <개그콘서트>의 폐지와 상반되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승승장구는 지금 현재 웹 예능이 기성 레거시 미디어의 예능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더 이상 지상파에 설 무대가 없어진 개그맨들은 저마다 유튜브 채널을 열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등장하고 있는 카메라 어플을 적용해 탄생한 월클돌 매드몬스터(탄, 제이호)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곽범, 이창호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튜브 채널 ‘빵송국’에서 탄생한 매드몬스터는 실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하고 아이돌로 활동 중이다. 

     

    2015년 네이버TV처럼 출시됐던 카카오TV는 작년 9월 자체 제작 드라마, 예능 등을 공격적으로 쏟아내며 종합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서 등장한 웹 예능들은 기성 플랫폼에서는 본 적 없는 색다른 시도들이 화제가 됐다.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모바일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 같은 형식을 취한 <페이스 아이디>나 도시의 밤길 산책을 따라가는 <밤을 걷는 밤> 같은 시도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식을 소재로 한 <개미는 오늘도 뚠뚠> 같은 웹 예능은 지상파가 하지 못하는 표현 수위로 실질적인 정보에 관심을 가진 구독자들을 끌어 모았다. 즉 실제 주식종목명을 거론하고 실제투자하며 그 결과를 보는 ‘진짜 정보들’이 담겨 있었던 것. 비슷한 주식 소재 예능을 시도했던 MBC <개미의 꿈> 파일럿이 정규가 되지 못했던 건, 실제 투자 종목을 거론할 때 묵음 처리되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예능은 보다 일상에 맞닿아 있는 장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훨씬 더 리얼한 일상의 풍경들이 담겨진 예능을 보고 싶어 한다. 기성 레거시 미디어들이 그 위상의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 표현과 소재를 제한하고 있을 때, 웹 예능들은 저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그건 차별화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달라진 시대에 대중들이 요구하는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의 소산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으로 계속 가게 된다면, 웹 예능이 레거시 미디어 예능을 압도하는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게다. 만일 기성 플랫폼의 예능들이 위기에 맞는 대대적인 혁신을 일으키지 않는다면.(글:LH사보, 사진: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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