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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덤: 아신전’, 보너스작 같지만 김은희 작가의 야심이 느껴진다
    동그란 세상 2021. 8. 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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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아신전’, 북녀 전지현을 세우자 생겨난 대서사의 서막

    킹덤 아신전

    92분짜리 한 편의 영화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시즌2를 잇는 시즌3의 서사도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은 참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에피소드다. 그래서 시즌1,2의 열광에 전 시즌을 보지 않고 이번 <킹덤: 아신전>만을 본 시청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아신(전지현)의 탄생기를 다소 단순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 에피소드가 이번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1,2를 챙겨 봤고, 시즌3를 기다리는 그 과정에 ‘스페셜 에피소드’로서 <킹덤: 아신전>을 보는 분들이라면 왜 곧바로 시즌3로 가지 않고 이러한 스페셜 에피소드를 먼저 채워 넣었는가 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세움으로써 향후 <킹덤> 시리즈가 더 거대한 대서사의 서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계에 발을 딛지 않은 분들이라면 <킹덤: 아신전>을 보기 전 시즌1,2부터 챙겨보길 권한다. 그래야 이 작은 피스 하나가 만들어내는 세계의 확장을 실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킹덤> 시즌1,2는 한반도 남쪽의 서사다. 죽은 왕을 살려낸 의원과 함께 갔던 소년이 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고, 그 의원이 동래 지휼현으로 그 시신을 데려오면서 창궐하기 시작하는 ‘좀비 역병’의 서사.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이 역병을 막기 위해 백성들과 함께 사투를 벌이는 남쪽의 영웅으로 세워졌다. 그는 배고픔에 굶주린 민초들의 역병(좀비)을 막고 한편으로는 권력에 눈 멀고 굶주린 세도가들의 역병과 마주한다. 

     

    그리고 시즌2의 엔딩에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신이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좀비떼로 변한 이들을 가둬두고 마치 조종하는 듯한 인물로 잠깐 모습을 드러낸 아신은 시즌3의 서사가 이 인물에 의해 색다른 국면으로 들어갈 것임을 알린다. 하지만 시즌2까지 남쪽에서 궁을 거쳐 위로 달려오며 좀비떼들과 사투를 벌인 이야기에 이어서 곧바로 아신이 등장하게 되면 서사는 다소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창을 주인공으로 보며 달려온 시청자들에게 아신은 또 다른 적 정도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덤: 아신전>은 한반도 북쪽의 서사로서 아신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좀비들을 창궐시키고 피의 복수를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오롯이 아신을 주인공으로 그 탄생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다크 히어로’의 복수극에 공감하게 된다. 철저히 조선인들에게 이용당하고 몰살당한 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우뚝 선 안티 히어로. 그가 모두를 죽이고 자신도 그 끝을 따라가겠다고 선언한 후, 남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그래서 향후 이창과의 대결을 단순한 권선징악의 차원을 넘어서게 만든다. 

     

    아신이라는 인물을 여성으로 세우고, 그가 북방의 성저야인이라 불리며 조선을 위해 야인들의 침입을 막아주던 변방인 타합(김뢰하)의 딸이라는 사실은 이 안티 히어로가 ‘약자’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그려졌다는 걸 알게 해준다. 여성, 이민족, 변방인 같은 코드들이 아신이라는 인물에 투영되어 있어서다. 결국 철저히 권력자들에 의해 이용당하다 살해된 약자들을 생사초를 통해 되살려내고 피의 복수를 하는 아신은 그래서 저들과 맞서는 민초들의 왕이나 다름없다. 

    킹덤 아신전

    <킹덤>이 처음 시작했을 때 이 좀비 장르가 여타의 작품들과 비교해 좀비들에 대한 정서가 다르다고 느꼈던 건, 이들에게서 ‘배고픔’ 같은 한의 정서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권력에 굶주린 궁궐의 좀비들이 존재했지만, 민초들이 변한 춥고 배고픈 좀비에게서 연민이 느껴진 건 그래서였다. <킹덤: 아신전>은 그 연민과 한의 정서가 어떻게 좀비들에게 투영되었는가를 아신이라는 인물의 탄생을 통해 담아낸다. 

     

    남남 이창을 중심으로 창궐하는 역병과 맞서는 이들이 한 세력을 구성한다면, <킹덤: 아신전>은 북녀 아신이 이끄는 역병(좀비)들이 조선을 집어 삼키는 세력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팽팽해지고 단순한 선악구도로 볼 수 없는 대결구도는 <킹덤>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공간적으로도 남에서 북까지 확장시키고, 단순한 이창의 서사에서 아신의 서사가 다른 한 축으로 세워진다. 단 한 편의 스페셜 에피소드이고, 어찌 보면 단순한 구도로 그려진 아신의 탄생기지만 이 이야기가 전체 <킹덤>이라는 시리즈에 만들어내는 힘은 이처럼 결코 작지 않다. 

     

    따라서 <킹덤: 아신전> 이후, <킹덤>의 시즌들은 보다 탄력을 받게 됐다. 이창과 아신의 대결이 볼만해졌고, 권력자들(민초의 편이라지만 이창 역시 왕세자라는 권력자다)의 통치나 지배 같은 다소 보수적인 세계관과, 온전한 약자이자 민초의 혁명 같은 진보적인 세계관이 맞붙게 됐다. 또 이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남북 간 대결구도를 끄집어내고, 남남북녀로 대비되는 성 대결까지도 담아낸다. 

     

    <킹덤: 아신전>이라는 스페셜 에피소드는 그래서 그 단 한 편으로만 보면 너무 단순하고 뭔가 하려다 끝나버린 듯한 아쉬움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 시즌들이 달려온 길을 따라온 시청자들에게는 잠시 멈춰 서서 이야기를 재정비하면서 향후 이야기를 한껏 더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에피소드로 다가온다. <킹덤> 시즌1,2가 어딘가 ‘색다른 좀비 장르’ 정도의 이야기로 다가왔다면 <킹덤: 아신전>은 이미 글로벌한 관심을 갖게 된 이 작품에 대한 김은희 작가의 야심이 느껴진다. 작은 피스 한 조각처럼 보이지만, 그 조각이 들어감으로써 거대한 대서사로 확장될 전체 퍼즐을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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