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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방송

푸바오는 떠났지만, 우리는 푸바오를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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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와 할부지’, 푸바오는 떠났지만 우리에게 영상으로 남은 푸바오 

푸바오와 할부지

“할부지는 활짝 미소 지으며 너를 보내줄거야. 눈물 보이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면 안된다. 할부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고맙고 고마워. 네가 열 살, 스무 살이 되어도 넌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판다라는 걸 잊지말렴. 사랑한다.” 작년 12월 SBS에서 방영됐던 4부작 ‘푸바오와 할부지’의 마지막회에서 할부지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에게 그런 편지를 남겼다. 

 

당시 이미 올해 초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푸덕이들은 아마도 강바오의 그 편지에 담긴 마음과 똑같았을 게다.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지난 3일 푸바오는 중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푸바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떠나는 과정부터 중국 쓰촨성에 도착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작은 해프닝조차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더 뜨거워졌다. 

 

푸바오의 존재를 잘 몰랐던 대중들이라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가 의아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푸바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일상들을 지속적으로 SNS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푸덕이들에게 이런 이별 앞에 흘리는 뜨거운 눈물과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다. 푸바오를 지켜보며 응원하며 푸며들었던 푸덕이들은 어느새 내 가족 같은 끈끈한 감정을 갖게 됐으니 말이다.

 

코로나19 시기, 그 힘겹던 시절에 탄생해 각별했던 푸바오는 ‘행복’을 의미하는 그 이름처럼 모두에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존재였다. 많은 이들이 푸바오에게서 받은 위로의 정체는 ‘무해한 편안함’이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세상 걱정 하나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푸바오는 그것만으로 대중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푸바오가 이토록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할부지 강철원을 비롯해 작은 할부지 송영관 같은 우리네 사육사들의 남다른 애정이 더해져서다. 다른 나라에서의 판다 사육이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식이었다면, 강바오나 송바오가 보여준 푸바오에 대한 애정은 ‘할부지’라는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가족 같은 방식에 가까웠다. 

 

물론 야생으로 돌아가야 하는 푸바오를 위해 어느 정도 독립할 시기가 됐을 때는 강바오 역시 거리를 뒀지만, 어린 나이에는 진짜 할아버지가 손녀를 챙기는 것처럼 살뜰했다. 다큐멘터리 ‘푸바오와 할부지’는 이 관계를 마치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가 홀로 해야 하는 육아를 할아버지인 강바오가 챙겨주는 방식으로 담아냈는데, 그건 마치 우리네 사는 모양을 닮아 있었다. 

 

강바오의 푸바오 육아 방식은 여러모로 한국적인 색깔이 묻어났다. 어려서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는 나이 들어 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사랑의 힘으로 모든 걸 잘 극복해내리라는 믿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푸바오와 할부지’는 물론이고 푸바오를 담은 유튜브 영상들이 담고 있는 이 믿음은 푸덕이들 또한 할부지의 마음에 동화되어 푸바오 가족의 일원처럼 여겨지게 만든 힘이었다. 

 

“이 셔츠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확정된 후 SBS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푸바오와 할부지’ 시즌2를 방영했다. 그 첫 회에 출연한 송영관 사육사는 떠나는 푸바오에게 무얼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그런 의외의 답변을 내놔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멀리 떠나는 푸바오를 편안하게 떠날 수 있게 익숙한 체취가 담긴 자신의 셔츠를 보내주겠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다.  

 

2회에 푸덕이를 자처하며 방송에 나온 산다라박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샹샹이 일본어를 듣고는 멈춰서고 달려오는 영상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건 다름 아닌 한국어가 더 익숙할 푸바오가 앞으로 그를 보러 찾아올 한국인들에게 보여줄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푸바오는 떠났지만 우리는 푸바오를 보내지 않았다. 그가 담겨진 무수한 영상들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새록새록 우리를 푸며들게 할 테니. 전현무가 은근히 내비친 속내처럼, ‘푸바오와 할부지’가 다음 시즌으로 이어져 중국 쓰촨성에 살아가는 푸바오를 찾아가는 그 광경이 이어지길 많은 푸덕이들은 바라고 바랄 것이다.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