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드라마는 끝났어도 가시지 않는 깊은 여운

 

tvN 금토드라마 <기억>이 종영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남겨 놓은 깊은 여운은 좀체 가실 것 같지가 않다. <기억>은 마지막까지 흔한 복수극의 엔딩을 탈피했다. 박태석(이성민)이 아들동우의 뺑소니범인 이승호(여회현)에 대한 복수가 아닌 진실규명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승호가 자수하고 자신이 뺑소니범이며 친구까지 살해했다고 증언했을 때, 박태석이 뺑소니는 인정해도 살인은 인정하지 않은 건 그게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기억(사진출처:tvN)'

뺑소니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끝난 상황. 결국 이승호는 풀려나지만 박태석은 그에게 진실의 무게를 느끼며 평생 그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라고 말한다. 또한 이승호를 찾아온 동우의 엄마인 나은선(박진희)은 어렵게 그를 용서한다. “난 동우가 너한테 상처가 아니라 희망이길 바라. 넌 우리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지만 우리 동우는 너한테 희망이길 바라고 있어. 동우를 생각한다면 세상에 나가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게 동우가 너한테 주는 기회고 용서야.”

 

<기억>이 전한 것은 절망의 복수가 아닌 희망의 진실이었다. 진실의 무게가 복수보다 더 엄중하고,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을 가능하게 한다는 걸 <기억>은 전해주었다. 그래서 이야기의 또 한 축이 되었던 희망슈퍼 살인사건역시 그 진범인 신영진(이기우)이 체포되는 복수보다는 억울하게 범인으로 오인되어 무려 15년 간이나 복역해온 천민규의 무죄를 밝혀내는데 더 초점이 맞춰졌다. 박태석은 피고인에게서 희망을 빼앗은 사람은 본 변호인을 비롯해 검찰, 경찰, 그리고 힘 있는 권력자다. 우리 모두가 피고인에게서 희망을 빼앗은 공범이라고 말했다.

 

<기억>이 이토록 단죄 그 자체보다 진실규명을 더 절실하게 추구한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자신의 아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 앞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된 건 이 드라마가 기억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복수든 법의 심판이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안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의 문제라는 것. 진실 규명은 그래서 그 어느 것보다 중대한 일이 된다.

 

<기억>에서 박태석은 생방송 중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아이러니한 말을 전한다.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후에 뒤돌아보니 그간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은 더 깊은 알츠하이머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 기억의 측면에서 보면 스스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듯 많은 기억해야 할 것들을 지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우리네 현실에서 기억의 문제는 어쩌면 사회가 희망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국가적인 사건이 벌어지고도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사라지는 기억들. 그것은 어쩌면 그렇게 진실을 덮으려는 가해자들은 물론이고 진실을 회피하려는 우리 모두가 공조해 생겨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사이다 복수를 보며 잠깐의 카타르시스를 얻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 건 진짜 기억해야 사안들의 진실이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마주하고 기억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기억>은 그 특별한 엔딩을 통해 그려냈다. 진실은 바다 밑에 가라앉히려 해도 결국은 떠오르고 회피하려 해도 먼 길을 돌아 다시 우리 눈앞에 마주하게 된다는 걸 <기억>은 전해주었다. 드라마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좀체 이 <기억>이라는 드라마가 우리네 현실에 남겨 놓은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사이다 <욱씨남정기>, 대중은 무엇에 열광했을까

 

사실 갑과 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2013년에 쏟아져 나와 이슈화되었다. 땅콩 회항 사건이 한참 전이지만 당시에는 이른바 라면 상무빵 회장그리고 조폭우유가 있었다. 대중들이 갑질에 대한 문제들에 민감해 할 때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은 통쾌한 을의 반란을 일찍이 보여준 바 있고, <그것이 알고싶다>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갑질 세상을 낱낱이 폭로한 바 있다.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그리고 3년이 지난 2016. <시그널>의 과거 인물인 이재한(조진웅) 형사가 현재 인물인 박해영(이제훈) 경위에게 그토록 세월이 흘러도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고 절망했던 것처럼,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갑과 을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욱씨남정기>는 바로 이 정서를 빙빙 돌지 않고 정공법으로 건드려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한 드라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이 정도까지 신선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저 소소한 직장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의 신>의 미스 김 캐릭터 이후 <욱씨남정기>의 옥다정(이요원)만큼 시원한 캐릭터는 없었다. 갑질하는 직장 상사에게 물 싸대기를 날리고 사표를 던지고 나와 을의 입장에서 좀 더 당당하게 갑과 대적하는 인물로서 옥다정은 단박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청업체로서 늘 황급화학의 을이었던 러블리 코스메틱이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고 성공해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는 현실에서 좀체 느낄 수 없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황금화학의 김상무(손종학)는 급기야 기업사냥꾼까지 손잡고 러블리 코스메틱을 인수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욱씨남정기>는 직장에서 드러나는 갑과 을의 관계들을 디테일한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그려냈다는 점에서 <미생>과 유사한 지점을 갖는다. <미생>이 이제 갓 입사한 인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뤄졌다면 <욱씨남정기>는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버젓한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회사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욱씨남정기><미생>은 확연히 다른 지점이 있었다. 그것은 <미생>이 좀체 웃기 힘든 비극을 기조로 깔아놓았다면 <욱씨남정기>는 코미디를 장르로 삼아 훨씬 더 경쾌하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미생> 나왔던 2014년과 <욱씨남정기>가 방영된 2016년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4년만 해도 당대 현실에 대한 공감만으로 충분히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면 이제 2016년에는 현실 공감을 넘어서 일종의 판타지가 있어야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실이 그만큼 더 어려워져 똑같은 현실을 드라마에서조차 보기 힘겨워진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했다는 건 아니다. <욱씨남정기>는 남정기(윤상현) 과장이라는 현실을 바탕으로 세워진 판타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늘 자신을 희생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남정기 과장은 그래서 늘 당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옥다정이라는 인물이 하나의 판타지로 들어서게 되는 것. 이 남정기와 옥다정,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 감각이 <욱씨남정기>에 대중들이 열광한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이토록 혹독한 갑을 관계를 보여주는 드라마에 대중들이 열광한다는 건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나 힘겨우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숨통을 트려 했던 걸까. 하지만 <욱씨남정기>의 남정기 과장이 옥다정을 통해 조금씩 보여준 을의 각성은 저 <미생>의 장그래나 <송곳>의 이수인의 현실 인식만큼 소중한 면이 있다. 어느덧 종영이지만 <직장의 신>부터 <미생>, <송곳> 그리고 <욱씨남정기>를 잇는 샐러리맨들의 현실공감 드라마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변함없이 <무한도전>11년 간 만든다는 건

 

어린이날도 어제가 된 이 시간.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불안하고.. 애써 해도 티도 안나고... 다들 누구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그 누구가 바로 인 것 잘 알고... 환하게 불켜진 예능본부 회의실, 편집실 안에 계신 피디분들. 작가님들 마음은 다 비슷할 듯...”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지난 6일 김태호 PD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짧은 글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꽤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왔을 법 하다. 지금껏 그 많은 힘든 상황들을 겪어냈지만 김태호 PD는 항상 의연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래서 그는 늘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느껴지는 건 힘겨움이다. 늘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고 마음은 항상 무얼 해도 불안했을 게다. 왜 그렇지 않을까. 11년 동안 우리네 예능의 맨 앞에서 새로운 분야들을 선구적으로 열어온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관심과 기대가 높기 때문에 작은 구설도 용납이 안 되고, 죽어라 애써서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비판을 받기도 한다.

 

늘 기대 이상을 해왔다는 사실은 그만큼의 부담과 불안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애써 해도 티가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쉽게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으로 어떤 걸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더 곤혹스러워진다. 팬덤이 커지고 기대치가 커질수록 그걸 맞추는 일은 요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담감과 불안함을 온통 떠안아야 하는 김태호 PD이고 제작진이다. 어찌 힘겨움이 없겠는가. 많아도 너무 많았던 고충들이 늘 무표정하게 출연자들과 밀당을 벌이던 그 얼굴 속에 숨겨져 왔을 것이다.

 

특히 MBC에서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많은 이들의 지금의 MBC의 어려워진 상황을 이야기하며 그나마 <무한도전>이 있어 MBC가 버티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덧 <무한도전>MBC에 남은 마지막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토록 안팎에서 요구해온 시즌제 같은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가 좀 더 롱런할 수 있는 방식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노동 강도로 생각해보면 주말도 없고 휴가조차 좀체 낼 수 없는 제작진들은 엄청난 노동을 해온 셈이다.

 

이건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재석 같은 늘 변함없는 얼굴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 속내도 변함없다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김태호 PD가 이 정도의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면 유재석 역시 드러내진 않아도 그 고충이 만만찮을 게다.

 

김태호 PD의 인스타그램이 올라온 후 팬들은 일제히 쉬엄 쉬엄 천천히 하라고 그의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김태호 PD는 창작자다.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람을 느낄 만큼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그저 지금 힘드니 쉬엄 쉬엄 한다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김태호 PD와 제작진, 그리고 출연자에게 절실한 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것만이 그들을 다시 즐겁게 일에 복귀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들은 변함없이 그 초창기 모습 그대로 11년을 달려왔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 지도 모를 시간을 지금처럼 변함없이 달려가라는 건 무리다. 이제 좀 더 지속 가능한 <무한도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시간탐험대3>, 조세호, 남창희, 김주호가 아쉬운 까닭

 

조세호씨 왜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 안 나오셨어요?’ 최근 유행하는 조세호 소환놀이를 빌어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3>의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넘쳐난다. 이 프로그램의 초창기 멤버이고 조세호 특유의 억울한 표정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도 없다. 게다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어 조세호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지는 탓이기도 하다.

 


'렛츠고 시간탐험대(사진출처: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과거의 한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역사적 사료에 근거한 역사 체험을 리얼하게 하는 독특한 버라이어티쇼다. 제작진들을 자못 진지하게 역사 체험을 그려내려 하지만 그것을 체험하는 출연자들은 죽을 맛이다. 아직 추운 날씨에 지푸라기 깔아놓은 감옥에서 잠을 청해야 하고,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내야 하며, 심지어 엉덩이를 까고 곤장을 맞기도 해야 한다.

 

사실 누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슬랩스틱적인 웃음을 주지만 그래도 예능 프로그램이 그것을 다 담아낸다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난점을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역사 체험이라는 고증을 내세워 넘어선다. 고주원이 사극에서는 장을 맞을 때 옷을 입고 맞는다고 주장했을 때, 실제로 하의를 발목까지 내려놓고 곤장 맞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은 자의 검안을 위해서 엉덩이를 까고 항문을 검사하는 대목도 사실 그저 평범한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다루기 어려운 장면이다. 당시 검안 기록대로 충실히 재연한다는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독한 설정과 장면들이 가능해진 것. 이때 사체로 등장한 김주호는 실제로 엉덩이를 내놓은 채 방송을 해야 했고 그것 때문에 주변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찌 보면 재연이 들어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그래서 역사 체험 설정으로 들어갔을 때 그 출연자들의 리액션이 핵심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대로 리액션을 받아줘야 예능이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다큐가 되어버린다.

 

새로 시작한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는 초창기 멤버였던 장동민, 유상무, 김동현과 함께 새 멤버로 한상진, 고주원, 장수원이 투입되었다. 한상진은 시작할 때 서슴없이 흙을 입에다 털어 넣는 모습으로 의지를 다졌지만 사실 스스로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상황에서 강물에 뛰어들 때 했던 말처럼 그다지 큰 역할을 한 게 없어보였다.

 

고주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머슴 캐릭터로 자리하면서 심지어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엉덩이까지 까는 하드캐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웃음의 리액션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장수원 역시 마찬가지다. 특유의 로봇 리액션이 있지만 그것도 <배우학교>의 출연 때문인지 과거 같은 예능의 느낌과는 조금 달라진 면모가 묻어난다.

 

사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니 새로이 들어온 멤버들이 적응하는 데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조연으로 여기 저기 김주호가 출연하고는 있지만 그의 존재감도 아쉽고 조세호나 남창희 같은 초창기 멤버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사실 장동민과 유상무는 최근 여러 논란들 때문에 프로그램에 짐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그들의 한결같은 리액션들은 이제 조금 식상해진 느낌이다. 왜 기존 멤버를 살리려 했다면 조세호, 남창희, 김주호가 아니라 장동민, 유상무였을까. 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에 유일하게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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