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11 (26)
주간 정덕현
만남 아닌 이별을 얘기하는 '최고의 이혼'“조석무씨에게. 조석무씨라니 이렇게 적고 놀랬어요. 당신을 이름으로 부른 게 언제지? 너무 오랜만인 거 같아 왠지 긴장이 되네요. 일단 보고 드립니다. 저 집을 나갑니다. 방을 보고 놀랐습니까? 입 벌리고 있지 않나요? 지금 설명한 테니 입을 닫아 주세요. 있잖아요. 조석무씨 아무래도 이대로 같이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이혼하고 시간도 꽤 흘렀잖아요.”KBS 월화드라마 에서 강휘루(배두나)는 전 남편 조석무(차태현)에게 편지를 쓴다. 이미 이혼을 했지만 당분간 같은 거처에서 머물며 지냈던 그들이었다. 강휘루는 이혼의 사유로 조석무가 “너무 몰라서”라고 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뭐가 꿈인지 그런 것들을 조석무는 알려 하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상..
'냉부해', 혹평듣기 전문가 김풍이 있어 가능한 것들 “이 프로그램이 혹평이 가능한가요?” JTBC 예능 프로그램 에 나온 휘성은 김풍이 비엔나소세지를 갖고 만드는 소바로우(소세지로 만드는 꿔바로우)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김풍은 그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저는 혹평 전문가예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김풍 작가를 ‘혹평 (듣기) 전문가 * 201회 기안 편 참조’라고 설명한 자막이 붙는다.지난 주 기안84가 김풍의 요리를 먹고는 “정말 맛없어”라고 혹평했던 그 장면이 다시금 화면을 통해 보여진다. 김풍은 사실 그 때 진심으로 당황하고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래서 나중에 기안84가 “맛있어요, 형님.”이라고 영혼 없이 말하자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장면이 줬던 충격 때문인지..
마치 전성기 ‘1박2일’ 보는 듯, ‘신서유기6’의 익숙한 재미들사실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재미들이다. 갑자기 시즌을 뛰어넘어 시즌6라 명명하고 시작한 는 어찌 보면 그걸 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건 이 게임 예능이 가져온 게임들이 이미 KBS 시절이나 그 프로그램이 그 때 게임 소재를 가져오곤 했던 의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고요 속의 외침’은 사실 그토록 많이 반복된 게임이지만 항상 어느 정도의 웃음을 담보했다. 귀에 커다란 헤드폰을 끼우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상대방에게 단어를 설명해 맞추는 게임. 시청자들은 뻔히 보이는 답이지만, 게임을 하는 당사자들은 엉뚱한 설명에 답변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바보스러워 보이는 그 말과 행동들은 늘 예측 불가한 것들을 끄집어내 포복절도의 웃음을 ..
자리만 채운 주말 드라마와 예능, 방법이 없는 걸까한 때 일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을 여지없이 TV앞으로 끌어들였다. KBS 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SBS 도 3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냈고, MBC 도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다. KBS 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내며 일요일 밤 아쉬운 주말을 보내는 시청자들을 웃음 폭탄으로 달래주곤 했었다.하지만 지금의 일요일 밤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그저 틀어놓곤 있지만 그만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은 시청층이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10% 미만으로 시청률이 떨어졌고, 게다가 그만한 화제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었다는 걸 말해준다.KBS의 경우, ..
'전참시' 박성광·임송, 이들의 관계가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까닭워낙 직장 내 갑을관계니 상하관계니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인지 방송이 보여주는 관계는 그만큼 조심스럽다. MBC 예능 은 본질적으로 보면 바로 이 관계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니저가 등장하게 된 건 그래서다. 연예인만을 보던 관찰카메라가,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된 것. 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어찌 보면 막연히 상하관계로만 생각되어온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의외로 가족 같은 훈훈함이 보였고 또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매니저들이 주목됨으로써 살짝 그 관계가 뒤집어지는 전복의 즐거움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유병재의 사인회에서 오히려 자신을 찾아온 팬과 더 사진을 많이 찍는 유규선 매니저나, 이영자와 함께 하..
‘알쓸신잡3’, 우리 시대에 맞는 논개 해석이 필요한 까닭“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논개라는 한 인간의 선택에 대해서 우리가 들어온 이야기가 국가주의 서사라는 거예요. 국가라는 어떤 권위 있는 인간조직을 위해서 한 여인이 국가를 위해서 뭘 한 것과 같이 스토리를 만들어낸 이 서사가 왠지 불편한 거예요.” 진주에서 펼쳐진 tvN 예능 에서는 그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개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다. 우리에게는 왜장을 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는 기생으로 알려진 이야기. 그래서 진주성의 촉석루에서 보이는 진주교의 다리 밑으로는 논개가 왜장을 껴안을 떼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끼었다는 황동가락지 모양이 조형물로 들어가 있었다.한 때는 이 논개의 이야기가 마치 국민이라면 누구나 숭앙해야할 애국적 서사로 읽혔..
‘손 더 게스트’를 만든 빙의 연기자들, 윤종석, 전배수, 유승목...한 마디로 올해 최고의 역대급 스릴러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표방한 OCN 드라마 가 종영했다. ‘무서워 못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공포와 스릴러를 넘나들며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빙의라는 소재를 가져와 공포 스릴러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면서도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까지 끄집어내려 했던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수훈갑은 그 모든 것들을 진정으로 가능하게 한 빙의 연기자들이었다. 박일도라는 큰 귀신에 빙의된 인물들을 연기한 연기자들은 진짜 말 그대로의 ‘빙의된’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화평의 삼촌 역할로 출연해 시작부터 확실한 몰입감을 만들어냈던 한규원, 최..
‘손 더 게스트’가 그리는 분노가 지배한 사회의 혼돈갈수록 충격적이다. 한 사람씩 빙의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을 하나씩 다루던 OCN 수목드라마 는 이제 한 마을을 뒤덮어버린 빙의자들이 마치 좀비 떼처럼 창궐하는 이야기로 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 최종 목적지는 박일도 큰 귀신이 처음 빙의자를 낳았던 바닷가 마을 계양진. 구마의식을 하며 점점 몸도 영혼도 어둠에 피폐되어가는 신부 최윤(김재욱)과 정직 징계를 받게 된 형사 강길영(정은채) 그리고 부상을 입은 채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 윤화평(김동욱)은 함께 그 계양진을 찾았지만 이미 마을을 뒤덮어버린 양신부(안내상)의 어둠이 사람들을 부마자로 만들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고 있었다. 슬쩍 최종회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깔린 복선에는 최윤이 ‘마지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