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김수미, 그 마음은 알겠지만 대중들 생각은 다르다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는 김수미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요리에 일가견을 가진 데다 시원하고 기분 좋은(?) 욕으로 ‘욕쟁이 할머니’의 캐릭터를 제대로 갖춘 김수미가 낸 식당이란 콘셉트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국밥을 먹는 먹방의 풍경이 연출되지만, 실상 이 프로그램은 그것보다는 그 곳을 찾는 이들과의 대화가 주가 된다.

 

찾아온 손님에게 “욕먹을래? 국밥 먹을래?”하고 김수미가 묻고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김수미의 시원스런 욕이 일종의 ‘덕담’으로 더해지고,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전하는 위로가 정서적으로 깔려 있다. 프로그램 제목도 <밥은 먹고 다니냐?>라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치 어머니가 해주는 밥 한 끼의 온기가 그 질문에서부터 묻어난다.

 

그래서 오랜만에 MBC <전원일기>의 복길이 김지영 같은 배우가 출연하고, 때 마침 찾아온 노마 역할을 연기했던 김태진의 얼굴을 다시 보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꼬마였던 김태진은 어엿한 청년이 되어 김수미를 반색하게 만들었고, 그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당대를 살며 <전원일기>를 봤던 시청자들로서는 한의사가 되어 잘 성장한 노마를 보는 흐뭇함이 어찌 없겠나.

 

하지만 <밥은 먹고 다니냐?>는 김흥국이나 김정민처럼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연예인들도 출연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2년 전 성폭행 논란이 벌어졌던 김흥국은 무혐의 판결이 났음에도 논란만 기억되는 현실을 토로했다. 김수미는 조심스럽게 “무죄인거지?”하고 돌직구로 질문을 던졌고 김흥국은 ‘무혐의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김흥국이 원하는 대로 김수미는 시원하게 욕을 해주고는 가족들에게 잘하라는 덕담을 던져줬다.

 

그렇지만 성폭행 논란에서 무혐의 판결이라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즉 무혐의라는 것이 무죄라는 뜻은 아니며 다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성폭행에 있어서는 무혐의라도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가 어렵다.

 

물론 김정민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꽃뱀 논란’까지 생겼지만 재판부는 당시 김정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가 피해자였다는 걸 법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여전히 남은 논란의 후유증과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그의 심경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요한 건 <밥은 먹고 다니냐?>가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들을 연거푸 출연시키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는 오해다. 물론 진짜로 억울한 사례를 겪은 이들을 다시 불러 그 심경을 들어주고 위로하려는 김수미의 엄마 같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시청자들도 그걸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욕쟁이 할머니 이미지의 김수미가 “욕먹을래? 국밥 먹을래?”하고 묻는 지점이나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그래서 자칫 오인되면 전혀 다른 뉘앙스로 들릴 수 있다. 마치 김수미의 욕 한 방으로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 그잖아도 장동민처럼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김수미와 함께 계속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상황은 이런 오해를 더더욱 부추길 수 있다.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가 등장해 욕을 하며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었던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광고가 떠오른다. 그 광고의 효과는 어마어마해서 욕먹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갖는데 일조했고 결국 당선까지 가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훗날 그 욕쟁이 할머니가 사실은 섭외된 배우이고 그 장면도 연기를 해낸 것이라는 게 메이킹 필름으로 밝혀지면서 대중들을 허탈하게 했던 적이 있다.

 

물론 그것과 <밥은 먹고 다니냐?>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논란 연예인들이 지금처럼 계속 출연하다가는 자칫 ‘면죄부 방송’이라는 오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김수미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김수미에 대한 남다른 대중들의 애정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논란 연예인을 모두 보듬어주는 것을 대중들은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 말이다. 모쪼록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따뜻한 국밥의 온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물의를 일으켰던 이들을 섣불리 복귀시키는 프로그램이 아니라.(사진:SBS플러스)

‘배가본드’ 제작진, 여성 캐릭터를 이렇게밖에 쓰지 못한다는 건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는 굉장히 새롭다고 보긴 어려운 드라마다. 비행기 폭파 테러 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무기상들의 이권다툼과 여기 연루된 권력자들. 그리고 이들과 대적하는 차달건(이승기)이라는 서민형 액션 영웅의 이야기가 그다지 참신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이른바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드라마에는 항상 등장하는 코드가 국정원 요원, 테러, 권력, 무기상, 로비스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가본드>가 나름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건 액션 때문이다. 스토리는 뻔하지만 그 과정을 담는 액션의 볼거리는 흥미롭다. 특히 금토 저녁에 너무 집중하지 않고 편안하게 액션을 즐기고 싶은 시청자들이라면 <배가본드>는 딱 그 정도의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몸 사리지 않는 이승기의 액션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가 가진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여러모로 심각한 수준이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여주인공인 수지의 연기력 논란이 터져 나왔던 건 물론 국정원 요원과 어울리지 않는 대사톤이나 표정 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건 근본적으로 보면 이 작품이 여성 캐릭터를 쓰는 방식의 문제가 더 크다.

 

<배가본드>는 수지가 연기하는 고해리라는 여성 캐릭터를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기보다는 드라마들이 여성을 소비하곤 하는 틀에 박힌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요원이라기보다는 멜로가 준비되어 있는 여성으로 대상화하고 있기 때문에 차달건이 죽도록 몸을 날려 진상을 파헤치려 뛰고 또 뛸 때 고해리는 민폐가 되거나 혹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만 처한다.

 

게다가 뜬금없이 술에 취해 “너 내거 해”라고 하며 키스를 하는 장면은 여성이 나서서 먼저 남성에게 키스한다는 능동성(?)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여성을 멜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이 드라마 제작진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내는 장면처럼 보인다. 이러니 요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 속에서 고해리만 혼자 멜로드라마를 찍고 있는 듯한 이질감이 생긴다. 이런 캐릭터라면 수지가 아니라 그 어떤 베테랑 배우가 해도 연기력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 제작진이 여성 캐릭터에 대한 일종의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다 여겨지는 건 드라마 전체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해리는 멜로에 방점이 찍혀 있고, 제시카 리(문정희)는 무기 거래를 하기 위해 무고한 이들을 비행기 폭파 사고로 죽게 만드는 악녀다. 제시카 리가 고용하는 살인청부업자 릴리(박아인)도 어디선가 본 듯한 클리셰 청부업자의 이미지 그대로이고, 공화숙(황보라)은 주인공 옆에 늘 서브로 존재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나마 제시카 리가 나름의 능동성을 가진 캐릭터로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남성들의 세계가 치열한 전장과 두뇌싸움으로 그려지는 반면, 여성들의 세계는 상투적인 면들이 강하다. 물론 굳이 남성 여성을 나눠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주인공 고해리를 요원 역할로 쓰기보다는 멜로의 존재로 더 세워놓은 것처럼 여성 캐릭터들이 전형화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어째서 <배가본드>는 액션 드라마에서 멜로가 아닌 액션과 스릴러에 더 집중하는 여성 캐릭터를 그리지 않은 걸까. 이를테면 tvN <시그널>에서 차수현(김혜수) 같은 캐릭터나 tvN <비밀의 숲>에서 한여진(배두나)이나 영은수(신혜선) 같은 캐릭터 같은 직능에 충실한 여성 캐릭터는 매력이 없다 여기는 걸까. 연기가 어색하다고 수지를 비판하기 전에 <배가본드>의 여성 캐릭터가 가진 한계를 먼저 곱씹어봐야 한다.(사진:SBS)

타인은 지옥이다’, 타인이 지옥이 되자 자신도 타인이 됐다

 

종영한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문제작이다. 드라마 시작부터 너무 잔인하고 살벌해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된 흉흉한 뉴스가 들리는 시기에 <타인은 지옥이다>는 더더욱 논쟁적이다. 도끼로 찍고 칼로 찌르고 감금에 고문에 살인까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드라마를 과연 보여줘야 하는가 하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타인은 지옥이다>가 그 비판들을 넘어설 수 있는 건 이런 잔인하고 공포스러우며 끔찍한 상황을 통해 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고시원이라는 타인과의 경계가 희미해진 공간에서 무시로 침범해 오는 이들로 인해 지옥을 경험하는 윤종우(임시완)가 그 공간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그 곳이 지옥이 된다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연쇄살인범이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가 걸리길 기다리는 고시원이라는 공간에서 윤종우가 겪는 알 수 없는 불쾌함과 불편함 그리고 그것 때문에 순간순간 생겨나는 알 수 없는 살의는 그래서 고시원 바깥, 예를 들면 그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게 벌어진다. 옆자리에 앉은 사수는 그를 배려해 주지 않고 무엇보다 그를 채용한 그 회사의 사장이자 대학선배 신재호(차래형)는 사장의 지위를 이용해 윤종우의 사적인 일까지 침범해 들어온다.

 

윤종우는 고시원 안에서 서문조(이동욱) 같은 인간들이 지옥이라 여기지만, 그건 고시원 바깥에서도 똑같다. 그는 서문조에게 불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선배랍시고 동생 취급하며 들어와 심지어 자신의 여자친구 민지은(김지은)에게까지 접근하는 신재호에게도 불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쾌감은 어느 날 우연히 게임방에서 시비가 된 청소년들과의 싸움에서 분노로 폭발한다.

 

그 싸움을 중재하고 보상을 해준 서문조가 윤종우와 함께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윤종우는 여전히 서문조와 자신이 다르다며 고시원을 떠날 거라고 말하지만, 서문조는 윤종우에게 우리는 같은 과라고 속삭인다. 결국 고시원으로부터 도망치지만 그는 도망치지 못한다. 공간을 벗어났지만 그 불쾌감과 분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서문조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에 고시원으로 향하는 윤종우의 손에는 칼이 들려져 있다. 그건 서문조가 말했던 사실 그대로다. 윤종우는 어느새 타인을 지옥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점 자신도 누군가에게 지옥이 되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여기서 일종의 트릭을 사용한다. 서문조가 고시원 사람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윤종우는 서문조와 대적하지만, 그게 사실은 윤종우의 환영 같은 거였다는 걸 민지은(김지은)의 목격담을 통해 드러낸다. 윤종우와 서문조의 대결은 사실 윤종우 자신과 서문조가 되어가는 또 다른 윤종우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대결이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타인은 지옥이다>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문득 나의 공간을 침범해 들어오는 타인들에게 불쾌감을 느끼며 그들을 ‘지옥’이라고 분노를 표출하지만, 바로 그 순간 자신도 또 누군가의 ‘타인’이 된다는 것이다. 분노와 불쾌감의 사회는 그렇게 좀비처럼 전염되어 간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고시원 같은 곳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같은 극적 풍경이 아니라도, 우리네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들이다. 타인이 지옥이 아닌 나와는 다른 존재로서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가 아니라면, 지옥은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고 <타인은 지옥이다>는 말하고 있다.

 

드라마는 실제로 그 지옥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니 보기 불편하고 심지어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 처절한 지옥도를 그려내는 것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시완과 이동욱은 물론이고 이정은, 박종환, 이중옥 같은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력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이동욱은 늘 부드러웠던 자신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깨버렸고, 임시완은 확고한 연기자로서의 면면을 증명시켰다. 또 이정은이야 이미 워낙 정평이 난 배우지만, 박종환 같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놀라운 연기의 소유자를 발견했다는 것도 이 드라마의 공적이라 할만하다.(사진:OCN)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유재석, 어쩌다 끼친 가요계 선한 영향력

 

드럼은 항상 밴드의 뒤편에 자리하는 악기였다. 하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를 보다 보니 드럼은 뒤편에 있는 게 아니라 중심에 있는 악기였다. 다른 악기들과 노래를 모두 아우르고 끌어안는 악기. 유재석은 농담으로 “이젠 드럼이 맨 앞으로 올 때가 됐다”고 말했지만 그게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게 된 건 <놀면 뭐하니?> 때문이었다. 유재석의 작은 드럼 비트 하나로 이토록 다양한 음악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그 작은 비트는 힙합이 되기도 하고 달달한 발라드 듀엣곡이 되었고 또 재즈가 되기도 했다. 유희열이 “역대급 콜라보”라고 했듯이 이 릴레이 프로젝트에는 어마어마한 천재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만일 비즈니스로서 접근해 이런 콜라보를 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뮤지션들은 처음에는 난감해하는 듯 했지만 차츰 저마다 재미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이런 저런 시도들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그건 어쩌면 뮤지션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번 ‘유플래쉬’로 그간 우리네 음악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건 유재석의 스승인 손스타가 언급했듯 드럼 같은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다. 손스타는 “덕분에 방송 보고 드럼 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점점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형 덕분에 드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을 통해 다양한 세션들이 참여하면서 그 악기들이 가진 저마다의 매력들이 소개된 바 있다. 이상순이나 적재가 더한 기타의 매력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들려준 베이스의 중후한 맛, 한상원의 펑키한 재즈 기타, 이상민의 드럼과 윤석철의 빈티지한 피아노 등등이 그것이다. 늘 완성된 형태로만 접하던 음악을 과정을 따라가면서 알게 된 악기들의 매력이다.

 

게다가 음악이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것도 이번 프로젝트였다. 유재석처럼 드럼을 단 한 번도 쳐본 적 없는 인물의 비트가 이렇게 음악으로 만들어지고, 나아가 흥미를 느낀 유재석이 한상원의 제안에 재즈 라이브 공연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물론 유재석을 리드하고 맞춰준 한상원이 있어 가능한 무대였지만, 그래도 차츰 재즈의 그 자유분방함을 즐기며 빠져드는 유재석의 모습은 그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다른 연주자들과 눈빛으로 합을 맞춰가고, 신나는 펑키 그루브에 저 스스로 빠져 몰입해가며, 이에 한상원도 또 관객들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그 광경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줬다.

 

유재석이 의도한 건 아니었을 테지만 그가 쏘아올린 작은 비트 하나는 의외로 우리네 가요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다양성’을 이끌어낸 면이 있다. 어쿠스틱 악기들과 늘 뒤편에 있는 연주자들, 또 장르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음악들이 그 작은 비트 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어쩌면 진짜 ‘드럼 지니어스’일 지도 모를 유재석 덕분이 아닐까 싶다. “성장판이 안 닫혀 있다”는 얘기가 실감날 정도로 투덜대고 난감해 하면서도 도전하고 성장하는 유재석으로 인해 가능했던 일들이라는 것. 물론 이런 창대한 결과를 그려낸 건 결국 김태호 PD의 놀라운 실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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