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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남북 경계 넘는 판타지 멜로가 주는 설렘의 실체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에서 이제 헤어져야 하는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 윤세리는 혹시 선을 넘어 저기까지만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걷고 싶은 두 사람. 하지만 리정혁은 군사분계선을 가리키며 “여기선 한 걸음도 넘어갈 수 없소”라고 말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윤세리. 남과 북의 거리는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한 걸음이면 넘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만큼 먼 것은 남북으로 갈라지며 만들어진 마음의 거리다. 리정혁은 그 마음의 거리를 한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좁혀버린다.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 리정혁과 윤세리는 그렇게 마주하며 이별의 키스를 나눈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보여준 이 키스신을 보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재작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던 그 장면을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김정은 위원장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분계선을 슬쩍 한 걸음 넘어갔던 그 장면. 단 한 걸음이지만 그 한 걸음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이 군사분계선을 한 걸음 넘어 들어와 윤세리와 이별을 나누는 장면은 그래서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이별 장면 그 이상의 울림을 남긴다. 남북 간의 경계 사이에 서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한 걸음’의 의미가 훨씬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시착>의 남북을 넘어서는 로맨틱 코미디는 리얼리티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현실성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북한의 언어나 현실 상황들에 대한 사전 취재와 고증이 철저히 이뤄진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돌풍 때문에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가 하필이면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 리정혁과 인연이 맺어지고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은 실제로 벌어지기 어려운 하나의 판타지다. 시청자들은 그러나 남북 간의 현실로 인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개연성보다, 그 현실을 뛰어넘어 벌어졌으면 하는 판타지에 더 빠져들고 있다. 기꺼이 리정혁과 윤세리의 동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이 판타지가 허용되면서 <사랑의 불시착>은 그간 우리가 많이 봐왔던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심지어 가족드라마의 소재들조차 새롭게 다가오게 만든다. 이를테면 리정혁의 아버지 리충렬(전국환)이 아들과 떼어놓기 위해 윤세리를 납치해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시퀀스는 전형적인 ‘예비 시부모를 만난 예비 며느리’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을 납치해온 리충렬이 리정혁의 약혼녀인 서단(서지혜)의 아버지일거라 오해한 윤세리가 상황을 설명하며 리정혁을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는 대목은 리충렬과 그의 아내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반대하는 부모 앞에서 윤세리를 향한 마음을 토로하는 리정혁과 그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는 윤세리의 이야기도 또한 그렇다. 그런 상황들은 멜로나 가족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결혼 반대하는 부모와 그를 감복시키는 남녀의 시퀀스들이지만, 이들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남북한 체제라는 사실은 이 소재 자체를 다르게 느끼게 만든다. 남녀 간의 관계를 담은 사랑의 이야기지만, 그것이 남북 간의 관계에 대한 염원을 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까지 윤세리를 마중하기 위해 리정혁과 함께 나온 부대원들은 어느 빈 집에 잠시 머물며 그 곳이 북한산이 보일 정도로 남한과 가깝다는 걸 이야기한다. 몇 시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다. 그 빈 집에는 아마도 멀리 간 아들을 기다리며 어머니가 기도했던 정한수가 놓여진 자리가 그대로 있다. 그 아들은 어쩌면 남쪽으로 월남했을 지도 모른다. 잠시 떠났던 걸음이 수십 년 동안의 이별이 되었을 지도.

 

그 짧은 거리를 밤눈도 좋은 리정혁이 괜스레 길눈이 안 좋다며 빙빙 도는 그 마음에서 윤세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이별을 그리고 있는 그 장면은 아주 오래 전 누군가 그 길을 걸어 금세 돌아올 거라 떠났다 지금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리정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말하며 윤세리를 끌어안는 장면이 더 심쿵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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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의 성공 통해 본 김태호 PD의 유연함

 

김태호 PD는 계획이 다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생긴 유행어를 따서 말한다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주 MBC 구내식당에서 유재석을 위한 식사가 마련되어 있다고 가보라고 한 김태호 PD. 알고 보니 그건 신년을 맞아 떡국대신 유재석이 100명의 사원들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는 미션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유재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 끓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투덜대며 김태호 PD에 대한 화를 삭이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사원들과 유재석이 나누는 대화에는 신년을 맞는 덕담 같은 훈훈함이 묻어났다. 물론 양 분배에 실패하고 면도 어떤 건 꼬들꼬들 했하고 어떤 건 불어서 균질한 맛을 유지하진 못했지만 사원들 중 그 누구도 맛없다거나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 맛이 아니라 유재석이 직접 끓여주는 라면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100명의 사원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미션이 그저 유재석 골탕 먹이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인생라면’이라는 라면집을 오픈하고 연말 시상식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드러났다. 유재석이 라면집 오픈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심영순, 여경래를 비롯한 셰프들까지 모셔와 모니터링하며 조언을 들었던 것. 절실하게 필요했던 건 역시 조리 속도였다. 그래서 100명의 사원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미션으로 그걸 훈련하게 했던 것.

 

그렇게 오픈한 ‘인생라면’에서는 장성규부터 시작해 장도연, 양세찬, 조세호에 이어 김구라, 박명수까지 찾아와 웃음 만발한 토크 한 마당이 마련됐다. 그 ‘인생라면’집을 위해 준비된 유산슬 라면 레시피도 전수되었다. 워낙 손이 많이 가서 몇 개를 끓이다 말았지만 그 맛에는 모두가 ‘엄지 척’이었다. ‘인생라면’은 그래서 라면을 끓여주고 먹는 먹방과 쿡방 분위기보다는 훈훈한 동료들의 토크 분위기로 흘러갔다.

 

유재석이 장도연, 양세찬, 장성규에게 “잘 버텨줘서” 너무 뿌듯하다고 말하는 대목은 시청자들의 가슴도 따뜻하게 해주었고, 오랜만에 만난 박명수가 유재석의 2인자 자리를 빼앗겼다며 조세호에게 버럭하고, 유재석과 마치 밀당하는 연인처럼 삐친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은 역시 박명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서 김구라가 콕콕 찔러주는 직설과 자신의 연애사실까지 쿨하게 밝히는 모습 역시 이들이 어떻게 지금껏 잘 버텨내고 있는가 하는 그 진가를 느끼게 했다.

 

아마도 김태호 PD는 많은 것들을 계획했을 게다. 유산슬이라는 예명 때문에 중화요리협회에서 감사패를 받으며 유산슬 요리에 도전하고, 그게 실패하며 나온 “라면을 잘 끓인다”는 말에 곧바로 라면집 아르바이트를 시키며 그 영상을 본 이른바 ‘뽕벤젼스’가 ‘인생라면’이라는 곡을 만들게 해준다. 유산슬이 연말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고 100명의 사원들에게 라면을 끓이는 미션을 수행한 후 ‘인생라면’이라는 분식점을 열어 시상식을 빛낸 예능인들을 초대해 토크를 벌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김태호 PD가 얼마나 촘촘히 일을 계획해내고 있는가가 실감난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성공하고 유산슬이 신드롬을 일으키게 된 데는 계획된 대로가 아닌 계획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김태호 PD가 보여준 ‘유연함’이 더 크게 작용한 부분이 있다. 애초 릴레이카메라로 시작한 <놀면 뭐하니?>가 드럼 비트에 도전하던 ‘유플래쉬’를 거쳐 캐릭터 도전이라는 성공 키워드를 찾아내고는 ‘유산슬’로 이어가는 과정은 쉬워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선택들이다.

 

PD들은 본인이 애초에 계획했던 기획을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있다. 그건 그만큼 애초 계획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인데, 중간에 어떤 방향이 바뀌거나 의외의 요소에서 반응이 나올 때 그 계획을 수정하는 일은 그래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유산슬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그 안에서 확장을 해나가는 건 그래서 김태호 PD의 애초 계획에는 없던 일이다. 다만 변화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라는 것. ‘계획’만큼 중요한 게 그래서 ‘무계획’적인 부분이다. 철저히 준비하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있어 <놀면 뭐하니>가 성공할 수 있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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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빌런 오정세 뼈 때리는 남궁민의 일갈

 

포장마차에서 권경민(오정세) 상무는 백승수(남궁민) 단장에게 소주 한 가득에 맥주를 살짝 채운 술을 권한다. 술을 받지 않자 권경민이 말한다. “술 못해? 술 못하는 구나. 아직 애네. 애야.” 백승수는 좋은 사람하고 마셔도 쓴 걸 내가 왜 마시냐고 대꾸한다. 그러자 권경민은 인생의 쓴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 인생 평탄하게 살았구나? 이게 뭐가 써. 인생이 훨씬 더 쓰지. 인생이 얼마나 쓴 지 알면 이게 달어. 어?” 그러면서 건넸던 술을 자신이 마셔버린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권경민은 악역이다. 백승수 단장이 만년 꼴찌팀인 드림즈의 시스템 개혁을 통해 우승을 꿈꾸고 있을 때 권경민은 그 야구팀 해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노골적으로 백승수에게 그를 단장자리에 앉힌 게 그의 흥미로운 이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승 후 팀 해체를 계속 겪었던 백승수의 이력. 권경민은 적당히 하다 팀을 해체시키기 위해 백승수를 그 자리에 앉힌 것.

 

하지만 백승수는 생각이 다르다. 해체하더라도 우승을 해야 한다 생각한다. 이런 백승수를 권경민은 싸가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시키면 군말 없이 따라주는 게 부하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고강선(손종학) 드림즈 사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백승수는 권경민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또 권경민이 그를 궁지로 몰아 내보내려 할 때 반격을 가하기도 한다. 권경민은 백승수를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기며 하대하고 위기에 빠뜨린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그는 악역이지만, 드라마는 그 역시 재송그룹 내에서 백승수와 다를 바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걸 보여준다. 권일도(전국환) 재송그룹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시키는 일에 고분고분 따르고, 하는 일 없이 군림하고 하대하는 권일도의 아들 권경준(홍인)에게도 자신이 사촌형이지만 뭐라 하지 못하는 처지. 권경준이 떨어뜨린 라이터를 주워주기도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는 능력이 있지만 권일도의 친아들이 아니고 조카라는 점 때문에 자신을 낮추며 살아간다.

 

권경민은 백승수에게 “왜 그렇게 말을 안듣냐”고 묻는다. 그러자 백승수는 “말을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하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라고 말한다. 백승수는 한때 말을 잘 들은 적이 있지만 그 때를 후회한단다.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들을. 그런데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잘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그는 야구에 빗대 우리네 사회의 갑을로 구분된 부조리한 시스템에 뼈 때리는 소리를 던진다. “누군가는 3루에서 태어나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뭐 그럴 필욘 없지만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보기 좀 민망하죠.”

 

그 한 마디는 권경민의 마음을 뒤흔든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주곤 있지만 달라지는 건 없는 현실을 그 역시 느끼고 있어서다. 그는 결국 참고 눌러왔던 권경준에 대한 분노를 터트린다. 자신을 은근히 하대하고 자신과 그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걸 대놓고 말하는 권경준을 두들겨 패며 “형네 아버지가 아니라 작은 아버지라고 해야지”라고 일갈한다.

 

<스토브리그>는 조직에서 벌어지는 갑을관계와 그로 인한 부조리한 일들이 권경민 같은 한 사람의 악역 때문이 아니라는 걸 이 시퀀스를 통해 보여준다. 그건 선민의식을 가진 고용인들에 의해 종용되는 상명하복으로 이뤄지는 시스템과 거기에 항거하지 않고 침묵하며 따르는 고용자들의 구조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 시키는 대로 따라한다고 나아지지 않는 현실. 백승수는 부당한 것들에 부딪치기로 결심했던 것.

 

이 시스템 구조의 관점으로 보니 악역인 권경민 또한 연민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는 물론 부하직원들에 군림하며 명령해온 갑질 상사지만 그 역시 이 시스템 구조에서 누군가에 의해 갑질 당하는 을이기도 하다는 걸 볼 수 있어서다. 결국 시스템이 문제이고, 그걸 깨치기 위해서는 그저 따르기보다는 부딪쳐야 한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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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밤’ 실험정신 갉아먹는 밋밋한 내용, 나영석의 다음 수가 필요하다

 

나영석 PD가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이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현재의 6개 코너로만 본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이 형식 실험만 가지고 성취를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형식 실험에 맞는 참신한 내용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 포진된 6개 코너들은 분량이 15분 내외로 짧아졌다는 것을 빼고나면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것들이다. 이승기가 여러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어 하루의 체험을 보여주는 ‘체험 삶의 공장’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따온 것이다.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하던 것을 이승기 원톱으로 바꾸고 시간을 대폭 줄여 노동의 여러 단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코너는 나름의 재미 요소들이 있다. 일단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보던 어떤 물건들이나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가를 보는 재미가 가장 크다. 그리고 이승기가 그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과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통해 그날의 노동을 스스로 품평하는 코너도 들어있다. 하지만 기획만으로 보면 제목만 봐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장면들이 나올 것인지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유튜브 채널의 짧은 동영상들이 갖는 최대 장점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 불가한 새로움이라고 볼 때 이 코너는 생각만큼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형식을 실험적으로 가져왔지만 기획적 포인트들이 너무 약하다는 것.

 

이런 사정은 나영석 PD가 이서진과 함께 뉴욕을 여행하는 ‘이서진의 뉴욕뉴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서진이라는 인물의 개성이 묻어나 있기 때문에 이 뉴욕 여행의 특별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미국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중국음식을 먹는 대목이나, NBA 경기를 보러가서는 시차적응을 못해 잠이 들어버리고 얼떨결에 티셔츠를 얻는 우연적 요소들은 역시 여행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서진과 나영석 PD 그리고 여행이라는 코드는 역시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숏폼이라는 파격적 형식에 무언가 다른 걸 기대한 시청자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진경의 ‘내 친구네 레시피’는 전형적인 쿡방과 먹방이고, ‘신기한 과학나라’, ‘신기한 미술나라’는 <알쓸신잡>에서 많이 봐왔던 인문학적 요소와 예능 토크가 곁들여진 기획이다. 그나마 나영석 사단이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스포츠 꿈나무들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스포츠인들을 응원한다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지만 이런 소재 역시 어디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시감이 든다. <일밤>에서 종종 시도됐던 스포츠 예능의 숏폼 형식이랄까.

 

나영석 PD가 유튜브 시대에 맞춰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tvN에서 시도한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형식 실험만큼 중요한 건 그 새로운 형식에 걸맞은 새로운 소재들과 기획,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일이다. 기존 방송에서 해왔던 소재나 기획들을 그저 숏폼 형식 안으로 넣는다고 새롭게 느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금요일 금요일밤에>는 그냥 금요일 밤 별 생각 없이 편안히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다. 하지만 나영석 PD라는 이름값이 있고 거기에 더해진 새로운 형식 실험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너무 밋밋한 게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이 금요일 밤의 버라이어티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형식에 걸맞은 참신한 기획이 절실하다 여겨진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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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미스터트롯’, 어째서 외모와 식스팩에 집착하나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시청률이 17%(닐슨 코리아)를 넘어섰고 화제성도 뜨겁다. 예선을 치렀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주목되는 실력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테너에서 트로트로의 변신을 보여준 김호중, 안정적인 정통트로트의 맛을 선사한 임영웅, 트로트계의 BTS로 불린 장민호는 물론이고, 입덕하게 만드는 아이 대장부 홍잠언이나 트로트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도 좋을 법하다는 평가를 받은 신동부의 양지원, 이찬원, 김희재, 김수찬, 김경민 등등. 너무 많은 신예들이 대중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트로트의 묘미만으로도 충분한 <미스터트롯>에 가끔씩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편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지나치게 외모와 몸을 강조하고 거기에 호들갑을 떠는 마스터들의 리액션을 더해 성 상품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이 그렇다. 피트니스 모델이나, 머슬마니아 챔피언, 종합격투기 챔피언들이 등장한 직장부A의 무대들은 대부분 노래보다 이들의 외모와 몸을 보여주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대기실에서부터 웃통을 벗고 식스팩을 보여줌으로써 탄성을 자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무대에서도 뜬금없이 노래 도중 웃통을 벗는다. 노래는 부수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대부분 마스터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탈락했지만, 그래서 느껴지는 건 이들이 <미스터트롯>에 도전한 것이 진짜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머슬마니아 같은 모델들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것이 직업이다. 하지만 그건 그런 대회에서 보여줬을 때 건강미라고 하는 그 본래의 맥락을 보여줄 수 있다. <미스터트롯>에 나와 트로트 실력이 아닌 뜬금없는 맨몸을 드러내는 일은 그 맥락을 찾을 수 없어 마치 성 상품화되어 전시되는 몸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를 강화시키는 건 출연자들의 당락을 결정 지으러 앉아 있지만 심사를 하기보다는 쇼를 즐기러 온 듯 과장된 리액션을 보여주는 일부 마스터들이다. 붐은 과하게 출연자들의 모습을 똑같이 흉내 내기도 하고, 장영란은 노골적으로 맨몸의 남성들을 보며 탄성을 지르거나 “너무 좋아”를 연발하며 합격 버튼을 눌러댄다. 물론 그건 쇼적인 요소들을 넣기 위함이지만 벗은 몸과 리액션이 더해져 하나의 성 상품화로 전시되는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치부해버린다.

 

물론 적당한 쇼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는 건 시청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지나치게 경쟁과 당락에만 집중하면 그 자체가 불편한 오디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잉되고 왜곡된 쇼는 즐겁기 보다는 불편함만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미스트롯>에서도 초반 미스코리아 콘셉트로 차려입고 나와 전시되는 출연자들은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은 시작부터 실력 있는 출연자들을 대거 보여줌으로써 그런 조미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그런데 남성들을 출연시키면서도 여전히 그런 연출을 시도하는 걸 보면서 기대감만큼 더 큰 실망감이 생겨난다.

 

또 마스터의 자질 문제 역시 <미스트롯> 때 생겨난 논란 그대로 <미스터트롯>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지점이다. 어째서 이 좋은 출연자들을 갖고도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조미료들을 치고, 마스터들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까. 그건 가용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 혹은 방송사가 가진 감수성 부족이나 인성 자질의 문제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사진:TV조선)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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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 끔찍한 인간들 속 공존을 위한 안간힘들

 

덴마크령 페로제도의 흐반나준트 마을. 북유럽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무슨 일인지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해안가에 잔뜩 모여든 사람들.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과 건장한 사내들까지 무얼 하려는 걸까 싶은 순간 저 편에서 배 몇 척이 무언가를 몰고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돌고래 수십 마리가 배들의 위협적인 소리에 밀려 해안가로 오고 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갑자기 마치 호러 무비를 보는 듯한 믿기 힘든 광경들이 벌어진다. 해안가 근처로 온 돌고래들을 향해 마을 장정들이 달려 들어가 쇠꼬챙이로 머리를 찍어 뭍으로 끌어올리는 광경. 꼬챙이에 찔리고 머리가 잘린 돌고래들로 해안가는 순식간에 핏 빛으로 물들어 버린다. 부감으로 찍혀진 그 장면은 대살육의 현장 그대로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이 보여준 이 장면에 붙은 부제는 ‘어떤 전통’이다. 그것이 페로 마을 사람들의 전통이란다. 물론 과거에는 척박한 토양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 돌고래를 잡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대체 식량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1년에 한 번씩 이런 대살육을 벌이는 건 ‘전통’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 전통에 참여한 한 사내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흥분을 이야기했다. 죽은 돌고래들을 아이들이 다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만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또 자라서 그 전통을 이어갈 것이다. 만일 그것이 대살육일 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돌고래쇼 같은 체험 관광으로 특화되어 있는 일본 타이지 마을에서는 돌고래를 포획하고 죽여 고기로 팔거나 훈련시켜 평생을 가두리에 가둬둔 채 쇼를 하고, 전 세계 아쿠아리움에 파는 일들이 하나의 시스템화된 산업이 되어있다. 배들이 바다로 나가 돌고래를 해안가를 몰아오고 그물을 쳐서 나가지 못하게 막은 후 잠수부들이 투입되어 대량 살상이 벌어진다. 잘 생기지 못한 돌고래는 그 자리에서 살해되어 온통 피바다가 되는 광경이 외부에 공개되어 논란이 되자 지금은 더 영악한 방법이 사용된다. 척수만 끊어 놓고 그 부분을 막아 피가 나오지 않게 꾸미는 것. 그렇게 죽은 돌고래들은 고기로 팔려나간다. 살아남은 돌고래들은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쇼를 하거나 아쿠아리움에 팔려간다.

 

돌고래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또 유대감이 높아 가족을 버리고 떠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돌고래들은 태풍으로 인해 가두리가 망가졌어도 갇힌 가족을 떠나지 못해 손쉽게 다시 포획되고 있었다. 타이지 마을 사람들은 돌고래들 때문에 차도 몇 대씩 사고 집도 바꿀 정도로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결국 그건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일이라는 것. 그 욕망에 의해 돌고래들은 가족 단위로 처참한 비극을 맞이하고 있었다.

 

<휴머니멀>은 지금껏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보면서 착각해왔던 동물들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돌고래쇼라고 하면 돌고래들이 별 무리 없이 붙잡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 착각하지만 결코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니 쇼를 하는 돌고래들의 온 몸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그 상처들이 그들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상아 때문에 머리가 통째로 잘려져 죽는 아프리카의 코끼리들, 인간을 위해 노동을 하거나 관광상품화된 쇼에 나가기 위해 아기 때부터 갇혀 갖은 고문을 당하는 태국의 코끼리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살상을 당하는 페로 마을에 붙잡혀온 돌고래들 그리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육당하고 사육당하며 팔려나가는 일본 타이지마을의 돌고래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동물들의 처참한 현실들을 <휴머니멀>은 똑바로 바라보라 말하고 있다.

 

그나마 그 속에서도 어떤 희망을 찾게 되는 건 이런 상황들을 찍어 전 세계에 알리거나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코끼리를 살리기 위해 일일이 GPS를 달아 그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도 있고, 평생을 고문당해 온 코끼리들을 거둬 말년이나마 평화로운 삶을 지낼 수 있게 노력하는 이도 있었다. 또 돌고래들이 어떻게 살육당하고 사육 당하는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태풍 속에서도 가두리에 갇혀 몸부림치는 돌고래를 찍는 이들도 있었다.

 

유해진이 찾아간 미국 뉴햄프셔에서 야생 흑곰의 멸종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벤 킬햄 박사는 바로 그런 인간과 동물과의 공존이 어떤 의미인가를 제대로 알려주는 인물이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새끼 곰들을 거둬 키우는 벤은 2년 이상을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상을 키우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마치 부모처럼 먹이를 주고 야생에 적응시키기 위해 매일 산책을 하는 그가 성장한 곰을 떠나보내는데 어찌 소회가 없을까. 하지만 그는 말했다.

 

“모든 곰들은 곰으로 살고 싶어 해요. 야생 서식지에서 다른 곰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말예요. 곰들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제 감정은 상관없어요. 저는 곰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방사해줘야 곰들이 행복해져요.” 기꺼이 동물들을 위해 헌신하고도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게 자연으로 보내주는 사람. 그리고 전통 혹은 관광산업이라는 명목으로 대량 살상을 일삼는 사람. 우리는 과연 어떤 쪽을 택해야할까. 불편한 진실 앞에서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어야 하지 않을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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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쉽지 않지만 빠져 볼 수밖에 없는 이유

 

tvN 새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은 ‘경제’라는 만만찮은 소재를 다룬다. BIS(국제결제은행)가 어떻고 신자유주의니 정부의 관여니 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니게임>이 다루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건, 어쩌면 우리가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열심히 잘 살고 있다가도 순식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일이 저 ‘경제’ 때문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던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IMF 시절, 갑자기 주거래은행이 문을 닫아 버리자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이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이혜준(심은경)의 아버지는 바로 그 일을 겪었다. 2002년은 월드컵 당시 마치 IMF의 터널을 통과한 듯 들뜬 분위기였지만 이혜준의 아버지는 여전히 그 터널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걸 바라본 이혜준이 악착같이 공부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사무관이 된 건, 다시는 아버지 같은 그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뜻에서였다.

 

이혜준의 아버지가 죽고 그를 거둬준 고모네의 사정은 서민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꼬끼오진이라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만옥(방은희)과 그 남편 진수호(김정팔)는 죽어라 일하지만 삶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진수호는 그래서 투자를 통해 한 방에 역전을 꿈꾸지만 그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한 방의 역전이란 거꾸로 그만한 리스크를 안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만옥 가족이 등장하는 건 향후 이 드라마가 그려나갈 금융스캔들 속에서 서민들이 어떤 직격탄을 받게 되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된 걸 본 이혜준은 과연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갈까.

 

하지만 현실적인 키를 쥐고 있는 건 정책결정권자들이다. 정인은행 문제에 대해 팔아야한다는 소신을 밝혀버린 채이헌(고수) 덕분에 차기 금융위원장이 유력하게 된 허재(이성민)는 국가경제에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 여기는 인물. 그는 IMF 때 실무팀 막내로 참여하면서 힘없는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가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가 금융위원장이 되는 걸 채이헌의 아버지이자 최고 경제학자로 국가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해온 채병학(정동환)이 반대하고 나선다. 철저한 신자유주의 신봉자인 채병학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허재와 대립한다.

 

허재는 자신의 소신을 어떻게든 밀고 나가 관철시키려는 인물로 채병학과 의견대립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그를 벼랑에서 밀어버린다. 그는 허약한 국가 경제의 체질 자체를 바꾸고 부실한 기업들은 정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밀어붙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인다. 뜻은 의미가 있지만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는 상황. 정인은행 매각의 뜻을 드러낸 채이헌은 그와 같은 길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과연 그 동거가 계속 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혜준이라는 의외의 복병(?)이 존재한다.

 

이처럼 <머니게임>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경제정책 결정에 대한 저마다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이 부딪치고 대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경제 문제는 서로 얽혀 있어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희생되기도 한다. 그러니 입장 차이에서 발생하는 대결이 마치 게임처럼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게임을 게임으로만 볼 수 없는 건 거기에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갑자기 터져버린 금융위기에 언제나 피해를 보는 건 서민들이었다. 결정은 정부가 하고 그 결정에 의해 서민경제는 하루아침에 망가진다. 그걸 이제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머니게임>의 복잡해 보이는 경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책 하나에 휘청대는 서민경제의 그 작동방식이 못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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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억지 사이다보다 현실 공감 택한 검사드라마

 

학교폭력에 자식이 휘말렸다. 그런데 그 부모가 검사다. 과연 그 검사는 자식을 위해 아는 연줄의 힘을 쓸까. 대부분의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라면 그 부모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할 수 있는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라도 그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게다.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다르다.

 

이선웅 검사(이선균)는 자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건에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는다. 조민호 부장(이성재)과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가 관할서에 연줄이 있다며 도와주겠다 했지만 그 도움을 받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경찰서에서 직업을 묻는 경찰관에게 이선웅은 검사가 아닌 “회사원”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일선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해 지울 수 없는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을 봤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쉽게 사죄하고 용서를 이야기하지만 피해자는 결코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이선웅은 보게 된다. 그러니 자식의 잘못을 덮기보다는 그 잘못이 얼마나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됐는지를 아이가 알기를 바란다. 그는 아이에게 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아빤 지훈이가 뭘 잘못한 건지 그리고 그 친구한테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꼭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고.”

 

<검사내전>은 자식문제나 육아문제 같은 현실문제들에 있어서 검사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워킹맘 오윤진(이상희)이 육아에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상황은 여성이어서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드러낸다. 점심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던지는 남자들의 농담이 가진 성차별적 인식은 검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가 맡은 성폭력 사건이 무죄 판결나자 심지어 같은 여성인 차명주(정려원) 또한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 “애 키우면서 공판검사 하는 거 힘들면 하기 힘들다고 하세요. 내가 감안하고 볼 테니까.”

 

이선웅이 맡은 사내 성폭력 사건 또한 여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을 드러낸다. 우연히 복도에서 부딪칠 때 스킨십이 있었다는 이유로 홍종학(김광규)이 마치 피해자를 ‘꽃뱀’보듯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뒤늦게 취직해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남자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 담배도 배우고 함께 술도 마셨지만 그러면서 남자들이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것. 피해자의 진술은 우리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어야 하는 여성들이 겪는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낸다.

 

<검사내전>에는 엄청난 연쇄살인이나 납치사건 같은 사건들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사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이 드라마가 짚어내는 건 그런 사건들만큼 우리네 일상에 닿아있는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사건들이 결코 작은 사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슬며시 들어와 우리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대한 일들일 테니 말이다.

 

<검사내전>은 이런 사건들을 검사들이 다루는 저 바깥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 역시 겪는 사건으로 그려낸다. 법을 집행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때론 흔들리면서도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려 애쓴다는 것.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드라마다. 억지 사이다보다는 현실 공감을 택한 검사 드라마라고나 할까.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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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부2' 안효섭 잘 나가는데, 이성경 존재감이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는 벌써 19.9%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그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된 건 시즌1과 김사부 역할을 연기하는 한석규의 아우라에 새롭게 투입된 서우진(안효섭) 역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박민국(김주헌)과의 대결구도도 명쾌하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서우진이라는 인물은 드라마 초반에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었다. 남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빚에 쪼들려 거대병원에서 쫓겨난 그는 김사부의 제안으로 돌담병원에 오면서 조금씩 의사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다짜고짜 천만 원을 빌려달라며 뭐든 하겠다는 서우진에게 김사부는 일주일 간 자신의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선언한다.

 

차량 사고로 돌담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국방부장관을 두고 벌어지는 거대병원에서 파견된 박민국과의 알력 다툼 속에서 서우진은 환자를 지켜내기도 하고 김사부가 시킨 대로 국방부장관의 2차 수술을 하는 박민국의 어시스트로 수술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내는 서우진을 보고 김사부는 천만 원을 건넨다. 오글거린다는 서우진에게 김사부는 낭만을 언급한다. “이거를 전문용어로는 개 멋부린다고 그러지. 다른 말로는 낭만이라고 그러고.”

 

하지만 서우진이라는 인물이 이런 빠른 성장담을 김사부와 함께 그려내는 동안 함께 돌담병원에 들어온 차은재(이성경)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수술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울렁증 때문에 토하기 일쑤고 결국 도망치는 차은재에게 김사부는 그러려면 의사 때려치우라고 말한다.

 

김사부에게 앙금이 있는 차은재는 국방부장관 수술을 가로채기 위해 내려온 박민국과 그 어시스트인 양호준(고상호)에 붙어 거대병원으로 돌아갈 궁리를 한다. 그는 서우진에게 박민국의 2차 수술에 같이 들어가서 도움을 주고 함께 서울로 올라가자 제안하지만 서우진은 거절한다. 그런데 막상 수술실에 서우진이 나타나자 차은재는 오해한다.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배신한 거라고.

 

돌담병원에서 서우진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술에 뛰어들고 있을 때 차은재는 의사가 맞나 싶은 정도로 한가한 모습을 보여준다. 서우진과 밀고 당기는 감정싸움을 하고 일을 하기보다는 서울 본원으로 돌아갈 궁리만 한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린다. 그런 그에게 서우진이 한 마디를 던진다. “그렇게 남 탓으로 돌리면 위로가 되냐?”

 

차은재는 그래서 사고만 치고 뭔가 해내는 건 없으면서 남 탓만을 하는 민폐처럼 보이지만 이건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가진 이야기 구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이 드라마는 오해-진실-화해의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을 주로 취하고 있다. 박민국 팀이 2차 수술에서 실수를 저질러 국방부장관 수술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지만 루머 때문에 김사부가 1차 수술을 잘못한 것처럼 오해한 장관 아들이 고소를 하겠다 나섰다 진실을 알게 되고 사죄하는 이야기 구조가 그렇고, 자신을 배신한 줄 오해했던 차은재가 진실을 알고 서우진에게 미안하다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따라서 차은재의 이런 초반부의 민폐에 가까운 모습들은 그가 가진 진실(무언가 수술실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유)이 밝혀지고 그걸 넘어서는 과정들을 통해 풀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수술실에서는 울렁증을 보이지만 응급실에서는 모든 걸 다 잘 수행해내는 차은재의 모습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김사부는 그래서 이런 반전의 복선을 예감하게 한다.

 

또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라면 돌담병원 사람들을 배신할 것 같았던 차은재가 결정적인 순간에 박민국 팀이 숨기려 했던 USB의 존재를 드러내게 만드는 기지를 발휘하는 대목에서도 이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아직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차은재에게도 반전의 한방이 있을 거라는 것. 그가 민폐처럼 보이는 건 스토리 구조 상 극적 상황을 만들기 위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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