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이 불륜을 다루는 방식, 15세로 괜찮을까

 

지난 20일 방영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시청률은 7.6%(닐슨 코리아)로 뚝 떨어졌다. 이날 새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가 첫 회부터 7.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일 듯싶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빈센조>의 전작이었던 <철인왕후>가 무려 1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때도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시청률은 9%대까지 치솟았던 전적이 있어서다.

 

즉 같은 시간대에 새로 편성된 드라마 때문이 아니라면,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시청률 하락은 그 내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불륜을 저지르는 세 남편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8회까지 그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않고 흘러왔던 이 드라마는 조금은 지지부진한 느낌을 주는 면이 있었다. 결국 그런 떡밥들로 시청자들을 끌고 간다는 인상이 짙었다.

 

그래서였을까. 9회부터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갑자기 시간을 이전으로 되돌려 여기 등장하는 세 남편들이 어떻게 불륜을 저지르게 되었는가를 아주 자세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신유신(이태곤)은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교포인 아미(송지인)를 만나 차츰 가까워졌고, 판사현(성훈)은 헬스클럽에서 보게 된 송원(이민영)의 몸매를 훑으며 그에게 이끌렸다. 박해륜(전노민)은 학교에 강사로 초빙된 뮤지컬 배우 남가빈(임혜영)과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친밀한 관계를 시작했다.

 

지금껏 불륜을 소재로 다루는 이 드라마의 시선은 아내들에 맞춰져 있었다. 판사현이 외도를 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갖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아내 부혜령(이가령)은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피까지 토해내기도 했고, 남편의 이혼 요구의 이유가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이시은(전수경)은 애끓는 눈물을 쏟아냈다. 아직까지 남편의 불륜 사실을 모르지만, 외도를 저지른 아버지를 만나지도 못하게 했고 결국 아버지가 사고로 죽게 되자 엄마를 원망하게 된 사피영(박주미)은 이제 남편의 불륜 앞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걸 예감케 했다.

 

하지만 9회부터 이 드라마는 시선을 불륜에 빠져드는 남편들로 바꿔 놓았다. 그래서 기내에서 만나 가까워진 아미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신유신이 그와 선을 넘는 키스를 하는 상상을 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송원의 몸을 훑는 판사현의 음흉한 시선을 보여준다. 또한 교수실을 찾아온 남가빈에게 설렘을 느끼는 박해륜 또한.

 

물론 드러난 장면들에는 키스신(그것도 상상의) 정도의 수위를 보여주고 있어 그 선정성이 15세 이상 관람에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불륜을 판타지화하고 미화하는 연출이 보여주는 주제의식의 선정성은 결코 1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할까 싶은 점이 있다. 마치 이런 불륜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연출은 범죄 장면에서 범죄인의 시선으로 그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니 그 선정성이 작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잠시 주춤했던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불륜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그 자극을 다시금 높여가고 있다. 19금 설정이라면야 이러한 선정성도 어느 정도는 용인될 수 있을게다. 하지만 15세 설정으로 불륜 미화 판타지를 그려가는 건 어딘지 지나친 면이 있다. 우리에게 선정성과 자극의 문제는 주로 섹스와 폭력이라는 소재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주제의식의 선정성 또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과연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선정성은 15세가 봐도 괜찮을까.(사진:TV조선)

'빈센조', 마피아 장르 무너뜨린 우리식 소시민 판타지 코미디

 

한국의 상가 건물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고, 이탈리아의 거대한 포도밭이 모두 불타버린다. 그 앞에 마피아의 변호사 빈센조(송중기)가 서 있다. tvN 새 토일드라마 <빈센조>는 그런 강렬한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온 암살자들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총으로 쏴 죽이는 잔인함...

 

마피아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장면들이 우리네 드라마 속으로 들어왔다?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 역할을 연기하는 송중기는 잘 빠진 수트핏에 조각 같은 얼굴로 빈센조라는 이름의 이국적인 인물과 잘도 어울린다. 하지만 이런 강렬하고, 폼 나는 장면들은 이 빈센조라는 인물이 한국으로 와 겪게 될 '굴욕'과 '망가짐'을 위한 밑그림이다.

 

보스가 죽고, 그 아들과 갈등하게 된 빈센조는 중국의 조직보스가 금가프라자 지하에 숨겨놓은 금괴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위풍도 당당하게 마피아의 기세로 한국에 들어온 빈센조는 공항절도범에 탈탈 털리는 굴욕을 겪는다. 그런데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태리 수제 양복점에서 맞춘 양복은 세탁소에서 구제 물품 취급을 받고, 그가 임시로 머물게 된 숙소는 샤워기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더 큰 시련(?)이 놓여있다. 어딘지 만만찮아 보이는 금가프라자 상가 사람들과 계속 부딪쳐야 한다는 사실이고, 그 건물을 용역 깡패들까지 동원해 통째로 먹어 재개발하려는 바벨건설과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빈센조는 금가프라자 지하의 금괴를 위해 이 상가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그래서 의도치 않게 상가사람들의 구원자로 나서게 된다.

 

이미 <김과장>으로 일개 경리과장이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노동자들을 지켜내고, <열혈사제>로 한 사제가 도시를 장악하려는 거악의 세력들과 맞서 싸우는 소시민 영웅 판타지를 기가 막힌 코미디로 그려냈던 전력이 있는 박재범 작가는, <빈센조>에서도 어쩌다 소시민들의 영웅이 되어버린 한 마피아 변호사의 이야기를 코미디 장르로 그려낸다.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그려내는 박 작가는 <빈센조>에서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는 물론이고, 금가프라자 사람들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살아있는 코믹한 캐릭터로 그려낸다.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수제 양복이라 거들먹대는 빈센조에게 잔뜩 줄어버린 수선된 양복을 내주며 싸구려라 그렇다는 세탁소 사장 탁홍식(최덕문), 이탈리아는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거기서 요리를 배워왔던 거짓말을 하는 토토(김형묵), 한때 운동했던 사람이라 덤비지만 말뿐인 전당포 사장 이철욱(양경원), 댄스 교습소 원장 래리강(김설진) 등등.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금가프라자 사람들은 잠깐 등장만으로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금가프라자 사람들 같은 약자들을 위해 일하는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와 그와는 정반대로 부자들을 위해 일하는 그의 딸 홍차영(전여빈) 변호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빈센조와 엮어지며 이들이 함께 바벨건설과 대항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의 배우들이 전작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새롭게 분장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카이로스>나 <써치>에서 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최덕문, <열혈사제>의 악당이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의 김형묵, <사랑의 불시착>의 북한 병사를 떠올리기 어려운 양경원, <스위트홈>에서 괴물연기를 선보였던 안무가 김설진까지... 배우들에게서 전작의 이미지가 안보일 정도로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선명하고, 그 연출과 분장에서도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돈꽃>과 <왕이 된 남자>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희원 PD는 이번 <빈센조>에서도 마피아 빈센조가 한국사회에 들어와 무너지고 망가지면서 서민들과 싸워나가는 그 과정을 유려하고 진중한 장면들에서 이를 무너뜨리며 만들어내는 코미디 그리고 따뜻한 휴머니티까지 균형 있게 연출해낸다. 특히 전작들에서도 엿보였던 것처럼 클래식 음악으로 유려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장면들을 연출해내는 김희원 PD의 능력은 돋보인다.

 

이탈리아에서 잘 나가던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가 한국에 들어와 무너지고 망가지며 서민들과 싸워나가는 그 과정들은 빵빵 터지는 코미디와 시원한 액션으로 그려지지만, 그것이 말해주는 게 바로 한국 사회의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정서적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요인이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에 세입자들이 갖는 어려움은 얼마나 큰 공감대를 만드는가. 마피아 장르까지 끌고 와 풀어내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소시민 영웅 판타지. 그 통쾌한 행보에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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