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288)
주간 정덕현
냉정과 열정 사이에 선 의사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의사와 환자들이 엮어 가는 본격병원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이제 본격적인 봉달희(이요원 분)의 위기국면이 시작된다. 그것은 처음부터 예고되었던 일이다. 이 모든 환자들을 자신의 동생처럼,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아이처럼 여기는 ‘인간적인 의사’라는 존재는 이상일 뿐, 현실은 아니다. 봉달희가 “의사도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때, 안중근(이범수 분)이 “누가 의사가 사람이래?”라고 되묻는 건, 감정이 들어간 판단은 오히려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중근의 말처럼 “너무나 살리고 싶은 환자가 있어 더 빨리 낫게 하려고 수치 이상의 항생제를 쓰면” 결국 환자는 죽게되는 것이다. 그래서 죽게되는 환아가 동건이다. 1차 항암치료에서 별다른 암세..
현실과 이상을 대변하는 캐릭터들 기존 삼각 사각으로 이어지는 멜로의 구조 없이도 병원드라마는 될 것인가.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한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인가. 병원드라마에서 정치드라마로 그리고 이제는 법정드라마로 진화해가는 ‘하얀거탑’은 마치 전문직 드라마의 모든 실험을 해 보이려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하얀거탑’의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보여진다. 그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드라마의 캐릭터와 스토리 구조를 엮어 가는 전문직 드라마다운 솜씨이다. 장준혁에 더 방점이 찍힌 ‘하얀거탑’ 우리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주목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 초기에 등장한 장준혁(김명민 분)을 위시한 인물들과, 여기에 안티테제로 등장한..
봉달희, 장준혁이 보여주는 의사의 모습 ‘병원드라마’의 새 장을 열어 가는 ‘외과의사 봉달희’와 ‘하얀거탑’. 하지만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 드라마들의 봉요원 분)와 장준혁(김명민 분)으로 대변되는 의사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물론 이 두 드라마에 나타난 의사의 모습은 극화된 것. 실제 의사와는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이 두 드라마는 모두 의사에 대한 환타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소망하는 혹은 욕망하는 의사의 모습을 드라마라는 형식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인 전문가 vs 이상적인 풋내기 장준혁이란 캐릭터에 투영된 의사상의 한 단면은 권력이다. 장준혁 스스로 얘기했듯이 “자신은 최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처럼 거기에는 늘 권력이 개입되어 있다. ‘하얀거탑’에서 그려지는 1인 체제의 ..
환자에게 의사는 어떤 존재일까. 아주 사소한 병에도 쉽사리 생명을 놓칠 수 있는 연약한 인간에게, 의사란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의사의 말 한 마디에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하는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특히 외과 같은 몸에 칼을 대는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외과를 다루는 ‘외과의사 봉달희’에는 이 ‘신적인 존재인 의사’가 없다. 거기에는 ‘인간인 의사들’만이 가득하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신적인 존재로 믿어왔던 의사가, 실은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기뻐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 이것이 ‘인간 의사, 봉달희’가 주는 재미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의사 ‘외과의사 봉달희’가 처..
재미있는 드라마는 리메이크 아니면 표절(?) 작년 완성도 높은 ‘웰 메이드 드라마’를 꼽으라면 누구나 ‘연애시대’를 얘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올 들어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하얀거탑’은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웰 메이드 드라마’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모두 그 원작을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연애시대’는 노자와 히사시의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하얀거탑’역시 야마자키 도 요코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일본에서 ‘하얀거탑(원제 白い巨塔)’은 이 소설로 1978년에 드라마화 되었고 2003년 다시 리메이크되었다. 게다가 다시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30여 년에 걸쳐 3번이나 드라마화된 셈이다. 원작의..
주말드라마를 보면 연기자가 보인다 최근 홀연히 나타나 주말 드라마의 판도를 바꿔놓은 연기자가 있다. 바로 사극의 제왕, 유동근. 그는 갖은 비판과 혹 허우적대던 ‘연개소문’을 단박에 기대감으로 채웠다. 그의 출연과 함께 ‘연개소문’이란 사극은 지금부터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지금까지의 ‘연개소문’이 걸어온 길은 그저 사족에 지나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렇게도 어려웠던 시청률 25%를 손쉽게 넘기면서 수위를 지켜오던 경쟁사극 ‘대조영’을 제쳐버렸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단지 유동근이라는 대배우만의 힘이었을까. 여기에는 물고 물리면서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연기자들의 부침이 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불리한 시간대를 지킨 ‘대조..
이찬에 이은 황수정 논란이 말해주는 것 SBS 금요드라마, ‘소금인형’의 첫 회가 끝난 시각. 게시판의 풍경은 여타의 드라마 게시판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내용이나 연기력과 같은 드라마 내적인 이야기는 온데간데없고 황수정의 드라마 복귀에 대한 반대 여론만 가득 찬 것이다.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되었던 연예인들은 황수정 이외에도 많다. 그럼에도 황수정의 복귀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청소년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공인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아무런 공식적인 반성 없이 드라마에 복귀했다는 것. 이로써 범죄를 가벼이 보게 하는 시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과거의 잘못된 이미지가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어 지금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점이다. 네티즌들의..
하얀거탑’, 드라마 진화 완성시킬까 ‘하얀거탑’에 대한 칭찬일색은 그 동안 우리 드라마들이 얼마나 부족했던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구태의연한 뻔한 스토리를 가진‘트렌디 드라마’, 짜여진 스토리와 영상으로 승부하지 않고 편법에만 기대는 ‘시청률 성공, 드라마 실패인 사극’, 어떤 외피를 입어도 늘 멜로에만 집착하는 ‘무늬만 전문직 드라마’가 그 대표 삼인방이다. 물론 아예 시청률을 의식해 욕먹기로 작정한 ‘논란 드라마’는 얘기할 가치도 없다. 이런 드라마들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비로소 ‘하얀거탑’이라는 제대로 된(well made) 드라마를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오죽 제대로 된 드라마가 없었으면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하얀거탑’이란 웰 메이드 드라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