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어떻게 역대급 시즌제 드라마로 자리잡았나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가 시즌 종영했다. 최고시청률 27.1%(닐슨 코리아). 시즌1이 기록한 27.6%에 육박하는 수치다. 시즌제 드라마로서 <낭만닥터 김사부>가 확고한 입지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시즌3로 돌아온다고 해도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한 열광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즌제 드라마로서 이만한 성과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이야기 구조 덕분이다. 이 드라마는 특성상 김사부(한석규)라는 존재가 절대적이다. 현실에서는 낭만이라 치부되며 폄하됐던 가치들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캐릭터. 의학드라마의 외피를 입었지만 병원 이야기가 우리네 현실의 이야기로 은유될 만큼 확장성이 큰 이야기들.

 

그래서 김사부가 ‘낭만’을 꼭 쥐고 등장하는 한 이 드라마는 시즌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여기에 시즌1에서 강동주(유연석)와 윤서정(서현진)이라는 젊은 제자들의 성장기가 들어갔듯이 시즌2에도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의 성장담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새로운 대결구도로 등장한 박민국(김주헌)의 존재감도 적지 않았다.

 

시즌3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이 드라마가 한석규라는 배우의 아우라를 점점 키워가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 출연하는 안효섭이나 이성경 또 윤아름 역할의 소주연 같은 배우들 또한 확실한 자기 선을 만들어낼 정도로 캐릭터들이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2의 최대 수혜자는 그래서 안효섭과 이성경이 아닐까 싶다.

 

두 배우는 지금껏 다양한 작품들에서 여러 연기들을 섭렵했지만 이번 작품만큼 배우로서 자신들의 입지를 세워준 작품이 없다. 의사로서의 성장담은 물론이고 두 사람의 달달한 멜로까지 더해 안효섭과 이성경의 주가가 상당히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시즌3를 하게 된다면 그들의 빈자리가(물론 계속 시즌3에도 출연한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배우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3를 기대하는 더 큰 이유는 시즌2의 말미에 김사부가 박민국 교수와 손잡고 거대병원으로부터 독립한 돌담병원을 권역외상센터로 만들 포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사부의 모델이 된 이국종 교수가 외상센터장으로 고군분투해왔던 그 이야기들이 시즌3로 드라마화 된다면 꽤 괜찮은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국종 교수는 결국 센터장 자리를 내려놓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외상센터가 가진 현실적인 문제들과 존재 필요성을 대중들에게 충분히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시즌1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오면서도 거의 동일한 대박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또한 이 드라마가 지적했던 응급의료시스템의 문제가 4년이 지나고도 달라지지 않은 현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시즌3 역시 제작된다면 그 성공가능성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3는 드라마의 특성상 한석규의 출연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한석규가 출연을 계속할 수 있다면 우리네 드라마에서도 본격적으로 성공한 시즌제 드라마의 전형으로서 <낭만닥터 김사부>가 꼽힐 수 있지 않을까. 고생한 배우들, 제작진들이 푹 쉬고 다시 시즌3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너무 오래 쉬지는 말고.(사진:SBS)

'김사부2' 한석규가 끝까지 뒤집어진 버스 떠나지 않는 까닭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종영에 즈음해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는 그런 질문을 던졌다. 사고로 버스가 전복된 상황에 살아남기 위해 탈출했던 박민국(김주헌) 교수는 그 곳에서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나섰던 김사부(한석규)를 보며 의사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자괴감은 어떻게든 김사부를 이겨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려는 집착을 만들었고 급기야 수술도중 죽은 환자를 이용해 돌담병원을 위기에 몰아넣는 짓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김사부가 박민국에게 질타한 건 “환자의 죽음을 놓고 정치질 하는 것”이었다.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한 사실을 무마해주겠다며 도윤완(최진호) 이사장이 제안한 ‘진상조사단을 통한 돌담병원 해체’를 위해 환자가 남겼던 수술 과정 전체 대한 동의안을 숨기려 했기 때문이다. 수술 중 안타깝게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죽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

 

“숨기지 말아야 될 서류 숨기고, 지켜내야 할 자기 팀원들까지 잘라내 버리고, 그리고 이제는 건들지 말아야 될 이 돌담병원까지 건드려가면서 대체 박원장 당신이 얻는 게 뭐야?” 김사부의 일갈에 박민국은 결국 숨겨왔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가 원한 건 ‘김사부의 실패’였다. 김사부가 전복된 버스에서 떠나지 않은 것, 나아가 돌담병원에서 환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돌보고 있는 것, 그런 것들이 위선이자 만용이며 잘난 척 하는 것이고 미친 짓이라 치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돌담병원은 이미 뒤집어진 버스야. 아무리 CPR(심폐소생술)해봤자 살려낼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갔다고” 박민국 교수의 이 말은 <낭만닥터 김사부2>가 돌담병원이라는 가상의 병원을 통해 우리네 현실을 은유하려 했다는 걸 잘 드러낸다. 돌담병원이 뒤집어진 버스라는 은유는 응급의료체계에 위기를 맞은 우리네 현실을 말하는 것이니까.

 

사고로 위중한 환자를 병원이 이익을 낼 수 없다며 받지 않아 거리를 전전하다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네 응급의료시스템이 가진 문제라고 김사부는 일갈하고 있다. 김사부가 고수하고 있는 이 ‘낭만적’ 선택을 ‘미친 짓’이라며 그 전복된 버스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이 드라마가 김사부를 통해 하는 말은 서늘하게도 자본에 혹은 제 이익에만 눈이 멀어 돌아가는 세상에 일침을 날린다. “살릴 자신 없다고 그렇게 미리 사망선고 때려버리면 안되지.”

 

코로나19가 전국적인 전파 양상을 띠며 위기에 몰려 있는 현 상황에 김사부의 일갈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이라도 살리겠다고 위험할 수 있는 곳에서조차 환자들을 돌보다 감염되는 의료진들이 있는 마당에, 더 이상의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에, 누군가는 굳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정치적 이익을 말하며 그 아집과 억지에 심지어 신을 들먹인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물론 이런 코로나19 같은 실제 위기상황이 생기기 훨씬 전에 기획되어 만들어진 것이지만, 또 그것은 시즌1이 방영됐던 4년 전과 같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지만 여전히 지금 이 상황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갑자기 전복된 버스 안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만 살겠다고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갈 것인가. 물론 김사부의 말처럼 노력한다 해도 다 살릴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 같이 한 마음으로 대처하는 것만이 위기 극복의 길이 되지 않을까.(사진:SBS)

‘하이바이, 마마’, 귀신과의 삼각관계? 황당하지만 보게 만드는 힘은

 

죽었던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 tvN 새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교통사고로 아이만을 살린 채 죽었던 차유리(김태희). 하지만 그는 한번 안아보지도 못했던 딸 서우(서우진)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방황하던 남편 조강화(이규형)가 오민정(고보결)과 재혼을 했지만 차유리는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서우와 남편 강화 주변을 맴돈다.

 

사실 산 자를 사랑해 떠나지 못하는 귀신의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아주 옛날 <전설의 고향>의 그 많은 원혼들이 그랬고,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이 큰 성공을 거둔 후 영혼 소재의 콘텐츠들이 많이도 쏟아져 나왔다. <귀신이 산다(2004)>나 <헬로우 고스트(2010)> 같은 공포가 아닌 코미디 휴먼드라마에 가까운 귀신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하이바이 마마> 역시 큰 범주에서 보면 이러한 귀신 이야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는 사람만큼 귀신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들은 공포를 주는 존재라기보다는 다만 죽었을 뿐 똑같은 인간적 감정을 가진 존재들로 그려진다. 그러니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가족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일 테니.

 

<하이바이 마마>의 첫 회는 그래서 다소 흔히 많이 봐왔던 귀신 이야기로 흐른 면이 있다. 죽어서도 딸을 걱정하는 엄마 차유리의 애절한 모성이 그것이다. 딸 주변을 맴돌았던 것 때문에 서우가 다른 귀신들을 보기 시작한다는 설정은 차유리를 더 절망적으로 만들고, 결국 신을 저주하기에 이른다. 조강화는 상처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아니라는 게 차츰 드러난다. 그는 트라우마 때문에 수술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의사가 됐다.

 

다소 뻔했던 이야기는 그러나 2회에서 차유리의 신을 향한 저주가 엉뚱하게 49일 동안 육신을 가진 존재로 돌아오게 되면서 색다른 이야기를 변주하기 시작한다. 49일 간 자신이 본래 있던 자리(조강화의 아내이자 서우의 엄마)로 돌아가게 되면 다시 살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된 것. 하지만 문제는 그 자리를 오민정이 이미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귀신(차유리)과 인간(오민정)이 조강화와 서우를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가 그려진다.

 

다시 살아 돌아온 차유리를 본 조강화는 감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었다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저 기쁜 일일 수만은 없다. 차유리의 절친 고현정(신동미)이 말하듯 그건 무조건 기쁜 일이긴 하지만, 고현정의 남편 계근상(오의식)이 말하듯 새 가정을 꾸린 조강화에게 그 일은 대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다.

 

우연히 서우의 어린이집에서 귀가 도우미로 오인되어 서우와 함께 귀가하는 차유리의 모습은 엄마의 딸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묻어나지만, 이미 죽었던 그가 나타나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서 노는 장면은 오민정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납치에 가까운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그 중간에 놓인 조강화는 돌아온 아내를 본 듯한 기쁨과 그 복잡해진 감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바이 마마>는 왜 굳이 이런 귀신과의 삼각관계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사별이라는 우리가 언젠가는 겪게 되는 그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헤어지지 못하는 그 인간적인 아픔을 이해하면서도 결국은 헤어져야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이바이 마마>라는 제목은 그래서 과연 차유리라는 귀신에서 사람으로 살아갈 49일을 얻은 존재가 아이에게 “하이”하고 만났지만 결국 “바이”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는 그 순리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물론 결과를 벌써부터 예측하는 건 섣부른 일이지만.(사진:tvN)

‘하이에나’, 김혜수와 주지훈의 물고 뜯는 케미만으로

 

시작부터 강렬하다. SBS 새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는 제목에 걸맞는 물고 뜯는 인물들의 육박전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시그널> 이후 4년 만의 김혜수 드라마 복귀작, <뿌리깊은 나무>와 <별에서 온 그대>의 스타 PD 장태유, 그리고 최근 영화 <신과 함께>, <암수살인>은 물론이고 드라마 <킹덤>으로 대세배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주지훈까지. 만만찮은 배우들과 감독의 만남으로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하이에나>는 이들이 어째서 이 작품을 선택했는가를 그 쫄깃한 작품의 힘으로 증명해 보여줬다.

 

<하이에나>가 첫 회부터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던 건 정금자(김혜수)라는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다. 충 법률사무소 변호사인 정금자는 자신이 맡은 이혼 변호를 위해 법무법인 송&김에서 잘 나가는 엘리트 변호사 윤희재(주지훈)에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윤희재는 정체를 모른 채 정금자에게 빠져들지만, 그것이 윤희재가 맡은 하찬호(지현준) 대표의 이혼소송에서 정금자가 이기기 위해 만든 덫이라는 걸 법정에서 알고는 멘붕에 빠진다. 결국 윤희재로부터 슬쩍 빼돌린 하찬호의 진료기록을 증거로 정금자는 이혼소송에서 자녀양육권을 가져가고 합의금도 받아낸다.

 

보통의 남녀 캐릭터가 등장하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그런 흔한 이야기를 <하이에나>는 간단히 뒤집어 놓는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윤희재가 여전히 정금자에게 이빨을 드러내면서도 미련을 갖는 모습과 상반되게, 정금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로 그려낸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그렇게 모은 돈으로 빌딩을 사기 위해서라면 사랑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라니.

 

사랑 타령만하는 캐릭터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던지는 정금자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대적하고 있는 세계가 가진 것 없고 스펙 없는 그 같은 인물에게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빌딩을 선글라스를 낀 채 올려다보는 정금자의 모습은 그래서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자못 비장한 느낌마저 준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저 장벽을 그가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자못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윤희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의뢰인들의 뒤를 닦아주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승소한 후, 쏟아져 나오는 악플들을 읽으며 그것이 자신의 승리의 증거라고 즐거워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의 뒤통수를 친 정금자에게 큰 충격을 받지만, 어딘지 그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은 듯한 인상을 남긴다. 윤희재와 정금자는 그래서 향후 사사건건 으르렁대며 물어뜯을 것이지만 동시에 의외의 케미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평이한 선악대결이 아니라, 악당들끼리 치고받는 싸움이라 <하이에나>는 더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있다. 선이 이기는 흔한 판타지가 더 이상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그 현실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스스로도 썩은 고기를 물어뜯어야 한다는 정금자의 처절함이 어떤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사랑조차 성공을 위해 이용하는 이 캐릭터의 매력에 첫 회부터 빠져드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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