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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동백꽃' 공효진, 까불이 공포에도 옹산에 살고 싶어진다는 건 ‘동백꽃’처럼, 보다보면 살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있다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의 위협 때문에 결국 옹산을 떠나려는 동백(공효진)이는 이삿짐을 싸기 위한 박스가 있냐고 조심스레 떡집 아주머니 김재영(김미화)에게 묻는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는 얼굴이 어둡다. 돌아가려 하는데 아주머니가 동백을 부르고 무언가 한 가득 채워진 박스를 건넨다. “언니 여기 뭐가 많이 들었는데...” 아주머니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여기 뭐가 들었다고 그랴. 그냥 아무 소리 말고 그냥 가져가. 그 홍화씨는 관절에 좋아.” 박스를 들고 가는 동백에게 준기네 엄마인 박찬숙(김선영)도 슬쩍 박스에 담은 마음을 전한다. “동백아 우리집서도 어 박스 가져가.” 야채가게 아줌마 오지현(백현주)도 박스를 잔뜩 들고 오더니 말한다... 더보기
'동백꽃', 이 구수한 작품이 절박한 드라마업계에 던진 메시지 OTT 블록버스터 시대, 드라마 ‘동백꽃’이 찾아낸 틈새 사실 KBS 수목드라마 이 방영되기 전까지 KBS 드라마는 심각한 위기였다. 심지어 KBS 같은 공영방송에서 굳이 상업적인 드라마 출혈 경쟁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론까지 생겨났다. 그도 그럴 것이 KBS 드라마는 장르물 같은 새로운 트렌드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편성했지만, 연거푸 실패를 거듭했다. 2~3% 시청률에 머무는 드라마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은 이런 위기의 KBS 드라마의 상황을 단번에 뒤집어 버렸다. 첫 방에 6.3%(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서서히 시청률 상승이 이어지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드라마는 14.5%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모든 드라마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이.. 더보기
'모두의 거짓말', 생존력 갑이라는 OCN표 드라마의 좋은 예 OTT 시대, 채널은 백화점보다 전문점이 되어야 산다 새롭게 방영되고 있는 OCN 토일드라마 은 겨우 2%대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대중들의 보편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말하긴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은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스릴러가 엮여져 있어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야기를 놓치기 십상인 드라마다. 이건 기존 TV 시대의 드라마 시청 패턴과는 다르다. 차라리 영화에 가까운 몰입을 요구하는 드라마. 이라는 모호한 제목은 도대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알아채기가 어렵다. 한 저명한 정치인이 사고로 위장된 채 죽음을 맞이했고, 그 사위가 실종되었다. 그 죽은 정치인의 딸이자 실종된 자의 아내인 김서희(이유영)는 남편을 살리고 싶다면 아버지를 대신해 국회의원이 되라는 협박메시.. 더보기
'나의 나라' 역사·상상력의 균형, 모처럼 압도적 사극 나타났다 ‘나의 나라’, 역사적 인물만큼 양세종과 우도환이 주목된다는 건 최근 사극은 역사의 무거운 옷을 벗은 지 오래다. 그래서 심지어 로맨스 판타지가 사극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서 사극이 갖고 있는 무게감도 사라져버렸다. 가벼운 로맨스 사극은 그래서 사극이라기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사극 버전처럼 보이는 면이 생길 정도다. 이런 달라진 상황 때문일까. JTBC 금토드라마 는 특별한 사극으로 다가온다. 그간 사극이 역사를 따라가는 정통사극으로 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여기서 벗어난 퓨전 혹은 판타지로까지 가는 극단적 현상을 보이는 와중에 이 작품은 역사와 상상력의 균형점을 적절히 맞춰내고 있어서다. 역사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려 말 조선 초의 ‘개국 시기’다... 더보기
상술에 지쳤었나, 황당무계한 '천리마마트'에 열광한다는 건 정반대로 가는 ‘천리마마트’, B급의 반격인가 “인생 토너먼트 탈락자. 팔린 들 어떠하리, 안 팔린 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와 같이 맘 편하게 팔아보세.” 갑자기 ‘수라묵’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시세의 세 배나 되는 가격의 묵을 마트에서 파는 걸 반대하는 문석구(이동휘) 점장에게 정복동(김병철) 대표는 뜬금없이 ‘하여가’를 패러디한 시조 글귀로 그렇게 말한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있다고 문석구는 말하지만, 정복동은 팔리니 안 팔리니 걱정 말고 맘 편하게 팔아보라 한 것. 그런데 이 얼토당토않은 정복동의 지시는 엉뚱하게도 천리마마트에 또 다른 대박을 안겨준다. 늘 싸게만 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묵 제조업 사장님이 세 배의 가격을 쳐주겠다고 하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