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로 돌아온 이효리, 보기만 해도 힐링 됐던 까닭

이효리가 돌아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는 3년 만이지만 사실 대중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길다. 물론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도 그녀의 제주에서의 삶이나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로 그녀가 그리 멀리 떠나 있다고 느끼는 대중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촛불집회에 전인권, 이승환과 함께 ‘길가에 버려지다’를 불러 대중들의 입가에서 맴돌던 이효리가 아니었던가. 너무 멀리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 있어서일 게다. 이효리가 복귀하기까지 기간이 길게 느껴지고 또 그만큼 반가운 까닭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에서 이효리는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과거에 보였던 독보적인 예능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솔직함이야 예나 지금이나 그녀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지만, 어떤 무거움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안해졌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이효리가 만나는 그 광경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멤버들은 그녀의 강한 캐릭터 앞에 주눅 드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이효리 역시 특유의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그 웃음에 호응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랐던 점은 줄곧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며 합장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장면을 보여줬던 점이다.

물론 그런 장면 역시 간간히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욱하는 모습으로 인해 웃음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진정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요가 동작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일이었다. 요가가 그저 몸의 유연성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라며, 아픔을 피하지 않고 견딤으로써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으로서 요가를 설명했다. 

그녀의 진심이 가장 느껴진 대목은 “천천히 내려가는 것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톱스타로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접고 사라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렇게 내려오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겪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 과거에도 또 현재도 여전히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그녀지만 이제 내려가는 일을 선선히 받아들인다는 그 말은 아마도 누구나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 모두를 공감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스스로도 그걸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은 “잊혀질까봐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했고, 때론 욱하는 옛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다만 그녀는 그것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이런 부분은 득도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현실감 있게 우리를 공감시키는 면이 있었다. 

이효리는 나이 들었고 또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웃을 때 눈가의 잔주름도 보이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사실 빵빵 터지는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녀가 <무한도전>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한 진짜 선물은 그렇게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 자신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힐링을 받는 느낌의 이유였다.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걸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걸 인정하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젊은 연예인에게보다도 오히려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알쓸신잡’ 황교익과 유시민이 오죽헌에서 격분한 까닭

“어 이것도 율곡이네?” tvN <알쓸신잡>이 떠난 강릉 여행에서 오죽헌을 찾은 유시민 작가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오죽헌을 소개하는 안내문부터 곳곳에 신사임당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고 온통 율곡 이이의 흔적들만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헌에서 신사임당은 ‘율곡의 어머니’로서만 존재했다. 

'알쓸신잡(사진출처:tvN)'

‘현모양처’니 ‘우리나라 어머니의 사표’ 같은 안내문의 문구를 보며 황교익은 “이런 게 문제다. 여성상을 어머니로만 한정 시키는 거지.”라고 했고 유시민은 “훌륭한 정치인일 수도 있고 예술가일 수 있는데 하필이면 왜 어머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또 ‘현모양처의 귀감이 되고 있다’라는 문구나 ‘성품이 어질고 착하며 효성이 지극하고 지조가 높았다’ 같은 말들이 “다 봉건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시민은 이 안내문을 보면 “신사임당에 생애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며 “그 분의 생애를 짧은 글에 압축해야 하는데 율곡이 다”라고 꼬집었다. “신사임당이라는 한 인간, 한 여성이 어떤 목표와 소망을 가지고 어떤 원칙을 가지고 삶을 살았고 그 삶이 우리에게 지금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하는 내용이 안내문에 있어야 한다며 “고쳐주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 날의 지식 수다를 털어놓는 자리에서도 유시민은 “신사임당은 학식과 재능이 뛰어나고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고, 남편과의 관계를 보면 당시 축첩제도에도 무척 비판적이었고,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몹시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어머니였죠. 율곡의 어머니라는 건, 신사임당이라는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데 그걸 누구의 어머니로, 그것도 어떤 성공한 남자의 어머니로 축소해서 온 국민에게 선보인다는 것이 상당히 그렇다”고 말했다. 

이것은 신사임당이 조선시대에서도 여성으로서 살아가는데 있어 그만큼 힘겨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유시민과 황교익이 격분한 건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여전히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신사임당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부속적인 존재로 보는 시선이 이렇게 공공연하게 문화유적의 안내문에 담겨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노릇인가.

이 날 강릉에서 벌어진 지식 수다에서 유독 주목하게 된 건 뛰어난 학식과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묻혀 버리고 왜곡되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사임당과 더불어 강릉에서 화제에 오른 인물은 허난설헌이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를 다녀온 그들은 조선시대의 천재시인이었던 허난설헌의 결코 쉽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허균은 <홍길동전>을 쓸 정도로 누릴 것을 누리며 살았지만, 허난설헌은 그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문집 자체를 중국인이 먼저 묶을 정도로 여성이 차별받는 조선사회에서 숨막혀 했다. 유시민은 “허난설헌은 그 재능이 삶의 고통”이 됐다며 “그게 병이 되어” 27살의 나이에 일찍 돌아 가셨다고 했다. 김영하는 허난설헌이 나중에는 도교에 영향을 받아 “이 잘못된 세상에 잠시 다녀갑니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황교익은 이날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가며 “역사를 보는 시각은 현시대의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과거의 역사도 잘못된 부분이지만, 그런 잔재가 현재까지도 여전히 안내문 문구 속에 담겨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시각을 봉건적 틀에 묶어두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죽헌에서 유시민과 황교익이 보인 격분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신서유기4’, 의미는 됐고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진짜 예능의 맛

사실 여행과 접목된 게임예능은 나영석 PD 시절 <1박2일>이 거의 정점이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각을 세우고 심지어 야외취침을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진 제작진이 비오는 날 야외취침을 하는 그 진귀한 풍경 속에 여행과 게임(복불복)이 접목된 예능은 정점을 찍었다. 

'신서유기4(사진출처:tvN)'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1박2일>의 그 아우라를 벗어던지기가 어렵다. 콘셉트가 여행에 게임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다, 나영석 PD부터 출연자들 역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까지 전 <1박2일>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1박2일>로 다져진 팀워크는 그래서 <신서유기>가 나영석 PD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로 흘러가는 힘이 되어준다. 

<1박2일>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은지원의 탁구 대결 패배에 따른 삭발 투혼은, 그래서 송민호의 ‘탁구부심’에 의한 도발로 인해 자연스레 여행을 떠나기 전의 술자리 이야기로 오르고 그들은 나영석 PD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삭발’을 건 탁구대결을 성사시킨다. 가만 있어도 저절로 굴러가는 이 흐름 속에서 나영석 PD가 <신서유기>를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즐겁게 찍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출연자들은 저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다 여행이 주는 ‘치기’ 같은 공기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걸 온몸으로 체득해 알고 있다. 그래서 나영석 PD는 이들을 모아 놓고 특정 장소와 그 곳에서 벌일 게임 정도를 구성한 후 내버려두면 된다. 그렇게 술자리에서 저들끼리 벌인 호기어린 말 한 마디로 결국 ‘송민호 삭발’이라는 어디서도 얻기 힘든 결과물을 얻으니 말이다. 

<신서유기4>의 게임은 그래서 인위적인 미션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저 저들이 만나면 늘 할 것 같은 그런 놀이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고, 여행이라는 특별함을 더해주는 것으로 그 놀이는 더 불이 붙는다. 여기에도 물론 베트남에 도착해 오바마가 들렀다는 음식점의 음식을 맛보게 한 후 바로 퇴장시켜 버스에 태운 후 맞추면 세워주겠다고 벌이는 퀴즈게임 같은 게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도 인위적인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건 제작진의 대표로서 나영석 PD 역시 이 프로그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끼리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치고받으며 노는 모습이 있고, 나영석 PD가 더 재밌는 상황을 뽑아내기 위해 개입하는 것 역시 제작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래서 <신서유기>의 장면들을 더 리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 나서서 하는 게임을 보는 리얼함과, 그걸 찍는 제작진의 메이킹 필름을 보는 듯한 리얼함이 섞여진 데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 역시 <1박2일>에서 이미 시도됐던 것들이다. 그렇지만 <신서유기>가 <1박2일>과 다른 느낌을 주는 건 여행지에 대한 강박이 없는데다 오롯이 예능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1박2일>이라면 여행지를 염두에 두지 않는 복불복의 연속은 비판받을 소지를 갖지만, <신서유기>는 아예 처음부터 여행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캐릭터 게임쇼를 추구하고 있어 그런 비판의 소지가 없다.

본격적으로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 국내의 펜션에서 모여 캐릭터를 선정하는 게임을 먼저 벌이는 건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걸 명백히 드러낸다. 여행지는 그저 이 재미의 분위기를 가중시키기 위한 배경이나 장치가 되어주는 것일 뿐. 그래서 <신서유기>는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필수인 것처럼 되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온전히 예능 본연의 맛, 즉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하는 ‘코어 예능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준다. 

한때는 의미와 재미를 접목한 <1박2일>이 여행과 게임을 통해 어떤 정점을 찍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신서유기>는 그 포스트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이다. 의미를 찾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만큼 온전히 예능의 재미가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프로그램. 그래서 그것이 예능의 중요한 의미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바로 <신서유기>다.

‘개콘’, 유민상 같은 캐릭터 발굴만 더 된다면...

드디어 바닥을 친 걸까? 900회 특집 이후 조금씩 KBS <개그콘서트>의 색깔이 살아나고 있다. 물론 아직 두드러진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새롭게 마련된 코너들에서 한동안 잘 느껴보지 못했던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정체기를 넘어 침체기에까지 들어섰던 <개그콘서트>에서 작은 희망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 중심에서 도드라지는 인물은 단연 유민상이다. <개그콘서트>의 선배답게 그는 여러 코너들 속에서 자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웃음을 선사한다. 오프닝 무대에 새롭게 마련된 ‘힘을 내요 슈퍼뚱맨’은 유민상의 뚱보 캐릭터를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만들어놓은 후, 영웅과 악당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참신한 발상으로 웃음을 주었다. 즉 슈퍼히어로가 악당을 갖가지 방법으로 무너뜨리지만, 그 때마다 악당의 당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동정심을 느껴 오히려 슈퍼히어로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는 설정. 굉장히 어린아이 놀이 같은 설정이지만 그 안에는 선악구도로 나누어 강자(국가)들이 약자를 힘으로 누르는 논리에 대한 비판의식 같은 것이 느껴진다. 

유민상은 <개그콘서트>에서 늘 먹히던 ‘뚱보’ 캐릭터 중 한 명이지만, 그 특징은 ‘당하는 뚱보’라는 점이다. ‘힘을 내요 슈퍼뚱맨’이 그렇듯, 새로 마련된 ‘퀴즈카페’에서도 그는 난감한 퀴즈에 어떤 답도 내기 어려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원빈과 이나영, 비와 김태희 그리고 지성과 이보영 커플을 차례로 보여준 후, 어떤 커플이 여자가 가장 아까운 커플인가를 묻는 질문을 던지거나,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사진을 보여준 후 어떤 색깔이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냐는 질문을 던지고 초록색을 선택하자 그 사진을 확대해 사실은 녹조라떼가 퍼진 장면을 보여줘 당황하게 만드는 식이다. ‘퀴즈카페’는 과거 유민상이 출연했던 정치풍자 코너였던 ‘민상토론’과 궤를 같이 하는 새로운 코너다. 

송영길과 호흡을 맞춘 ‘볼빨간 회춘기’도 유민상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코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코너는 이제는 운신도 쉽지 않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큰 소리로 외치듯 대화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마치 ‘불량할배’처럼 대결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힙합 음악에 맞춰 건들대며 들어오는 등장부터 웃음을 주는데다, 대결이라고 해도 제기차기 한 번 한 것에 졌다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수준이다. 송영길의 연기가 돋보이는 코너지만 그와 양갱 하나를 두고 대립관계를 만들어내는 유민상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가 되고 있다. 

사실 최근 SBS <웃찾사>가 폐지되고 KBS <개그콘서트>마저 예전 같지 않다며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위기라는 것도 어찌 보면 간단한 해법으로 풀릴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웃음과 재미를 찾는 일이다.

<개그콘서트>가 최근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할 대표적인 캐릭터가 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등장하기만 해도 어떤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민상 같은 ‘당하는 뚱보’ 캐릭터가 최근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에서 일관되게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물론 <개그콘서트>에는 유민상 이외에도 충분히 발굴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개그맨들이 많다. 예를 들어 ‘볼빨간 회춘기’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는 송영길이나,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에서 당하면서도 톡톡 쏘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정명훈, ‘배틀트집’에서 돋보이는 이상훈, 김기열, 송준근, 그리고 개그우먼으로서 다양한 코너에서 맹활약하는 이수지, 박소라 등등의 개그맨들이 그렇다. 

유민상의 사례처럼 이들 각각의 개그맨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코너들이 개발되어 이들 개그맨들의 캐릭터가 안착될 수 있다면 어떨까. <개그콘서트>는 어쩌면 이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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