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의 구탱이를 자처하던 김주혁의 존재감

 

토사구탱!” <12>에서 토사구팽을 잘못 알고 그렇게 외치는 순간 김주혁은 구탱이형이 되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김주혁의 <12> 적응은 쉽지 않아 보였다. 어느 시골마을에서 즉석에 벌어진 인기투표에서 꼴찌를 당한 그 굴욕 앞에 김주혁은 진심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는 연기자로서의 자존심이 예능이라는 판에서 망가지는 자신을 아직까지는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어느 음식점에서 얼굴에 영구 분장을 하고 영구 흉내를 자처하는 김주혁은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 영구 흉내도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동생들은 그런 김주혁의 노력에 활짝 웃으며 리액션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과한 설정을 통한 웃음도 김주혁의 자리는 아니었다. 그는 차츰 <12>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맏형이라는 그 위치가 바로 자신이 서야할 곳이었다.

 

<12>은 출연자들의 마치 형제 같은 모습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은 물론이고 때로는 짠한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여행이 소재일 수밖에 없고 그 여행 위에서 복불복 게임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자극제지만 그 바탕에 깔린 가족적인 형제애가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의 색깔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시청자들도 저들과 같이 여행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해주는 그들만의 끈끈함이 있어야 여행이든 게임이든 <12> 특유의 훈훈함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김주혁이 맡은 맏형이라는 역할은 그래서 튀지는 않지만 중요하다. 항상 맏형이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동생들은 찧고 까불고 하는 것이 편안해진다. 본인이 드러내진 않아도 동생들이 놀 자리를 든든하게 마련해주는 일 그게 맏형이 가진 존재감이다. 그래서 적절히 위치를 지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 적당히 자신을 망가뜨려 동생들이 놀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김주혁은 복불복 게임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아마도 설정이 아닌 진짜였을 몸 개그를 보여주기도 했고, ‘토사구탱처럼 퀴즈 대결에서도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또한 슬기작가와 러브라인을 형성함으로써 시커먼 남자들의 예능 <12>에서는 좀체 없었던 달달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응답하라1988>에서 김주혁은 훗날의 덕선 남편으로 깜짝 등장해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가 본업인 그에게 연기에 대한 갈증은 그 누구보다 깊었으리라. 이제 <12>을 하차하지만 대중들은 이로써 더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그를 보기를 원할 것이다. <12>을 통해 대중들이 그에게 갖게 된 친근한 이미지는 연기에 있어서도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안한 이미지는 물론이고 그 정반대의 변신도 그만한 반전효과를 줄 테니.

 

김주혁은 <12>을 떠나지만 구탱이형의 그 존재감은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그 빈 자리에 남아있을 것 같다. 늘 그가 선 자리는 구탱이였지만 <12>의 훈훈한 공기를 만들어주던 장본인이 바로 그였으니.



<무도> 없었으면 어쩔 뻔, 아이템 하나로 MBC 꿈틀

 

<무한도전> 없으면 어쩔 뻔 했나. MBC가 어떤 위기를 겪을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물론 프로그램마다 편차가 있지만 MBC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과거만큼 좋지 않다. 방송국의 본분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는 외면 받은 지 오래고, 한때는 드라마왕국이라고도 불렸지만 드라마도 막장으로 점철되어 비난 받기 일쑤다. 교양국이 아예 사라져버림으로써 한때 눈물시리즈 같은 명 다큐멘터리로 대변되던 MBC가 더 이상 아니라고 대중들은 판단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나마 살아있는 게 예능이다. MBC 예능국이 지금껏 해왔던 전통 덕분인지 지금도 새로운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프로그램에서부터 <복면가왕>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는 곳이 그나마 MBC 예능이다. 여타의 지상파 예능보다 MBC 예능은 확실히 독보적인 면이 있다.

 

그 중심에 <무한도전>이 있다고들 말한다. 거기서부터 뻗어 나온 유전자가 다른 프로그램들의 도화선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하고, 그 선도적인 입장에 대한 자부심이 MBC 예능 PD들이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고도 말한다. 사실 <무한도전>MBC만의 예능이 아니다. 전 방송에서 크던 작던 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지 않은 예능이 있을까.

 

<무한도전>이 이른바 자선경매쇼로 자신들의 시간을 기부하겠다고 나서자 MBC가 들썩들썩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지난 번 박명수의 웃음 사망꾼사건(?)으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는 웃음 상조(?)’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상황. 기습적으로 500만원에 정준하를 낙찰해버리고 퇴장해버리는 장면은 <무한도전>에도 재미를 만들었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과연 정준하 역시 웃음 사망꾼의 처지가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린 실버 고향이 좋다>는 사실 어르신들이 챙겨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그램. 하지만 광희가 230만원에 낙찰되어 방어잡이에 나선다는 이야기에 급 관심을 갖게 된 프로그램이 됐다. 이미 자선경매쇼에서도 모두가 기피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던 것처럼 그것이 극한알바와 다를 바 없는 고생문을 예고하기 있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된 건 유재석이 무려 2천만 원에 <내 딸 금사월> 팀에 낙찰됐다나는 점이다. 유재석이 13역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이 드라마에 그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에 대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막장드라마라는 이미지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유재석은 바로 이 점을 유쾌하게 뒤집을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막장의 틀을 잘 활용해 오히려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한도전>의 자선경매쇼는 그 자체로 보면 MBC 전체 프로그램에 엄청난 홍보효과를 안긴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낙찰되지는 않았지만 경매에 참여했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나 교양 프로그램들이 이 경매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그 존재를 알리는 데는 이미 충분한 효과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 하나의 존재감이 방송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 정도다. 이번 경매쇼는 MBC<무한도전>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빅브라더가 아닌 <빅프렌드>, 그 참신한 역발상

 

2회 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MBC <빅프렌드>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TV와 시청자의 직접적인 소통의 물꼬를 열어 놓았다면 <빅프렌드>는 그 바탕 위에서 이렇게 모인 시청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방송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송의 주역이 될 것을 요구한다.

 


'빅프렌드(사진출처:MBC)'

첫 회가 얼미남얼굴이 미안한 남자들을 출연시켜 500인의 빅프렌드가 제안하는 갖가지 조언들을 통해 그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보는 이야기로 이 콘셉트가 가진 재미의 일면을 보여주었다면 2회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한 소방관의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까지 달려와 저마다 그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늘 출동대기를 위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뚝딱 밥을 때우기 일쑤고, 언제 출동할지 알 수 없이 작업화를 벗지 않으며, 현장에서는 곧 무너질 듯한 집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제 한 몸을 기꺼이 던지는 소방관. 그 사연은 마치 휴먼다큐의 한 장면처럼 감동적이다. 그러니 이를 본 500인의 빅프렌드가 기꺼이 이 소방관의 웃음을 보기 위해 나선다는 건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사실 <빅프렌드>가 떠올리게 하는 건 빅브라더혹은 SNS 상으로 군집하는 대중들의 이미지다. 빅브라더가 미디어의 권력화를 얘기한다면 군집한 대중은 그렇게 모여 세상을 바꿔나가는 긍정적인 의미와 또 때로는 한 개인을 파괴하기도 하는 부정적인 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빅프렌드>는 뉴미디어 시대에 방송 권력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을 탈피하고, 또한 대중의 힘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실로 SNS의 힘이란 대단하다. 그것은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고 하나의 뜻으로 이어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은 의외로 거대한 힘이 되어 살만한 세상을 꿈꾸게 해준다. 방송은 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고, 사실상 <빅프렌드>는 이 땅에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마음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빅프렌드>의 힘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백지연이나 장동민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날의 주인공인 소방관 아저씨나 의기소침해 있는 얼굴이 미안한 남자가 가진 삶의 이야기에서 그 힘이 생겨난다. 여기에 그들에게 공감하거나 그 삶에 개입하고픈 500인의 타인들이 나머지 반의 힘을 만든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를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은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간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들로서 연예인 토크쇼가 그 트렌드를 소진하면서 대신 등장한 건 일반인들이다. 그래서 그 일반인들과 연예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예능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 대표격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프로그램. 일반인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해 각주를 달아주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빅프렌드> 역시 <동상이몽>처럼 그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방송 프로그램의 관건은 어떻게 하면 저 모래알처럼 많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들을 방송의 소재로써 끌어올 것인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역할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동조해주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프렌드>는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괜찮은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너무 과한 개입은 때론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동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SNS 하면 먼저 떠오르는 무수한 악플들의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풀어낸 <빅프렌드>의 기획의도는 실로 참신하다 할 것이다



논란만 가중시킨 <슈퍼맨><장영실>의 콜라보

 

송일국이 KBS 대하사극 <장영실>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그가 이미 출연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장영실>을 동시에 소화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저 보통의 드라마라면 모를까 <장영실>은 사극이다. 사극은 그 특성상 노동 강도가 높고 때로는 산 속에 들어가 며칠씩 촬영을 하기도 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그래도 KBS로서는 송일국을 <장영실>에서도 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포기하기 어려웠을 게다. 송일국은 <주몽> 이후에 이렇다 할 연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몽>에서 보여줬던 그 저력은 여전히 사극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사실상 송일국과 삼둥이에 의해 견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하차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KBS가 생각해낸 건 이 둘을 엮어보려는 것이었나 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이 아이들에게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냐고 물어보고 그걸 잘 모른다고 하자 배우라고 말해주지만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 건 다분히 <장영실>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포석처럼 보인다.

 

그리고 역시나 아빠 송일국의 <장영실> 촬영현장을 찾은 삼둥이의 모습이 스틸로 공개됐다. 그 사진 속에서 삼둥이는 거지 분장을 한 채 흙바닥에서 장난을 치고 송일국이 태워주는 수레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장영실>을 찍으면서 송일국은 그렇게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간간히 그 비하인드를 삼둥이와 함께 보여줄 수 있다. 그건 <장영실>이라는 사극의 자연스러운 홍보효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 홍보효과가 거꾸로 역효과를 내고 있다. 사진 몇 장이 공개된 것뿐이지만 금수저 논란까지 가세되는 모양새다. 배우인 아빠를 둔 아이들이 촬영현장에 가서 분장도 하고 사극을 체험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아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거지 분장을 하고 나오자 항간에는 흙수저 흉내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다만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정서가 그리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과 삼둥이에게 만들어지고 있는 금수저 이미지<장영실>이라는 사극에도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 장영실이 누구인가. 천출로 태어나 평생을 노비로 살아갈 뻔한 인물이다. 그러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때만 되면 화보모델처럼 단장하고 나와 사진을 찍고 그것이 화제가 되는 집안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장영실>의 만남이 그다지 좋은 효과를 낼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 건 그래서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방송에 노출되고 소비되는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서민들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그 괴리감에 불편함도 호소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우려와 불편함이 <장영실>이라는 드라마를 보는 데에도 어떤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그 후폭풍은 송일국이 고스란히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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