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한 웃음을 제공하는 그들, 은지원과 김태원

흔히들 예능은 리액션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거기에 맞춰 박장대소를 하거나 추임새를 넣어주는 등의 리액션은 예능을 예능답게 만들어준다. 현재 최고의 예능 MC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호동과 유재석에게서 두드러지는 건 바로 이 리액션이다. 강호동은 리액션이 크기로 유명하다.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도 큰 리액션을 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웃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리액션은 웃음을 증폭시킨다.

반면 유재석의 리액션은 날카롭다. 그저 흘려 한 얘기들에서조차 그는 웃음의 코드를 리액션을 통해 콕콕 집어낸다. 본인이 크게 웃어 웃음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웃음의 포인트를 집어내면서 "이거 웃기지 않냐?"고 권유하는 식이다. 강압적인 느낌이 없기 때문에 그런 유재석의 리액션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움을 갖게 된다. 리액션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대방을 높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출연자를 배려해야하는 작금의 예능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건 이 리액션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액션의 법칙, 즉 상대방이 말하면 무조건 거기에 맞춰 호응을 해주는 방식에서 빗겨나 있는 인물들도 있다. '1박2일'의 은지원과 '남자의 자격'의 김태원이다. '1박2일'에서 은지원은 종종 다른 멤버들이 모두 웃음을 짓고 있을 때 혼자만 딴 짓을 하거나 무표정한 경우가 있다. 나영석 PD는 "은지원은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자신이 느끼는 대로 행동한다"고 말한다. 욕망에 대한 솔직함도 두드러지는 편이다. '서울 나들이' 편, 서울 곳곳에서 공수해온 음식을 놓고 하는 복불복에서 은지원은 돈까스에 대한 집착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해야만 해서 하는 리액션이 아닌, 진짜 원할 때 나오는 리액션은 은지원의 은초딩 캐릭터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도 왜 식상하지 않은지를 잘 말해준다. 초창기 강호동 잡는 캐릭터로서 은초딩은 '1박2일'의 자칫 수직적으로 흐를 분위기를 깨버린 1등 공신이다. 그것이 가능했고 지금도 가능한 것은 그가 하는 리액션이 '리얼 리액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이수근이 하는 어떤 행동을 보고 포복절도를 할 때면 그것은 다른 멤버가 하는 리액션보다 몇 배는 더 강하게 다가온다. 리얼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의 김태원 역시 은지원 못지않은 '리얼 리액션'의 대가(?)다. 그는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고, 힘이 들면 힘들다고 말한다. 웃음도 남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고의 화제를 몰고 왔던 '하모니편'에서 김태원은 끝까지 실수를 연발했다. 그것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다. 어찌 보면 민폐라고도 여겨질 수 있는 캐릭터지만, 김태원은 이 리얼함 자체를 가감 없이 다 드러냄으로써 이것을 호감으로 바꾸어 놓았다. 남들이 다 웃을 때 웃지 않고 자주 봉창을 두드리는 그의 모습은 짜이지 않은 리얼 리액션의 느낌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1박2일'과 '남자의 자격', 이 두 프로그램의 메인작가인 이우정 작가는 이 두 프로그램에서 가장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두 인물로 각각 은지원과 김태원을 꼽았다. 리얼 예능에서 리액션이 그저 웃어주는 것만으로 효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리액션이 모두 효과적인 건 아니다. 어떤 리액션은 자칫 억지 웃음으로 흘러갈 수 있다. 시청자는 웃기지 않은데 저들끼리 웃으며 웃음을 강요하는 리액션은 오히려 프로그램에 독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웃길 때 웃고, 웃기지 않을 때는 냉담한(물론 그들만의 4차원에 가까운 웃음의 기준에 따른 것이지만) 그들이 이 리얼 예능이 제공하는 진짜 웃음의 숨은 공로자인 이유다.

코미디에서 눈물과 웃음은 어떻게 같을까

순간 박영규의 얼굴이 바뀌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아버지로 돌아간 박영규는 보고 싶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먼저 하늘로 떠난 아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냈다. '승승장구' 내내 밝고 자신감이 넘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순간 바뀐 박영규의 눈물어린 모습과 겹쳐졌다. 그것은 그가 한 말이 그저 멋진 표현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코미디는 생존의 진실이 담겨지지 않으면 코미디가 아니에요." "눈물과 웃음은 똑같은 거예요. 내 웃음은 눈물이 없는 사람은 느낄 수 없습니다. 내 웃음은 눈물 속에서 갓 구어낸 빵 같은 겁니다."

"장인어른. 저한테 왜 이러세요." 이 한 마디로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던 배우, 박영규. 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보내고 이 땅을 떠났던 한 아이의 아버지, 박영규. 5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박영규에는 이 두 명의 박영규가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그는 여전히 느끼한 표정으로 스텝을 밟으며 여심을 공략하는 낭만주의자이자,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내면의 수치스러움까지 아낌없이 끄집어낼 수 있는 천상 배우이면서 동시에 먼저 간 아들을 가슴에 묻고 여전히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아버지였다. 그가 카멜레온처럼 순식간에 연기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고, 거기서 어떤 진심까지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상반된 두 박영규를 하나로 끌어안을 수 있는 그만의 커다란 그릇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연기하는 것"이며, 늦게 도착했다고 타박을 하는 영업부장에게 투덜거리다가도 무대에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둥 밝게 노래를 부르는, "여기에서 요 바뀌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이 변신의 귀재는 바로 그 상반된 깜짝 반전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가 한참 폼을 잡을 때는 진짜 멋을 내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무너뜨려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릴 때, 우리가 포복절도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그의 웃음에는 눈물이 섞여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코미디의 진짜 얼굴일 것이다.

'승승장구'에서 박영규는 유난히 '인생의 법칙'을 많이 얘기했다. "20대는 맞게 사는 게 이상하고 틀리 게 사는 게 맞는 것"이라고도 말했고, 미달이 김성은이 나와 아픈 과거를 얘기할 때는 "고통은 곧 하늘이 준 보약"이라고도 했으며 "어렸을 때 빛을 봤기 때문에 또 겪어야 될 어려움(그림자)"이라고도 말했다. 아마도 그가 말한 그토록 많은 '인생의 법칙'들은 상대방에게 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스스로가 하는 다짐 같은 것이었을 게다. 그는 김성은을 위로하면서 스스로를 다잡고 있었다. 그러니 김성은을 보면서 "잃어버린 아들을 다시 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 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그가 보여준 김성은에 대한 위로 속에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다짐이 모두 담겨 있었으니까.

박영규는 웃음 뒤에 눈물이 있고, 고통이 보약이 되며,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인생의 법칙'처럼 눈물 섞인 코미디를 연기해 보여주는 배우다. '승승장구'에서 그는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바로 이 코미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상황극 버라이어티, ‘오늘을 즐겨라’의 한계와 가능성

‘일밤’의 새 코너 ‘오늘을 즐겨라’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들어가 있다. 그것은 ‘오늘’과 ‘즐거움’이다. 이 두 키워드는 현재의 라이프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기획 포인트는 꽤 잘 맞춰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 즉 ‘오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고, 또 어떤 진지함만큼 ‘즐거움’의 가치가 조명 받는 시대다.

'오늘을 즐겨라'는 즉 이 두 키워드에 합치되는 미션을 통해 웃음과 의미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이 1박2일이라는 시간적 제한 속에서 다양한 여행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면, '오늘을 즐겨라'는 오늘이라는 시간적 제한 속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찾는다는 점에서 '1박2일'보다 더 포괄적이다. 즉 여행은 즐거움의 한 부분이 된다.

따라서 '오늘을 즐겨라'가 처음 가진 미션이 일상탈출을 모토로 한 여행이었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기획의 폭이 상당히 유리한 가능성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같은 여행이라고 해도, '1박2일'이 보여주는 여행과 '오늘을 즐겨라'가 하는 여행은 다르다. '1박2일'이 좀 더 날 것의 다큐멘터리 같은 여행을 추구해왔다면, '오늘을 즐겨라'가 일상탈출 편에서 보여준 여행은 상황극에 가까웠다.

시골로 떠난 정준호, 신현준, 공형진, 김현철은 낚시터에서 때 아닌 상황극을 벌였다. 몰래 라면을 먹고 온 정준호와 김현철을 신현준과 공형진이 취조하듯 몰아세우는 장면은 코미디 영화처럼 연출되었다. 어색함을 없애려고 시도한 일일커플(?) 미션 역시 상황극의 연속이다. 신현준은 김현철과 '우리 오늘 커플 됐어요'를 찍고, 정준호와 서지석은 스승과 제자 상황극을 만들어 웃음을 준다.

시골과 도시로 나뉘어 불가능할 것 같은 물건을 파는 미션을 선보인 '세일즈를 즐겨라'편은 그 미션 자체가 상황극이다. 도시에서 가마솥을 리어카에 싣고 광화문 한복판을 지나가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 포스트를 연상시킨다. 임권택 감독을 위해 '최고의 밥상'을 차리는 과정을 보여준 '감사의 마음을 즐겨라'편 역시 마치 '식객'을 패러디한 것 같은 인상이 강하다. 배고픔을 시로 표현하기 위해 신현림 시인과 떠난 '시를 즐겨라' 편은, 이 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MC들이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웃음을 주는 상황이 된다. 또 '빵을 즐겨라'편은 '제빵왕 김탁구'의 예능 버전이다.

잘난 체에 일장연설을 해대는 정준호의 캐릭터는 본래 있던 내면이 자연스럽게 겉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준호가 일련의 상황극에 맞게 연출해낸 연기의 한 부분이다. 즉 이들이 '오늘을 즐겨라'에서 보여주는 웃음은 날 것 그대로가 아니다. 그것은 상당부분 연기에 의한 것들이다. 정준호, 신현준, 공형진이 배우라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상황극에 능한가를 에둘러 말해준다.

사실 아무리 리얼 예능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이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즉 리얼한 상황극 속에서 보여주는 어떤 연기를 통한 웃음 역시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을 즐겨라'는 여타의 리얼 예능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에 일단 눈을 맞추기 시작하면 리얼 예능이 보여주지 못하는 꽤 흥미로운 웃음들을 우리는 발견해낼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제시되는 상황극의 미션들이 '오늘을 즐겨라'라는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상황극이 그저 웃음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겉돌면서 자극으로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일즈를 즐겨라', '감사의 마음을 즐겨라', '빵을 즐겨라' 같은 아이템은 이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생각해보면 억지로 짜 맞춘 느낌이 짙다.

물론 '즐긴다'는 키워드에는 어느 정도 맞을 지 몰라도 여기에는 '오늘'의 키워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가 간과되고 있다. '오늘'이 의미하는 것은 단지 시간적인 한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좀 더 일상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좀 더 우리 생활 주변의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오늘을 즐겨라'는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 좀 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승리가 얘기한 것처럼, '하루 100원을 가지고 즐기기' 같은 소소한 아이템이 세일즈를 하거나 최고의 밥상을 만드는 거창한 아이템보다 훨씬 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을 즐겨라'가 이러한 소소한 아이템들을 통해 거둬야 하는 성과는 우리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즐거운 것인가를 복원하는 일이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그 일상에 즐거움을 되돌려주는 일. 그것은 소소해 보이지만 또 그것만큼 거대하고 거창한 일은 없다.

'슈퍼스타K2'의 내적 외적 성공요인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MBC '목표달성토요일'에서 진행됐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악동클럽'은 소소하게 지나가 버렸고, 2006년 박진영이 진행한 스타 메이킹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전국과 해외에 걸친 사전 오디션과 서바이벌 형식, 시청자들의 직접 투표방식 등 작금의 '슈퍼스타K'와 상당히 유사한 형식을 갖추었지만 그다지 화제를 몰고 오지는 못했다. 2007년도 MBC에서 방영됐던 신인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쇼바이벌'은 쇼의 형식으로 신인들의 무대대결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반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다르다. 케이블 채널 엠넷에서 방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케이블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두 자리 수를 훌쩍 넘어섰다. 도대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뭐가 다른 것일까.

많은 이들이 프로그램 외적인 상황을 지적한다. 즉 현실이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상에서나마 실현시켜준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슈퍼스타K2'에 몰린 1백만 명이 훌쩍 넘는 지원자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경쟁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살 떨리게 재현한다. 그런데 그 엄청난 지원자들이 선정되는 기준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무리 연예인의 자식이라도, 또 학벌이 출중하다고 해도 실력이 없다면 심사위원들은 가차 없이 '불합격'을 준다. 초기에 심사위원으로 앉은 이하늘은 '철이와 미애'의 신철의 조카를 떨어뜨리면서 "너는 철이형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하늘은 "이 오디션이 실력은 있지만 등용문이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란 점을 반복해서 말한다. 살벌한 경쟁 현실의 리얼함 위에, 불공정한 세상을 뒤집는 판타지가 겹쳐지는 지점에 대중들의 몰입은 생겨난다.

하지만 단지 프로그램 외적인 상황에 의해 '슈퍼스타K2'가 거둔 경이적인 대중적 성공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외적인 환경은 기획적인 것이지만, 이 기획을 실현시키는 것은 내적인 완성도다. 그런 점에서 '슈퍼스타K2'가 거둔 성과의 반은 바로 이 끊임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내적인 성취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음악의 본질인 노래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2'는 물론 간간히 댄스를 가미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 실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슈퍼위크를 거쳐 마지막 11인에 뽑힌 경쟁자들 중에서 댄스와 함께 노래를 한 후보자는 이보람과 김소정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각자의 개성적인 보컬로 경쟁에 임했다. 기존의 노래들을 이들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해내는가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한 재미다.

쟁쟁한 기성가수들의 노래가 이제 첫발을 디디는 이들에 의해 거침없이 재해석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대중들을 열광한다. 그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해체이기 때문이다. 이문세가 '조조할인'을 부른 허각에게 "저보다 더 잘 불렀네요"라고 심사평을 말할 때, 윤종신이 장재인의 노래를 듣고는 "좋은 가수가 될 거예요"라고 말할 때 그 쾌감은 극대화된다. 심사위원들의 노래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서서히 찬사로 바뀌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이들이 불러야 하는 노래가 좀 더 폭넓은 세대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뽑힌 11명이 첫 생방송 무대에서 부여받은 미션은 명곡들의 재해석이었고, 8명으로 좁혀진 경쟁자들이 치르게 된 미션은 이문세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쇼바이벌'이 그랬던 것처럼 노래들이 지나치게 젊은 층에 치중되었다면 '슈퍼스타K2'는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좀 더 넓은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노래들을 미션을 부여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들은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빠져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노래 자체의 매력과 그것을 절절히 표현해내는 경쟁자들의 만만찮은 노래 실력이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힘을 만들어냈다면, 이 힘에 더 강한 추진력을 부여하는 건 게임이나 스포츠를 보는 것 같은 이 프로그램만의 형식이다. '슈퍼스타K2'는 노래를 빼놓고 보면 한 판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관중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회자로서의 김성주 아나운서(그가 예전 스포츠 캐스터였다는 점이 이채롭다)가 심판처럼 서 있고 경쟁자들이 나와 실력을 보이면 그것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준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형식은 100만 명이 넘는 지원자에서 단 한 명으로 서서히 좁혀져가는 과정을 통해 시쳇말로 '쪼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렇게 좁혀지는 과정에서 가수들(캐릭터)은 성장한다. 스타일리스트가 붙으면서 스타일이 업그레이드되고, 보컬트레이너가 붙으면서 노래가 세련되어지는 과정은 게임에서 캐릭터가 성장할 때 바뀌어지는 갑옷처럼 대중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지지 않았다면 매번 진행될 때마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상승곡선을 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즉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지는 구조가 '슈퍼스타K2'에 마치 연속극을 보는 것 같은 힘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저마다의 지원자들은 자신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들고 무대 위에 오른다. 허각이나 김지수가 갖고 있는 힘겨웠던 가족관계의 이야기는 노래로 승화된다. 때론 애인을 생각하며 때론 어머니를 생각하며 노래에 감정이입하는 이들의 모습은 노래 이면의 스토리를 구축한다. 게다가 함께 합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들은 그들만의 스토리 또한 만들어간다. 함께 연습해서 무대에서 부른 후, 둘 중 한 사람을 떨어뜨리는 경쟁 형식은 이런 스토리에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슈퍼스타K2'의 경이적인 성공을 단 한 가지 요소로서 해석하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음악이 갖고 있는 본연의 힘과 그 음악을 세대적으로 배려하는 섬세한 연출,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를 보는 것처럼 구성해놓은 무대 그리고 차츰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스토리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물론 한 몫을 하는 것은 케이블이라는 채널이라는 특성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심사라고 하지만 이승철이 지원자들 앞에 거침없이 날리는 독설은 지상파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직설어법이 이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간에는 "왜 우리는 저런 프로그램을 못하냐"는 질책으로 '슈퍼스타K2'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요인들을 분석하다보면 그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예감할 수 있다. 다 년 간의 무대 노하우가 거기에는 있고, 케이블만이 자유롭게 해온 실험정신이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지극히 상업적이면서도 그것이 용인되는 케이블에 대한 대중들의 감성이 들어가 있다. '슈퍼스타'는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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