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이주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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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최수종의 대항마로 떠오른 ‘혼례대첩’의 로운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3. 12. 25. 10:55
KBS 월화드라마 ‘혼례대첩’, 웰메이드 사극의 저력 [엔터미디어=정덕현] “가슴이란 본디 무서워도 뛰고 한낱 북소리에도 뛰는 것 아닙니까?” 순덕(조이현)을 연모하는 마음 때문에 혹여나 그녀가 시어머니인 박씨부인(박지영)에게 해를 당할까 두려운 정우(로운)는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그의 가슴이 뛴 건 순덕에 대한 설레는 마음 때문이다. 두려움이 있다면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일 뿐이다. KBS 월화드라마 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느새 이와 같아졌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기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의 가슴은 두근두근한다. 그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정우와 순덕의 애틋한 사랑을 마치 내 일인 듯 빠져들어 보는 마음이 그렇고, 이들에게 닥칠 위기의 순간을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마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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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물의 신박한 변주, 다양한 장르의 맛이 한 작품에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3. 12. 25. 10:50
‘이재, 곧 죽습니다’, 재난부터 학원물, 조폭누아르, 멜로까지 없는 게 없네 이 작품 신박하다. 시작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취준생 이재(서인국)의 아픔을 다루는 사회극처럼 보이더니, 금세 저 세상이 등장하고 다짜고짜 나타난 죽음(박소담)이 그에게 12번 죽을 기회(혹은 살 기회)를 제공하고, 그래서 다른 이의 삶으로 회귀해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삶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끝없는 학교폭력 앞에 죽고 싶어하는 학생의 몸에 들어가기도 하며, 보스의 돈과 여자를 훔쳐 추격을 당하는 조폭에, 돈 때문에 뺑소니범 대신 감옥에 들어간 격투기의 꿈을 가진 사내의 몸에 들어가기도 한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는 이처럼 회귀물을 죽음과 환생이라는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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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은 어째서 일할 때 가장 빛날까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3. 12. 17. 09:20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조선도 현대도 일하는 이세영이 빛나는 이유 “박연우란 이름은 늘 내 것이 아니었소. 그래서 부러웠어요. 새 조선 사람들이 누구든 제 이름으로 사는 것이.” MBC 금토드라마 에서 박연우(이세영)가 그렇게 말할 때 불쑥 이세영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의 성덕임이 겹쳐진다. “여기선, 내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설령 사소한 거라도 좋아. 선택이란 걸 하며 살고 싶어.” 어린 성덕임은 자신의 이름으로 서는 주체적 삶에 대한 갈망을 그렇게 표현한 바 있다. 에서 성덕임이 이산 정조(이준호)의 구애를 받으면서도 세 번이나 거절의 의사를 표한 이유는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내며 자신을 거부하는 성덕임에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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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도 조이현도 매력 폭발한 이 퓨전사극의 특별함옛글들/이주의 드라마 2023. 12. 17. 09:16
‘혼례대첩’, 이 퓨전사극은 무엇이 달라 정주행을 부르나 퓨전사극은 뻔하다? 글쎄 적어도 KBS 월화드라마 은 예외다. 아니 예외 정도가 아니라 이 퓨전사극은 과거의 것들과 확연히 선을 긋는 진화의 면면들을 갖췄다. 거기에는 몇 가지 근거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옛이야기 사극’을 흥미롭게도 복원해냈다는 점이다. 사극하면 언제부턴가 옛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와 관련된 어떤 것이라는 경향이 생겼다. 역사를 제대로 다루는 정통사극, 역사와 상상력을 적절히 섞은 퓨전사극, 현대적 장르를 옛 역사적 시공간에서 재해석하는 장르사극 등등. 그래서 역사에 무게를 주면 무거워지고 상상력에 무게를 주면 가벼워지는 방식의 사극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사극 중에는 처럼 옛이야기나 설화 등을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