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타인이 지옥이 되자 자신도 타인이 됐다

 

종영한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문제작이다. 드라마 시작부터 너무 잔인하고 살벌해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된 흉흉한 뉴스가 들리는 시기에 <타인은 지옥이다>는 더더욱 논쟁적이다. 도끼로 찍고 칼로 찌르고 감금에 고문에 살인까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드라마를 과연 보여줘야 하는가 하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타인은 지옥이다>가 그 비판들을 넘어설 수 있는 건 이런 잔인하고 공포스러우며 끔찍한 상황을 통해 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고시원이라는 타인과의 경계가 희미해진 공간에서 무시로 침범해 오는 이들로 인해 지옥을 경험하는 윤종우(임시완)가 그 공간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그 곳이 지옥이 된다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연쇄살인범이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가 걸리길 기다리는 고시원이라는 공간에서 윤종우가 겪는 알 수 없는 불쾌함과 불편함 그리고 그것 때문에 순간순간 생겨나는 알 수 없는 살의는 그래서 고시원 바깥, 예를 들면 그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게 벌어진다. 옆자리에 앉은 사수는 그를 배려해 주지 않고 무엇보다 그를 채용한 그 회사의 사장이자 대학선배 신재호(차래형)는 사장의 지위를 이용해 윤종우의 사적인 일까지 침범해 들어온다.

 

윤종우는 고시원 안에서 서문조(이동욱) 같은 인간들이 지옥이라 여기지만, 그건 고시원 바깥에서도 똑같다. 그는 서문조에게 불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선배랍시고 동생 취급하며 들어와 심지어 자신의 여자친구 민지은(김지은)에게까지 접근하는 신재호에게도 불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쾌감은 어느 날 우연히 게임방에서 시비가 된 청소년들과의 싸움에서 분노로 폭발한다.

 

그 싸움을 중재하고 보상을 해준 서문조가 윤종우와 함께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윤종우는 여전히 서문조와 자신이 다르다며 고시원을 떠날 거라고 말하지만, 서문조는 윤종우에게 우리는 같은 과라고 속삭인다. 결국 고시원으로부터 도망치지만 그는 도망치지 못한다. 공간을 벗어났지만 그 불쾌감과 분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서문조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에 고시원으로 향하는 윤종우의 손에는 칼이 들려져 있다. 그건 서문조가 말했던 사실 그대로다. 윤종우는 어느새 타인을 지옥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점 자신도 누군가에게 지옥이 되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여기서 일종의 트릭을 사용한다. 서문조가 고시원 사람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는 장면을 먼저 보여주고 윤종우는 서문조와 대적하지만, 그게 사실은 윤종우의 환영 같은 거였다는 걸 민지은(김지은)의 목격담을 통해 드러낸다. 윤종우와 서문조의 대결은 사실 윤종우 자신과 서문조가 되어가는 또 다른 윤종우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대결이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타인은 지옥이다>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문득 나의 공간을 침범해 들어오는 타인들에게 불쾌감을 느끼며 그들을 ‘지옥’이라고 분노를 표출하지만, 바로 그 순간 자신도 또 누군가의 ‘타인’이 된다는 것이다. 분노와 불쾌감의 사회는 그렇게 좀비처럼 전염되어 간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고시원 같은 곳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같은 극적 풍경이 아니라도, 우리네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들이다. 타인이 지옥이 아닌 나와는 다른 존재로서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가 아니라면, 지옥은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고 <타인은 지옥이다>는 말하고 있다.

 

드라마는 실제로 그 지옥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니 보기 불편하고 심지어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 처절한 지옥도를 그려내는 것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시완과 이동욱은 물론이고 이정은, 박종환, 이중옥 같은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력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이동욱은 늘 부드러웠던 자신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깨버렸고, 임시완은 확고한 연기자로서의 면면을 증명시켰다. 또 이정은이야 이미 워낙 정평이 난 배우지만, 박종환 같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놀라운 연기의 소유자를 발견했다는 것도 이 드라마의 공적이라 할만하다.(사진:OCN)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유재석, 어쩌다 끼친 가요계 선한 영향력

 

드럼은 항상 밴드의 뒤편에 자리하는 악기였다. 하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를 보다 보니 드럼은 뒤편에 있는 게 아니라 중심에 있는 악기였다. 다른 악기들과 노래를 모두 아우르고 끌어안는 악기. 유재석은 농담으로 “이젠 드럼이 맨 앞으로 올 때가 됐다”고 말했지만 그게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게 된 건 <놀면 뭐하니?> 때문이었다. 유재석의 작은 드럼 비트 하나로 이토록 다양한 음악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그 작은 비트는 힙합이 되기도 하고 달달한 발라드 듀엣곡이 되었고 또 재즈가 되기도 했다. 유희열이 “역대급 콜라보”라고 했듯이 이 릴레이 프로젝트에는 어마어마한 천재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만일 비즈니스로서 접근해 이런 콜라보를 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뮤지션들은 처음에는 난감해하는 듯 했지만 차츰 저마다 재미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이런 저런 시도들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그건 어쩌면 뮤지션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번 ‘유플래쉬’로 그간 우리네 음악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건 유재석의 스승인 손스타가 언급했듯 드럼 같은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다. 손스타는 “덕분에 방송 보고 드럼 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점점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형 덕분에 드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을 통해 다양한 세션들이 참여하면서 그 악기들이 가진 저마다의 매력들이 소개된 바 있다. 이상순이나 적재가 더한 기타의 매력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들려준 베이스의 중후한 맛, 한상원의 펑키한 재즈 기타, 이상민의 드럼과 윤석철의 빈티지한 피아노 등등이 그것이다. 늘 완성된 형태로만 접하던 음악을 과정을 따라가면서 알게 된 악기들의 매력이다.

 

게다가 음악이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것도 이번 프로젝트였다. 유재석처럼 드럼을 단 한 번도 쳐본 적 없는 인물의 비트가 이렇게 음악으로 만들어지고, 나아가 흥미를 느낀 유재석이 한상원의 제안에 재즈 라이브 공연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물론 유재석을 리드하고 맞춰준 한상원이 있어 가능한 무대였지만, 그래도 차츰 재즈의 그 자유분방함을 즐기며 빠져드는 유재석의 모습은 그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다른 연주자들과 눈빛으로 합을 맞춰가고, 신나는 펑키 그루브에 저 스스로 빠져 몰입해가며, 이에 한상원도 또 관객들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그 광경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줬다.

 

유재석이 의도한 건 아니었을 테지만 그가 쏘아올린 작은 비트 하나는 의외로 우리네 가요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다양성’을 이끌어낸 면이 있다. 어쿠스틱 악기들과 늘 뒤편에 있는 연주자들, 또 장르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음악들이 그 작은 비트 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어쩌면 진짜 ‘드럼 지니어스’일 지도 모를 유재석 덕분이 아닐까 싶다. “성장판이 안 닫혀 있다”는 얘기가 실감날 정도로 투덜대고 난감해 하면서도 도전하고 성장하는 유재석으로 인해 가능했던 일들이라는 것. 물론 이런 창대한 결과를 그려낸 건 결국 김태호 PD의 놀라운 실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사진:MBC)

'조커', 가진 자들의 웃음과 못 가진 자들의 웃음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조커>의 흥행이 심상찮다. 우리에게는 배트맨의 적수로 알고 있는 조커라는 캐릭터의 탄생과정을 담은 영화지만, 이 영화는 결코 슈퍼히어로물의 단순명쾌한 선악대결을 담지 않는다. 또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다. 그건 조커라는 안티히어로가 되어가는 아서 플렉스(호아킨 피닉스)의 고통스런 삶이 전편에 공기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단 4일 만에 170만 관객을 돌파했을 정도로 놀라운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높은 화제성과 평점을 통한 입소문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도대체 이 DC의 안티히어로를 다룬 영화에 어째서 우리네 관객들이 이토록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걸까.

 

먼저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에서 캐릭터를 가져왔고 배트맨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도시 고담시를 소재로 쓰고 있지만 오히려 지극히 현실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해피’라 불리며 세상에 늘 기쁨과 웃음을 주는 존재로 키워졌고 그래서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그의 조크는 세상 사람들을 웃기지 못한다. 정신 질환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과 약물에 의존해 살아가는 아서라는 인물. 여기서 슈퍼히어로물의 비현실적 판타지를 찾기는 어렵다.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서의 모습은 그가 처한 현실을 상징화한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조크를 던지고 함께 웃음으로 공감하고 싶지만 웃음보다는 배려와 예의 없는 편견어린 시선과 심지어 아이들까지 조롱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에서 눈물을 웃음으로 애써 감추고 있다. 우울감을 약에 의지해 버텨내며 애써 웃는 그 모습은 그만의 현실이 아니었을 게다. 가진 자들은 우아하게 살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은 복지예산 삭감으로 정신과 상담도 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쳐지는 게 고담시의 현실이니 말이다.

 

그런 아서의 유일한 낙은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의 TV코미디쇼를 보는 것이다. 그 쇼에 낄낄 대며 웃던 아서는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이 어눌하게 클럽에서 했던 조크를 담은 동영상이 그 쇼에 소개되는 걸 보며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그건 사실 머레이가 웃기지 못하는 아서를 비웃고 모욕하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었지만, 아서는 그렇게라도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난 것에 놀라워한다.

 

늘 모욕당하면서도 그럭저럭 순응해가며 살아가지만 그가 우연히 저지른 살인사건은 그를 각성시킨다. 광대 분장을 했던 아서의 살인은 고담시에 커다란 화제가 되고 가난해 핍박받아온 이들은 조금씩 그를 영웅시하기 시작한다. 아서가 쏜 총은 그래서 자신만 각성시킨 게 아니라 그와 비슷한 처지를 살아가는 못 가진 자들을 각성시킨 게 되었다.

 

아서는 드디어 깨닫게 된다. 왜 자신의 조크에 저들이 웃지 않고 비웃었는지를. 그는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로 자신의 세계와 저들의 세계가 유리되어 있다는 걸 말해준다. 머레이의 쇼는 저들의 세계의 웃음을 던지며 저들 세계만이 세상의 모습이라 그려내고 있지만, 아서는 그 세계에 편입될 수 없다. 그는 매일같이 노트에 자신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조크를 적어 놓고 들려주지만 저들은 그 조크는 이해하지 못한다.

 

저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로, 또 저들의 삶이 마치 진정한 삶이고 정상적인 삶이라 주장된다는 이유로 그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비정상으로 치부되고 모욕 받아 마땅한 삶으로 처분되는 것에 아서는 반기를 든다. 세상은 그를 비정상으로 취급하지만 그는 이제 거꾸로 세상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려 한다.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라며 먹이던 약물들을 끊어버린 아서는 제정신이 아닌 세상에 총알을 먹이기 시작한다.

 

<조커>는 사실 앞부분 내내 답답하고 무거운 감정을 지워낼 수가 없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아서가 조커 분장을 하며 각성하기 시작하고 말미에 세상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장면에서 놀라운 해방감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가진 자들의 세상만이 정상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못 가진 자들은 결코 정상적인 인물이 될 수 없다. 노력해도 그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거리로 나온다.

 

여기서 저들의 시선으로 폭동이라 불리는 반사회적 행동들은 조커의 시선으로 보면 억압된 삶으로부터의 탈출로 그려진다. 이 부분은 아마도 이 이국의 낯선 영화가 우리를 열광하게 만드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가진 자들만의 웃음 속에 못 가진 자 조커의 거친 웃음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랄까.(사진:영화'조커')

‘월드클래스’는 과연 새로운 오디션이 될 것인가

 

이 시국에 또 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될까. 아마도 Mnet이 새로 시작한 <월드클래스>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이 이러할 것이다. 최근 불거진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 논란으로 인해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그러니 과연 이런 강행이 무리하게 여겨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이런 논란이 터지기 훨씬 전부터 기획되어왔던 프로그램이지만, 제작진들도 이미 서바이벌이 강조되는 오디션의 피로감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월드클래스>는 그 첫 방 시작부터 이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라는 것.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 다 같이 서는 상생의 오디션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오디션이기 때문에 스무 명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최종 10명으로 추려져 한 팀의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을 경쟁보다는 ‘협업’에 맞춘다는 게 <월드클래스>의 취지라는 것. 이런 기획의도는 그래서 우리가 흔히 봐왔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들과 사뭇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한 명씩 나와서 서로를 견제하고 등급이 나뉘고 미션마다 등락이 결정되는 그런 그림 대신, 일단 출연한 20명을 소개하고 그들이 가진 저마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예능 프로그램에 가까운 방송이 더해졌다.

 

아마도 <런닝맨>을 연출한 조효진 PD가 투입된 건 이런 새로운 형태를 염두에 둔 것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스무 명의 연습생들이 미국에서 열린 KCON 행사를 참관하고 거기서 갑자기 소개되면서 전광판을 통해 미스티의 미션을 받고 그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들은 한 편의 <런닝맨>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들은 미스티가 내는 미션들, 이를 테면 외국인이 헤드폰을 쓰고 K팝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맞추거나, K팝 댄스만을 보고 곡을 맞추고 또 주어진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만보기를 찾아내 모두 함께 1000보를 찍는 미션 같은 걸 수행하는 전형적인 <런닝맨>의 게임들은 이들의 춤이나 노래 실력 같은 기량을 보는 것과 남다른 개성들을 동시에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런닝맨>식의 미션 게임도 결국 저마다 찾은 ‘월클볼’들을 하나로 모아 다 함께 정해진 공간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경쟁보다는 화합이 더 강조됐다. 마침 비틀즈를 추모하는 공간을 굳이 그 월클볼 모으는 미션의 최종지로 선정한 건, 월드클래스 비틀즈의 의미에 명곡 ‘Imagine’이 담는 화합을 더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월드클래스>는 지금껏 봐오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아예 시작부터 대놓고 ‘글로벌 아이돌’을 지향했고, 해외의 유명 팝스타들과의 콜라보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 과정과 방식에 있어서도 서바이벌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담았다.

 

하지만 이런 차별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월드클래스>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프로듀스X101>이 야기한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산이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어떤 피로감의 선입견을 넘는 일 또한 작지 않은 산이다. 과연 <월드클래스>는 이런 만만찮은 산들을 넘고 본래 목표인 글로벌 아이돌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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