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정해진 미래와 그 미래를 깨려는 사람들

JTBC 금토드라마 <스케치>는 일종의 두뇌게임 같은 드라마다. 미래에 벌어질 사건이 그려진 스케치라는 판타지 설정은 이 두뇌게임의 판을 제공한다. 그 능력을 가진 유시현(이선빈)이 그리는 스케치를 보며 그 그림이 어디서 누구에게 언제 벌어진 것인가를 찾아내고,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뛰고 또 뛰는 나비 프로젝트팀이 있지만, 이야기는 결코 ‘벌어질 사건’과 그 ‘사건을 막으려는 이들’의 단순한 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성 범죄자에게 아내를 잃고 폭주하는 김도진(이동건)과, 그를 회유해 미래에 사건을 저지를 인물을 사전에 제거해나가는 장태준(정진영)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 그리고 김도진에 의해 아내를 잃은 강동수(정지훈) 형사 같은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욕망이 뒤얽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신약을 출시하려 하는 제약회사 대표 남선우(김형묵)를 김도진은 사전에 제거하려하지만, 남선우는 오히려 김도진의 아내를 죽인 강간범 정일수(박두식)를 감옥에 빼내고 그를 미끼삼아 김도진을 납치한다. 

남선우는 또한 제약회사의 신약 부작용 자료를 갖고 있는 오박사(박성근)를 제거하고 강동수에게 그 살인누명을 씌우려 계획한다. 하지만 스케치를 통해 오박사의 심장약이 바꿔치기 될 것을 알게 된 강동수는 마치 남선우의 계획대로 속는 척 하면서 김도진을 찾아내려 한다. 모든 게 강동수의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 그것은 무슨 일인지 장태준이 남선우에게 전화를 해 그가 함정에 빠져 있다는 걸 알려준 것. 결국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남선우는 장소를 바꿔 강동수와 김도진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 정도의 스토리를 정리해보면, 사실 <스케치>라는 드라마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여기에 스케치로 그려진 그림들은 단서이면서 동시에 보는 이들을 혼돈에 빠뜨리는 트릭처럼 활용된다.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갑자기 어느 한 인물의 욕망이 개입되면서 방향을 틀어버린다. 시청자들의 예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그 깨진 스토리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스케치>라는 드라마가 작동되는 방식이다. 이야기의 흥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갖는 예상치를 어느 지점에서 깨는 반전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고, 그렇게 틀어진 이야기도 또 어느 정도 흘러가서는 다시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시청자가 예상한 대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맥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두뇌게임의 연속은 그 이야기 속에 처음부터 깊이 발을 디딘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지만, 우연히 드라마를 보게 된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는 엄청난 진입장벽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저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에 이 드라마가 ‘인과율’이라는 치밀한 논리 게임으로 짜여지고, 그 인과율을 깨는 변수들에 의해 또 다른 인과율이 이어지는 과정을 이야기의 중요한 기폭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다. 두뇌게임은 어느 정도 그 게임판에 익숙해져야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 이것이 <스케치>가 가진 남다른 묘미인 동시에 한계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ㅁ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김도진이나 강동수 같은 주요인물들이 가진 감정과 정서에 시청자들을 깊이 이입시키는 일이다.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 같은 사건 속에서 적어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물들이 갖는 감정선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케치>는 따라가야 할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김도진과 강동수의 이야기에 이어 이제는 유시현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고 거기에는 다시 나비 팀을 이끌고 있는 문재현(강신일)과의 관계도 얽혀있다. 여기에 유시현의 오빠인 유시준(이승주)까지 등장하면서 인물들은 더 복잡해졌다. 장태준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도 빼놓을 수 없고.

두뇌게임의 묘미를 안겨주는 이야기 전개의 재미는 물론 충분하지만, 좀 더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이 드라마를 즐기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제라도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 게임판과 인물들에 대한 보다 명쾌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사진:JTBC)

백종원의 분노, ‘골목식당’ 아닌 ‘먹거리 X파일’ 보는 줄

어쩌다 보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먹거리 X파일>이 되어버렸다. 새로 시작한 뚝섬의 골목식당 네 군데를 찾은 백종원은 음식은 차치하고 음식 관리나 조리에 있어서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음식점을 둘러보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족발집에서 파는 점심메뉴 볶음밥은 삼겹살이 제대로 익지 않아 고기에서 냄새가 났고, 족발 육수는 양파망을 사용해 우려내고 있었다. 경양식집 역시 겉치레를 번지르르했지만 요리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걸 지적했지만 주인은 “엊그제 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직접 냉장고에서 고기들을 꺼내놓고 “절대 엊그제 산 고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샐러드식당은 가격 대비 새로움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소스들조차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사서 쓰고 있었다. 역시 제대로 보관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어에서는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장어집은 문제가 아닌 게 없을 정도였다. 8천원에 한 마리라고 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 여겼지만 알고 보니 그 장어는 수입산 바닷장어였고 그래서 가시가 세서 먹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또 수입산 바닷장어로 따지면 한 마리에 8천원은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다른 곳은 같은 장어 두 마리에 1만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로 준다는 미역국은 고기가 잔뜩 들어있었지만 맛이 없었다. 알고 보니 실제 미역국에는 고기가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 시식을 한다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 했다. 또 생선이나 장어를 주문을 받아 그 때 그 때 조리를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초벌한 걸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전자렌지에 돌려서 내놓는다는 걸 알게 된 백종원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며 “가게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실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줬던 건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에 걸맞는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음식을 잘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후미진 ‘골목’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게 되는 그런 곳에, 백종원이 경험으로 얻은 음식점의 노하우를 전수해 그 골목 자체를 변화시키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뚝섬편에서 ‘골목’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들어가 버렸다. 그것보다는 기본 자체가 되지 않은 음식점들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가 더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백종원이 분노하며 말하는 기본은 식재료 관리 같은 ‘위생’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똑같이 공분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적인 전국 식당의 위생 점검과 불시 점검 시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건 그래서다. 자신들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방송만 타면 잘 될 거라 믿는 것일까.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굳이 이렇게 기본기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소재로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심지어 위생 점검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먹거리 X파일> 같은 프로그램의 고발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그 뚝섬 소재의 음식점들이 사연을 보내 이뤄진 방송이지만.

음식점들의 기본을 점검하며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의미는 충분히 있을 게다. 하지만 자칫 우려되는 건 본래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려던 바와는 사뭇 다르게 고발에 가까운 자극을 의도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이런 기본도 되지 않은 식당들을 방송을 담보로 굳이 도와줘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그래서다.(사진:SBS)

‘거기가 어딘데??’, 황량한 사막? 가득 채워진 사색거리들

사막하면 떠오르는 건 아마도 ‘황량함’이 아닐까. 아무 것도 없고 버석버석한 모래만 밟히고 씹히는 그 곳을 횡단한다는 KBS 예능 <거기가 어딘데??>의 도전은 그래서 무모해 보인다. 제아무리 뭔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예능의 새 트렌드라고 하지만 사막이라는 황량한 곳을, 그것도 폭염 속에서 걸어 나가는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담는다는 게 무리하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유호진 PD가 굳이 사막을 선택한 건 그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또한 넉넉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누는 대화라면 그다지 주목되지 않을 이야기도 사막에서 걸으며 나누니 남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물론 이 곳에서 나누는 농담은 툭하면 나오는 ‘죽음’이야기와 더해져 웃음 또한 커진다. 희비극은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서 서로 가까이 붙어 있을 때 그 이면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법이다. 사막은 그 희비극이 교차하는 공간이 되어준다.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역시 넉넉하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이 프로그램의 자막이다. 사막이 배경이기 때문에 유독 잘 보이는 자막들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치 있는 유머도 깔려 있지만, 사막이라는 환경 속에서 누구나 사색적일 수 있는 의미 있는 글귀들이 만들어내는 울림도 들어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마치 사막이라는 빈 원고지에 하나하나 사색의 글을 적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스로 번지점프 티켓을 샀어도 뛸 차례가 다가오는 건 달갑지 않다.’ 이런 공감 가는 문구로 시작한 3회 분은 ‘왜 굳이 황량한 땡볕을 걸으러 온 걸까’ 같은 질문을 더하고, ‘이제 도로를 벗어나 이름 없는 땅으로 들어갈 시간’을 적어 넣은 후, ‘이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음’이란 글귀로 이들이 드디어 사막횡단의 시작점에 들어서 있다는 걸 알린다. 

해가 중천에 떠 있어 그림자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 여정의 시작에 월프레드 세시저가 쓴 아라비아 사막 횡단기 ‘절대를 찾아서’의 한 대목이 소개된다. ‘우리 주위로는 훤히 드러난 지구의 뼈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모래에 씻겨지고 있었다’ 사막이 어떤 곳인가를 잘 드러내는 그 글귀를 통해 ‘모든 안락함’이 40킬로 저편에 있는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사막횡단이 갖는 진중한 무게감은 살짝만 뒤틀어내면 웃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걷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지병을 토로하는 조세호의 모습이 그렇다. 그는 자신이 ‘평발’이라고 털어놓고 이어 ‘햇볕 알레르기’가 있다는 두 번째 지병을 고백(?)한다. 걸어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이제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런 갑작스런 지병 고백은 웃음을 준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힘들 때도 긍정적인 걸 먼저 떠올린다고 말하는 조세호가 잠시 후 급격히 말이 줄어든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든다. 짐짓 비장하게 “탐험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름대로 목표를(말을 못 맺음)..”이라며 무언가 명언을 할 것처럼 하다 결론을 못 맺는 조세호의 모습은 사막이 주는 진지함과 그럼에도 보여지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드러냄으로써 사색과 웃음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사막 횡단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모두 그 혹독한 환경에 지쳐간다. 차태현은 일행을 살짝 벗어나 모래를 피해 걷기 시작하고 배정남은 동행하는 베두인에게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를 하소연을 하고 베두인은 노래를 부르며 그 지친 환경 속에서 버텨내려 한다. 그 때 붙은 ‘사막 횡단 1시간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간다’라는 자막은 그 풍경을 설명하는 것이면서 마치 우리가 사는 삶의 이야기를 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저렇지 않을까.

베두인이 사막 한 가운데서 기도를 하는 장면에 더해지는 ‘베두인의 삶은 무척 고되다. 이방인은 물론 그 곳에서 자란 사람에게도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그것은 삶 속의 죽음과 같다.’ 같은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말이 들어간 자막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삶 속의 죽음’. 우리는 인정하지 않고 마치 없는 듯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이 죽음이 아니던가.

뱀이 새를 잡아먹는 기이한 장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장면을 덧붙이기 위해 유호진 PD가 요청해 즉석에서 보여주는 조세호의 과장된 연기는 사막 한 가운데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든다. 해가 살짝 저물어 온도가 38도로 떨어지자 “감기 들겠다”고 말하는 지진희의 한 마디가 만드는 웃음은 ‘삶 속의 죽음’이 있지만 ‘죽음 속에 삶’ 역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비로소 보이는 사막의 절경에 감탄하는 출연자들과 함께 ‘사막은 가혹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이라 더해진 자막 역시 저 아이러니한 희비극의 공존을 잘 표현한다. 이런 곳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사색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득 지진희가 “우리가 탐험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차태현과 조세호가 내놓은 이야기가 너무나 철학적으로 다가온 건 그래서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잖아. 항상 사람은 생각한대로 하고 싶잖아. 계획대로 되고 싶고. 근데 계획대로 된 건 진짜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했을 때(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좀 더 기분이 좋은?” 그러자 그 이야기에 조세호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다. “태현이 형 얘기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신인 개그맨 때는 욕심이 많았는데 일이 없으니까 자꾸 포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 욕심을 안내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기회들이 또 오더라고요. 희한하게.” 

사막은 ‘평범한 사람도 사색을 하게 하는 땅’이다. 또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리 떠나온 대신 신비로운 오후가 자리를 채우는’ 곳이다. “당연히 모래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있고 풀이 있고 나무도 있었다”며 놀랍다는 지진희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대목 그대로다. 사막은 황량하고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그 곳은 더 많은 사색거리와 이야기들을 채워주고 있으니.(사진:KBS)

‘쥬라기 월드2’, 절묘한 타이밍과 흥행불패 공룡이 만든 시너지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하 쥬라기 월드2)>은 지난 6일 개봉 첫 날만 무려 12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운 것. 이 기록은 지난 2015년 개봉해 550여만 관객을 동원했던 <쥬라기 월드>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그것도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본래 <쥬라기 공원>이 갖고 있는 명성과, 그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을 떠올려 보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쥬라기 월드>는 그다지 평가가 좋지 못했다. 스케일은 ‘공원’에서 ‘월드’로 커졌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는 촘촘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런 사정이라면 <쥬라기 월드2>의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쥬라기 월드2>는 첫 날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열광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 첫 번째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현충일에 개봉한 <쥬라기 월드2>는 마침 이르게 한여름 같은 더위와 맞물려 마치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 긴 연휴도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도 애매한 휴일에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려든 이유다. 그런데 마침 극장가에 세워진 영화들 중 블록버스터로서의 요건을 보여주는 작품이 <쥬라기 월드2>를 빼고는 없었다. <데드풀2>나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 있었지만, 두 작품은 모두 한 차례 흥행바람이 지나간 터였다. 

또 <독전>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었지만 사실 마약을 소재로 하는 누아르에 휴일날 아이들 손잡고 영화관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쥬라기 월드2>만한 선택이 있을 리 없었다. 실제로 첫 날 <쥬라기 월드2>가 방영되는 상영관에는 맨 앞자리까지 꽉 차 있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아무리 좋았어도 관객들을 끌만한 콘텐츠의 요인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2>는 그 소재가 블록버스터로서는 어느 정도 믿고 보는 ‘공룡’이 아닌가. 사실 내용이 부실했어도 1편에 550만 관객이 들었던 이유도 어찌 보면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주는 블록버스터로서의 신뢰감이 컸기 때문이다. 뛰어다니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는 만족감을 주는 게 공룡 콘텐츠가 가진 힘이니 말이다. 

게다가 형만 한 아우 없다고는 하지만 <쥬라기 월드2>는 1편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볼거리에 있어서도 화산폭발로 잿더미가 되는 이슬라 누블라섬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는 긴박감과 스피드를 보여줬고, 저택에서 벌어지는 공룡들과의 일대 격전 또한 충분한 스릴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시킨 살인무기 ‘인도미누스 랩터’와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이 키워 인간과 공감하는 공룡 블루의 대결은 마지막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결국 <쥬라기 월드2>의 역대급 오프닝 기록은 절묘한 타이밍에 적절한 블록버스터로서 공룡을 소재로 한 <쥬라기> 시리즈가 가진 볼거리와 내용이 적절히 만족되면서 생겨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입소문이 난데다, 주말 그리고 다음 주 지방선거일까지 더해져 <쥬라기 월드2>의 흥행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영화'쥬라기 월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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